보고 끄적 끄적...2017. 1. 25. 09:24

 

 

일시 : 2016.12.16. ~ 2017.03.05.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곡 : 허수현

안무 : 심새인

극작, 연출 : 성종완

출연 : 조풍래, 동현, 고은성 (로미오) / 양서윤, 김다혜, 전예지 (줄리엣) / 김수용, 김종구 (티볼트)

        박한근, 이용규 (머큐소) / 이훈진, 이선근 (로렌스) / 한서윤, 박재은 (소피아) 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첫 장면이 주는 임펙트가 제법 강렬했다.

게다가 안무와 무대, 조명, 음악, 음향까지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스토리도 공상만화스럽긴 했지만 세익스피어의 고전에 대한 색다른 시도라 신선했다.

기본기 탄탄한 박한근, 김수용, 고은성의 활약도 만족스러워

어... 이 작품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전예지 줄리엣의 첫넘버를 듣기 전까지는...

깜짝 놀랐다.

이건 재앙이다.

저 실력으로 무대에 선 무모함을 칭찬이라도 해야 하는걸까?

건강상의 문제라고 하기엔 너무 심하다.

집중해서 보고 있다가도 전예지 줄리엣이 노래를 시작하면 한숨부터 나왔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를 계속 하겠다면 

주인공에 대한 욕심 다 버리고 앙상블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아직 한참 어리니까 지금부터 기본기를 다져도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뎔릴테니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더이상 좌절감을 안기지 말고...

이날도 인터미션때 전예지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이 들렸다.

(내 귀만 이상했던건 아니었구나...)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예매처를 들어갔더니

건강상의 문제로 전예지 배우가 하차한다는 안내문이 있더라.

미안한 말이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요즘 <팬텀싱어>어 한창 주가가 상승 중인 고은성은

역시나 좋더라.

감정표현도, 연기도, 노래도 다.

고훈정, 고은성, 백형훈.

<팬텀싱어> 덕분에 이 좋은 배우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서 좋다.

역시 사람들의 눈과 귀는 크게 다르지 않는것 같다.

이 작품 역시도 팬텀싱어 출연자인 고은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김수로의 프로듀싱 능력도 역시 무시할 수 없고.

이쯤되면 김수로가 어떤 작품을 하든 일단은 믿고 볼 수는 있겠다 싶다.

꾸준함과 강단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김수로 프로젝트도,

고은성도, 

고훈정도,

백형훈도,

<팬텀싱어>도,

다 흥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27. 08:29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시 : 2013.05.11. ~ 2013.06.30.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대본 : 마이클 스튜어트, 마크 브램블

작사 : 알 더빈

작곡 : 해리 웨렌

제작 : (주)설앤컴퍼니, CJE&M

출연 : 박상원, 남경주 (줄리안 마쉬) / 정단영, 전예지 (페기 소이)

        박해미, 홍지민, 김영주 (도로시 브록)

        전재홍, 이충주 (빌리 로러) 외

 

<브로드웨이 42번가>

2005년에 정동에 있는 팝콘하우스에서의 관람했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무려 9년만의 재회다.

그때가 뮤지컬에 빠지고 2년쯤 지난 시기여서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 당시 줄리안 마쉬 김법래 배우가 기획사 "대중"을 상대로

미지급출연료와 관련해서 공연거부를 선언해 큰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김법래는 분장을 전부 끝낸 상태에서 자동차에 대기했다던데 결국 그날 공연은 취소가 됐다.

당일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에겐 환불 작업이 이루어지고...

아무튼 이 사태로 기획사와 배우같의 출연료 문제가 잠깐이었지만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배우들은 김법래를 많이 지지했던 것 같고...

(당연하지! 그들에겐 출연료가 밥줄인데...)

9년 전 이 작품의 출연진은 그야말로 화려했었다.

박혜미, 김선경, 전수경, 원기준, 황정민, 김미혜, 전수미

그리고 박혜미의 연하 남편이 팻 데닝으로 출연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 내게 탭댄스란 발로 하는 시끄러운 춤(?)

대략 그런 존재감이었다.

그런데 김미혜와 전수미의 탭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참 경쾌하고 즐거웠다.

김미혜는 시골에서 성공의 꿈을 안고 상경한 순진한 페기처럼 정말 귀여웠고,

전수미가 2막에서 빌리와의 대화하듯 추던 탭은 아주 섹시했었다. 

이 두 명의 여배우 덕분에

탭의 진수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좀 없어졌었다.

그러다 <빌리 엘리엣>에서 꼬맹이들에게 반해버렸고 ^^

 

 

아마도 9년 전의 기억이 머리속에 각인되버린 모양이다.

다시 관람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뭐랄까 전체적으로 아마추어적이었다.

작품 설정 자체가 코러스걸의 신데렐라 탄생기라 그럴수밖에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후반부쯤에는 나름대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져도 좋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군무는 살짝씩 어긋나고

경쾌해야 할 탭소리도 돌림노래처럼 조금씩 겹쳐졌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있던 거울 장면이 없어진 것도 아쉬웠다.

(이 장면 꽤 근사했는데...)

기대를 많이 했던 페기 소여와 빌리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전예지는 탭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페기 소여의 느낌보다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초심자의 열심이 더 많이 느껴졌다.

페기 소여보다 전예지스러웠다고나 할까!

빌리는 조금 더 느끼하고 능청스럽게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이충주의 빌리는 어딘지 살짝 모범생스런 느낌이었다.

김영주의 도로시는 역시나 좋았다.

"I Only Have Eyes for You"는 박해미나 김선경의 도로시보다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인물도 입체적으로 잘 표현했던 것 같고.

남경주의 줄리안 마쉬는 무난은 했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비음섞인 그의 갈라지는 목소리는

도저히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로 보여지지 않았다.

살짝 시니컬은 하더라.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다른 모든 걸 제치고 오로지 "가벼움"만을 보고 듣게 된다.

게다가 예전엔 몰랐었는데 요즘 남경주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노래부를 때의 얼굴 표정이 점점 기묘해지는것 같다.

힘겨움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걸까?

마지막 넘버 "42nd Street"는 살짝 불안하기까지 했고...

(아무래도 요근래 남경주는 최고의 작품은 <라카지>인 것 같다.)

도로시의 연인 팻 데닝은 존재감이란걸 전혀 못느낄 정도로 어설펐고

스폰서 미스터 딜런는 너무 과장스러웠다.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역시 "Shuffle Off to Buffalo"에서의 탭이다.

군무도 그렇고, 빌리와 페기와의 더블탭도 그렇고 강렬한 느낌을 못받았다.

9년 전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이 놀랐었는데...

'와! 저 사람들 지금 탭으로 대화를 나누는구나!"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날 탭에서는 전혀 대화가 보여지지 않았다.

단지 열심히 추는 댄스만 보였을 뿐.

내가 너무 과거의 향수에만 빠져있어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점은 정말 아쉽다.

김미혜와 전수미의 탭은,

지금 생각해도 확실히 뛰어났던 것 같다.

 

이날 공연은 이상하게 객석 분위기가 연말 송년회 분위기였다.

회사에서 단체관람으로 온 사람들 틈에 앉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전체적으로 가벼움이 느껴졌다.

뒷줄 아저씨들의 해소천식에 가까운 가르릉거림은 탭만큼 자주 반복됐고

인터미션때 단체로 급하게 피우고 온 담배는 거의 폭격에 가까웠다.

가끔은 관객들간의 배려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절감할 때가 있는데

이날 분위기가 그랬다.

그래서 작품에 집중이 덜됐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서울 공연이 끝나고 성남으로 넘어가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어 있을 거란 사실이다.

배우들 모두 열심이라는 건 분명하니까

그때쯤이면 아마 탭의 대사도 보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성남은... 정말이지 너무 멀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