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0. 22. 08:2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5.07.30. ~ 2015.11.01.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마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극본 : 데일 와써맨 (Dale Wasserma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조승우 (세르반테스&돈키호테) / 전미도, 린아 (알돈자)

        정상훈, 김호영 (산초), 황만익, 배준성, 조성지 외

제작 : 오디컴퍼니(주), 롯데언테테인먼트

 

이번 시즌 마지막 <Man of La Mancha>을 조승우 돈키호테로 끝냈다.

역시나 할 말이 없다.

조승우의 애드립과 순발력, 재치는

조승우를 조승우가 아닌 돈키호테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무대를, 작품을, 관객을 완벽히 장악하는 모습에 관람 내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혼자 돋보이겠다는 독불장군의 심사가 아닌

함께 합을 맞추는 배우들까지도 빛을 발하게 만들더라.

특히 산초 정상훈과의 호흡은 환상적이어서 그야말로 객석이 빵빵 터졌다.

그야말로 모든게 impossible이 아닌 possible 이더라.

 

꿈을 꾸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함께 꿈을 꾸던가 아니면 그 꿈의 황당함을 기어이 일깨워 박살을 내주던가.

극 중에서 세르반테스는 지하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에게 말한다.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 나는 없습니다!" 라고...

돈키호테 역시 말한다.

"천 번을 치시오! 천 번을 일어설테니!"

 

삶이란...

이래야만 하는거다.

세상이 아무리 무모하다 어리석다 비웃어도

스스로는 꿈꾸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거다.

그게 알돈자를 둘시네야로 만드는 힘이고

두려움에 떠는 산초의 발걸음을 경쾌한 희망으로 변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래서 내겐 이 작품은 늘 절망이고 늘 희망이다.

꿈꾸지 않고 살아가는 나를 책망하기도 하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고 일깨우기도 한다.

나는 기꺼이 산초가 되기도 하고, 둘시네아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의 끝나지 않을 모험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6. 08:29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네번째 관람이자 이번 시즌 마지막 관람.

조승우 돈키호테도 그렇지만 김선영 알돈자와 정상훈 산초를 다시 보고 싶었다.

역시나 참 좋은 작품이고, 참 좋은 넘버들이고, 참 좋은 배우들이다.

매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건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거나 무대가 환상적이라는 개념과는 완전히 별개다.

배경이 감옥이라 더 그렇기도 하지만 무대 자체는 마술과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요즘 작품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너무 변화가 없어서 심심할 정도다.

그런데 참 묵직하고 단단하다.

대사와 넘버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가 다 특별하고 아름답다.

또 다시 꿈을 꿀 힘을 주게 하는 작품.

돈키호테의 황당한 행동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impossible dream이 감히 possible dream처럼 느껴진다.

기꺼이 산초가 되어 돈키호테의 수행원을 자처하고 싶어질 정도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다.

"그냥 좋으니까!"

 

개인적으론 이번 공연에서

조승우 돈키호테, 김선영 알돈자, 정상훈 산초의 조합이 취향에 잘 맞았다.

세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케미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깊어지고 진해진다.

세르반테스의 결말도, 돈키호테의 결말도 전부 다 가슴에 담긴다.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들의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

참 아름답구나!

무대 위에서 정말 세르반테스가 되어 원없이 한판 놀아보는 조승우와

노련한 절제미와 깊이가 느껴지는 김선영 알돈자.

그리고 순발력과 위트가 넘치는 정상훈 산초.

셋이여서 더 아름다웠던 무대였고 작품이었다.

 

아마도 이 작품은,

매번 공연될때마다 한번씩은 꼭 보게 될 것 같다.

좋다. 좋다. 참 좋다.

다만 그것뿐이다. 

 

"무엇이 미친 짓인지 아시오?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5. 11:44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Man of La Mancha>

이 작품을 아마도 2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라 매번 공연될 때마다 찾기도 했지만

"impossible dream" 단 한 곡만으로도 all kill 시키고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이긴 하지만

뮤지컬 역시도 구성과 스토리, 넘버까지도 아주 탄탄하다.

(고전의 힘은 역시나 위대하다.)

감동과 재미, 깊이와 즐거움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이 메인 무대이긴 하지만

극중극의 상황에 맞게 뒷배경이 바뀌는 걸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고

기승정결이 뚜렷한 넘버들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제 그만 졸업해야지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끌어당기고 홀리는 작품.

이 작품은 아마도 나를 항상 give up 하게 만들거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게도 만들거고...)

 

생각해보니 이 작품을 그렇게 많이 봤으면서도 조동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동키도 본 적이 없네...)

6년만에 돌아온 돈키호테라는데 이제서야 첫대면을 한 셈이다.

조승우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 그 이상이었다.

작품을, 무대를, 배역을 완전히 자기 페이스대로 자유자재로 끌고 나간다.

그런데 그게 극중극이라는 작품의 형식과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몇 배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건 아니지만 연기력과 작품 해석 능력이 탁월하다.

표현적인 섬세함은 말 할 필요도 없고

애드립인가 싶을만큼 천연덕스러운 내던지는 멘트들도 극의 상황과 아주 딱딱 맞아떨어졌다.

(아마 애드립 맞을 거다)

조승우는 세르반테스보다 돈키호테적이 표현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

그게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한 감동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은 감정적으로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최고의 표현이었고 최고의 장면이었다.

항상 이 작품을 보면서 "impossible dream"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조동키가 완전히 다른 이면은 내게 보여줬다.

조승우 본인도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을 했던지

세르반테스로 돌아와 무대를 등지고 서있는 장면에서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이더라.

역시나  최고의 작품에 최고의 배우가 만나니 빛을 발하는 구나 생각했다.

극의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할 줄은 사실 몰랐다.

역시 조승우다!

 

김선영 알돈자는 1막에서는 목이 막혀있더니

2막부터는 제대로 치고 올라오면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2막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돈키호테에서 쏟아붓는 부르는 넘버는 정말 최고다.

정상훈 산초!

어느 정도는 이훈진 산초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살짝 김재만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확실히 정상훈의 감초연기는 이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살짝 부족한 노래 실력도 감칠맛나는 연기로 충분히 커버시킨다.

누군가는 산초 입장에서 이 작품을 보게 됐다는 평을 하던데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조승우 돈키호테와의 만담 수준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에서는 한없이 유쾌한 줄만 알았던 산초의 울음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지도 했다.

지금껏 봐왔던 산초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 놀랐다.

(요즘 배우 정상훈이 나를 자꾸만 놀라게 만든다.)

 

남자 앙상블의 합과 군무, 합창은 아주 힘이 넘치고 박력있어서 좋았는데

잠간씩 부르는 짧은 솔로곡들은 오히려 밋밋했다.

닥터 카라스코는 배준성은 첫대면이라 그런지 살짝 이질감이 있었고

(내가 이계창의 카라스코에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조카(정명은)와 가정부(김현숙)도 예전보다는 음이 떠있어서 배우가 바뀐 줄 알았다.

그래선지 맛갈스런 고해장면도 전체적으로 잘 살아나지 못해 아쉬웠다.

 

세르반테스가 진짜 재판을 위해 감옥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극중이지만 모든 배우들이 전부 세르반테스를 보면서,

세르반테르를 향해 노래부르는 걸 보는 느낌은 어떨까?

이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서

세르반테스를 맡은 배우는 자신의 모든 걸 다 보여줄 수밖에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 마음의 깊이가, 그 발걸음의 과정이

이 작품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아름답구나... 이 작품은!

확실히 아름다운 배우구나.... 조승우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6. 08:12

<Gutenberg>

일시 : 2013.08.31. ~ 2013.11.10.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원작 : Anthony king & Scott Brown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송용진, 장혁덕 (버드 대븐포트) 

        정상훈, 정원영 (더그 사이먼)

        에이브 (피아노)

제작 : 쇼노트

 

뮤지컬 <구텐버그>

이 작품 정말 대박이다.

원작자 안소니 킹과 스콧 브라운은 어떻게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하고 깜찍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가벼움과 무거움, 재미와 감동, 유머와 진지함, 역사와 픽션의 절묘한 공존!

이건 정말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그냥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껴봐야만 한다.

그 어떤 대작과 겨누어도 뒤지지 않을 거대한 판타지가 이 작품 속에는 있다.

게다가 단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감각케한다.

도저히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

이 작품이 산만하다고?

내 대답은 Never! 다.

Never! Never! Never!

송용진과 정상훈은 완벽한 연기자였고 아름다운 창작가였다.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땀에 푹 젖은 송용진의 등과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내던 정상훈의 모습을...

객석과 무대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애드립은,

환상, 그 이상이었다.

찰스 에이브(AEV)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이지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였고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멜로디에, 윈드차임, 트라이앵글까지... 와우!

노련한 연주자와 연기자가 보여준 다양한 모습은 나를 잠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했다.

굳이 heeling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과 몸이 충분히 위로받았다.

 

이 작품은 연기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재치도 있어야 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유머러스한 감각,

순간적으로 변하는 역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역량에

노래실력까지...

배우의 역량을 모두 총동원해야만 하는 작품.

그것도 단 둘이서!

정상훈과 송용진은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진수를 보여준다.

넘버도 너무 좋았지만 두 배우의 넘버 소화력은 더 좋았다.

항상 코믹한 감초역으로만 익숙한 정상훈였는데

"구텐버그"로 연기할 때와 넘버를 부를 때 목소리가 정말 너무 좋아서 그걸 보는 것도 좋았다.  

첫장면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세계에 나는 완벽하게 빠져버렸다.

급기야 두 사람이 중간중간 "구텐버그"라고 소리치며 특유의 동작을 할때마다 복사기처럼 저절로 따라했다.

그렇다!

난 그들에게 완벽히 인쇄되버린 거다.

그들의 프레스는 나를 완벽하게 압착했다.

그들은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 캐릭터 창조에 대한 설명과 용어들을 해석해주는 좋은 길잡이였고

1인 다역을 완벽하게,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해낸 멀티맨의 진수였다.

와인은 심장을 뛰게 하고 글자는 세상을 뛰게 한다지만

그들은 지치고 무너진 나를 다시 뛰게 만들었다.

정말로 절망속에서 희망을 꿈꾸게 했다.

꿈이라니... 꿈... 꿈...

이 낯선 단어가 백만년만에 구체적이고 든든하게 다가왔다.

 

놀라울 정도로 창조적이고 아주 기발한 작품!

모자 하나로 등장인물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발상은 보면 볼수록 경이롭다.

그걸 이렇게 잘 표현한 두 배우 역시도.

(동선과 액팅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체력소모 엄청나겠다. 두 사람...)

지치고 힘들때면

나는 아마도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리고는 "엄지척~~!"을 하기 위해 그들의 backer's audition 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지치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버그와 더그의 리딩공연장으로 달려가보라.

당신이 바라던 모든 위로가 바로 그곳에 있다.

자유롭게 맘껏 취하고나면 당신의 마음속엔 어느새 꿈과 힘이 가득 충전되어 있을거다.

분명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4. 08:20

<SPAPALOT>

일시 : 2013.05.16. ~ 2013.09.01.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서영주, 정준하 (아더왕) / 이영미, 신의정 (호수의 여인)

        윤영석, 고은성 (갈라하드) / 정상훈 (렌슬럿 경)

        조형균 (로빈 경), 이훈진 (베데베르 경), 김호 (팻시)

        정철호 (잭), 공민섭, 박경동, 윤민우, 정성진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유머가 간절히 필요했다.

비록 허탈한 빈웃음일망정 아무 생각없이 한바탕 웃어보고 싶었다.

빈깡통처럼 요란하게...

처방전을 찾아 방황하다 하루 전에 급히 예매해서 본 뮤지컬 <스팸어랏>

코믹 페러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는 광고문구에 혹했다.

성배를 찾아 떠나는 아더왕 이야기. 

심지어 뮤지컬 넘버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의 가사는 사뭇 유혹적이기까지 했다.

인생 뭐 있냐며, 별 거 없다며 웃어보란다.

고민하지 말고 툭툭 털고 일어나서 즐기란다.

(이 넘버는 확실히 후크송이다, 동영상으로 한 번 봤을뿐인데도 리듬과 멜로디, 가사까지 그대로 접수됐다.)

페러디의 진수.

그래, 잠간이라도 게거에 한 번 빠져보자 다짐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결론은...

그리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노골적이고 실날한 세태풍자와 패러디를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좀 약했던 것 같다.

더 과감한 B급 패러디 작품이었다면 훨씬 더 유쾌했을텐데...

부상해서 복귀해 오랫만에 무대에 선 윤영석이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명성황후>를 패러디할 때와

서영주, 이훈진의 <맨 오브 라만차>를  패러디할 때 여기저기에서 팡 터진 걸 재외하면

페러디 자체로 큰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론 패러디의 코믹함보다는

배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화학작용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1막 초반에 조형균 로빈과 서영주 아더 왕, 이훈진 베데베르가 처음 만나는 장면은

마치 탁구경기를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탁구경기라는 게 서로 마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나란히 서서 하는 거라면 이해가 될까???

서로 주고받는 대사들이 여기저기 부딪치며 통통 제 멋대로 튄다.

아주 유쾌하고 깔직하게.

거기다 배우들 네 명의 타이밍과 표정도 아주 좋다.

가히 고전 만담의 정수를 보는 느낌.

 

이 작품은 서영주와 이영미를 제외한 모든 배우가 멀티맨이다.

심지어 앙상블 네 명의 배우(공민섭, 박경동, 윤민우, 정성진)까지..

<라카지> 이후에 오랫만에 또 다시 대단한 시스터들(?)을 목격했다.

정상훈은 코믹물에 완전히 물이 올랐다.

아마도 조만간 임기홍과 함게 코믹연기의 지존이 되지 않을까 강하게 의심(?)된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코믹 연기를 펼친다면? 상상만으로도 불꽃이 튄다) 

이 작품 덕에 11월에 정상훈의 "산초"가 무지 기대된다.

(두 번의 관람 전부 정상훈 산초를 선택했다. 이훈진은 몇 번 봐서....)

조형균은 노래할 때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었고, 연기와 딕션, 표정도 참 좋다.

정철호도 1막과 2막 시작 부분을 여는게 자칫하면 참 뻘쭘할 수 있는 장면인데 잘 끌고 간다.

그리고 정상훈 애드립처럼 정말 '구성진 소리'를 가졌다.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온 윤영석은

어떤 면에서는 관객들보다 더 즐기면서 작품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늘 무겁고 심각한 배역만 해오다 이런 가벼운 역을 하는 게 관객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어색하지만

배우 본인의 표정이 너무 밝고 즐거워서 그걸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론 작품 자체의 매력보다는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적인 매력에 빠져서 관람했던 것 같다.

(내용은 기억에 별로 안 남고... 그래서 아무래도 나중에라도 다시 보게 되진 않을 작품...) 

이날 공연은 관객과 함께한 애드립도 아주 쫀쫀했고

(서영주와 배우들의 관록에 박수를....)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깜짝쇼도 재미있었다.

호수의 여인 이영미가 "내 배역 왜이래?"를 부를 때 더블이었던 신의정이 같은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했고

커튼콜에는 정준하까지 깜짝 등장했다.

간혹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관객 입장에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관람하는 작품도 좋지만

출연하는 배우들이 스스로 재미있고 유쾌하게 공연하는걸 목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비록 개인적인 바람이었던 박장대소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재미있고 유쾌한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건 의외의 격려였고 위로였다.

그래!

때로는 이런 게 꼭 필요한 때가 있다.

확실히!

 

* 코믹과 비련 전부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서영주가 요즘 코믹으로만 소모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몽유도원도>에서 서영주가 보여줬던 연기를 다시 볼 수는 없을까?

   그의 표현과 감정, 순간 몰입과 촉촉한 목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더 늦기 전에 그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 한번쯤 다시 온다면 정말 좋겠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4. 08:30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어쩌다보니 몇 일 차이로 다시 <두 도시 이야기>를 보게 됐다.

(관객 입장에서 이런 게 바로 더블 캐스팅의 폐해라고 하겠다)

 

워낙에 편애하는 배우 류정한의 출연작이다보니 자꾸 눈길이 갈 수밖에 없긴 한데

윤형렬의 시드니도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연습때조차도 목소리의 100%를 사용한다는 이정화의 마담 드파르지도 궁금하고...

이번에는 3층 맨 앞에서 관람했다.

(충무아트홀 3층은... 정말 높다.... 높기만 하면 다행인데 가파르기까지 하다)

배우들의 세밀한 표현을 볼 순 없지만

무대와 배우의 움직임, 조명의 효과같은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 점은 참 좋았다.

그리고 1층에서는 전혀 못봤었던 무대 바닥이 눈에 확 들어왔다.

둥그란 패턴으로 모여지는 돌길처럼 보였는데 색감이랑 느낌이 특이했다.

18세기의 길을 표현한 것 같은데 꽤 괜찮았다.

이런 의외의 발견(?)들 덕분에 고층 관람만의 재미도 분명히 있다.

 

윤형렬의 시드니는 1막과 2막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좀 무덤덤하고 건조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끙끙 앓는 인물인가보다.

류정한 시드니는 befor-after의 개념이 확실한데

윤형렬은 속이야 무지 혼란스럽고 당황하는 중이겠지만 겉보기에는 그 변화가 눈에 드러나진 않는다.

방탕(?)하고 제멋대로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신사적인 쪽에 가깝다.

그래서 찰스 다네이와의 듀엣도 상당히 단정하다.

귀족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는 느낌이랄까?

(윤형렬의 노래는 마치 발라드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느낌이다.)

게다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덕분에 카이 찰스의 기쁨이나 간절함이 오히려 더 극대화된다.

(어쩌면 내가 너무나 류정한 시드니에 편파적이라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쯤 주체하지 못한 감정을 폭발시켜줬으면 하는 바람마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윤형렬 시드니는 참 "나쁜 남자"다.

이정화의 마담 드파르지는 신영숙과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그야말로 여장부다.

오직 평생을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남자보다 더 남자같은 여자.

원작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마담 드파르지 같긴 한데 개인적으론 신영숙이 더 좋았다.

분노와 복수에만 빠져 있어 시종일관 너무 강해서 살짝 싸이코틱했다.

노래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 듣기에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고...

 

정상훈, 박성환, 이종문 3인의 활약은 이 극의 또 다른 재미이자 즐거움이다.

이 세 사람에게 정말 상이라도 덥썩 안겨주고 싶다.

자칫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작품에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 정상훈 바사드는

좀처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노래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행동 하나하나까지 참 설정이 기막혔다.

정상훈이 출연한 작품들을 꽤 본 편인데 이 작품이, 이 역할이 정점을 찍어준다.

개인적으론 주인공 시드니 다음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눈과 귀에 확 들어오는 배우였다.

아마도 이 작품 이후에 이곳 저곳에서 콜이 들어오지 않을까?

(신혼인데 바빠지시겠다 ^^)

정상훈도 정성화처럼 TV배우 보다 무대 배우일 때가 더 돋보이는 것 같다.

무대 배우로서 성실하게 진보하는 정상훈을 보는 건 관객입장에서 참 즐거운 일이다.  

제리 크런처 박성환은 비중이 그렇게 크진 않지만

(그래도 원작보다는 비중이 큰 편)

역할을 참 충실하게 보여준다.

"Resurrention Man"은 이 작품에 포인트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배우 박성환도 자신의 영역을 하나 둘 열심히 확장시키는 멋진 배우다!

이종문 드파르지.

대사톤도 멋지고 노래하는 목소리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 "Until Tomorrow"와 2막 "Mamdame Defarge Goodbye"에서 감정 전달은 너무 좋다.

확실히 서울시뮤지컬단 출신들이 기본기는 확실한 것 같다.

 

좀 많이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이번 관람은

윤형렬, 임혜영 두 주인공보다는 이들 3인을 비롯한 앙상블의 모습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사실 류정한이 아닌 다른 캐스팅 관람은 많이 망설이게 되지만

이로써 윤형렬 시드니도 직접 목격을 했으니 다행이다.

지금까지의 관람으로 나름대로 best cating을 꼽는다면

"류정한 - 최현주 - 카이 - 신영숙" 조합이다.

이 조합이 딱 내 스타일~~~ 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1. 07:50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그래, 내가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스토리.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에게까지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집중과 이완, 완급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게다가 음악은 장엄하면서 기품있어 마치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한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A Tale of Two Cities>는

조금씩 무뎌지는 내 오감을 깨우는 일종의 반란같은 작품이었다.

황홀하고 그리고 매혹적이다.

보는 내내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끈질기게 매혹적인 작품.

처음엔 분명히 천천히 끌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급격히 쏠리고, 결국에는 어쩔 도리없이 일방적으로 완벽하게 홀리고 만다.

매혹은 위험하다.

매혹당하는 자 뿐만 아니라 매혹하는 자까지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지독하다.

이런 매혹은.

정말이지 견뎌내기가 참 힘겹다.

슬픔이든, 절망이든, 사랑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그래서 말하련다. 

견딤을 위해...

 

유혹 중 가장 강한 유혹은 닿을 수 없는, 결코 닿아서는 안 될 것에 사로잡혀버리는 경우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혹과 싸운다.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도 이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유혹과 싸우기를 스스로 포기한다.

아주 당당하고 고결하게...
눈으로 봐야만, 손으로만 만져야만 믿을 수 있는 사랑은 단수가 낮은 사랑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고 만지는 마음보다 훨씨 깊고 곡진하다.

오직 그 순간, 단 한 번만 들을 수 있는 생의 연주를 남기고 시드니 칼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게 정말 가능한 사랑인가?

결국 사랑은 어찌됐든 환영(illusionism)이다.

환영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할 때에 생겨날 수 있다.

환영을 보는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까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세하고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환영을 보는 사람은 환영만이 유일한 현실이고 삶이다.

나는 결코 환영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늘 저건 단지 극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이런 현실이 제발 어딘가에 있어주기를 꿈꾼다.

제기랄!

다시 사랑을 꿈꾸기 시작했다.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광활하고 처연한 비가(悲歌)였다.

놀랐다.

이 사람이 이렇게 섬세하게,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는 배우였던가!

그에게 일종의 변화가 왔음을 나는 눈으로, 귀로 확인했다.

(나, 류정한이란 배우를 안지 그래도 나름 꽤 오래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무대 배우로서 이런 변화가 온 계기가 도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던 그 선택이 이유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표정이 훨씬 풍부해졌고 그리고 자유로워졌다.

지금껏 나는 배우 류정한을

섬세함조차도 크게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큰 표현 속에 섬세함을 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배우 류정한의 표현은

너무나 섬세했고 또 섬세했다.

무대 위 그가 보여준 시드니 칼튼의 감정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성큼성큼 내 눈 앞으로 현실로 느끼게 했다.

얼마나 놀랍던지...

1막이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시간의 흐름 따윈 의식되지도 않을만큼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reflection, I can't recall,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 칼튼의 부르는 1막 넘버들은 한결같이 오래 그리고 깊게 기억에 담긴다.

특히 If dreams came true는 눈물이 저절로 흐를만큼 처연하고 슬펐다.

자신에게 온 가장 큰 행운이었던 한 여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처연함이라니...

찰스 다네이의 행복에 겨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칼튼의 목소리는

단 한 곡의 노래로 한 남자의 일생 전부를 다 토해내는 것 같았다.

아, 참...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아파온다.

결코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참 힘겹고 힘겹다.

이런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은 이 작품으로 자신이 힐링(heeling)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22인조 오케트라라는 웅장했고

뮤지컬 넘버들은 아름답고 격동적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하모니(김도형-전동석. 류정한-전동석)가 주는 울림이 크다.

배우들은 앙상블까지도 너무나 환상적이고 훌륭했다.

솔직히 이들을 조연이라고, 앙상블이라고 칭하는 건 참 미안한 일이다.

그 순간들 만큼은 누가 뭐래도 완벽한 주연이었고 완벽한 무대 장악이었다.

배우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최대한 정확히게 셋트를 이동시키는 무대크루들 모습도 감동적이다.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무대 크루를 보면서 나는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아! 그리고 푸른색(런던)과 붉은색(파리)의 조명도 압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이 작품의 첫인상에서 한 발도 빠져나오 못한 상태다.

다시 보게 되면 객관적인 시각을 조금은 갖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웅장하고 거대한 작품을 만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좀 걱정스럽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원칙을 정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 공연장을 나오는데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귀절이 계속 떠올랐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만 오는 거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28. 06:07

 

뮤지컬 <카페인>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일시 : 2012.02.02. ~ 2012.04.15

출연 : 윤공주, 김지현(김세진) / 정상훈, 김산호 (강지민)

작곡 : 김혜영

연출 : 성재준

음악 : 원미솔

 

아마도 좀 우울했던 모양이다.

하긴 언제 안 우울했던 적이 있었던가!

통쾌까지는 아니지만 유괘 상쾌한 뭔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된 이후로 자리를 잘 잡은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극장용 창작뮤지컬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영웅을 위하여>, <형제는 용감햇다>, <김종욱찾기>,

<왕세자 실종사건> 같은 작품들은 보면서도 참 재미있고 좋았었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들 말고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대극장용 창작품보다 실망도 훨씬 덜 했던 것 같다.

 

이 작품들 중 몇 개는 중극장에서 재공연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소극장에서 공연될 때는 참 장하고 기특한 맘까지 들었었다.

소극장 공연은 배우들의 개인역량에 따라 극의 재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기본기없은 배우가 패기만 가지고 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자리기도 하다.

관객들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처하는 배우들의 애드립을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찌질한 주연보다 잘키운 멀티맨이나 조연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도장찍힐 수도 있다.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됐을 때부터 입소문이 났던 작품이긴 했는데 "사랑 운운" 하는 게 좀 멋적어 안 봤던 작품이다.

바리스타 세진과 소몰리에 지민의 좌충우돌 사랑 만들기!

내 기억이 맞다면 연기자 김지영이 제작자로 나섰었고.

뮤지컬 배우인 남동생 김태한이 남자 주인공 소몰리에 강지민을 했었다.

그 이후에 연기자 강지환이랑 SS501 김형준도 했었던 것 같고...

암튼, 초연된지 5년이 지났으니 뒤늦게 찾아본 셈이다.

솔직히 이번에도 윤공주만 아니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나는 대극장에서 본 윤공주 작품에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사실은 윤공주, 김산호 캐스팅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윤공주, 정상훈 캐스팅으로 봤다.

약간 코믹한 조연과 멀티맨으로 주로 활약했던 정상훈.

그의 에드립과 감칠맛나는 연기야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지만

아무래도 노래가 좀 약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사견은 확실히 선입견이고 기우였다.

강지민, 강정민 두 역할 다 너무 잘 어울렸고

중간중간 터뜨린 애드립은 관객들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노래도 그 정도면 나무랄데가 없고...

(노래도 연기도 못하는 뮤지컬 배우님들아! 제발 각성 좀 하자!)

안경에 토끼이빨을 끼고 강정민을 연기할 때도 딕션이 너무 정확해 연습량을 얼마나 했는지 가늠된다.

일테면 뮤지컬의 첫 주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대했던 것 보다 훠~~~얼~~~씬 괜찮았다.

윤공주와 듀엣과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고난이도의(?) 춤도 너무 잘 춰서 놀랐다.

만능 엔터테이너 정상훈!

(이제 브라운관의 정상훈보다 무대 위의 정상훈이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정성화처럼)

 

끝에서 두번째 여자 바리스타 세진 역을 윤공주.

역시 윤공주는 공주다!

캐릭터 표현, 표정과 노래, 춤도 정말 여우같이 잘하더라. 

단지 좀 아쉽다면 비주얼에 너무 신경을 안쓴 것 같아서 그게 좀...

최소한 포스터 이미지 정도의 비주얼은 보여줬어야 했는데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만사 귀찮은 권태기 주부 같은 비주얼이었다.

아무렇게 대충 묶은 퍼머머리.

그래도 사람의 기분을 읽고 커피를 준비하는 나름 섬세한 바리스탄데...

(그래서 끝에서 두번째 여자가 된건가?)

어쨌든 더 늦기 전에 봐서 다행이다 싶다.

당췌 이런 연예 뮤지컬은 점점 보기가 힘겨워져서...

관객 반응도 괜찮은지 연장 공연 스케쥴도 올라왔다.

김산호의 연기도 궁금하긴한데 

그걸 확인하려고 일부러 다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사족이긴한데,

윤공주가 요즘 담보상태인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작품 선택을 잘 못하는 건지,

(그렇다고 이 작품을 잘못 선택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아니면 예전만큼 작품 섭외가 안 들어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에 비해 소위 빵 터져주질 못한다.

이러다 불운의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스럽다.

좀 지켜봐야 겠다.

배우 윤공주의 멋진 부활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2. 4. 10:42

"무대가 좋다" 다섯번째 작품 <아트>
그리고 악어 컴퍼니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아트>
오죽하면 수컷들의 수다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을 싹 다 여자로 바꾼 아트까지 나왔을까?
대학로에서 제일 많이 본 포스터도 내 기억엔 <보잉보잉>과
<아트>인 것 같다.

2006년도인가 2007년도인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이 출연하는 <아트>를 봤었다.
그때 느낀 재미와 충격이란!
아마도 출연배우들의 내공도 큰 몫을 차지했겠지만.
권해효의 규태는 정말 인물과 일체감이 느껴졌었다.
그 표정이며 어이없어하는 말투며, 홍삼다시마 골드를 분노게이지 상승시키며 우걱우걱 씹어대던 모습이며... 
그리고 약간 촌스럽게 생긴(죄송^^) 조희봉의 청담동 피부과 의사 수현 역은 기대 이상으로, 아니 상당히 꽤 세련됐었다.
지금 말하는 까도남의 원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대연의 덕수는 구수하고 소박했고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그때 공연장을 나오면서 꼭 다시 봐야지 했었는데 무슨 이유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금처럼 OB팀, YB 팀은 아니지만 그때도 역시 두팀으로 나눠서 공연됐었다.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이 한팀이고
다른 한 팀이 박광정, 정원중, 오달수였나?
(몹쓸 놈의 기억력이 또 흐려지는 중이다.)
대학로에서 상당히 오래 공연됐음에도 불구하고 박광정의 규태는 결국 못보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은 영원히 박광정의 규태는 볼 수 없게 돼버렸다.
개인적으로 박광정이 연출하는 연극 무대도 참 좋았지만
난 이 사람이 무대위의 배우로 나오는 모습이 너무 좋았었다.
액센트같던 배우, 무대의 방점 같던 배우 박광정이 그래서 늘 안타깝고 아깝고 그립다.



일부러 정상훈, 김재범, 김대종 YB팀을 선택했다.
류태호, 이남희, 윤제문, 유연수의 OB팀도 궁금하긴 했지만
어쩐지 젊은 수컷(?)들이 만들어내는 아트도 상당히 예술일것 같아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YB팀의 싱크로율이 등장 인물들에 상당히 흡사해보였다.
특히나 뮤지컬 <스팸어랏>를 통해 특별한 우정을 만든 세 사람의 동반 출연이라는 게  흥미롭기도 했고.
그들 스스로가 함께 하고 싶다고, 세 사람이 한 팀이 되겠다고 해서 만들어졌다는 YB팀!
나름대로 호흡과 발란스가 잘 맞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됐다.
결론은...
좋았다. 생각보다 훠얼~~~씬!



정말 남자들도 이렇게 소란스럽고 수다스럽고 유치찬란하게 싸울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고 어쩐지 확실히 그럴 것 같다.
수컷들이라고 뭐 별 다를게 있나?

"친구가 그림을 하나 샀습니다.
 하얀색 바탕 위에 선이 있는 하얀색 그림입니다.  
 이 그림의 가격은 무려 2억 8천 만원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사건의 발단은 규태의 첫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앙트로와"가 그렸다는(?) 하얀 바탕 위에 하얀 그림이다.
("앙트로와"가 정말 실존하는 화가인지 찾아보려다 귀찮아졌다. 실존 하던지 말던지...)
그리고 규태(정상훈), 수현(김재범), 덕수(김대종)의 유치찬란 시끌벅적 물고 뜯기가 시작된다.
내 돈 가지고 내가 쓰겠다는데 늬가 무슨 상관이냐?
맞는 말이다!
상관, 당연히 없다!
그런데 어쩌나!!!
그 상관없는 일에 배앓이 꼴리는 건 또 내 몫이다!
왠만한 전셋값뿐만 아니라 집 한 채도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나라도 철친이라는 인간이 이 따우 짓거리를 했다면(이건 순전히 내 입장에서다...)
분노 게이지 무한 상승하면서 배신감 비슷한 감정 처절히 느꼈으리라.
세 사람도 이 사건이 기폭제가 돼서 고래고래쩍 푹 삭은 감정들이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원래 발효의 깊이와 세월만큼 곰삭은 냄새의 상관관계 수직상승하신다)
급기야는 규태 마누라 피부가 돼지 껍데기였노라는 피부과 의사의 충격 고백까지 나오신다.
설상가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문구점 싸장님 덕수가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라는 두 친구의 일방적인 몰아붙이기 사태 발발한다.
그런데 어쩌랴!
본인들이야 참 속꽤나 너덜거리고 남들 보기 넘새스러운 광경의 연출이지만
보는 입장에선 그게 또 그렇게 통쾌하고 속시원할 수 없다.
타인의 찌질함을 들여다보며 박장대소하는 재미는
몰래 들여다보는 관음의 즐거움 그 이상이다.
솔직히 더 짜릿하고 묘한 만족감을 준다.
또 다시 어쩌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게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데...



연극을 보고 난 뒤 문득 예전에 갖지 못한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수현이 2억 8천을 주고 그 그림을 샀을까?
이게 사실은 수현의 트릭이 아니었을까?
어딘지 이그러지고 어긋나는 그들 세 사람의 우정을 회복하고 싶은 일종의 깜짝쑈!
규태가 파란색 유성팬으로 스키타는 모습을 그리는 걸 바라보는 수현의 표정이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어쨌든 다행인 것은 그들의 우정은 회복됐다는 사실이다.
참 매직블럭처럼 깜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뭐 색은 약간 바랠 수 있겠지만... (이게 바로 매직블럭의 한계다)



이상하게 나랑 참 시간때가 잘 안 맞았던 김재범을 드디어 무대에서 직접 봤다.
상당히 매력적인 배우다.
살짝 여성스런 감정이 담긴 수현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의 색을 과하지 않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코믹한 모습을 진지하게 연기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자칫하면 가볍고 정체성 불분명한 인물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 한계를 잘 지키면서 연기한 듯.
나중에 다른 작품을 하면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몇 년만에 다시 본 연극이지만
여전히 괜찮은 연극이었고
그리고 괜찮은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괜찮은 나들이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