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7. 18. 13:47

 

<웃는 남자>

 

일시 : 2018.07.08.~ 2018.08.2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대본,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박효신, 박강현, 수호(그윈플렌) / 정성화, 양준모(우르수스) / 민경아, 이수빈(데아) / 이상중(페드로)

        신영숙, 정선아(조시아나 공작부인) / 강태을, 조휘(데이빗 더리모어경) / 이소유, 김나윤 (앤 여왕)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EMK 작품이라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도 예상됐고,

로버트 요한슨과 프랭크 와일드혼 콤비의 넘버도 중간 이상은 할테고,

출연배우들도 엄청나서 흥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작품이긴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수 박효신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하지만

뮤지컬 배우 박효신에 대해서는 좀 무덤덤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봤던 <팬텀>의 느낌이 나쁘지 않아 예매를 했다.

그랬더랬는데...

 

놀랐다.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던가???

의문과 감탄과 연속이었다.

과거 그의 출연작을 보면서는

작품 속 인물보다 "박효신"이 먼저 보여 난감했었는데

이날은 "박효신"이 아닌 "그윈플랜"만 보였다.

뭔가 작정한 듯한 느낌.

"미쳤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정직하게 말하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

사실 박효신 그윈플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양준모와 이소유로 이름을 바뀐 이정화 연기에 감탄했고,

그 다음은 정선아의 노래에 혀를 내둘렸다.

그러다 박효신 그윈플랜과 민경아 데아의 듀엣곡에서는 완전히 넋을 놨다.

박효신의 솔로곡에선

심지어 아무 것도 안들리고, 아무것도 안보더라.

2막 솔로곡은 그야말로 "조커의 탄생"이었다.

엄청난 광기 앞에 할 말을 잃게했다.

또 다시 드는 생각.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미쳤거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미쳤거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8. 10. 17:25

 

<나폴레옹>

일시 : 2017.07.13. ~ 2017.10.22.

장소 : 샤롯데 씨어터

극작, 작곡, 작사 : 티모시 윌리엄스(Timothy Wiliams) & 앤드류 새비스톤(Andrew Sabiston)

각색 : 오리라 / 가사 : 채한울

한국연출 : 김장섭 

편곡, 음악감독 : 김성수

출연 : 임태경, 마이클리, 한지상 (나폴레옹) / 정선아, 박혜나, 홍서영 (조세핀) / 김수용, 정상윤, 강홍석 (탈레랑)

        김법래, 박송권, 조휘 (바리스) / 백형훈, 진태화, 이창섭, 정대현 (뤼시앙) / 김주왕, 박유겸, 기세중 (앤톤)

        황만익, 이상화 (가라우) / 임춘길 (푸셰), 김장섭 (헨리), 김사라, 방글아 외

제작 : (주)쇼미디어그룹, (주)롯데엔터테인먼트, (주)이에스에이

 

2년 여 동안 뮤지컬 무대에 서지 않았던 임태경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 <나폴레옹>

그동안 황태자 역할을 많이 했으니 이젠 황제를 할 때가 됐다는 우스개 소리도 했었다.

황제를 했으니 다음엔... 현실에 없는 인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임태경의 복귀도 반갑고, 공개된 캐스팅도 화려했고,

기자간담회에서 들은 넘버들도 괜찮아서 사뭇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 작품...

스토리도 그렇고, 인물도 그렇게 참 밋밋하다.

물론 임태경의 노래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가 노래를 부르면 뭐가 됐든 한순간에 귀가 집중되는것도 여전했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부드럽고 올라가는 고음도 여전히 스윗했고,

연기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데 뭐지?

뭔가 이 미묘한 불협화음은????

"ㅅ" 발음의 "th화"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고

간혹 한지상스러운 허세도 느껴져 개인적으론 좀 곤혹스러웠다.

그래도 오랫만에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조세핀은 캐릭터도 낭비고, 배우도 낭비다.

개인적으론 "정선아 활용의 나쁜 예"로 기억될 것 같다.

무대 연출도 엔딩의 대관식 장면에 물량공세를 퍼부은것도 옥의 티다. 

임태경의 망토를 두르고 나오는데 웅장하고 멋지다는 생각보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머, 저 언니 파마 엄청 잘 나왔네...."

남성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한 마담이 앞에 서있어 깜짝 놀랐다.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같기도 하고...

주위에서 임태경을 향해 눈으로 하트를 뿅뿅 날리는데 나 혼자 그 장면에서 빵 터졌다.

(물론 속으로만... )

차라리 조세핀에게 나폴레옹이 직접 왕관을 씌우고 끝냈으면 좋았을것 같다.

그러면 victory in my mind도 중이적으로 느껴졌을텐데...

 

솔직히 이날 공연에서 제일 눈에 들어온 캐릭터는

아이러니하게도 나폴레옹도 조세핀도 아닌 달레랑과 앤톤이었다.

정상윤 탈레랑은 가발이 많이 안습이긴 했지만

연기도, 노래도, 해설자의 역할로도 손색이 없었다. 

기세중은 팬텀싱어 말고 진짜 무대에서 본 건 처음이었는데 딕션도 좋고, 노래도 시원시원하게 잘하더라.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 ^^

그런데 타이틀이 <나폴레옹> 이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면 좀 이상한거 아닌가????

 

넘버들도 분명 좋은데

묘하게 귀에 꽂히는 넘버는 없고

내용은 나폴레옹의 영웅성을 부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세핀과의 사랑에 촛점을 맞춘 것도 아니고,

비참한 최후에 방점을 찍은 것도 아니고...

참 애매히다.

 

혹시 내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29. 07:53

 

<데스노트>

 

일시 : 2015.06.20.~ 2015.08.15.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원작 : 오바 츠구미, 와바타 타케시 <데스노트>

각본 : 이반 멘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머피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홍광호(야가미 라이토), 김준수(엘), 강홍석(류크), 박혜나(렘)

        정선아(아미네 미사), 이종문(야가미 소이치로), 이수빈 외

제작 : 씨제스컬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지난 토요일,

뮤지컬 <데스노트>를 보기 위해 성남아트센터를 찾았다.

재미있는건,

자리 욕심이 나는 작품은 꼭 티켓팅에 망하고

자리 욕심이 전혀 없는 작품은 꼭 좋은 자리를 잡게 된다.

이 작품도 그런 이변이 발생했다.

영국 런던에서 <미스 사이공> 공연 중인 홍광호의 국내 복귀작,

그리고 엄청난 한류스타 김준수의 원캐스트 작품.

두 배우의 어마무지한 팬덤의 활약(?)이 충분히 짐작됐기에 애초부터 좌석에 대한 기대는 싹 버렸었다.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홍광호도, 김준수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들이 아니라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예매를 했는데 소위 말하는 꿀자리가 손에 들어왔다.

(암튼 뭐 대략 그랬다는거다.)

공연장에서 깜짝 놀랐던건 앞좌석을 점유하고 있던 김준수의 일본팬들이었다.

광클로 유명한 한국인들도 예매하기  쉽지 않는 좌석을 일본분들이 도대체 어떤 신기술로 예매했을까 신기해했는데

한류스타 공연을 대신 예매를 싸이트인지 서비스인지가 있단다.

(가격대가 일반예매보다 훨씬 비싸다고...)

본진의 위대함과 팬덤의 위대함이 만나니 정말 불가능이 없구나 싶다.

뭐 항간에는 100만원이 넘는 암표도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소문이... 

(암튼 뭐 또 대략 그렇다는거다... ^^).

 

작품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또 보고 싶다까지는 아니어서 가지고 있는 주말표를 놓을까 고민중이다.

스토리는 역시나 원작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고

그 좋은 정선아 배우가 병풍같은 존재감인건 영 아쉽다.

미친 성대 홍광호와 김준수의 듀엣은 기대보다 폭발력이 상당하더라.

홍광호가 무대에서 듀엣을 부를때면 다른 배우의 목소리를 가차없이 잡아먹어 버리는데

(볼룸 조절이 안된다는게 홍광호의 가장 큰 단점)

이 작품에서는 김준수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더라.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 것 같고,

구부정한 어깨와 성큼성큼한 걸음걸이,

양쪽 다리를 벌리고 앉을 때 까치발을 세우는 모습과 손동작 등의 디테일에 신경쓴게 역력하다. 

다만 엘의 분장이 심하게 약쟁이 같아서...

 

 

개인적으론 홍광호 라이토 보다는 박혜나 렘이,

박혜나 렘 보다는 김준수 L이,

김준수 L보다는 강홍석 류크가 훨씬 더 눈과 귀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그런 말도 하더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신이라고...

렘 박혜나의 저음은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었고 듀엣도 솔로곡도 음색과 너무 잘 어울렸다.

강홍석은,

다섯 명의 인물 중 원작과 가장 근접한 싱크로율을 보여줬고

어느 누가 보더라도 류크 그 자체라고 하겠더라.

(일본판 류크는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던데...)

노래도, 딕션도, 표정도 정말 좋았고 몸의 표현은 그야말로 끝이더라.

 

좌우 돌출 무대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무대는 좀 윃했고

사람 이름이 나오는 부분에서

어느 장면은 일본어고, 어느 장면은 한글이라 이건 뭔가 싶더라.

(별 거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돌출무대 덕분에 홍광호와 김준수의 듀엣곡 "비밀과 거짓말" 장면에서 기현상을 목격했다.

홍광호의 팬덤도 수적으로 상당한 편인데

객석 대부분이 김준수가 서있는 왼쪽 돌출무대로 고개를 향하고 있더라.

단체로 미어캣으로 빙의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김준수라는 아이돌의 인기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정말 제대로 실감했다.

(살짝 공포감 비슷한걸 느꼈더랬다...)

 

인간을 미어캣으로 만드는 팬덤의 세계.

그게 데스노트에 이름 적히는 것보다

나는 몇 갑절 더 무섭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30. 08:22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또 다시 <드라큘라>다.

류정한 드라큘라에 이어 바로 다음날 본 김준수 드라큘라.

일부러 다른 배역 캐스팅도 완전히 반대로 선택했다.

류정한- 조정은 - 카이

김준수 - 정선아 - 조강현

개인적으론 이 조합들이 음색도, 연기적인 면도 서로 더 잘 맞는 것 같다.

전자는 상당히 클래식하고 섬세하면서 아주 은밀한 유혹이 느껴지는 조합이고

후자는 괴기스럽고 파워풀한 관능이 느껴지는 조합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

김준수 공연회차는 엄청난 티켓파워로 이해 할인율도 전혀 없어 소박한 4층 자리를 예매했다.

이날도 4층까지도 외국인들이 꽤 많아 보여 JYJ의 위력을 절감했다.

처음 그의 <모차르트>에 출연 소식을 들었을때만 해도 티켓팔이 연예인의 등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누가 뭐래도 한 편의 작품을 온전히 채워내는 어였한 배우가 됐다.

그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행스러운건 현재까지 뮤지컬배우로서 김준수의 행보는 꽤 성실하고 꾸준하고 발전적이었다.

그래서 좋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보고 싶었다.

(4층 2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단 오페라글라스 동반은 필수!) 

 

김준수 드라큘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준수스럽게 잘한다.

류정한과는 넘버해석도, 연기도, 전체적인 표현도 완전히 다르다.

"Fresh Blood'는 <J&H>의 하이드만큼이나 파워풀하고 괴기스럽고 거칠다.

아직 배우로서 감성적인 부분이나 섬세한 표현엔 약하지만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힘과 소리는 제대로 컨트롤한다.

무엇보다 배역에 푹 빠져있는게 그대로 보여서 믿음이 갔다.

저음이 약해 "She"나 "Life After Life"의 시작부분이 임펙트가 없긴하지만

2막 마지막 넘버 "The longer I live"는 선택에 대한 번민과 아픔이 충분히 느껴졌다.

죽는 장면도 두 드라큘라의 느낌이 참 다르더라.

류정한 드라큘라가 "날 구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사랑해요."의 느낌이라면

김준수 드라큘라는 "잘했어요. 이제 그대 세상으로 돌아가요!"의 느낌.

같은 캐릭터가 연기하는 배우에 의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참 흥미롭다.

정답은!

당연히 없다.

 

뭐랄까 김준수 드라큘라에게는 전체적으로 묘한 신비감이 있더라.

분장도 그렇고, 표정과 움직임도 그렇고...

그래서 반헬싱과의 대결 장면도 환상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노래를 부를때도 템포를 일부러 느리게,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가면서 부르는데

그게 드라큘라의 시간과 속도는 세상의 속도와 무관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꽤 좋았다.

정선아 미나와의 듀엣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공개된 뮤비보다 느낌이 훨씬 더 좋더라.

그리고 정선아 미나는 역시 카이의 클래식한 목소리보다는 조강현의 살짝 쎈 음색과 훨씬 잘 어울린다.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온 조강현은 예전에 비해 딕션이 좀 무너졌고,

ㅅ발음의 혓소리도 상당히 강해졌다.

정선아와 조강현 조합은 둘 다 센편이라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이틀 연속 드라큘라를 관람한 결과!

개인적인 취향은 확실히 결정됐다.

류정한 - 조정은 - 카이.

아마도 앞으로의 관람은 주로 이 조합이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2. 07:52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드디어 <드라큘라>를 봤다. 그것도 류정한 첫공을...

프랭크 와일드 혼과 데이비드 스완, 그리고 류정한.

이 세 사람만큼 소위 잘 먹히는 조합이 또 있을까?

류정한 벰파이어라...

드디어 온갖 캐릭터를 섭렵하고 벰파이어로 또 다시 정점을 찍게 되려나? 

아주 도도하고 관능적인 드라큘라를 보게 될 것 같은 기대감.

그의 고급스런 목소리로 듣게 될 "Fresh bood"와 "Life after life", "The Longer I Live"가 정말 너무 궁금했다.

혼자 미리 그려본 그림만으로도 기대감은 충분히 올려갔다.

음색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연기력도 그렇고.

아주 클래식하면서 도발적인 작품이 탄생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첫공을 본 느낌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고 엄하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일단 류정한 드라큘라와 정선아 미나의 조합은

음색도, 연기도, 전체적인 조화도 생각보다 훨씬 더 어울리지 않았다.

루시같은 미나. 아주 도발적인 미나랄까?

정선아는 아무래도 지고지순한 역는 살짝 비켜가야할 듯.

애절하고 간절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특히 "Please Don’t Make Me Love You"가 깊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루시를 정선아가 했다면 배우도, 배역도, 작품도 훨씬 잘 살았을 것 같은데...

게다가 정선아 루시는 카이 조나단과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더라.

미나에게선 루시가, 조나단에게서는 미나가 느껴져 혼자 혼란에 빠졌다.

조나단이라는 역할 자체는 카이와는 아주 잘맞았고 

조나단의 넘버도 카이의 음색과 아주 잘 어울렸다.

"Before The Summer Ends"는 참 애잔하더라.

1막의 상반신 노출장면 때문에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카이의 얼굴이....

(솔직히 너무 많이 빈해보이더라..)

 

문제의 드라큘라.

데이비드 스완은 왜 드라큘라를 이렇게까지 찌질하게 만들었을까?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안다는 연출가인데 적어도 이번만큼은 살짝 비켜간 모양이다.

한국인이 비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극에 찌질함이 가미되는건 정말이지 극도로 싫어한다.

거부하지 못한 강한 매혹과 신비스런 공포가 느껴져야 하는 드라큘라가

마치 엄마를 잃은 아이같이 너무 징징댄다.

특히 울며불며 미나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기차역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전혀 매칭이 안된다.

(소위 말하는 민폐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개리올드만 주연 <드라큘라> 매니아라 비교를 자꾸 하게되는데

영화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이 영화 강력 추천한다.

 아주 매혹적이고 은밀하고 아름답고 도도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은 참 좋았다.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초반엔 너무 징징거려 거부감이 있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류정한 특유의 애절함과 간절함이 가슴 속으로 빠고 들었다.

"The Longer I Live"는 나조차도 온갖 고민에 사로잡히게 만들더라.

아쉬움이 있다면 "Fresh bood"이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달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찌질한게 문제지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이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4중 텐테이블 무대와 바닥으로 쓰러지는 관은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플라잉신은 솔직히 낚시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득한 높이이긴 했겠다.)

그리고 다른 배역들은 다 괜찮은데 유독 드라큘라 의상이 참...

꼭 그렇게까지 "I'm Dracula"스러운 복장이어야 했을까???

중세시대 백작의 러블리한 모습까지 꼼꼼히 챙겨주시고...

개인적으론 아주 덴디하거나 모던한 의상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건,

프랑크 와일드 혼도 그렇고 데이비드 스완도 그렇고

자신들의 과거 작품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는 거다.

이 작품도 기시감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

뮤지컬 넘버는 프랑크 와일드 혼의 전작들이 전부 소환됐고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의 적작들이 여기저기 출몰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번안은 도대체 누가 하셨는지...

대사 번안은 그런데로 괜찮은데

넘버 번안는 너무 심하게 꾸역꾸역 밀어 넣었더라.

단어나 문장도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감수를 조금 더, 여러 명이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솔직히 이 작품.

현재까지는 "와! 좋다~~~~"는 아니다.

일단 류정은, 조정은, 카이 조합으로 한 번 더 봐야 분명히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미나의 이미지는 딱 "조정은"이다.)

이 세명의 클래식한 조합을 보게 된다면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거라고 생각된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8. 07:44

<Jesus Christ Superstar>

일시 : 2013.04.26. ~ 2013.06.09.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이 작품, 정말 기다렸다.

2004년 11월에 푹 빠져서 본 후에 무려 9년 만의 관람이다.

그때 이 작품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임펙트가 강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을 주축으로 박완규, JK 김동욱이 예수와 유다로 분했었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지방투어까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지킬 앤 하이드>와 이 작품 덕분에 나 또한 공연관람이라는 몹쓸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 두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부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진실로 진실로, 진심이다!)

  

예수가 십자가가 못박히기 전 7일간의 행적을 담은 이 작품은,

파격과 경이, 그리고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리가 아는 기독교적인 신의 아들 예수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진 예수의 모습과

배신을 강요당한 유다의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절망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받았던 충격은

종교와 믿을을 뛰어넘은 그 무엇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1971년 미국에서 초연됐을 때도 그 반향이 엄청났단다.

예수를 "슈퍼스타"라 지칭한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신성모득이라며 데모를 일으키고

심지어 일부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이 곡 자체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단다.

이게 일종의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발휘했는지 작품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 작품만큼 원작에 수정이 가해진 작품도 드문 걸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경기도 공연 첫 날에 마지막 장면을 자체 수정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마도 예수의 부활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다 RUG의 반발로 다시 원상복귀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4년도에 이 작품을 여섯 번 정도 관람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앙상블의 파워에 엄청난 감동을 느껴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만들어낸 "The Temple"과 "Make Us Well"은 엄청났다.

특히나 "Make Us Well"은 바닥에서 병자들이 예수를 향해 한 명씩 기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었다.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주는 공포는 생생하다)

이 작품은 나에게 참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모든 장면들이, 심지어는 김문정 지휘자의 손끝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다.

가야바 최병광의 땅을 파고드는 엄청난 저음도,

안나스 주성중의 찌르는듯한 날 선 고음도,

이연경과 유미의 조심스럽던 마리아도,

빌라도 김법래의 묵직한 저음과 조상원의 천진난만한 헤롯도 다 기억난다.

락커 박완규의 엄청난 허리꺽기와 JK 김동욱의 웅웅거리던 불분명한 딕션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인 2007년에 다시 공연됐을 때 관람하지 않았던 건,

캐스팅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다.

그래선지 이번 공연이 개인적으론 너무 반가웠다.

게다가 마이클리와 박은태, 윤도현, 한지상, 정선아가 캐스팅됐단다.

두말할 필요없이 "Must See!"하기에 충분했다.

 

박은태 지저스는,

얼굴과 표정, 액팅이 참 비장하고 거룩하고, 좋은 의미로 고집스러웠다.

워낙에 고음이 좋은 배우라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상하게 고음으로 갈수록 목소리톤이 더 가늘어져서 오히려 여성스런 느낌이 강했다.

특히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 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 죽이소서! 지금 내 맘 변하지 전" 이 부분의 표현은 좋았다.

원망섞인 체념과 누구도 꺽을 수 없는 확고한 신념이 느껴져서...

그리고 이 부분부터 박은태의 지저스가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39번의 채찍질과 십자가 처형 장면은 본인도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겠지만

보는 나도 너무 많이 힘겨웠고 섬득했다.

(이 작품을 하루에 2회 공연한다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뮤지컬배우 박은태.

정말 기이하다!

매번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때마다 정말 잘할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기대만큼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가 못한다는 건 아닌데 여전히 인물보다는 박은태가 더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엘리자벳>의 "루케니"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건 박은태가 뮤지컬배우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유다로 돌아온 윤도현은 이날 공연의 진정한 갑이었다.

개인적으론 역대 최고의 유다라고 말하고 싶다.

딕션과 연기, 표정도 너무 좋았고 넘버 소화력도 정말 엄청났다.

아마도 정재일 음악감독의 편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한 유다가 아닐까 싶다.

(편곡자 정재일에게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선아 마리아와 조권 해롯도 좋았다.

특히 조권은 등장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정말 짧은데

그 짧은 장면을 완벽하게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헤롯타임이 아니라 완벽한 조권타임!

게다가 자신에게 시선이 쉽게 가지 않는 39번의 채질질 장면에서도

무대 제일 위에서 열심이 연기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특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헤롯처럼 임팩트가 강한 역할을 자신의 첫 뮤지컬로 선택한 조권은,

확실히 영리한 아이돌이다.

 

개인적으로 2004년과 비교해보면,

무대와 조명, 편곡은 지금이 훨씬 좋았고

번역과 앙상블은 2004년도가 훨씬 좋았다.

가사의 일부를 영어 그대로 사용한 건 나쁘지 않았는데

번역 자체가 좀 투박하고 라임에도 잘 맞지 않는다.

쏭스루 뮤지컬인데 가사가 너무 성급하거나 느리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빌라도 지현준은 딕션이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고

39번의 채찍장면에서는 예수보다 본인이 훨씬 더 괴로워하면서 바닥을 기어다녀서(?)

시선을 산만하게 분산시킨다.

가야바, 안나스는 사실 좀 참혹한 정도였다.

최병광의 비현실적인 저음과 주성중의 간교한 고음이 참 많이 그리웠다.

2막 첫 장면에서 최후의 만찬 장면이 좀 상징적으로 변한 것도 조금 아쉽다.

2004년도에 예수와 유다가 긴 테이블위에서 서로 대적하는 장면을 꽤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유다와 앙상블의 "Superstar"도 느낌이 확 달라졌다.

예전엔 쇼걸같은 천사들이 검은 옷과 흰옷을 나눠입고 무더기로 나와 쇼뮤지컬같은 느낌을 줬었는데

지금은 도입부분은 유다와 4명의 뽀글머리 코러스걸이 나와서 약간 코믹하게 변한 것 같다.

2004년도에 이 장면이 주는 파격적인 표현과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선지 유다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  

 

이번 무대세트는 삭막하고 극도로 건조한 사막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다.

(2004년도에 웅장한 성곽을 느낌의 무대 셋트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이지나 연출.

그녀의 작품에서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첫장면부터 시작해서 <바람의 나라> 오마주를 여러번 목격했다.

솔직히 이게 이지나가 그렇게 연출을 시도한건지,

아니면 워낙에 수정을 꺼려하는 RUG라 오리지널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올 해 <JCS>가 다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혹시라도 실망을 하게 될까봐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기대중인  마이클리 예수로 두 번의 관람이 아직 남아있다.

마이클리가 보여줄 예수!

이번 주말에 드디어 확인할 수 있다.

 

좀 설랜다.

사실은 아주 많이...

 

 

 

Act I.
1. Overture
2. Heaven On Their Minds (유다)
3. What`s The Buzz (지저스, 마리아, 제자들)
4. Strange Thing, Mystifying  (유다, 지저스, 제자들)
5. Everything`s Alright (지저스, 마리아, 유다, 제자들)
6. This Jesus Must Die (가야바, 안나스, 앙상블, 사제들)
7. Hosanna (가야바, 지저스, 제자들, 군중)
8. Simon Zealotes (시몬, 제자들)
9. Poor Jerusalem (지저스)
10. Pilate`s Dream (빌라도)
11. The Temple/Make Us Well (지저스, 상인들, 환자들)
12. Everything`s Alright - Rprise (마리아, 지저스)
13.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마리아)
14.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제들, 사자들)

Act II.
15. The Last Supper  (유다, 지저스, 제자들)
16. Gethsemane- I Only Want To Say (지저스)
17. The Arrest (유다, 지저스, 베드로, 제자들, 가야바, 안나스, 군중)
18. Peter`s Denial (베드로, 마리아)
19. Pilate and Christ (빌라도, 지저스, 안나스, 군중)
20. King Herod`s Song (헤롯)
21. Could We Start Again, Please? (마리아, 베드로, 앙상블)
22. Judas` Death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자들)
23. Trial Before Pilate / 39 Lashes (빌라도, 가야바, 안나스, 지저스, 군중)
24. Superstar (유다, 코러스걸)
25. Crucifixion (지저스, 앙상블)
26. John Nineteen; Forty - One 요한 19장 41절 (오케스트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4. 26. 08:19

<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지난 2월 관람할 때 마지막 관람이라고 작정했었다.

그런데... 참 이 작품은 쉽게 외면되지 않는다.

뮤지컬 넘버도 환청처럼 자꾸 귀에 들리고,

장면들과 대사들, 스토리도 자꾸 아른거려 자체 막공이라는 다짐을 어기고 또 다시 디큐브를 찾았다.

이러면 안 되는건데...

그래도 다행인 건 인터파크 굿모닝티켓으로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했다.

(이거 아니었으면 다시 보긴 힘들었을 것 같다.)

<아이다>는 꼭 이층에서 봐줘야한다는데 지금껏 관람이 다 1층 맨 앞이었다.

그러고보니 매번 배우들의 발이 댕강 잘린 상태에서 봤다.

그래서 이번에 일부러 2층 맨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캐스팅은 두번째 관람때와 동일한 캐스팅!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스팅 조합이다.)

 

오랜 공연기간 때문인지 배우들의 피로도가 증가했다

소냐 아이다의 장점인 폭발적인 가창력 역시 충분히 터지지 못했고

"Dance of the rob"은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좀 답답했다.

그래도 "Easy as life"은 힘을 완전히 빼고 부르니까 더 간절하고 애절했다.

라다메스 김준현은 후반부로 갈수록 목소리가 많이 갈라졌고

중간에 대사 실수도 두어번 있었다.

전체적으로 긴장감은 확실히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람이 좋았던 건,

인물에 대한 집중도과 몰입도가 훨씬 더 편안하고 깊어졌다는 데 있다.

이건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과 느낌의 문제다.

뮤지컬 배우 김준현과 소냐를 보고 있으면

작품 속 주인공 라다메스와 아이다에 대해 그들이 각별한 감정과 애정이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의 "Elaborated live"는 늘 그랬듯 참 좋았다.

1막의 라다메스가 시작하는 "Elaborated live"는 2층에서 조명과 함께 보니까 이쁘면서도 아주 관능적이었다.

<아이다>는 꼭 2층 맨 앞에서 봐줘야 한다는데 그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다.

엄청난 조명이고 엄청난 무대다.

빨래터와 시장, 천막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2층에서 보니까 확실히 멋있다.

"Anther pyramid"도 절도있는 군무와 조명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앙상블은 매번 감탄을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아이다의 넘버 중 한 대목을 진심을 담아 이들에게 헌정하고 싶다.

"내 몸은 찢겨져도 내 영혼 불타올라!"

(당신들! 정말 최고다!)

 

정선아 암네리스의 "My strongest suit"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꼽을 장면일 것 같고

성기윤 조세르의 느낌도 참 좋다.

야비하고 비열하면서도 완벽한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그런 존재감.

성기윤의 악역은,

정말 너무 멋있다!

"Like father, like son"의 팽팽함도 확실히 성기윤에게서 비롯된다.

표정과 말투, 톤까지 딱 조세르의 포스다.

두번의 관람에서 모델포스를 풍기는 김준현의 비쥬얼에 많이 놀았었는데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니 의상교체가 상당하다.

아마도 암네리스보다 더 많은듯.

그런데 그 옷들 전부가 정말 너무 잘어울린다.

(이 정도면 비인간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처음엔 라다메스가 상당히 마초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이 남자 점점 순수한 본성쪽이 부각된다.

세번째 관람에서는 젊은 순수의 절정을 목격한 느낌이다.

환생에 대한 희망을 저절로 꿈꾸게 한다.

그래선가?

두 사람이 박물관에서 서로 알아보는 앤딩은 살짝 아쉽다.

관객입장에서 두 사람의 시선을 감지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딱히 생각하고 있는 앤딩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다>

마지막 관람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서운하고 아쉽다.

<아이다>는 내겐 항상 특별한 작품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돌아오면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또 보게 될거다.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마지막 대사가 그대로 내 마음이다.

캄캄한 석관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두 사람.

또 다른 세상이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라다메스의 말에 아이다가 묻는다.

"그 세상에서도 절 찾으실 건가요?"

라다메스가 답한다.

"수백번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꼭 찾을거야, 아이다!"

 

나도 그래... 아이다!

나도 널 꼭 찾을거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17. 08:28

<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2005년 LG 아트센터 초연.

2010년 성남아트홀 120회 원캐스팅 공연.

그리고 2012년 <아이다>의 세번째 라이선스 공연이 시작됐다.

초연때부터 싱크로율 100%라는 말을 들었던 소냐가 드디어 <아이다>로 분했다.

(미안하지만 차지연 아이다는 일단 내 관심에서 벗어났다.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다지만 그래도 여전사같은 체격이 관객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좀 힘들다.

 그리고 모든 노래를 끈쩍끈쩍하게 꾹꾹 눌려 부르는 그녀 특유의 방식도 개인적으론 좀 별로다.)

게다가 일본 사계에서 라다메스를 했던 김준현까지...

공연 전부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다.

엘튼 존의 멋진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다니...

 

소냐 아이다.

일단 라다메스 김준현과 나란히 섰을 때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다.

이 사랑스러움은 아마도 김준현의 탁월한 기럭지 때문에 가능하리라.

(정말 역대 최고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라다메스다.)

캐스팅 발표후 소냐 스스로의 각오도 남달랐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니 역할에 임하는 태도와 집중력이 엄청났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게 그게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거다.

누비아 공주 아이다가 부각되는 게 아니라

아이다를 훌륭하게 연기하는 소냐의 비장함과 각오가 자꾸 보여서...

1막에서 라다메스가 떠밀려 파라오가 돼야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말할 때

아이다가 초등학생을 꾸짖듯 라다메스를 다그치는 장면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소냐의 아이다 표현은 참 좋았다.

한 나라의 공주에서 한 남자의 여자로 변하는 과정을 참 꼼꼼하게 잘 해석하고 표현한 것 같다.

아쉬운 건 노래뿐만 아니라 대사를 할 때도 숨소리가 너무 많이 들린다는 거.

소냐의 공연을 볼 때마다 항상 의아했다.

호흡이 짧은 것도 아니고, 성량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숨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까?

대사전달력도 좋고, 넘버 소화력도 참 좋은데

숨소리가 너무 커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건지도...)

김준현 라다메스!

이석준, 이건명, 김우형과 정말 다른 라다메스다.

개인적으로 김준현이 표현하고 보여준 라마메스가 참 마음에 든다.

초반엔 좀 깐죽거리고 능글능글한 마초같은 이미지였는데

(1막 중반까지 라다메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한 때 콱 쥐어박고 싶어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한 여자를 사랑하는 확고한 남자의 모습으로 확 바뀐다.

노래가 불안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력과 이력이 있으니까 중반부를 넘어서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거란 생각이 든다.

김준현 라다메스는 앞자리에서 보는 걸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그 느물느물한 표정과 동작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다만 신체조건이 워낙에 좋아서 그런지 의상이 바뀔 때마다 순간 런웨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라다메스의 의상이 이렇게 눈에 잘 들어오긴 처음이다! (와우~~~)

이건 뭘 입어도 그냥 모델 필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my strongest suit다.

그래선지 "elaborate lives"의 느낌도 너무 좋다.

(노래까지 좋았으면 정말 금상첨화였을텐데... 좀 기다려보자!)

 

정선아 암네리스는 뭐 말이 필요없고.

(그런데 살이 좀 많이 붙은 것 같다)

노래는 예전보다 조금 약해졌지만 연기적인 표현력을 훨씬 더 좋아졌다.

아이다가 공주에서 여자로 변할 때

암네리스는 여자에서 공주로 변하게 되는데

이런 감정과 상황의 변화를 예전보다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I know the truth" 가 더 의미심장하고 아프게 느껴졌다.

(사실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이 암네리스 공주 아닌가 말이다!)

이정열 조세르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약했다.

일부러 노래를 그렇게 부른 건지, 아니면 컨디션이 별로였던건지 좀 모호하다.

권위적인 야심가가 아니라 아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아버지 같다.

결혼식 장면에서의 의상은 살짝 어머니 같기도 하고... ^^

박철완 메렙도 나쁘진 않았지만

워낙에 김호영의 이미지가 강해서 지워내기가 솔직히 힘들긴 하다.

 

디큐브아트센터는 처음 가봤는데 무대가 성남보다 작아서 좀 갑갑한 느낌이다.

음향이 좋다는 후기가 많아서 기대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음향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주연배우 소냐는 공연 중에 마이크가 여러번 문제를 일으켰고

전체적인 음향도 그렇고 배우들의 소리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좀 작게 느껴져 웅장함이 덜했다.

그래선지 "another pyramid"도 조명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성남아트홀보다는 덜 역동적이었다

수영장 장면에서 엎드려 있던 뜬금없는 마네킹(?)은 좀 안습이었지만

이어지는 패션쇼 장면은 언제봐도 정말 감탄이다.

네헤브카의 중요한 대사 "내가 아이다다'는 비장함과 결의가 묻혀버렸지만

전체적으로 앙상블의 열정은 대단했다.

여자 앙상블은 정말 민망하게 앙상한 몸이던데...

 

참 묘한 건,

<아이다>는 눈 앞에서 보고 있을 때보다

보고 난 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그 느낌이 훨씬 더 깊고 애절해진다는 거다.

따지고보면 참 황당한 이야긴데...

그저 단지 이야기일 뿐이데...

아이다!

정말 every story가 love story라는 게 실감난다.

 

* 박칼린이 <아이다>에 갖는 깊은 트라우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21. 08:14

<쌍화별곡 (Song of Two Flowers)>

시 : 2012.09.11. ~ 2012.09.30.

장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출연 : 김다현, 박완 (원효) / 김호영, 김순택 (의상)

        정선아, 이진희 (요석공주, 선묘낭자)

        정영주, 이성훈, 이종성

대본 : 이희준

작곡 : 장소영 

작가 : 이희준

연출, 안무 : 이란영

무대디자이너 : 오필영

제작 : 핀엔터테인먼트

 

연극 <꿈>에 이어 또 다시 원효와 의상 이야기다.

그리고 또 김다현이다!

갑자기 배우 김다현의 작품욕(?)이 범상치 않다.

<M.Butterfly>, <라카지>에 이어 <쌍화별곡>에 연달아 출연중이고, 이 작품 지방공연(대구, 부산)이 끝나면 또 다시 곧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락 오브 에이지>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쉼없는 행보다.

확실히 군대를 가기 전과 후의 김다현은 좀 달라졌다.

뭐랄까, 조금 더 과감해지고 조금 더 강해졌다고 할까?

꽃다현이라는 이미지때문에 은근히 배역에 한계가 있는듯 했는데

지금은 그걸 많이 깨고 있는 중인것 같다.

무대를 책임지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배우로 열심히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동안은 배우 김다현이 표현하는 다양하고 광대부면한 캐릭터를 기대해도 돼지 않을까?

(진보적인 진화는 항상 아름답다,)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창작된 뮤지컬 <쌍화별곡>

이 작품은 서병구와 함께 뮤지컬 안무의 쌍두마차로 활약중인 이난영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그래서 작품에 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1막 첫 장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신라 화랑들의 군무장면 말고는 눈을 확 끌어담기는 안무는 없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불의 검>이 많이 생각났다. 왜일까?)

음악은 "나가수"로 더 유명해진 장소영이 맡았다.

어찌됐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개인적으로 장소영의 뮤지컬 작곡 실력은 뛰어나다.

"형제는 용감했다"나 "피맛골 연가"처럼 이 작품도 뮤지컬 넘버들이 다양하면서 재미도 있다.

오히려 왠만한 후크송보다 금방 귀에 담기고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희준의 가사도 참 좋다.

그리고 무대와 조명, 의상 빼놓을 수 없겠다.

요근래 본 창작 뮤지컬 중에서 제일 괜찮은 무대 구성과 장치였다.

이런 경우가 참 애매해진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내서 보면 괜찮은데

이게 한 곳에 모이면 이상하게 뭔가 조화가 살짝 어긋나는 느낌!

김다현도 다분히 라카지의 앨빈 느낌이 중간중간 강하고 들고

노래와 진행방식은 어쩐지 "피맛골 연가"와 "불의 검"을 떠올리게 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눈여겨 봤던 김순택의 모습을 오랫만에 무대에서 확인한 것도 개인적으론 즐거움이었다.

지금 약간 슬럼프인것 같은데 이 작품이 바닥을 차고 일어선느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연기가 노래를 따라가지 못해서 늘 안스러웠는데

의상역에서는 그래도 가능성이 보여준 것 같다 다행이다.

정선아는 좀처럼 실망이라는 걸 시키는 않는 배우라는 걸 또 다시 확인시켜줬고

노래가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겼다.

오랫만에 무대에 선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 이성훈은 솔이 역과 설총역을 또 너무 기막히게 잘 해줬다.

빌리때로 생각했지만 이 녀석 참 대단한다.

이 녀석이 무대 배우를 계속 하게 된다면 아마도 범상치 않게 크지 않을까?

아이인데 어른 찜쩌먹을 만큼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한다.

그리고 노래도 빌리때보다 훨씬 더 잘 불러 놀랐다.

이 녀석의 미래...

많이 기대된다.

그런데...그런데...

유니버설 아트센터 2층의 음향은 정말 최악이다. 

대략 난감에 할 말이 없다. 

 

극을 너무 가볍게 끌고 간 게 조금 아쉽다.

좋은 뮤지컬 넘버들이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 때문에 오히려 빛을 잃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깨어있으라", "새벽이 오네", "일체유심조, "무애가", "그 누가 위로해주나", "금강삼매경론"

생각나는데로 꼽아봐도 좋은 넘버가 이렇게나 많은데...

뭐랄까?

개인적으로 <피맛골 연가>보다 느낌이 훠~~얼~~씬 좋아서 그래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원효와 의상, 

신라시대의 지성이었다는 두 사람의 고민과 우정 꿈이 보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성애 느낌이 강해서 당황스럽다.

(다분한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됐으면 좋겠는데...

song through musical의 장점만을 더 부각시키고

너무 과하게 산재되어있는 코믹 요소들을 과감하게 쳐내면 좋겠다.

넘버가 너무 아깝다...

이 작품이 어떻하든 잘 살아남아서 정말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 작품이

깨어있어 차갑고 단단한 겨울밤을 뚫고 새벽을 맞이할 수 있길...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살아있는 날 결코 길지 않으리니.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문득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도

깨어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1. 00:04

<연애시대>

부제 : 헤어지고 다시 시작된 그들의 연애
일시 : 2011.09.23. ~ 2011.12.31.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출연 : 김영필, 주인영, 이상혁, 김나미, 정선아, 김태근
원착 : 노자와 히사시
각색 : 김효진
연출 : 김태형


요즘은 연극이 참 좋다.
점점 가벼워지고 코믹해지면서 엄청난 물량공세와 스펙타클한 무대효과에 힘을 쏟는 뮤지컬에 눈이 피곤했나보다.
지금 현재도 기대했던 뮤지컬 <엘리자벳>의 가격대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중이다.
VIP석을 넘어 생전 듣도 보도 못한(이런걸 듣보잡이라고 해야하나?) D-class라는 좌석이 탄생했다.
가격은 무려 15만원!
그것도 금,토,일 주말에는 16만원이란다.
이제 대작 뮤지컬은 돈 좀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상류층의 진정한 귀족문화로 탈바꿈하려나보다.
항간에는 D-class의 "D'가 대박의 준말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불매운동 하자는 말도 있고...
(EMK의 엄청나게 창의적인 high-class 정신에 경의흘 표하는 바이다)
어쨌든 샛길로 빠지긴 했지만 점점 뮤지컬을 본다는게 여러모로 무서워진다.



연극 <연애시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었다.
본 적은 없지만 꽤나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권으로 된 소설은 꽤 오래전에 읽었다.
원작자 노자와 히사시는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TV 미스터리 극본가였다.
투박하고 뭉뚝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감성적이고 세심한 글을 썼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더이상 그 이유를 알 길은 없어졌다.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기이기도 한 그가 2004년 6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에...
뭐가 그를 못견디게 했을까?
로맹 가리처럼 문학적으로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버린건가?
글쓰는 사람의 죽음, 특히 그게 스스로 선택한 자살이라면.
어쩔수없이 명치끝이 오랫동안 묵직해진다.
이런 연애시대를 꿈꾼 사람이 왜?



도망치는 남자 리이치로(김영필),
그리고 싸우는 여자 하루(주인영).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그 아이는 살아서 태어나지 못했다.
아기가 사산된 날, 남편은 아내 곁을 지키지 않았다.
(사실 남편은 그날 밤 사산된 아이와 함께 있었지만 아내는 그 사실을 모른다)
도망친 남편때문에 아내는 싸우게 됐을까?
남편은 아내와 싸우지 않으려고 도망쳤을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리고 속마음을 숨기면서 서로에게 끝없이 빈정대면서
다시, 아니 계속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서로를 지켜보고 바라본다.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너그럽게 서로를 배려하게 된 두 사람.
이런 줄거리... 사실 신물 제대로다.
하지만 이 연극은 그렇지 않다.
절대 신물 따위 나지 않는다.
두 시간동안 푹 빠져서 이 신물나는 뻔한 신파를 나는 아름답고 황홀하게 지켜봤다.
연출, 배우, 무대, 극의 전개가 전체적으로 잘 짜여졌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몰입이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랫만이다.
6명의 등장인물이 이렇게 완벽하게 무대를 채우는 모습을 목격한 건!
마치 2인극에서나 가능할 그런 집중력이고 몰입이다.
이 연극.
괜찮다. 따뜻하고 다정하다.
툭툭 치고 받는 대사들도 살아있다.
주인공 김영필, 주인영이 11월 중순까지 공연하고 다른 팀이 들어간다기에
서둘러 챙겨봤는데 놓쳤으면 많이 아쉬웠을 뻔했다.
<뷰티플 선데이>의 정선아도, <청춘, 18대1>의 김나미도 배역에 참 잘 어울렸다.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연극배우들이 만든 꽉 찬 빈틈 없는 연극을 만났다. 
풍요로운 포만감에 온 몸이 나른해진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란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사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 것!
함께 싸우면서 그렇게 알아가면서 또 다시 싸우면서...
그리고나면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 정말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함께 늙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럴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떻게 살았든
참 제대로 살았다.

이 연극은 오래 고민중인 내게 선택을 남겼다.
고맙다.
충분히 도움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