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9. 3. 06:34
저자 만프레드 뤼츠는 독일인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 신학자다.
쾰른의 정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여가를 보내는 '브뤼케-브뤼케(다리-목발)"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단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각종 매체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다.
일단, 책은 정말 재미있다.
저자는 책을 쓰고 난 후 동네 정육점 주인에게 읽어보게 했단다.
이 말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만한 내용이란 의미다.
광기, 사이코패스, 우울증과 조울증, 정신분열증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정신병에 대한 폐해와 고통을 말한다기 보다는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옳은 말일 것 같다.
인간의 다양성 안에는 독특함이 도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너무 독특해서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괴롭다.
정확한 치료의 원인과 치료의 목적 없이 진단을 남용할 경우
평범하지 않는 독특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단정한 정상 사회의 유니폼을 입히려는 한다면
남는 것은 냉소적 결말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상"의 반대는 "비정상"이 아니라 "독특함"이란다.
"정상"이라는 의미는 그런 이유로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실 정신병보다 더 무서운 건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이란다.
만프레드 뤼츠는 이런 사람들을 "사이코패스"와 비교해서 "스탠더드패스"라는 표현을 썼다.
극히 정상적인 광기가 더 엄청난 재앙을 낳기도 한다면서
그 예로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와
몇몇의 흉악범들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누구보다도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
게다가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은
대중의 환호를 받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면 기꺼이 환호하게 된단다.
결국 그들의 손에 광기를 쥐어주는 건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서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실은 정상인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아픈 기간에만 자신이 유일한 정상인이라고 여기지만,
정상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만이 정상이라는 확신으로 거의 평생을 살기 때문이다.
심심치 않게 해외 토픽을 장식하고 있는
페리스 힐튼과 나오미 캠벨도 이 책에 의하면 극히 정상적인 정신 박약자들에 포함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정신 질환에 노출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실제적으로 통계를 봐도 그 수치는 매년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절망에 빠져본 사람은 두번 다시 준비없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단다.
아마도 자자 역시도 그런 심정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그래서 책 속에 진지한 유머를 적절하게 배치하지 않았을까?
읽고 있으면 흡사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당혹감도 만난다.
(나 역시도 다분히 우울한 사람이기에...)
이 책에는 심리치료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고 있다.
심리치료사는 일시적으로 정신적 장애가 너무 심해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힘들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연히 제1의 의사소통에 다시 가능해지면 심리치료사는 즉시 물러나야 한단다.
저자가 말하는 제대로 된 심리치료의 특징은 겸손이다.
심리치료는 다양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일 뿐 언제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면서
절대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치료법이 바로 심리치료라고 한다.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면
왜 정상적이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도 어느 정도는 상당히 위험한 인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쉽고, 재미있고
더불에 내게는 아주 많이 유용한 책이었다.
당신은 자신이 정말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의 위험성을 곧 깨닫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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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 있어 적어본다.
흔히 알콜중독자들은 자신은 절대 알콜중독자가 아니라고 우긴단다.
그럴 때 다음의 "3종 세트 감지"를 적용해보면 해답이 나온다.
1. 술 때문에 직장생활에 피해를 준 적이 있다.
2. 술 때문에 아내와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3. 술 때문에 운전면허를 정지당하거나 취소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알콜 중독의 표시는 세 가지가 있다.
1. 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욕구
2. 술에 대한 통제략 상실
3. 금단현상

자신이 여기에 전부 속한다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모두 한 번 self check 하시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22. 06:04
무한도전 "정신감정"편으로 유명세를 치른 정신과 의사 송형석이 쓴 책이다.
얼굴을 보면 아~~ 이 사람! 하고 생각할거다.
친근한 체격에 단발머리 곱게 한 아줌마같은 아저씨 (^^)
처음엔 여자줄 알았다.
(차마 아가씨라고는 도저히 말 못하겠다)
무한도전을 보지도 않았고 그 외에도 이 사람이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읽게 된 책.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마지막 장을 넘기게 해 준 책.



글쎄. 뭐 새로운 걸 알게 된 것 같지는 않다.
내용이 재미있는 것도, 글이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좀 너무 가볍게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초짜를 위한 책이었다면 골라든 내가 잘못이겠지만...
이 책보다는 김혜남의 심리학 시리즈가 개인적으로는 더 읽을만한 것 같다.
(그것도 시리즈 첫번째 책만...)

이수광의 책.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사학자다.
정사보다는 살짝 비켜간 이야기를 아주 걸판지게 풀어쓰는 사람.
난장의 신명이 느껴지는 글들을 읽으면서 옛사람처럼 나를 웃게 만들었었다.
그가 이번 이야기 꺼리로 노류장화, 해어화로 불리는 "기생"을 선택했다.
이 사람 "조선"과  "16" 참 좋아한다.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황후들>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에 이어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까지...



너무 자신의 시리즈에 빠져버린건가?
처음 읽었을 때의 신선감이 이제는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어쩐지 예전에 어디서 쓴 이야기를 다시 쓰고 있다는 느낌.
(실제로 그런 부분도 조금 있긴 하다)
예전의 글들보다 더 재미 위주로 많이 넘어간 것 같다.
물론 의외의 사실이 주는 재미는 역시 폄하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지금쯤 작가 이수광은
또 다시 조선의 다른 16가지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좀 더 재미있고 새로운 조선의 16가지 이야기를 꿈꾸고 있다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2. 29. 06:12
 <오 해피데이> - 오쿠다 히데오


 오 해피데이


오쿠다 히데오, 요시다 슈이치, 시마다 마사히코!

이 세 사람들이 바로 현재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중년 남성 작가입니다.

세 명의 작가 모두 이력이 특이하고 글 쓰는 스타일도 다르죠.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은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세 명 모두 얼마 전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이 세 명의 작가 중 가장 연장자인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오 해피데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959년 출생한 오쿠다 히데오는 기획자, 잡지 편집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으로 일하다가 불혹의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했습니다.

무림의 고수까지는 아니지만 산전, 수전, 공중전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한 셈이죠.

그의 매력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유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중그네>, <인더풀>, <면장 선거>...

이 일련의 시리즈 제목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지 않나요?

환자보다 더 정신병자 같은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육감적인 핫팬츠 차림으로 비타민 주사를 엉덩이에 힘차게 내리꽃는 간호사 마유미.

이 등장인물을 가지고 3년 동안 무려 3권의 책을 쓴 작가죠.

오쿠다 히데오의 장점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뻔뻔하게 탈바꿈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거 혹시 내 이야긴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죠.

머릿속으로 급행열차가 지나가거나, 혹은 이유없이 기분이 가라앉아 땅이라도 뚫을 기세인 사람이 읽으면 기분을 UP 시키는데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어쩐지 애들은 가~~ 애들은 가~~~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오 해피데이>는 일상의 묘한 부분(?)에서 특이한 행복감에 빠져 있는 6명의 남녀가 6편의 옴니버스 속에 등장합니다.

인터넷 경매 싸이트 옥션에 중독된 42살 전업 주부 노리코.

물건 구매자가 상품평에 좋은 말을 써 주면 그녀는 변비도 사라지고 눈가에 주름도 사라집니다. 젊어졌다는 주위의 찬사도 듣다 보니 없던 자신감도 마구 샘솟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만 있다 돌아오던 학부모 간담회에서 꽤나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을 던져 학교 관계자들을 쩔쩔매게 만듭니다. 뒤따라 이어지는 꿀 먹은 주변 아줌마들의 선망의 시선들...

옥션 아이디처럼 그녀에게 비로소 “Sunny Day"가 찾아 온거죠.

급기야 남편이 아끼는 한정판 텐테이블을 일종의 응징(?)으로 옥션에 올리기에 이릅니다.

옥션을 통해 젊음을 되찾고 자신감을 얻는 주부라...

어쩐지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고백은 정곡을 찌릅니다.

“ ...... 타인에게 칭찬받은 적이 없는 주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칭찬 하나에도 기뻐한다. 그리고 그런 충족감을 느끼고 싶어 매번 옥션에 참가하게 된다..... ”

좀 뜨끔한 부분 아닙니까?


14년 동안 근무했던 회사의 도산하는 바람에 36살 유스케는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됩니다. 다행히 아내가 결혼 전 다니던 회사에서 재취업하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유스케는 아내의 자리, 전업 주부가 되기로 결정하죠.

그런데 이 남자! 여기서 유토피아 비슷한 걸 발견합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의 도시락을 싸고, 매끼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에 빨래, 다림질까지...

집안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재미를 느끼고 더 잘하고 싶어져 요리책도 사고 일의 노하우도 하나씩 터득하고, 매일의 식사 메뉴를 생각하는 등 주부의 일상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죠.

한 입만 베어진 체 남겨진 아들의 도시락 속 반찬을 보면서 남자는 생각합니다.

“ ...... 자신이 만든 반찬이 맛없다는 것은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세상 여자들은 자신이 만든 반찬에 내려지는 심판을 어떻게 견뎌 낼까? ...... ”

성실한 전업 주부가 된 남자는 사물을 보는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죠.

비록 놀이터에서 만난 노인에게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50가지 명언>이라는 책과 함께 동정의 눈길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시선을 경험하게 하는 역할 바꾸기라면, 그리고 그 자리가 당사자에게 "happy”하다면 기꺼이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와의 별거로 혼자 남게 된 38살 마사하루는 자신의 집을 점차 남자들의 로망인 꿈의 아지트로 만듭니다.

아내는 잘 꾸며진 남편의 집을 방문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여자를 끌어들인 것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고 아내는 말하네요. 함께 산 8년의 세월에 싹 무시된 기분이었다고...

남자에게 진짜 자기 방이 필요한 것은 삼십 대가 지나서라고 책 속의 남자들은 말합니다. 번듯한 집도 있고 CD나 DVD, 오디오 세트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그걸 즐길 수 있는 내 공간이 없다는 게 서글프다는 거죠.

그런데 둥지를 짓는다는 건 또 여자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네요. 그래서 달랑 하나밖에 없는 집을 남자의 왕국으로 만들 수는 없는 거라고, 집이란 여자들의 성역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서른을 넘긴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곰곰 생각해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인데도 말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우리 집에 놀려와!”라고 말할 수 있는 아지트를 소망한다는 거.

딱 내 이야기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업 일거리를 가져다주는 10살 연하의 남자를 꿈속에 등장시켜 은밀한 즐거움을 누리다 그야말로 헛물만 켜게 된 전업 주부가 등장하는가 하면, 남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사표를 낼 때마다(아내는 그런 남편을 “성실한 한탕주의자”라고 표현하더군요) 묘하게도 놀라운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일러스트 아내 이야기, 젠체하면서 환경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으스대는 로하스 예찬자를 삐꼬는 소설을 쓴 소설가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로하스 예찬자 중엔 아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편은 가정의 평화라는 절대절명의 생존(?)을 위해 아내의 침묵 속에서 거친 현미밥을 꼭꼭 씹어 삼기며 출판사에 전화를 합니다.

“그 원고 제발 파기해주세요~~~” 라고...


6개의 에피소드 하나하나 읽다 보면 재미도 있지만 은근히 짠한 마음도 듭니다.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 모두가 그대로 내 삶의 모습이고 당신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모든 주부는 언제나 혼자다!”

<오 해피데이>는 그러니까 늘 혼자인 주부를 향한 작은 위로와 다독거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따지고 보면 주부가 “오 해피데이!”라고 말 할 수 있다면 가정 역시도 절로 “오 해피데이!”스러워지는 거 아닌가요?

가정이 “happy”해지면 사회도 "happy”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역시 “happy”해지고... (정치도 “happy”해질거라는 공상만화스러운 전망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세상의 숱한 주부들에게 어쩐지 한 번 묻어 보고 싶어집니다.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말이죠.


Oh! Happy한 당신의 모든 Day를 위하여~~~

Bravo~!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