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3. 3. 25. 08:26

지식소매상 유시민이 정치를 그만 두겠노라 선언했다.

솔직히 너무나 반가웠다.

그가 정계은퇴를 선언해서 반가웠던 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유시민에 대해서라면 나는 잘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후반부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이 되게 하기 위해 돌아간다는 그의 결절이 반가웠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어쩌면 나는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일종의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지식소매상으로서의 그의 글들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정치은퇴를 선언하면서 함께 나온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조차

우리나라 현실정치의 참담함이 막막하다.

 

...... 내게 정치는 내면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소모하는 일이었다. 이성과 감정, 둘 모두 끝없이 소모되는 가운데 나는 인간성이 마모되고 인격이 파괴되고 있음을 매일 절감했다.

나는 정치의 일상을 즐기지 못했다. 글쓰기는 지성과 영혼을 건드리는 작업이지만 정치는 국가권력을 다루는 사업이다. 국가권력의 본질은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간주되는 폭력이다.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폭력이라 할지라도, 폭력으로는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거나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폭력을 선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권력이 걸려 있기 때문에 정치는 글쓰기와 달리 거의 언제나 살벌한 대결과 가시 돋힌 공격, 분노, 경쟁심, 질투, 굴욕과 같은 감정의 격동을 동반한다 ......

 

그의 말대로 그는 정치가로서 실패했는지도 모른다.

권력투쟁으로서의 정치가 내포한 "비루함과 야수성"을 인내하고 소화할 힘이 너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철수를 그렇게 염려하는지도...

대한민국 정치의 비루함과 야수성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그가 굳이 현실 정치를 택했던 이유는 도대체 뭘까?

유시민은 이 질문에 대해 책으로 답한다.

"지난 10년간 정치는 내 직업이었다. 내 일이었다. 그런데 글쓰기와 달리 정치는 내게 일인 동시에 놀이일 수는 없었다. 정치활동의 일상적 과정이 내게는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원래 직업이란 안정적 수입을 가져다주는 생업을 의미한다. 적어도 내게는 정치가 생업으로서 적합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정치를 했는가? 내게 정치는 연대의 한 방법이었다.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내게 정치는 스무 살에 야학교사를 한 것과 방식만 다를 뿐 본질은 같은 것이었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를 외치는 유시민에게 정치란,

존엄과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존엄과 품위는 자기 힘으로 삶을 이끌고 가야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무엇으로 그들의 존엄과 신뢰를 국민들에게 보여줬고, 또 앞으로 보여주게 될까?

안타깝게도 희망적인 답을 기대하기엔 아직 요원하다.

"존엄"은 "가치(value)"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는데 대한민국의 정치는 폭력을 휘두르면서까지 "가치" 하나에 목숨을 건다.

고귀하고 위엄있는 정치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제발 "조폭정치"라는 오명만이라도 씻을 수 있다면 나는 정치인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겠다!

"가치"를 중시하겠다면 소속정당의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가치를 위해서

핏발을 세우고 주먹질을 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진심으로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명"하면서 "함께 사회적 선을 이루어나가는 최고의 행복"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번이라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신념"을 가진 정치인이 나와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 사람들은 저마다 옳다고 믿는 삶의 원칙이 있다. 그런 것을 모두 합쳐서 신념이라고 하자. 나름의 신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삶의 목표와 방법을 설정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위의 준칙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신념의 역할은 인생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념은 때로 삶 그 자체가 된다. 사람은 신념을 위해 살기도 하고 신념을 위해서 죽기도 한다. 신념은 단지 머리에 든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 사랑, 놀이가 되고 아름다운 사회적 연대와 참혹한 국가 범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신념은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채우기도 한다.

신념에 따른 삶과 죽음이 훌륭하려면 먼저그 신념이 훌륭해야 한다. 신념 자체가 훌륭하지 않으면 그 신념을 따르는 삶도 훌륭할 수 없다.... 훌륭하게 살기 위해서는 훌륭한 신념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신념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삶이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고결한 이상, 바위처럼 굳건한 신념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이상과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을 써도 정당하다는 생각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치명적으로 위협한다 ......

 

정치인 유시민은 그의 고백처럼 확실히 "실패"했다.

신념을 실천하지 못했고, 신념을 지키지 못했고, 신념과 끝까지 동행하지 못했다.

게다가 "연대"에도 실패했다.

유시민이 현실정치에 패배했음을 나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신념을 배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붙들고 놓치 않는 것 역시 어리석고 무모한 일이다.

굳이 인생시계의 후반부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행복해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

아름답게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에 대한 대답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으면 그 길이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이 글을 쓸 때 유시민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그가 새로운 "연대"를 시작했노라 믿고 싶다.

그는 다시 글을 쓰면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연대할 것이다.

그래서 반갑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의 귀환이!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7. 7. 05:56

개인적으로 나는 정치인 유시민은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유약해보여서 복날 개싸움판같은 대한민국 정치판에는 그의 외모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 사람의 심중을 알 길은 없지만...
(나는 왜 정치인 유시민을 생각하면 눈 속에 눈물을 가득 담고 꾹 참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까?)
뭔가 항상 할 말을 다 못하고
참고 있는 것같아 보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에게 강단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건 요원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식소매인으로서의 유시민과 그의 책은
나름대로 강단이 있고
친절하고 쉽고 그리고 재미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그는 왜 정치판에 들어섰을까?
자신의 정치철학과 소명,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당연히 있겠지만 여전히 내 선입견으로는 그와 정치는 "잘못된 만남" 같다.
 

지식소매인, 시사평론가 유시민!
아마도 나는 유시민을 계속 그렇게 기억하면서 그의 책들을 읽을 것 같다.
<경제학 카페>
참 오래된 책인데...
책꽃이 한 구석에 꽃혀있던 책을 찾아낸게 며칠 전이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다. 그리고 유익했다.

제1부 인간과 시장
제2부 시장과 국가
제3부 시장과 세계

조금 일찍 읽었다면 세상을 모든 시각이 조금 넓어지지 않았을까?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
지금 이 책의 내용들은 이미 무용지물 된 것들도 상당하다.
그래서 늦게 읽은 게 너무 아쉬움으로 남는다.
거침없는 그의 문장을 읽는 건
참 유쾌하고 동쾌한 즐거움이었다.
지금의 그의 글들은 아무래도 이런 시원함이 많이 없는데...
조심하고 있는 걸까?
어쩐지 그가 너무 소심해진 것 같다.
그의 명쾌하고 호탕한 글들을 다시 읽고 싶다.
제발!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1. 8. 06:33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마니아 작가 헤르타 뮐러.
얼마전에 <숨그네>를 읽고 얼마나 매혹당했던지...
너무 늦게 그녀의 글을 알게 된 게 맘이 상할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줄, 한 줄 내려쓰면 그대로 시가 되는 그녀의 소설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고 시를 읽는 것 같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그렇게 보석같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신비에 가까운 놀라움이자 경이로움이었다.
소설 <저지대>는 모두 19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982년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검열로 네 편이 삭제됐었고
나머지 열다섯 편도 대폭적은 삭제와 수정을 거친 후에야 출간될 수 있었단다.
자국 루마니아에서조차 금서 조치까지 내려졌던 그녀의 첫 소설 <저지대>
정치는, 이데올로기는
항상 문학을 두려워하고 급기야 기를 쓰고 억압하려 든다.
그러나 문학은 결국은 이 모든 걸 보란듯이 이긴다.
아름다움이라는 치명적이자 결정적인 무기로...
 


헤르다 뮐러의 소설은 난해하다.
아니 아예 줄거리조차 갖추지 못한 단상들도 많다.
그러나 읽고 있으면 
시를 읽는 것 같고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그린 그림을 앞아 두고 있는 느낌이다.
불안감 가운데 느껴지는 평온함!
이상하지?
그닥 평화롭고 아름다운 내용이 아닌데도 그렇다.
오히려 비루하고 남루한 사람들의 보잘 것 없는 이야기인데도
나는 그 속에서 지독한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만다.
풍경과 대비되는 사람들의 삶!
그게 바로 현실이기에 눈물나게 아름다운걸까?
잔인하리만큼 솔직하고, 지독히 슬픈!
헤르타 뮐러가 창조해낸 비범한 목소리.
컨템퍼러리 픽션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 표현은...



나치가 몰락하고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던 그녀의 고향 마을.
헤르타 뮐러는 그곳을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것이 고여 있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감옥과도 같은 곳" 이라고...
소설 <저지대>는 그 감옥과도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의 일인칭 기록이다.
무관심, 음주, 폭력, 가난.
죽은 아비의 장례식에서 과거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을 듣는 딸.
그것도 이웃 사람들에게...
침묵도 웃음이고, 슬픔도 조롱이고, 현실은 거짓이다.
중, 단편의 모음이면서도 한가지 이야기이기도 한 소설.
때로는 몇 줄의 시도 대하장편 소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헤르다 뮐러의 언어적 표현을 통해 절감했다.
"목소리 없는 유년 시절"
그녀는 그 시절을 그렇게 말했다.
헤르타 뮐러는 “자기 둥지를 더럽히는”, “수프에 침을 뱉은” 작가로 낙인찍히며,
말 그대로 사회에서 축출당했다.
마을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뮐러를 향해 침을 뱉었으며,
뮐러의 가족들은 마을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저지대> 출간 후 해르다 뮐러는
보수적인 독일 소수민 사회에서도, 루마니아 사회에서도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단다.
원하는 작품을 쓸 수도, 루마니아 독재정권에 협조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결국 1987년 독일로 망명한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그녀는 언제나 루마니아인이었단다.

소설의 뒷부분에 그녀가 200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을 당시의 연설문이 실려있다.

“어떤 면에서 사람은 언제나 타자인 것 같다.
한번 그곳에 소속되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나는 죽음의 공포에 삶의 욕구로 반응했습니다.
삶의 욕구는 낱말의 욕구였습니다.
오직 낱말의 소용돌이만이 내 상태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낱말의 소용돌이는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글로 표현해냈습니다.”


통증은 너무 강렬해서 스스로 저 자신을 파괴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헤르타 뭘러의 소설이 이렇게까지 처연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확실히 파괴를 통해 창조의 유토피아를 만들어냈다.
굴욕을 품위로 바꾸는 그녀의 글들.
많은 걸 잃었기에, 그리고 그 잃음을 견뎠기에
그녀의 글들은 시가 되고 그림이 되고 빛이 된다.
더 많은 낱말들을 사용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낱말이 주는 자유...
어쩌면 내가 책 속에서 그토록 헤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은 아닐까?
헤르다 뮐러는...
적어도 그녀의 글은
정확하고 분명했다.
그리고 지독히... 지독히... 아름다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10. 05:39
동명의 미드가 케이블 TV에 방영돼 얼마전 종영될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미드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란다.
내년에 시즌 2가 나온다나 어쩐다나...
선정성과 폭력성 때문에 말이 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미드는 우연이라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원작은 팩션 역사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느냐고?
미드의 내용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자극적이지도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직하고 집요하다 끈질긴 내용이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존중성을 원하는 검투사 노예들의 혁명 이야기로
그 혁명의 핵엔 아버지라 불리우는 검투사 "스파트타쿠스"가 있다.
작가 하워드 패스트의 스파르타쿠스의 계기(?)는 감옥 투옥이었다.
투옥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하원의 비미활동위원회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게 그 죄명.
3개월간의 투옥 기간 동안 그는 이 소설을 구상했단다.
작품을 완성했는데 아무 곳에서도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서
결국은 스스로 "블루 헤론"이라는 출판사를 차리게 됐단다.
그런데 그 책이 소위 대박을 친거다.
1960년에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매가폰을 잡고 영화로도 만들었다.
주인공은 커크 더글러스.
그러니까 미드로 지금 다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시간은 기원전 로마다.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말하는 도구 노예.
그리고 로마 상류층의 관람거리로 목숨을 담보로 경기를 치룬 노예 전투사들.
그들이 자유와, 인권, 생명을 되찾기 위해 절규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비록 최후는 길고 긴 십자가형이었을지라도 말이다.
반란의 가담자 6,472명의 십자가 처형.
그 위에 방치된 그 모습을 묘사하는 건 어떤 전쟁터보다 잔인하다.
그 모습을 또 당연하다는 듯히 바라보는 귀족들이 눈이란....



미드를 재미있고 본 사람은
어쩌면 너무 평이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로마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
그렇지만 과거의 로마의 역사와 정치를 읽으면서
지금 우리나라돠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면 씁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검투사도 아니고, 노예도 아닌데
우리는 왜 자꾸 죽어라 죽어라 하는지 모르겠다.
검투사는 절대로 분노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경기장에서 화를 내는 검투사에게 주어지는 건 "죽음" 뿐이라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삶이라도 사람들은 삶에 집착한단다.
모든 희망을 빼앗긴 상태에서 모든 모욕과 고통과 잔인함을 당하면서도,
짐승처럼 사육되고 남들이 오락을 위해 싸우도록 훈련받고 있을 때조차,
사람들은 목숨에 집착한단다.
그래서 어쩌면 역사가 이어지고 정치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지금 우리 모습과 너무 똑같아 옮겨본다.

정치는 거짓말이오. 역사는 거짓말의 기록일 뿐이다.
정치에는 세 가지 변하지 않는 재능만이 필요할 뿐 아무런 미덕도 쓸모가 없었다.
미덕 때문에 파멸한 정치인이 다른 원인 때문에 파멸한 정치인보다 더 많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재능은 이기는 편을 선택하는 능력이고,
두 번째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지는 편에서 빠져나오는 능력이고,
세 번째는 결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었지? 정치가는 바로 미쳐 돌아가는 집안의 접합체라네.... 귀족은 우리 같은 사람(원로원)이 없으면 살 수 없어. 불합리한 것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우리야. 인생 최고의 성취는 부자들을 위해서 죽는 것이라고사람들을 설득하는 거이 우리야. 우리는 또 나머지를 보존하기위해 부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고 부자들을 설득하지. 우리는 마술사야. 우리는 그물을 던지듯 환상을 던지는 것이고, 그 환상은 아주 단순한 것이야. 두리는 대중을 행해 이렇게 말하지. 당신들이 바로 권력이라고. 당신들의 투표가 로마의 힘과 영광의 원천이라고. 당신들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자유민이라고. 당신들의 자유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고, 당신들의 문명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고. 그 문명을 통제하는 것이 당신들이고, 그러므로 당신들이 바로 권력이라고. 그러면 그들은 우리 후보들에게 투포하는 거야. 그들은 우리의 패배에 울고 우리의 승리에 기뻐 웃지. 그들이 노예가 아니라서 자랑스럽고 우월하다고 느끼는 거야. 그들은 쓰레기지만, 노예를 볼 때마다 자신감이 살아나고 자부와 힘을 느끼지. 그리고 자신들이 로마의 시민이며 온 세상이 그들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잇어. 이것이 독특한 기술일세. 결코 정치를 우습게 보지 말게나.

어떤가?
정말 완벽하게 공감되는 내용 아닌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5. 22. 07:51

<I love you, Ronnie> - 낸시 레이건
 



5월이 가정의 달이고, 또 어제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었습니다.
좀 이벤트성 같긴 하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부부에 관한 책입니다.
로널드 윌슨 레이건.
1911년 2월 6일 출생, 영화배우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아놀드 슈왈제너거가 레이건 대통령의 뒤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설도..... 물론 그 두 사람의 비쥬얼 차이는 정말 엄청나지만.... 일단 가장 큰 차이는 근육이 양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1981년 미국의 제 40대 대통령.
2번의 대통령 재임과 1981년 총격 사건, 대장암, 전립선 암 극복.
그리고 2004년 6월 5일 알츠하이머로 병으로 사망하기까지 레이건은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역대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정치나 정치인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싶지만(자랑이라고 쓰고 있는 건지.....) 이 책은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세계 강국으로써 미국의 위상을 말하는 내용도 아닙니다.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 그 두 사람의 존중과 배려, 그리고 사랑에 관한 기록들입니다.

레이건은 데이트하던 시절부터 약혼, 결혼, 아이들의 출생,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리고 마침내 미국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50년 시간동안 변함없이 아내에게 사랑이 담긴 편지와 카드를 수시로 보냈다고 합니다.
때로는 기차역에서 잠깐의 틈을 이용해 아주 짧게, 때로는 영화 촬영지에서, 때로는 에어 포스 원에서 그리고 때로는 바로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내에게까지....
장난스런 그림들과 문구들,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수많은 애칭들과 애정 어린 투정들...
읽고 있으면 자꾸 미소가 지어 집니다....
(어쩌면 너무 부러워 타액 분비 호르몬의 이상으로 자신도 모르게 구강에서 과다한 분비물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가령, 당신의 남편에게 이런 편지를 받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어머니는 정말 딸을 훌륭하게 키우셨소.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내가 되었으니.
‘아내’라는 두 글자가 당신 이름 앞에 붙으면 얼마나 놀라운 빛을 발하는지...
아내란,
그 사람이 없다면 결코 완전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 나의 동반자를, 내가 날마다 더욱더 간절히 원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을, 그녀가 방을 나가기만 해도 내게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사람을 뜻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나는 영원히 따사로운 빛 속에서 살고 있고.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나의 아내가 되어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오.

어떤 아내가 미친 듯이 헌신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정말 미친다면 좀 상당히 곤란은 하겠지만......)

당신이 그 자리에 없으면, 나는 세상 어디에도 없소. 다만 시간과 공간을 헤매고 있을 뿐이지.
예전보다 더욱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없다면 난 내가 아니오. 내게 당신은 생명 그 자체요. 당신이 없으면 당신이 내게 올 때까지 난 기다릴 뿐이오. 그래야 다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레이건은 그들의 결혼기념과 발렌타인 데이 ,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도 항상 잊지 않고 편지를 보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요...

아주 오래 전에, 당신과 결혼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만약 그랬더라면 오늘이 우리의 은혼식이 되었을 텐데...
하지만, 나는 우리가 함께 보낸 4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미 25년만큼의 행복을 다누렸다오.

이들은 우리가 20년 동안 함께 살았다고 당신을 속이려 하고 있어,
설마 20분이겠지, 20년이라니! 말도 안 돼...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29년 동안 한 남자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로 만들어 준, 당신의 의무를 넘어선 봉사에 대해 언급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과 특권으로 생각하오.

우리는 특별한 삶을 살아왔으며, 나는 내가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50년 이상을 함께 사는 축복을 누렸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따스한 충만함을 느껴지는 건, 당신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오, 당신이 없다면 나는 바로 알 수가 있어요. 집안 전체가 공허해지는 걸... 당신은 마치 제철에 나는 싱싱한 과일이나 영원히 멈추지 않는 행복의 기계와도 같소. 날마다 새롭고 신선한 아침을 열며, 나의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빛처럼... 날 사랑해줘서 고맙소.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 만큼 날 현명하다 판단해준 것에 대해서도...

아내가 홀로 여행을 가게 됐을 때는 요일마다 먹어야 할 비타민 알약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 하나하나 약에 대한 메모를 써주는 자상한 편지까지....
그리고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리는 자리에서까지도 그의 무한한 사랑은 계속됩니다.

불행하게도, 알츠하이머병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나의 가족들은 무거운 짐을 안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바라는 건, 이 무거운 짐이 주는 고통스런 경험을 내 아내 혼자 감당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여러분의 도움으로 그녀는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이 어려움에 맞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해준 미국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날, 나는 미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영원한 희망을 간직한 채 떠날 것입니다.
이제 나는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미래에는 언제나 밝게 빛나는 희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그는 정치인들에게는 유독 보수적인 미국에서 최초로 이혼 경력이 있는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퍼스트 레이디 낸시 여사를 내조였죠. 그녀의 헌신적 배려와 끊임없는 내조.
실제로 마치 그 두 사람은 하나의 생명줄로 연결된 사람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일...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가치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 두 사람은 그랬다고 하네요.
한 방에 있다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그 방을 떠나면 그 순간부터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서로의 외로움을 메워주고, 서로를 채워주는 일이야말로 그들에겐 온전한 남편과 아내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었다고...
이 책을 읽고,
진심으로 그 둘의 헌신적인 사랑이 부러워 부끄러웠습니다....

*  보너스 팁 하나...
레이건 대통령의 고별 연설 중 유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All in all, not bad, not bad at all"
(전체적으로 볼 때 괜찮았습니다, 꽤 괜찮았습니다)
자신의 대통령 기간이 완벽하게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다는 그의 고별 연설....
스스로에게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우리도 한번쯤은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 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28. 13:27
대한민국 헌법 제 1 조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동안 정말 무지 몰두하면서 여러번 읽었던 책
미디어법이 난장판 속에서 통과되는 걸 보면서
책을 덮지도 열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시간을 보냈다.
아는 게 좋은 것인지,
그냥 모른 척 사는 게 좋은 것은지....

유시민은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라고....




책을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공감 그 이상을 느끼기에 마냥 가슴팍을 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지성이 부족해 보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사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해 참모의 보고를 제대로 듣지 않거나,
대통령의 개인적인 판단과는 다른 의견을 낸다고 참모한테 역정을 내는 경우
대책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이 대통령의 불합리한 지시를 무작정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도처에서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는 정책이 나오고 몰상식한 수단을 동원해 그 결정을 밀어붙이게 된다.
사회와 국가의 품격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대통령은 시중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지금 현실을 너무나 꼭 집어내는 말이라 섬뜩하다.

어떤 비판과 반대에도 개의치 않고 불도저처럼 무작정 물어붙이는 정치권력의 야만적 형태,
유시민의 말 그대로 
우리는 지금 이명박 정부와 보수 세력이 만든 "문명의 역주행"속에 들어와 있다.

이것이 정말로 후불제 민주주의를 지나오는 우리의 통과의례여야 하는가?
이명박 정권이 "애국(愛國)"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밀어붙이는 모든 행태가
결코 국민이 생각하기엔 "해국(害國)"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나 그의 임기의 끝은 너무나 한참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나가리라....)



피터의 원리 그대로
위계질서를 가진 모든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무능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말의 신용을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가
지금처럼 힘에 의존해 정국을 운영을 하는 모습을
우리는 내내 어쩌면 그의 임기의 끝까지 보게 될지도 모른다.

믿고 싶다.
그도 지금 두려울 것이라고.
이렇게 그의 무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14. 23:11

 

오랫만에 대학로에 나가 연극 한편 봤다.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 이해제의 작품 <설공찬전>
고전소설 <설공찬전>을 각색한 연극,
고소설은 귀신이 강림해서 저승에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다는 내용이란다.
지금 연극에선,
사촌 아우의 몸을 빌려 이승으로 돌아온 설공찬이
아비에게 못다한 효를 행하기 위해 권력을 얻으려 하는 내용이다.
재미있다. 충격적이고 실랄하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꼭 보게 만들고 싶은 연극,
솔직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짜 빙의된 자들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려려면 최소한 해학이나 풍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순전 막가파들의 투전판 같으니....



아비보다 먼저 저승으로 떠난 아들 설공찬은
효를 행하기 위해 20일의 기한을 받아 사촌동생의 몸을 빌어 이승으로 돌아온다.
관직에 오르기 위한 숙부와의 거래.
그러나 현실의 부정함과 아비의 간절함을 깨닫고 부패한 사람들의 몸 속을 넘나들며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로 투전판같은 세상을 휘젖는다.
오늘날의 위정자들께서도 아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 가지려고 아둥바둥하지 마시라고.....
그런 빙의된 모습으로 살다가는
언젠가 영매에게 쫒겨 쥐고 있던 모든 건 훌훌 놓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손 안의 것 전부 가지고 가지 못한다면,
당신네들은 그 손을 여기 두고 가실텐가????
아무리 가지려고 쥐고 또 쥐어도
당신 손이 거머쥔 것이라고는 "귀신놀음",
그 뿐이라는 걸 저기 저 사람들이 모두 알았으면 좋겠네.

"가진 손보다 빈 손이 더 무겁구나..."
무섭고 두려운 말이 아닌가 !
투전판 위의 당신들에겐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