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7. 7. 08:14

<헤드윅>

일시 : 2014.05.13. ~ 2014.09.28.

장소 : 백암아트홀

연출 : 이지나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사,작곡 : 스지븐 드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출연 : 조승우,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 (헤드윅)

        이영미, 전혜선, 최우리, 서문탁 (이즈학)    

제작 : 쇼노트

 

우리나라에선 이젠 메이저 공연이 되버렸지만 10년 전 처음 이 작품이 공연됐들 땐 확실히 마이너의 성향이 강햇었다.

게다가 초연이 올려진 라이브극도 조그맣고 허름한 이름없는 지하카페 느낌이라서 작품과는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강남 한복판에서 공연되는 <헤드윅>은 어딘지 세련되고 고급스런 느낌이라 살짝 낯설긴 하다.

5월 13일 승우 <헤드윅> 첫공을 볼 때만해도 다시 보게 될까 싶었는데

(단순히 표를 구하는게 힘들어서...)

이렇게 두번째 관람을 하게 됐다.

첫공때만해도 많이 어수선하고 타이밍도 살짝씩 틀어졌었는데

두 달여가 지난 후 다시 본 조승우 헤드윅은.

다른 말 다 집어치우고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련다.

진심으로 좋더라.

그리고 훨씬 더 애잔하고 깊어지기까지 했다. 

나도 모르게 헤드윅의 감정에 동화되버려 보는 내내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렇구나.

<헤드윅>이 이렇게까지 가슴 찡한 작품이었구나.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이 정체불명의 여인이

나를 제대로 울렸다.

 

조승우는 어떻게 저럴수 있을까 싶을만큼 너무나 노련하다.

"헤드윅"이라는 배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고

그럼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하게 "헤드윅"을 컨트롤한다.

과연 조승우답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묵직한 칼날 같기도하고,

한없이 가벼운 깃털 같기도하고

때로는 관객의 반응까지 철저하게 계산한 게획된 연기같기도하고

때로는 느낌에 따라 그때그때 표현된 날 것의 느낌도 있다.

그건 일종의 "홀림"이었고, "끌림"이었고, "세뇌"이기도 했다.

공연장을 나오는데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오늘 내가 조승우에게 제대로 놀아났구나!

그런데 그런 철저하고 일방적인 놀아남이...

사람을 꽤 기분 좋게 만들더라.

그게 <헤드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헤드윅>은 내겐 항상 이유있는 모호함이자 진심어린 독백이었다.

그래서 헤드윅을 마주한다는건

나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 단 한번도 마지막이 되지 못했던 작품.

아마도 나는 <헤드윅>과 함께 그렇게 늙어가게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1. 07:4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엘리자벳> 샤토드 OP석 한가운데와 바꾼 세번째줄 통로석 조승우 <헤드윅>

솔직히 오래 고민하지도 않았지만

탁월한 선택이었고 현명한 결정이었다.

세번째줄 통로석에서 정면으로 대면한 헤드윅은.

표정과 감정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됐다.

그러니까 조승우는

정말 "헤드윅"을 표현하고 싶었던거다.

조승우가 만든 헤드윅이 아니라 진짜 "헤드윅"를...

헤드윅!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단 한 사람.

사랑때문에 외롭지만 사랑때문에 당당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반쪽여자 "헤드윅"이 나는 질투나게 부러웠다.

반쪽으로도 완전할 수 있다는 걸 헤드윅이 내게 보여줬다.

비록 그것뿐일지라도...

 

텍스트를 통해 인물을 창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텍스트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파고들어 인물을 창조하는 정공법적인 방법과

텍스트에서 자유로워짐으로써(그렇다고 텍스틀를 무시한다는 뜻은 절대 아님!)

인물을 새롭게 창조하는 위험하면서도 독보적인 방법.

이번 시즌 <헤드윅>에서 조승우는 두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방법이고,

<헤드윅>이기에 가능한 방법.

객석의 작은 움직임과 반응을 즉각적으로 캐치해내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어내는 조승우의 모습은

촉수를 세운 동물의 감각, 그것과 일치한다.

그래서 매공연을 같지만 완전히 다른 공연으로 만들어버린다.

(무섭다! 조승우란 배우!)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표현한 장면들도 볼때마다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특히 토미와 헤드윅이 교차되는 토마토장면을

경련에 가까운 과격한 액션이 아니라 침묵처럼 고요하게 표현한 건 이번 시즌 best of best다

(정말 무시무시한 표현이라 숨소리조차 못내겠더라)

토미와 헤드윅의 완벽히 합치되는 모습.

하나됨. 완벽한 완성...

내가 <해드윅>을 보는 이유는

이걸 목격하기 위해서다!

 

보석같이 반짝이는 <헤드윅>의 넘버들!

그야말로 한 곡 한 곡 전부 cheer up!

"The origin of love"와 "wicked little town" 두 곡은 그 자체가 완벽한 철학이다.

특히 "The origin of love"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뮤지컬 넘버 3위 안에 들어간다.

이 노래는 전주만 들어도 조건반사처럼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한 곡 속에는...

<헤드윅>이 하고 싶어한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내 모든 이야기도...

끝없이 서린 슬픔.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게 나의, 당신의, 우리의 사랑이다.

그러니 부디 모두들 잘 견디시길!

cheer up!

 

 

 

<The Origin Of Love>

 

아주 오랜 옛날, 구름은 불을 품고

하늘 너머 높이 솟은 산

오랜 옛날

두쌍의 팔과 두씽의 다리를 가진 사람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 개의 얼굴 가진 사람

한 번에 세상 보고 한 번에 읽고 말하고

한없이 큰 이 세상 굴러다니며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사랑 그 이전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그 옛날 세 종류 사랑 중 등이 붙어 하나된 두 소년

그래서 해님의 아이

같은듯 다른 모습 중 돌돌 말려 하나된 두 소녀

그들은 땅님의 아이

마지막 달님의 아이들,

소년과 소녀 하나된

그들은 해님, 달님, 땅님의 아이

The origin of love 

이제 불안해진 신들은 아이들의 저항이 두려워 말하길

너희들을 망치로 쳐죽이리라, 거인족처럼

그때 제우스는

됐어! 내게 맡겨!

그들을 번개 가위로 자르리라

저항하다 다리 잘린 고래들처럼

그리곤 벼락 꼭 잡고 크게 웃어대며 말하길

너희 모두 반쪽으로 갈려 못만나리, 영원토록

검은 먹구름 몰려들어 거대한 불꽃 되고

타오른 불꽃 벼락 되어 내리치며 번뜩이는 칼날 되어

함께 붙은 몸 가운데를 잘라내버렸지

해님, 달님, 땅님의 아이들

 

어떤 인디언신, 조각난 몸을 꿰매고

매듭을 배꼽 만들어 우리 죄 다시 생각케해

오, 사이러스 그 나일의 여신,

폭풍 일으켜 세워

거대한 허리케인

갈라지는 하늘

검게 쏟아지는 폭우

거침없는 파도에 흩어져버린 우리

끝없는 절망 속 마지막 애절한 소원

한쪽 다리와 눈만은 제발 남겨 주시길...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피묻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율까

하지만 난 알아, 네 영혼

끝없이 서린 그 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몸이 되기 위해 서로 사랑해

그건 making love, making love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