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5.06.18 신경숙 표절 시비
  2. 2011.08.08 <컴백홈> - 황시운
  3. 2011.01.26 삼청동 북카페 <내서재>
  4. 2009.06.08 달동네 책거리 49 : <위저드 베이커리>
그냥 끄적 끄적...2015. 6. 18. 09:16

문단이 시끌시끌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작가 신경숙 때문에...

문단계의 독보적인 존재 신경숙을 깐 이응준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혹시나 향후 이 문제로 이응준이 거대 출판사로부터 퇴출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걱정된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신경숙은

황석영, 조정래 작가보다 더 크고 거대한 존재다.

이미 하나의 브랜드 네임이 되버렸고 기업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참 씁쓸하다.

 

작가 신경숙.

그녀의 마니아는 아니지만 어쨌든 신작이 나오면 항상 읽기는 했었다.

한때 문단계에선 이런 말이 있었다.

"오죽하면 신경숙이겠느냐!"

동의했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왠지 모를 기시감 같은게 느껴졌다.

특히나 이런 기시감은 장편보다 단편을 읽을때 더 크게 느껴졌다.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란다.

아닌데... 아닌데...

 

 

 

작가 신경숙이 출판사 창작과 비평을 통해 발표한 입장 표명은 이렇다.

......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

다른 작가도 아닌 일본의 대작가 미사마 유키오의 글이다.

골백번을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두 문장은 너무나 똑같다.

심지어 그 뒤에 이어지는 문장의 뉘앙스까지도 완벽하게 일치한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우국>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소설을, 아니 책이라는걸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라도

이 두 글을 읽으면 똑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다.

아래 링크한 기사는, 

이응준 작가가 직접 쓴 글이다.

과거 신경숙 작가의 소설 중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사들로 링크되어 있다.

사람의 생각과 판단이라는건 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이응준이 신경숙을 죽이기로 이 글을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의 글처럼 한국문학의 "치명적인 상처'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을테다.

 

http://www.huffingtonpost.kr/eungjun-lee/story_b_7583798.html 

 

신경숙이 정말 몰랐을까?

남진우가 곁에 있는데 정말 몰랐을까?

신경숙의 남편은 시인이자 신화 비평으로 유명한 남진우다.

예전에 남진우의 비평 수업을 1년 동안 들었었다.

그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박식한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당시에 나는 남진우의 박식함에 깊게 깊게 좌절했었다. 그는 천재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런 남진우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몰랐다???

글쎄...

 

나는 다만...

신경숙과 창작과 비평 양자 모두 솔직했으면 좋겠다.

아니 정직했으면 좋겠다.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니라서...

 

......신경숙과 같은 극소수의 문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한국문인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버겁고 초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작가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려는 까닭은 비록 비루한 현실을 헤맬지라도 우리의 문학만큼은 기어코 늠름하고 진실하게 지켜내겠다는 자존심과 신념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 이응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8. 8. 05:58

내가 연식이 좀 된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연식이 오래된 분들께는 죄송 ^^)
창작과 비평, 민음사,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오는 책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라!
어찌됐든 우리나라 문학계를 장시간 꿋꿋하게 지켜온 3인방인 것을...
<컴백홈>이라는 제목과 표지는 좀 비호감이었지만
제 4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니 그래도 뭔가가 있으려니 기대했다.
일단 흡인력과 집중력 대단하다.
첫페이지를 열면 어찌됐든 마지막 페이지까지 확인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면 재미?
오랫만에 박장대소하면서 씁쓸하고 안스러워하면서
참 여러 감정을 가지고 읽게 만든 장편소설이다.
게다가 서태지가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서태지는 확실히 변함없는 문화아이콘이 맞다.
음악계를 장시간 접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문학계에 비상한 영감을 주고 있다.
여러모로 그는 대한민국 문화를 "컴백홈"하게 만든다.
그것도 열 두 번도 더...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130 kg 거구를 자랑하는 열일곱살 박유미!
서태지가 데뷔했던 1992년 4월 11일에 4.78 kg의 초우량아로 태어난 그녀는
공식적인 왕따에 집안의 패물이라도 훔쳐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삥을 뜯기고,
온몸의 멍을 가실 날 없이 다구리를 당하고,
심지어 친구의 애인이었던 양아치새끼에게 강간까지 당해도 하소연할 곳 하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서태지에게 그랬듯,
세상은 그녀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만 하다.

....... 서태지는 매번 '최초' 혹은 '최악'이라는 수식이 붙을 만한 고난 속에 던져졌지만, 도저한 세계에서 온 특별한 사람답게 그 모든 역경들을 당당히 헤쳐나왔다.
슈퍼울트라 개량돼지에게는 무슨 짓이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틈에서 내가 여태껏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서태지와 함께 가게 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엇다.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난 후, 나느 그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당당히 말할 것이다. 나는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이제 언제든 당신과 함께 달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

급기야 그녀는 거식증을 지향하는 프로아나(Pro-ana) 싸이트에 가입한다.
서태지와 함께 달의 뒷편에 가기 위해서 말이다. 
Pro-Ana!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가 합쳐진 말로
마른 몸을 지향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란다.
이쯤 되면 주인공를 정신질환자라고 손가락질하고 언덕위의 하얀집이라도 알아보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당신에게 이렇게 고백한다면?

...... 내게 달과 서태지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서태지와 함께 가게 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는 지난 시간 동안 나를 지탱해온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내게 달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크레이터로 뒤덮인 그 척박한 세계에서 나는 끝내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할 거라는 걸. 하지만 믿고 싶었다. 서태지는 달에서 온 아주 특별한 사람일 거라고,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편, 그 영겁의 어둠속에서 스스로가 빛이 되어 살아가는 위대한 존재들의 세상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머지않아 나는 서태지와 함께 그 도저한 세계로 떠나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녀의 환상을 응원한다.
그것도 미치도록, 열렬하게!
그녀는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이 왔던 달의 뒤편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것도 컴백홈을 노래하는 울트라맨 서태지와 함께...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이 놈의 세상은 참 친절하지 않다.
특히 살찐 여자들에겐 더더욱 친절하지 않다.
살찐 여자들은 그 소외감과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더더욱 먹을 것에 집착한다.
어쩌면 이 세상은 이들을, 아니 우리 모두를 더이상 보호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컴백홈" 해야할까?
작가는 조금만 더 견뎌보라고, 무언가를 찾게 될 순간이 반드시 올 거라고,
그러니 부디 지치지 말라고 위로하기  위해 소설을 썼단다.
돌아갈 집마저 없어졌다 해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달의 이면처럼 당신을 위한 세상이 어딘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사실은,
나도 정말이지 달의 뒷편으로 가고 싶다.
아니 가야만 한다.
꼭 서태지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1. 26. 18:21
눈이 펑펑 내린 지난 일요일,
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을 보고 삼청동을 향했다.
우연히 보게 된 북카페 <내서재>
삼청동 시작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보이는 내서재는
지금까지 내가 가본 북카페 중에서 가장 탐나고 포근한 곳이었다.
카페 이름 그대로
누군가의 서재를 옮겨놓은 느낌.
작고 조용조용한게 오래 앉아 책을 읽기에 딱인 곳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눈치주지도 않는 것 같고...
세 분 정도가 함께 일하고 계시던데 틈나는 대로 책을 손에 잡고 읽는 모습도 따뜻했다.



솔직히 구ql된 책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장하준의 최근 베스트셀러에서부터
왠만한 소설책들도 신간으로 다 구비하고 있더라.
그리고 민음사와 창작과 비평 시집들도 한켠에 나란히 꽂혀있고....
박노해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가 꽂혀있는 걸 보고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종교, 인문, 소설, 미술, 시, 고전...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어
가만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주인장의 다정한 손길이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몇 장은 괜찮단다.
"참 좋은 책들이 많네요" 라고 말했더니
정기적으로 책을 사서 비치하고 오래된 책들은 기부도 하고 그런단다.
흐뭇하게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니까 왠지 모를 부러움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막무가내로 발버둥치며 우기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여기서 살겠노라고...
갑자기 어디선가 굴러들어와 꽉 박힌 돌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카페를 감싸는 음악도 너무 좋아 염치 불구하고 또 다시 물었다.
역시 웃으며 CD 케이스 하나를 건네준다.
하지메 미조구치.
귀에 가득 담기지도 않으면서 책을 읽는 집중도를 높이기에 딱 적당한 음악이다.
잊어버릴까봐 CD도 한장 사진으로 담았다.
진한 핫초코 한잔을 주문하고
가지고 있던 은희경의 신작 <소년을 위로해줘>를 펼쳤다.
이런 표현 이해될까 모르겠지만...
꿀같이 달디단 책이 단잠처럼 솔솔 잘 읽혀졌다.
 


아쉬운 게 있다면 차맛이 조금 더 좋았으면 싶은거랑
차 향이 더 그윽했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1번 정도 리필이 되면 좋겠다는 거...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카페를 유지하려면 좀 야박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눈치 안 보고 오랫동안 책을 볼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만도 어딘가 싶기도 하고...
혼자 가서 책 읽어도 절대 어색하지 않을 그런 곳.
정말 내서재로 홀딱 만들어 버리고 싶은 곳이다.
아마도 앞으로 이 곳에 찾아가 단잠같은 책읽기 하는 날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내서재>
힘들 때 위로 받을 곳 하나 생겼다.
내가 "찜"한 곳. <내서재>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8. 06:0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오늘은 질문으로 시작해볼까요?

당신에겐 세상 모든 아니 특정한 몇 명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완벽한 혹은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데로 쓸만한 은신처가 있나요?

없다면, 이런 상황이 온다면 당신은 어디로 뛰어가 숨어야 할까요?

또 다른 질문 하나!

다음과 같은 빵을 판매하는 제과점이 있습니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 : 반드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세요. 평균 2시간 동안 뇌신경세포를 교란시켜 그가 무슨 일을 해도 실수를 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포만 상태라면 괄약근을 조절하지 못하고 옷에 실례를 할 수도 있답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구역질을 일으킬 것입니다.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세요. 100% 화해합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마음보다 어쩔 수 없이 사과한다는 마음이 앞서면 효력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도플갱어 피낭씨에 : 주문에 따라 이걸 먹고 잠들면 다음 날 내가 가기 싫었던 학교나 회사에 또 하나의 내가 대신 가줍니다. 맘 편히 집에 있거나 땡땡이를 치세요. 단 정말로 도플갱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보면 절대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둘을 동시에 발견하거나 둘의 눈이 마주치면 둘 중 하나가 영원히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겠어요?

체인 월넛 프레첼 :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먹이세요. 체질에 따라 유효 시간이 다르지만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끌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사용함으로써 맺어진 인연은 함부로 끊을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하시고, 상대가 정말로 자기에게 맞는 사람인지 진지하게 고민한 다음 선택해주세요. 한번 묶인 사슬을 억지로 끊으려 하다가는 그것이 자신의 목을 감아 죄어버린다는 걸 잊지 마세요.

노 땡큐 샤브레 쇼꼴라 : 정말로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 받았다면? 이걸 대답으로 주세요. 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

마지팬 부두인형 : 싫어하는 사람에게 저주를 부릴 수 있는 인형. (단, 그 사람의 신체 일부를 확보해서 부두인형 안에 넣어야 함)


이것 말고도 많은 제품(?)이 있지만 혹시 구미가 당기는 게 있나요?

더 정직하게 말하면 이 제품 중 하나를 꼭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전 개인적으로 ③번 “도플갱어 피낭씨에”가 상당히 탐이 납니다...)


혹시 작년에 출판됐던 우리의 완소남 <완득이>를 기억하십니까?

제1회 창비소년문학상 수상작이었죠.

오늘 소개하는 <위저드 베이커리>란 이 수상한 제과점이 제2회 창비소년문학상 수상작 되시겠습니다.

제 정신수준이 딱 청소년 수준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두 책 모두 다 재미있습니다.

그렇지만 재미 하나만으로 이야기하기엔 무지 많이 섭섭한 책이죠.

작가 구병모(여자랍니다... 그것도 정유경이라는 상당히 여성스런 이름을 가진...)는 이 책을 보고 “나쁜 성장소설”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 뜻을 그런데로 공감합니다.

이 책은....

<헤리포터 시리즈>와 <헨델과 그레텔>, 그리고 <파랑새>가 잘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뭐 짜깁기 그런 건 아니구요, 독창적이면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죠. 그래서 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16살 소년이 있습니다.

6살 때 친어머니로부터 청량리역에 버려진 기억이 있는 소년은 새어머니(배선생)가 데려온 여동생 무희에게 지목을 당합니다.

자신을 성추행한 사람이 오빠라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몰린 소년이 쫒아오는 배선생을 피해 도망친 곳이 이 수상한 제과점 “위저드 베이커리”의 깊고 큰 오븐 안입니다.

그런데 이 베이커리, 어쩐지 좀 수상하네요.

24시간 영업을 하는 “똘기” 충만한 주인 제빵사는 소년에게 빵에 넣은 이상한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급기야 낮에는 종업원이었다가 밤이 되면 파랑새로 돌아오는 정체불명의 소녀까지...

한마디로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의 세계죠.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 황당해지는 건,

이걸 그대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심지어 읽을수록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게 현실이라는 걸 정말 아니까요, 현실 속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분명하니까요.


오븐 속에 숨어 있던 소년은 자신의 시간을 통과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는 오븐 속을 나와 집으로 향하죠.

배선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자신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부두인형과 점장이 준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들고서요.

늘 그렇듯 아무도 반겨주지 않은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목격하게 됩니다.

동생 무희를 성추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말 부분은 예전에 개그맨 이휘재가 나와서 “그래 결정했어!”를 외치며 두 가지 다른 선택의 결과를 보여줬던 <인생극장> 같아 맘에 살짝 안 들긴 하지만 그 결말 또한 작가의 의도였다고 하네요.

“타임 리와인더”를 먹었을 경우와, 안 먹었을 경우.


“타임 리와인더!”

그 과자를 먹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갔을 때,

어쩌면 똑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다시 똑같은 결정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억이 함께 리와인더 되는 것은 아니기에...)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처음인 것 같은데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면,

그런 데자뷰 현상을 지금 느끼고 있다면,

어쩌면 당신도 “타임 리와인더”의 복용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작가는 현실은 결코 판타지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런 미스터리 코믹 호러 판타지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는 게 힘들어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다 해도 지금을 살아내야 하는 게 삶이라고요.

“단절”을 꿈꾼다면 자신의 삶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 역시 힘들어 질 수 있기에 피하고 싶은 순간조차도 최선을 대해 살라는 뜻이겠죠.

자신의 현실을 “판타지”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요.

혹 모르죠.

자신만의 확실한 오븐이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지도요.

그런데 좀 걱정스러운 건,

그 안에 너무 오래 있으면 정상적인 삶 또한 불가능하겠죠?

그리고 너무 노릇노릇 구워질지도요.... ^^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으면서 옛날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청춘을 완벽히 소유하기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흘러야 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