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1. 5. 07:50

바티칸 산 피에트로 광장 (Plazza San Peitro)은

건축가 베르니니가 1656년에 시작해 1667년에 마무리 지었다. 

길이 340m, 너비 240m의 타원형 광장과 사다리꼴 모양의 기다란 광장은

베드로가 예수님에게서 받았다는 천국의 열쇠 모양을 하고 있다.

광장 한가운데 25.5m 높이의 오벨리스크는 

서기 27년에 로마 황제 칼리큘라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한때 바티칸 한복판에 침략과 약탈의 상징인 오벨리스크가 서있는 것에 말들이 많았었단다. 

그래서 옮기는 것도 고려했다는데 

꼭대기에 십자가를 설치함으로써 화해와 축복, 평화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단다.

지금은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곳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예수님이 탄생한 마구간을 설치된다.

(크리스마스에 바티칸에 가면 정말 좋겠는데... 엄청난 인파에 파묻히게 되겠지만!)

광장을 둘러싼 도리아식 주량의 기둥은 모두 284개로 베르니니가 직접 제작했다.

4열로 배열된 기둥은 광장에 표시된 원형의 한 지점에서 바라보면 정학하게 하나의 기둥처럼 보여진다.

(베르니니의 기하학의 묘미 ^^)

294개의 기둥 위에는 베르니니의 제자들이 만든 3m 높이의 거대한 성인상 140개가 서있는데

저 조각상들은 부착되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올려져 있는 거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센 비바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로렌초 베르니니가 두 개의 반원형 회랑을 만든 이유는

성 베드로 성당이 두 팔을 벌려 사람들을 끌어안는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서란다.

베드로 성당 정면 한가운데에는 "강복의 발코니"가 있는데

매년 1월 1일이면 교황님이 이곳에서 각국의 언어로 축복을 내리신다.

외국순방 기간이 아니라면

일요일 낮 미사 후에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서 인사도 하시고

가끔은 피에트로 광장까지 직접 나와 신도들을 만나시기도 한다고.

피에트로 광장은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라는 "화해의 길"을 따라 산탄젤로 다리 까지 이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

열리면서 닫히고, 닫히면서 열리는 공간이라는데

내 눈에 베르니니의 산 피에트로 광장이 정확히 그런 모습이었다.

 

기념품 가게를 갈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 동생과 조카만 보냈다..

그리고 혼자 남아 피에트로 광장에서 하늘색이 변하는걸 찬찬히 지켜봤다.

그대로 심장이 멈춰버린대도 상관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진심으로 거룩했고, 한없이 은혜로웠다.

사람들로 가득찬 곳에서 홀로 느끼는 이 기묘한 한적함.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것 뿐.

내 삶에도, 타인의 삶에도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떳떳한 삶.

그게 나를 소박하고 평온한 삶으로 인도해 주리라.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망가뜨리지는 않겠다.

결단코!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10. 30. 08:06

높은 곳을 보면 오르고 싶어진다.

그것도 아주 성실하게 두 발로 꾹꾹 눌려가면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

세비아의 대성당 종탑도,

피렌체 두오모 구폴라와 조토의 종탑도 그래서 올라갔고

여기 산 피에트로 대성당 쿠폴라로 일말의 망설임없이 올라갔다.

많은 살마들이 중간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지만

난 일부러 551개의 계단을 성실히 걸어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엘리베이터 7유로, 계단 5유로)

처음엔 넓고 낮았던 계단이 위로 올라갈수록 좁고 높아져

급기야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변해버린다.

올라가면서 나는 내게 폐소공포증이 없음을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만약 그랬다면 이곳은 지상에서 올려다봐야만 하는 불모의 공간이었을거다.

누군가 그랬다.

맘 속에서 길을 잃었을때 높은 곳에 올라가라고.

높은 곳에서 지상의 길들을 내려다보면 거짓말처럼 맘 속의 길이 보이게 될거라고.

(고백컨데, 이건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 준 말이다)

길은... 그렇더라.

내 맘이 열려야만 비로소 보여주더라.

 

 

피에트로 대성당을 처음 설계한 사람은 브라만테였다.

브라만테는 만신전(萬神殿)인 판테온의 쿠폴라보다 더 크게 만들고 싶어했지만

건축가들의 반대와 거대한 돔을 지탱해야만 하는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쳐 결국 포기하고 만다.

브라만테의 뒤를 이은 사람은 우리 모두의 Hero인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는 1547년 그의 나이 72세에 베드로성당의 쿠폴라 공사를 맡게 된다.

하지만 노구의 몸은 결국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하고

미켈란젤로가 수정한 설게에 따라 공사가 마무리된다..

쿠폴라를 오르다보면 중간쯤에서 내부를 내려다보는 코스가 나오는데

철망 사이로 보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한참을 서성였다.

아래에서 올려다볼때는 작아 보였던 라틴어 글자들이

가까이서보니 사람 키쯤은 우습게 넘기는 크기라 깜짝 놀랐다.

베르니니의 천개는 아득했고,

베드로의 옥좌 위 황금구는 태양처럼 빛을 발했다.

황금구 안의 비둘기는 아래에서는 잘 안 보이더니 여기에 오르니 선명하게 잘 보인다.

저렇게 날개를 펼친 모습이었구나... 처음 알았다.

외부에서 쿠폴라로 올라가는 마지막 여정.

맘이 먼저 설렌다.

 

 

쿠폴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페에트로 광장,

오벨리스크를 따라 일직선으로 난 길은 신탄첼로성과 연결된다.

점점 기울어가는 빛 속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준 천국의 열쇠가 선명하게 모습을 보인다.

마치고대로부터 내려온 묵시록같아

나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땅 위의 새겨진 저 십자가를 따라 길의 끝에 서면

우리는 무언가를 결국 만나게 되리라. 

이제는 알겠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맡긴 천국의 열쇠는

바로 "인간"이었음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