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1. 3. 08:18

<빌리 엘리어트>

 

일시 : 2017.11.28. ~ 2018.05.07.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극본 : 리 홀 (Lee Hall)

작곡 : 엘튼 존 (Elton John)

연출 : 스테판 달드리 (Stephen Daldry)

출연 : 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 (빌리) / 유호열, 한우종, 곽이안, 강희준 (마이클)

        김갑수, 최명경 (아버지) / 최정원, 김영주 (미세스 윌킨슨) / 박정자, 홍윤희 (할머니) / 구준모 (토니)

        석주현, 김요나, 박시연 (데비) / 백두산, 서재민, 강대규 (성인 빌리) 외

제작 : 신시컴퍼니

 

브라인드 캐스팅이라 빌리가 누구인지 모르고 공연장을 찾았다.

김현준은 빌리는 봤으니까 다른 빌리였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도 김현준 빌리더라.

그래도 괜찮다.

왜?

빌리니까!

빌리 김현준과 윌킨스최정원 외 다른 배역들은 전부 다르기도 했고,

 

이번 공연에선 할머니 역의 "박정자" 배우에게 감탄했다.

75세라는 연륜은 정말이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남긴다.

내가 본 최고의 Grandma's song 이다.

노래라기 보다는 대사에 더 가까웠는데 그 느낌이 너무 진하고 강렬했다.

무대의 임펙션이 아니라 감정의 임펙션이 정말 컸다.

뭔가 먹먹함도 있어서 가슴 한켠이 쿵 내려앉았다.

누군가를 잃은 사람의 슬픔.

빌리와 할머니의 공통된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됐다.

자긋이 포개진 두 손.

이게 왜 그렇게 눈에 밟히던지...

 

빌리는...

확실히 처음 봤을때보다 훨씬 더 잘한다.

angry dance도 electricity도 12월 초보다 발전했다.

게다가 이 녀석,

기특하게도 페이스 유지에도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아이가... 아나었다.

그냥 배우였다.

무대를 꽉 채우고 책임지는 어엿한 배우.

이 녀석,

두루두루 날 참 주눅들게 한다.

그래서 참 이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0. 14. 08:26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5.09.18 ~ 2015.12.0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1관 비발디파크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김승대, 정상, 강정우,현성 (김수혁) / 최명경, 홍우진 (오경필)

        이정열, 이건명, 임현수 (지그베르사미) / 이기섭, 배승길 (남성식)

        정순원, 주진하 (정우진) 외

제작 : 뮤지컬 JSA프로덕션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 온 언니와 대학로에 갔다.

대부분 월요일은 공연이 없어서 대학로가 휴일처럼 한산한데 

요즘은 블루오션 전략인지 화요일에 쉬고 월요일에 공연을 올리는 제작사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월요일의 공연장은 참 좋았다.

티켓창구도 한산하고 앉아서 기다릴 곳도 많아서 여러가지로 여유롭더라.

게다가 티켓도 1+1 예매해서 더없이 착한 금액이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번 시즌은 그냥 지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뒤늦게 정상윤이 합류하면서 바라던 황금 캐스팅이 완성됐다.

정상윤, 최명경, 임현수.

초연부터 함께 해 온 이 세 명의 배우는 역시나 진리더라.

무엇보다 이 작품으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배우 최명경이

초연보다 노래 실력이 월등히 좋아져 깜짝 놀랐다.

(솔직히 초연때 최명경의 노래는 좀...)

정상윤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고래고래>와 병행하면서도 흔들림 따위 전혀 없이

김수혁이라는 인물에 완벽히 몰입해서 눈물까지 뚝뚝 흘리더라.

정상윤의 김수혁은,

밝고 유쾌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감정적으로 너무 아프고 힘들다.

진실과 대면하면서 겪게되는 혼돈과 절망의 과정들을 정상윤 특유의 섬세하고 연기로 잘 표현했다.

임현수 베르사미는 예전에도 느낀건데 류정한과 오버랩이 많이 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더!)

노래하는 입모양이나 외형도 비슷해서 긍정적인 기시감이 느껴지더라.

지그베르사미일때는 연기도 노래도 다 좋았고

후반부에 거제도 포로수용소 김형우로 분했을 때

감정이 과잉되면서 노래와 연기가 살짝씩 흔들린건 살짝 아쉬웠다.

 

그리고 인터미션을 없앤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2014년 초연때 2013년 쇼케이스 공연때는 없던 인터미션이 생기는 바람에

이야기가 오히려 늘어지고 끊어졌었는데 이제야 제자리를 잡았다.

유치한 장면들이 정리되니 이야기도 깔금해졌고

속도감과 긴장감이 생겨서 개인적으론 초연보다 훨씬 더 좋더라.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라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거다.

그러니 대극장 버전으로 싸이즈를 키우지 말고

지금처럼 중극장 규모로 꾸준히 성장했으면 좋겠다.

 

흥해라! JSA!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4. 08:27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4.02.27. ~ 2014.04.2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이정열,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정상윤, 강정우 (김수혁)

        최명경, 이석준 (오경필)/  임철수 (정우진), 이기섭 (남성식) 외 

제작 : CenS

 

작년 12월 8일에 피꼴로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보고 참 먹먹했었다.

쇼케이스의 퀄리티가 이 정도라면 본공연이 올라가면 엄청나겠구나 싶어 본공연 날짜를 내내 기다렸었다.

워낙에 프리뷰 첫공은 기피하는 편인데 이 직품만큼은 꼭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기대를 했던걸까?

몸상태가 안좋기도 했고, 약때문에 약간의 몽롱하기도 했다지만

이상하게 쇼케이스때보다 훨씬 더 지루해지고 느슨했다.

게다가 심지어 너무 친절해지까지 했다.

추가된 곡들은 아직 극속에도 배우들에게도 잘 스며들지 못했다.

아예 예전처럼 인터미션없이 긴박하게 진행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2막 도입부에서 1막의 내용들을 편집형식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너무 산만하고 정신없어 슬램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도 참 못할 짓인것 같고...

참 마음이 복잡하고 안타깝다.

 

정상윤, 최명경, 임철수는 쇼케이스때보다 노래, 연기, 감정이 확실히 더 좋아졌지만

연령대가 달라서 그런지 이정열 베르사미는 참 이질적이고 왠지 모르게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일단 비쥬얼이 지극히 토속적(?)이라 그런지 노랑머리 소령님이라는 표현이 작품과 상관없이 자꾸 걸리더라.

차라리 머리를 조금 더 노랗게 염색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아가사>의 김수용이 이 역할을 했다면 정말 딱이었을텐데...)

전체적으로 군인이 아닌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느낌이랄까?

그래도 1막은 나쁘지 않았는데 2막은 너무 얕게 머물거나 너무 깊게 빠지더라.

특히나 거제도 장면은 감정이 너무 과해서 본인도 추스르는데 힘겨워하는 것 같았다.

배우로서 배역의 컨트롤 하는데 살짝 실패한듯!

가사 전달이 안되는 노래도 좀 있었고

정상윤과의 듀엣은 발란스가 안맞고 틀어져서 듣기가 거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베르사미"라는 역할은 이정열보다 양준모가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양준모가 훨씬 더 군인답기도했고, 극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고, 냉정하기도 했다.

이정열 베르사미는...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선배님" 혹은 "선생님" 느낌이라 보면서 좀 불편하더라.

 

개인적으로 가장 의아했던 건,

쇼케이스때에는 거제도 장면이 상당히 임펙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오버랩되는 장면도 이상했고

동생의 노래는 프리스타일 랩처럼 들렸고,

좌우에 대립을 이루던 사람들의 움직임도 예전의 그 느낌은 확실히 아니더라.

도대체 그 이유가 뭐였을까?

단지 그날 내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것 때문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서로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걸까?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좀 섭섭하고 안타깝다.

 

* 개인적인 사족이긴한데,

   양준모와 이정열이 서로 작품을 바꿔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정열이 <서편제>의 "유봉"을.

   양준모가 <JSA>의 "베르사미"를...

   그랬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0. 08:27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3.12.07. ~ 2013.12.15.

장소 : 대학로 뮤지컬센터 공간피꼴로

원작 : 박상연 "DMZ"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출연 : 준모,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정상윤, 강정우 (김수혁)

        최명경 (오경필), 임철수 (정우진), 이기섭 (남성식) 외 

제작 :  CenS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뮤지컬 우수작품 제작 지원 선정작 <공동경비구역 JSA>

이병헌, 송광호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었을때 궁금도했고 걱정도 됐다.

아무래도 영화의 잔상이 너무 강력한 작품이기에...

그랬더랬는데 리딩공연만으로도 들리는 입소문이 범상치가 않았다.

게다가 작사, 작곡, 연출을 비롯한 스텝진과 배우진이 이보다 더 좋을 순 도저히 없다!

묵직하고 선 굵은 양준모에 섬세한 연기와 감성의 끝을 보여주는 정상윤.

<오페라의 유령> 이후 두 사람을 한 작품에서 보는 것도 정말 오랫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다.

여러모로 퀄러티 보장되는 작품이 나오겠구나 짐작했다.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이 작품,

확실히 수작(秀作)이다.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뮤지컬 <그날들>보다 개인적으론 훨씬 좋았다.

공연 2일차에 고작 네번 올려진 작품이 이 정도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같은 작은 극장이 아니라

조명과 무대를 제대로 쓰는 중극장 이상에서 지금 상태로 공연된다면 엄청났겠다 싶다.

개인적으론 영화보다도 뮤지컬이 훨씬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도 자체도 너무나 탄탄했고

시간을 교차시키는 방식도 아주 좋았다.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유행가나 드라마, 만화영화 주제가를 살짝씩 삽입시킨 음악도 친근하면서도 어딘지 신선했다.

(김광석과 최진실 생각에 혼자 뭉클해기도...)

과하지 않은 웃음코드도 곳곳에 잘 배치시켰고

그걸 또 배우들이 적절하게 잘살려 표현했다.

이건 완전히 기대, 그 이상이다!

 

 

한동안 나이를 앞서간 연기를 주로 했던 양준모는

요근래 내가 본 그의 출연작 중에서 단언컨데 최고였다.

영화에선 이 역을 이영애가 했었고 비중도 크지 않았지만

뮤지컬에서는 스위스 중립국 수사관으로 나오는 지그 베르사미의 비중이 상당히 크고 중요하다.

해설자이기도 하고, 직접적인 개입자이기도 하고, 과거의 대역이기도 한 이 역할을

양준모가 아주 묵직하게 제대로 표현해줬다.

사실 중반부까지 너무 밋밋한 역할이라는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참 표현하기 힘든 인물임을 알게 됐다.

평면적이듯 보이지만 작품 속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입체적인 인물.

눈 앞에 보여지는 사건과  갈등을 표현하는건 오히려 쉽다.

그러나 이렇게 잔잔한 수면 밑, 몰아치는 회오리 물살을 표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오랫만에 배우 양준모가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개인적으로 너무나 반갑고 반가웠다.

 

김수혁의 정상윤.

역시나 끝과 끝의 표현을 망설임없이 보여준다.

귀엽고 철없는 모습일때는 정말 스무살 초반 갓입대한 군인 같았고

섬세한 내면의 갈등을 표현할 때는 표정과 목소리톤까지도 순간적으로 달라진다.

등퇴장없이 곧바로 전환되는 장면들,

그리고 그 틈없는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지고 표현하는 정상윤을 보면서

또 다시 혀를 내두르게 된다.

확실히 정상윤은 작품과 배역에 대한 해석력과 표현력이 탁월하고

작품 안에서 어떻게든 배역을 살려내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30대 초반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노련하고

무대 위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아주 민첩하고 유연하다.

창작 초연 작품 섭외 1순위가 정상윤일 수밖에 없는 이유,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더 늙기 전에(?) 정상윤의 <헤드윅>은 꼭 보고 싶은데...)

최명경의 엔딩곡은 어색해서 오히려 단백하게 들렸고.

이러다 북한병사 전문배우가 되는 건 아닌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임철우의 맛깔스런 연기도 아주 좋았다.

앙상블의 연기도 좋았고,

주조연 배우들 모두 전체적인 합과 발란스도 괜찮았다.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객석 점유율이 95%를 육박한다는데

그 이유 역시도 충분히 알겠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고

단언컨데 영화보다 훨씬 더 내용도 구성도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공연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공연장이 공간피꼴로라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활용도와 음향은 아주 좋더라.)

이 두 가지가 정말 아쉬웠지만

조만간 더 좋은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때도 양준모와 정상윤만큼은 꼭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 한 번쯤 더 보고 싶은데 시간도, 좌석도 다 없다.

  아.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2. 08:51

<인당수 사랑가>

일시 : 2013.09.07. ~ 2013.11.03.

장소 :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작사 : 박새봄

작곡 : 김아람, 김준범

음악감독 : 신은경

연출 : 최성신

출연 : 임강희, 유리아 (춘향) / 박정표, 이창용, 전성우 (몽룡)

        이석준, 고영빈 (변학도) / 안치욱, 이상은 (심봉사)

        서정금, 정상희 (도창) / 이동재 (방자), 박경옥 (뺑덕)

        최명경, 김광만, 김하나, 이종원

 

예전에 이 작품이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두 번 정도 관람을 했었다.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에 여러 형태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그것도 썩 성공적으로 시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다.

<춘향전>과 <심청전>을 섞는다?

코믹한 마당놀이를 보게 될거라고 생각했더랬는데...

자그마한 극장에서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사랑가"와 "쑥대머리"가 나오니 눈과 귀가 동시에 번쩍했었다.

이야기 구성도 너무나 참신했고

젊은 배우들의 패기와 정성 가득한 연기도 인상깊었고

상식을 뒤짚는 변학도의 캐릭터 반전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방자 이동재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도창 정상희의 구수한 소리도 신선하고 흥겨웠다.

이런 멋진 파격과 도전이라면 우리 고전도 경쟁력이 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재미와 감동, 친근함과 새로움을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질 배치시켜 만든 작품이었다.

내 기억에 이 작품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출신이 주축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

졸업작품이었다는 말도 있고...

"한예종" 출신들이 이렇게 사고를 칠 때마다(?) 나는 아주 흐뭇하고 반갑다.

(그런데 요즘 "한예종"이 너무 조용하다.... 크게 사고 한 번 쳐줬으면 싶은데...) 

 

6년이 훌쩍 지나 다시 보게 된 <인당수 사랑가>는

역시나 참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품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해서

그 좋은 작품이 오히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리리 예전처럼 소박하지만 내실있는 작품으로 남아

소극장에서 롱런하는 작품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좋은 작품이 너무 큰 공연장을 만나 객석의 일부도 온전히 채우고 못하는 걸 목격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무대도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너무 휑하니 텅 비어 불필요한 공명만 더 생겼다.

오케스트까지 추가돼서 음악이 확실히 풍성해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극장에서 도창과 고수 한 명으로 공연됐을 때가 훨씬 좋았다.

그래도 초연때부터 <인당수 사랑가>를 지켜온 방자 이동재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득템이다.

이동재처럼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가진 배우의 무대를 보는 건 언제가 큰 기쁨이다.

 

관람하면서 눈에 담겼던 배우는 춘향역의 유리아와 변학도의 이석준.

<두 도시 이야기> 초연때 눈여겨 봤던 유리아가 재연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이 작품을 준비하느라 그랬나보다.

임강희가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를 하느라 유리아의 회차가 많아졌는데

자기관리를 성실히 했다는 게 무대 위에서 그대로 보여졌다.

아마도 이 작품을 끝내고나면 뮤지컬 배우로서 유리아의 입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노래도 연기도 목소리 톤도 참 좋았다.

그리고 변학도 이석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꽉꽉 채워지는 이석준은 항상 묘한 "끌림"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배역 속에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석준만은 예외다.

그가 만들어 내는 배역은 확실히 "이석준"만의 느낌이 있다.

이 작품 속에서도 휑한 공연장이 민망할 만큼 그의 연기는 좋았다.

독보적이만 결코 함부로 튀지 않으면서 작품 속에 풀어지는 이석준의 연기가 나는 참 좋다.

이석준은 분명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멋진 배우가 될 것 같다.

꽉꽉 차 있으면서 느긋한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배우.

그래서 나는 지금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중년을 훌쩍 넘긴 이석준의 모습이 아주 궁금하다.

무대 배우의 복지와 향후에 대해 그만큼 고민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책임감이라는게 무대 위에 있을 때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석준이 항상 상기시킨다.

나는 그의 확신이 공연계의 화두가 될 날이 꼭 올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배우 이석준이 지금처럼 굳세고 곧은 청춘이길 바라고 또 바란다!)

 

영화배우 조성하를 닮은 멀티맨 최명경의 연기도 아주 맛깔스러웠고

심봉사 이상은의 감쪽같은 연기도 감탄스러웠다.

도창 정상희는 이 작품을 워낙 오래해서 그런지 제대로 한판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몽룡 전성우가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는데

문제는 공연장이 너무 컸다는 거!

일요일 저녁 텅 빈 객석을 보면서 참 쓸쓸했다.

이 작품, 정말 정말 좋은 작품인데...

혹시 다시 예전처럼 소극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아니면 최소한 동숭아트홀이나 연강홀 정도의 규모라도.) 

굳이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공간을 채우는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정말 좋겠고!

이 좋은 작품이, 이 좋은 배우들이 텅 빈 객석때문에

찬서리를 맞고 있는 것 같아 자꾸 걱정된다.

정말 좋은 작품인데...

정말 좋은 배우들인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