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13. 08:11

요즘 극장가는 한국영화의 싹쓸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군도>에 이어 <명량> 그리고 <해적>까지.

집 앞에 CGV 덕분에 나 역시도 이 세 편의 영화를 전부 봤다.

제일 힘들게(?) 본 작품은 <명량>

다른 두 편은 현장구매로, 심지어 아주 여유있게 조조로 봤는데

<명량>은 조조가 전부 매진이라 헛걸음을 했다.

(꼭 영화를 조조로만 본다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결국 하루 차이긴 하지만 <해적>보다  <명량>을 늦게 보게 됐다.

내가 영화에 조예가 깊은 것도, 밤톨만큼의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 편의 영화에 대해 짧게라도 뭔가 끄적거리고 싶었다.

정말 아주 짧게... 

 

먼저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BGM도 그렇고, 먼지 풀풀 날리는 것도 그렇고 한국판 아니 조선판 "황야의 무법자"다.

불에도 타고,삭발도 하고, 몰매도 맞으며 무지하게 고생한 하정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군계일학같은 강동원으로 인해 한순간 에술영화로 탈바꿈 됐다.

남자에게 이런 표현 참 뭣하지만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은 비주얼이다.

연기파 배우 하정우, 이성민, 이경영, 마동석의 연기도, 군도도, 민란도 다 안 보이고

심지어 내용의 임펙트도 별로 없지만

강동원의 우아한 칼질 몇 번으로 모든게 다 용서된다.

아쉬운건 강동원이 죽는 장면이 누가봐도 참 볼품없는 자태였다는거!

끝까지 알흠다운 비주얼과 영상미를 유지했다면 좋았겠다는 개인적인 아쉬움 ^^

그래도 괜찮다.

강동원으로 이 모든게 다 용서된다.

 

<해적>은...

참 말을 잃게 하는 영화였다.

몇년전부터 화려함에 극도의 피곤을 느끼는 탓도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심신이 쾡해졌다.

누가 그러더라.

160분짜리 유해진 코미디라고...

100% 인정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사람은 유해진과 이경영, 김원해 정도.

제작비는 엄청 났을 것 같은데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CG도 참 어설퍼서 깜짝깜짝 놀랐다.

어린이용 에니메이션인가??? 수없이 의심하면서 어쨌든 끝까지는 봤다.

코미디물이지만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깃털보다 가벼운 무게감이 나는 감당이 안되더라.

하하하... 하하하...

 

그리고 <명량>

하루하루 엄청난 기록을 갈아엎고 있는 이 영화는,

일단 세 편의 영화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대기업의 개봉관 싹쓸이는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차게 만들지만

어찌됐든 주조연을 망라하고 배우들의 힘 하나는 확실히 엄청나더라.

이정연과 진구의 비중이 적어서 놀라기도 했는데

작품을 보고나니 배우의 출연분량 유무를 따지는 건 참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안위를 연기한 배우 이승준이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각인됐다.

(일본에 사는 조카도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더라.)

너무 잘만들었다. 대단하다. 감동적이다...

이런 느낌보다는 내 안의 뭔가를 제대로 건드렸던 모양이다.

그래선지 영화를 보면서 의외의 장면에서 참 많이 울었다.

최민식이란 배우.

역시나 엄청나게 대단한 배우구나 감탄하면서...

 

개인적으로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가 두 편 더 있는데

<해무>와 <두근두근 내인생>이다.

<해무>는 배우진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연극을 워낙 인상깊게 봐서 영화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고

<두근두근 내인생> 역시나 김애란의 원작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을 읽었던 소설이라 기대 중이다.

게다가 강동원과 송혜교라니... 

참 비인간적이고 사람 기죽이는 바주얼 조합이긴한데

이 이쁘고 선한 두 사람이 어떤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지 참 궁금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

조연급 배우들이 너무 많이 겹친다.

지금 상영중인 이 세편만 봐도 중복되는 배우들이 많다.

이 정도면 조연급의 new face가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러다간 영화들이 마구 뒤섞여 기억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신선한 피...가

이곳 역시도 절실히 필요한 듯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6. 06:17
몇 년 전 배우 최민식이 연극 <필로우맨>을 하게 될 거라고 해서 기대했었다.
천재 작가 "마틴 맥도나(Martin McDonagh)"의 가장 유명한 작품 <필로우맨>
그러나...
결국 나는 기대하고 있던 연극을 보지 않았다.
(것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극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됐고
나는 연극을 이런 규모의 대극장에서 올릴 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놀라 기겁했었다.



<뷰티퀸>
영국의 천재적인 작가 마틴 맥도나가 25살 되던 해(1996년),
그것도 8일만에 쓴 처녀작이란다.
"포스트 세익스피어"라는 말을 듣고 있는 1970년생의 젊은 작가.
한때 이 작품을 포함해서 그의 작품 4개가 동시에 런던에서 공연되기도 했단다.
단편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도 하고...
참 여러모로 다재다능하시다... ^^
사실 <뷰티퀸>을 보기로 한 건
<필로우맨>의 천재작가 "마틴 맥도나"의 능력보다
연극배우 김선영의 무대가 오랫만에 탐이 나서였다.
 


“아마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영원히 거기 버티고 있을 거야. 날 괴롭히기 위해서”
“난 절대 안 죽어. 일흔 살이 돼서야 내 장례식을 치르게 될 걸."

모녀간의 대화라고 하기엔 좀 섬뜩하지 않나!
마흔이 되도록 이렇다 할 연애도 못해본 노쳐녀 모린(김선영)
우울증과 방광염을 앓고 있으면서 딸을 곁에 두기 위해
끊임없이 간섭하는 엄마 매그(홍경연). 
아일랜드 언덕배기 외따로 떨어진 곳에 사는 이 두 모녀의 이야기는
이렇듯 치열하고 그리고 섬뜩하다.
연쇄살인범에게 엄마를 도끼로 내려치라는 부탁을 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딸과
그 전에 널 먼저 죽일거라고 말하는 엄마.
(그것도 아주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는 이 모녀의 관계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드문드문 어쩔 수 없이 공감하게 된다.



연극을 보면서 오래 전 봤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이 영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는데...)
연극은 끊임없이 악을 쓰듯 대화하고 
영화는 끊임없이 침묵같은 독백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에 스며있는 정신 착란과 
주인공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이상 행동들이 묘하게 닮아 있고 
그리고 그 행동들이 몽상처럼 아득하다.
모린이 착각 속에서 파토를 만나는 기차역 장면과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작업장에서 추던 상상 속의 춤.
희망과 절망을 함께 품고 있던 그 두 장면은
묘하게 일치하면서 씁쓸한 이면을 남긴다.
어쩐지...
사람이 미쳐가는 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들.



이렇게 사소한 일로 늘 티격태격 다투던 모녀에게 진짜 큰 사건이 발생한다.
매그의 방해도 불구하고 모린이 고교 남자동창 파토(신안진)와
자신의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
다음 날 아침 모녀는 파토 앞에서 서로의 치부를
그야말로 경쟁적으로 살벌하게 폭로한다.
엄마는 단 한 번도 딸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며 딸의 정신병동 입원 병력을 낱낱히 날카롭게 들춰낸다.
게다가 딸은 일부러 엄마에게 시비를 걸 듯
한마디 한마디를 가시같은 말투로 여기저기 사정없이 찔러댄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녀는 교묘하게 엄마에게 끊임없이 날카로운 가시를 박는다.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세상 모든 모녀의 관계는,
그래, 어쩌면 이런 끔찍한 집요함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연출한 이현정 연출가,
그녀의 런쓰루는 다른 연극연습에 비해 길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1~2주의 런쓰루 기간을 갖는게 보통이라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는 4주간의 런쓰루 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연극은 촘촘하고 그리고 빽빽하게 꽉 차 있다.
(토막 난 생선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오랫만에 머릿속이 치열해지는 느낌.
결국 딸은,
엄마도 파토도 떠난 집에서
엄마가 앉았던 낡은 흔들의자에 앉아
엄마가 둘렸던 낡고 더러운 긴 숄을 꼭 엄마처럼 어깨에 감싼체
엄마와 똑같은 자세로 발을 구르며 의자를 흔든다.
그 안으로 엄마의 목소리가 노래로 흐른다.
(극의 시작은 정확히 그 반대다.
 흔들의자에 발을 구르고 있는 노모의 머리 위로 딸의 노래가 흐른다)
등장인물과 흐르는 노래만 바꿔있는 두 장면이
머리속에 선명히 대비된다.
그리고 완벽히 합치된다.
모린은 매그가 됐을까?
그래, 어쩌면... 그랬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2. 21. 05:55
 <천만 개의 사람꽃> - 임종진


천만 개의 사람꽃 


사진작가 임종진.

전 이 사람을 김광석이라는, 10여년에 훌쩍 세상과의 이별을 선택한 통기타 가수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2008년 2월에 나온 <김광석 그가 그리운 날에>라는 책이 바로 그 인연이죠.

“한겨레신문”의 사진기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임종진은 떠나버린 김광석을 그리워하며 짧았지만 여운 깊었던 그와의 만남과 함께 나눴던 생각, 마음의 교감들을 이 책을 통해 고백했었습니다. 십여 년 동안 혼자 간직했던 생전의 젊고 다정했던 김광석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죠.

서른의 대표곡이 된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이미 그 나이를 한참 전에 넘겨버린 저는,

20대엔 절대 공감하지 못했던 이 노래가 지금은 가끔 내 지난 모습의 반추처럼 느껴집니다.

김광석이란 가수의 목소리에 달라붙어있던 그리움과 아련함의 깊이를 이해하기엔 20대의 시간은 아무래도 너무 활기찼겠죠.

사람들로부터 떠나 버린 가수 김광석, 그리고 사람들에게로 늘 떠나는 사진작가 임종진.

그 두 사람은 공통점은 그러나 “그리움”이었습니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에 여전히 구식 필름 사진을 고집하는 사진작가 임종진.

그는 “달팽이 사진작가”라는 별명을 자랑스러워하는 온기 가득한 사람입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 아프고 다정한 사람들의 모습에 울고 웃고 희망을 걸게 됩니다.

사진을 찍는 이유...

어설프지만 저 역시도 사진 속에 담기는 멈춤에 넋을 잃는 사람이기도 하죠.

아직 내공이 부족하기에 제 카메라 앵클의 시선은 여전히 풍경입니다. 사람을 그 모습 그대로 담아낸다는 게 아직까지는 영 자신이 없기 때문이죠. 더 오래, 더 많은 시간이 지난다면 가능한 일이 될까요?

6차례 방북 취재로 김정일 최고위원장에게 “남녘 사진작가”라는 별칭까지 받기도 했고,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 그 화염의 도시 속을 다니다 민병대에 스파이로 오인돼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번번이 그를 살렸던 건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 인연이었죠.

어쩌면 그의 사진 속엔 담겨있는 "생명“이 그의 생명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천만 개의 사람꽃>

2008년 가을에 출판된 이 포토 에세이집에는 인도, 캄보디아, 티베트, 네발, 이라크, 그리고 우리나라의 생명 품은 사람들이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처럼 이 책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는 희망 품은 웃음이 꽃처럼 만개해있습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출생부터 고통을 짊어진 아픈 생명들의 채 피워지지 못하고 꺾일 숱한 꽃들도 있죠.

품질 좋다는 이라크 석유의 최대 매장지 남부지역 바스라.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퍼부은 수백만 발의 열화우라늄탄으로 이 지역의 신생아 30%는 선천성 백혈병이나 치명적인 기형 장애를 안고 세상에 태어납니다.

아기의 첫 울음으로 남자아이야 여자아이냐를 가늠하지 않고 병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하는 것이 일상의 모습이 되어 버린 곳. 아무런 병 없이 태어난 아이들도 대부분은 극심한 영양실조와 부족한 의약품으로 얼마간의 삶만이 허락될 뿐입니다.

그리고 어미는 아이를 맘껏 안아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지는 향기를 바라보기만 합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어린 꽃은 만개의 소원을 피워내지 못한 채 봉오리 그대로 세상 속에 삼켜집니다.

알까요?

그 봉오리가 한 귀퉁이라도 벌어진다면 그 순결한 향기를 우리도 맡을 수 있었다는 걸...

기껏해야 평균 수명 15세.

꽃이 집니다... 꽃이 집니다...

맘껏 피지도 못한 어린 꽃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향기를 거둬갑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감히 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시선이 조용히 또 한 장의 책장을 서둘러 넘길 뿐입니다.




사람은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그래서 “오래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걸까요?

사진에 담긴 멈춰진 시간 속에서 그러나 저는 움직임을 봅니다.

사람의 시선은 늘 다른 방향을 향하고 기억 또한 왜곡과 변형을 거듭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기억하는 것들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생기기도 하죠. 누구라도 결국은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담겨지는 기억...

사진은 그러니까 그 기억 속에 일부러 던져지는 모난 돌멩이와도 같습니다.

섬뜩한 파문이 일죠.

이 사진 속의 너의 기억은 온전히 사실인가?

사진이 내게 물어 옵니다.

그래서 때로는 한 권의 책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읽고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의 감각 중 가장 강력하다는 시각.

예전에 저는 본다는 것에 대해 지독히 넌더리냈던 적이 있습니다.

내 눈 앞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냥 그대로 눈이 멀어버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사람이 되길 소원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봤던 흑백 사진집 한 권.

사진작가 최민식 선생님의 <인간(HUMAN)>이라는 책이었죠.

그 책을 보면서 저는 내가 보는 세상에 넌더리내야 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인간에 넌더리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뭉턱뭉턱 올라오던 울음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가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던지...



 
신문을 들고 있는 장애우는 아직까지도 신문을 들고 한 팔을 휘저으며 한 다리로 뛰고 있을 것만 같고, 아직도 저 아주머니는 생선을 벌여놓고 비닐로 비를 피하며 다음 생계를 위한 장사를 하고 있을 것만 같고, 아직도 작은 나무통 속에 아기는 조각난 군밤을 작게 오물거리며 허기를 채우고 있을 것만 같아 지금도 눈 밑이 붉어집니다.

이 책, <천만 개의 사람꽃>도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탄피 더미 속에 앉아 있는 아이의 분노에 찬 눈빛,  붉은 막대사탕 하나를 들고 찬란한 미소를 보내는 천진한 눈빛의 아이를 보고 있으면 왠지 미안해지고 안스러워집니다.

사진은 권력이라고 했던가요?

매번 사진이 휘두르는 진실의 권력 앞에 여지없이 무너지게 되네요.

그리고 한 장 한 장 사진 옆에 적혀 있는 임종진만의 단상들도 많은 화두를 던져줍니다.

프로패셔널한 사진작가의 수줍고 단정한 글들은 일부러 꾸며 쓴 것이 아니라 비록 서툰 표현들이지만 다정하기까지 하죠.

글이라는 건 꼭 잘 써야 전달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 천사의 새치기


조금 피곤한 어느 늦은 오후였습니다.

처음엔 요 녀석에게 별 관심이 없었답니다.

그 옆에 아주 귀여운 놈이 따로 있었거든요.

가만히 지켜보면서 눈을 마주치다가

적절한 때를 봐서 한 컷 건지려고 했지요.


그래, 이제 되었구나 싶어 슬쩍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살살 눈치만 보며 기웃거리던 요 녀석이 불쑥 뛰어든 겁니다.

이때다 싶었던 거지요.

도저히 내칠 수 없는 환한 웃음을 코에 걸고 뛰어들었으니 어쩌겠습니까.

마냥 따라 웃을 수밖에요.


어딜 가나 천사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기운을 줍니다.

때론 해맑은 소녀였다가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이기도 하고

때론 늙은 농부의 여유로움과 갓난아이의 천진스러움이기도 하고

때론 길바닥 걸인의 형상이기도 합니다.


캄보디아 씨엠립의 한 골목길에서 천사는 그렇게 나타나

지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습니다.


임종진 그가 찍은 천만 개의 사람꽃과 천만 개의 단상들을 보며 저도 함께 말했습니다.

“요놈, 요놈, 요 이쁜놈!”

어쩌면 당신도 당신의 멈춰 있는 기억 속에 조용한 움직임을 주는 한 장의 사진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닿아 꽃을 피웠을까요?

조용히 떠올리고 싶습니다.

어떤 향기를 남겼는지를......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12. 06:15
 

<지식 ⓔ season 2> -  EBS 지식체널ⓔ



지식 e SEASON 2 


EBS 지식채널은  2005년 9월에 기획 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편씩 방영되고 있습니다,
벌써 책으로도 season 4까지 출판되어 있는 상태구요.
이 프로그램은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단 '5분' 동안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생각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짧지만 강렬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이 책 역시도 짧은 문구들 속에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리고 잘 알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 해석, 그리고 이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season 2>를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생각은 이 책은 앞으로도 점점 지금보다 더  “진화”되는 책으로 남겠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season 1> 보다 확실히 더 자세하고(그러나 간략함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자세하면서 간략할 수 있다는 거...어떤 의민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리고 더 적극적이라고 할까요???

<season 1>은 “구분하기”, “밀어내기”, “기억하기”, “돌아보기” 이렇게 4개의 커다란 패러다임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 다시 10개의 단상이 담겨있습니다.

지금 우리와 관련이 되어 있는 문제들, 그리고 과거에서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던 문제들, 그리고 그러지 않아야 하는데 점점 우리가 잊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단상들이 정말 깊은 생각과 반성, 그리고 성찰을 하게 만드는 어찌 생각하면 깨달음에 관한 책이라고 나름 생각하게 됩니다.


<season 2>는 “희”, “노”, “애”, “락”이라는 또 다른 네 가지 패러다임이 1권과 마찬가지로 각각 10개의 단상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에 대한 책입니다. “교양”을 쌓는 책이 아니라 “앎”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우리가 알지 못하고 지낸다 해서 우리 삶에 문제가 되는 내용들은 결코 아닙니다(솔직히 그런 내용이 세상에 존재나 하는지 의문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꼭 알았으면.... 그랬으면 하는 바램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프로를 만든 EBS는 이 5분의 짧은 단상들이 “이슈메이킹”이 되길 원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고, 어느 정도는 안타까운 게 현실이죠.

분명 적지만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시켰고,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이슈가 되기에는 EBS의 시청률이나 파급력이 너무 미미한 현실이라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MBC나 KBS, SBS를 통해서 방송됐다고 해서 그게 달라지진 않았을 거란 개인적인 생각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우리의 눈과 귀가 예능에 너무 충분히 익숙해 버린 탓에....)

<season 1>이 현실, 상황, 직면한 과제에 대한 탐구였다면, <season 2>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사람에 대한 기억에 관한 내용입니다.

평범한 재단사 전태일의 분신의 이유, 시각에 후각까지 상실한 스티비 원더, 만년 2등의 귀환 이봉주, 빛의 화가 렘브란트,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피사체로 찍었던 사진작가 최민식, 그리고 강요한 군국주의 애국심으로 희생된 가미카제 특공대....

이 책을 읽은 후에 제가 비난했던 이들을 가리키던 손가락은 저를 책망하는 손가락으로 그 방향이 전환됐습니다.

잘못 알고 있었기에, 그저 들리는 이야기에 편승해 쉽게 손가락질 했던 제 손이 부끄러워졌으니까요.

물론 현재 제가 더 많이 알게 됐고, 바르게 알게 됐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더 잘 알기 위해 입을 다물고, 손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그저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됐을 뿐이라고요.....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며, 점점 사라지는 골목길이 그리울 것이며, 작은 엄지로부터 시작된 문자 메세지에서 비롯된 촛불의 행렬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작습니다. 그러나 그 안엔 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용은 내 생각을 복잡하고 어렵게 재구성합니다.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용은 계속 읽다보면 자꾸 긍정적인 방향으로 불편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은 평범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내용은 태산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여러분의 손 안에,

꼭 이 책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