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3. 9. 07:55


<아가사>

일시 : 2015.02.11. ~ 2015.05.10.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작가 : 한지안

작곡 : 허수현

안무, 예술감독 : 우현영

연출 : 김지호

출연 : 최정원, 이혜경 (아가사) / 강필석, 김재범, 윤형렬 (로이)

       박한근, 정원영, 주종혁, 려욱 (레이몬드) 

       김형균, 황성현 (아치발드) / 박준후, 안두호 (폴)

       이선근, 박종원 (뉴먼) / 주정화, 한세라 (베스)

       소정화, 박서하 (낸시) / 윤경호, 정승준 (에릭 헤리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캔들미디어

 

소극장 초연때 나쁘지 않게 봤던 작품이라 작품의 규모가 커지면 엉성했던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작품을 대폭 수정하면서까지 대극장용으로 만들걸 보면 

이 작품에 무한한 애정과 믿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일단은 그걸 믿어보기로 했다.

게다가 캐스팅의 귀재인 김수로가 이번에도 역시나 환상의 캐스팅을 공개했다.

작품이 잘 나왔다면 세 명의 로이를 다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일단 첫 관람은 가장 궁금했고, 가장 잘 어울릴거라 생각된 강필석으로 선택했다.

다른 캐스팅은 크게 문제되는게 없긴 했는데

개인적으론 아가사를 선택하는게 가장 난관이었다.

이혜경, 최정원 두 배우 전부 내 취향의 배우가 아니라 고민이 오래 됐는데

처음 선택을 뒤집고 최정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결론은...

작품 자체도, 배우들이 전부 괜찮았다.

(심지어 나랑 정말 안맞는 최정원 배우까지도...)

개인적으론 초연때보다 훨씬 더 빠져들어서 봤던것 같다.

초연땐 좀 늘어지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야기가 많이 정리됐고

개연성과 흐름도 더 긴밀해졌다.

로이의 미스터리함이 초연보다 약해지긴 했지만

로이가 좀 더 현실쪽으로 나와주니 "로이=아가사"의 등식은 훨씬 자연스럽더라.

초연때는 로이의 의상이 붉은색이었는데

이번에는 아가사의 의상이 붉은색으로 바뀌었고 

전체적으로 초연에 비해 "로이"에 변화가 많아졌다.

비중은 초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임펙트는 훨씬 강렬해졌다.

그리고 그걸 강필석이라는 배우가 너무 잘 표현했다.

대사톤과 타이밍, 표정도 정말 절묘하더라.
이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배우가 강필석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쓰릴미>에 이어 강필석 배우의 포텐과 매력이 "로이"라는 역할에서 또 다시 터져줬다.

늘 본인의 능력과 역량보다 덜 평가받는 배우라고 생각돼서 안스러웠는데

이제 그만 안심해도 되겠다.

강필석 배우의 "라비린토스" 비밀이 풀려 이제 제대로 전성기가 시작될 것 같다.

정말, 정말, 정말 매력적인 "로이"였고,

그보다 더 매력적이고 강렬한 강필석이었다.

아리아드네의 붉은 실로 라비린토스를 빠져나온 영웅 테세우스.

배우 강필석이 바로 그 테세우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8. 07:27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 코트>

일시 : 2013.02.12. ~ 2013.04.11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Andrew Lloyd Webber)

가사 : 팀 라이스 (Tim Rice)

연출 : 김덕남

안무 : 서병구

출연 : 송창의, 조성모, 정동하, 임시완 (요셉)

        김선경, 최정원, 리사 (해설자)

        조남희, 김장섭, 이정용 (파라오)

        이홍구, 김재희, 최병광 (야곱) 외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처음으로 공동 작업으로 만든 작품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 코트>

10여 년도 더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이비 공연(?)이 올려지긴 했지만 어쨌든 공식 라이센스 공연이 샤롯데에서 시작됐다.

무허가 공연의 전적 때문에 웨버의 심기가 좋지 않았다는 후문이...

그래서 라이센스 공연 허가도 잘 안 내줬다는 "키더라" 소문도 한때 들렸다.

이 작품이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19살에 만든 작품이란다!

(이 사람, 확실히 천재 맞다!)

그 유명한 "Any Dream Will Do"가 바로 이 작품에 나오는 곡이다.

처음 라이센스 공연 소식을 듣고 잠깐 솔깃했다가,

캐스팅 공지를 보고 가차없이 맘을 접었다가,

최근에 정동하의 노래에 빠져 한 번 볼까로 다시 마음이 바뀐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관람을 작정한 후에 이렇게 힘들게 캐스팅을 고민한 작품도 없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차떼고, 포떼고 나니까 선택의 폭이란 게 참 허무했다.

송창의는 아직 스케쥴에 올라가 있지 않아서 선택할 수 조차 없었고,

조성모는 <광화문 연가>에서, 리사는 <영웅:에서 너무 크게 상처를 받아 꼭 피해야 했고,

(이거 치유기간 꽤 길 것 같다.)

김선경은 프레스콜 영상에서 노래를 노련이 아니라 너무 노숙하게 불러 제외하니

정동하 요셉에 남은 건 최정원.

개인적으로 최정원을 무지 싫어하지만

그동안 했던 역할과는 다른 사회자 역할이니까..

"혹시나" 하면서 아주 조금 기대를 했다.

어쨌든 "정동하 노래 하나만 듣자!"로 내부적인 합의를 하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이 작품!

다른 건 다 제외하고 일단 작품 자체로만 본다면 정말 엄청나게 어메이징한 작품이다.

특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넘버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쩌면 그렇게 적절한 부분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그 곡들을 배치시켰을까?

재즈, 스윙, 탱고, 러시아춤곡, 펑키락, 응원가(?) 류의 노래에 가스펠 느낌까지...

음악만으로 세계일주를 하고도 남는다.

이걸 어떻게 19살이라는 나이에 만들었다는거지?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아무래도 악마에게 영혼을 건 파우스트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어메이징한 작품을 정말 어메이징하게 급전직하 시킨 최정원의 어매이징한 재능은

작품보다 훨씬 더 어메이징했다.

(와! 나 정말 대박으로 상처받았다!)

아무리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나!

첫 곡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그래, 이번에 최정원에 대한 개인적인 선입견을 깨보자 하고 집중했는데

그녀가 "야곱~~~!"을 울부짖을 때마다 내가 더 울부짖고 싶어졌다.

정말 요셉의 드림 코트보다 더 총천연색의 난감함을 보여줬다.

이집트 상인에게 요셉이 팔려가는 장면에 사회자가 "당신들 정말 너무 하네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나는 최정원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최정원! 정말 너무 하네요!"

(와~~, 나 정말 최정원하고 안 맞나보다. 어떻게 이렇게 매번....) 

<맘마미아>로 전국을 돌고 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연습부족의 티가 역력히 드러난다.

송쓰루 뮤지컬에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회자가 이런 상황이다보니

이 어메이징한 작품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재미와 감동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었다.

(제발이지 사회자 역할은 욕심내지 않았으면 감사하겠다.)

무슨 넘버가 됐든지간에 사회자 최정원이 끼면 갑자기 듣기가 싫어지면서 느낌이 반감되는거다.

도대체 목소리를 왜 그렇게 째지게 내는 거지?

그것도 일관성 없이 다중인격처럼 정신없이!

(다양함이 있었다면 아마도 조금 참아낼 수 있었을거다.)

이건 무분별하게 난사되는 기관총같다.

그래서... 난... 덕분에 장렬히 전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부분들도 꽤 있다.

(전부 사회자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이다)

너무나 인상적이게 멋졌던 오케스트라의 위치는 대박이었고

의도된 살짝 유치한 무대와 조명도 나름 신선하고 유쾌했다, 

특히 조연과 앙상블의 연기는 주연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이집트 부자와 엘비스 프레슬리 파라오로 분한 이정용의 센쓰는 이 극의 포인트를 살렸고

(관객을 쥐락펴락 하던 그의 애드립에 박수를!)

"Song of the King"과 "King of My Heart"도 너무 맛깔스럽게 잘 불러서 깜짝 놀랐다.

나는 이정용을 아직도 개그맨으로 생각했었는데 이 참에 한 방 제대로 먹었다.

정동하도 생각했던 것 보다 요셉에 잘 어울렸고

특히 감옥에서 부르는 "Close Every Door"는 감정도 음색도 참 좋았다.

가장 좋았던 넘버는 11명의 형제들이 부르는 "Benjamin Calypso"!

이 작품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준 배우는 확실히 11명의 형제들과 이정용이다.

커튼콜까지 쉬지않고 열정적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어메이징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역시 최정원인건가!

아마도! 어쩌면!

아니, 확실히!

(어쩌나... 나 또 다시 그녀에게 상처 제대로 받았나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30. 05:39
또 봤다.
그리고 또 가슴이 먹먹하게 아파왔다.
그래서 또 다시 울었다.
마치 처음 본 것 처럼...
<next to normal>
평범함 그 어디쯤.
죽어라 도달하고 싶어도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그 곳!
꿈꿔본 사람은 안다.
그 끝없는 한계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개인적으로 뮤지컬 1세대 배우인 남경주, 최정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두사람의 노력과 공로도 알고 있고
물론 인정도 하지만 이상하게 목소리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관람했을 때도 굳이 이정열 댄을 선택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첫번째와 댄이 바뀐 두번째 관람.
이정열 댄을 보면서 그의 울움 섞인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는데
남경주 댄은 확실히 그런 느낌은 없다.
단지 반복되는 아내의 병에 지치고 찌든 남자만 있을 뿐.
(어쩌면 현실적으로 이런 남편의 모습이 더 사실적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남경주 작품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다.
작년 11월 공연 초반때보다 6명 배우들의 연기도 확실히 훨씬 더 깊어졌다.
발음 전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박칼린도 비교적 다 잘 들렸다.
특히 1막에서 아들과 왈츠를 추는 장면의 감정 표현은 많이 뭉클했다.
(아무래도 박칼린은 연출보다는 연기를 하는 게 여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더 편할 것 같다)
이 부분에서 게이브 한지상의 노래도 좋았다.
잔잔하면서도 치명적이게 유혹적이라 정말 같이 가고 싶게 만들더라. 
정신과 의사역의 최수형도 두 명의 역할을 확실하게 분리해서 표현했다.
예전에는 다른 듯 같은 의사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으로 연기하는 것 같다.
최면요법에서 치고 나오는 최수형의 목소리는 정말 압도적일만큼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최수형이라는 배우가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선택할지 무지 궁금해졌다.)
등장인물 중에 제일 비중이 적은 헨리 역의 이상민,
첫번째 관람에서도 느낀 건데 목소리에 장점이 많은 배우같다.
탈렌트 공유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인데
작은 목소리에도 관객을 집중시키게 하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할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극~~~뽁 하시길...)
오소연과 한지상은 역시나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배역에 딱 맞아 떨이졌다.
특히나 게이브 한지상의 발군의 실력이 이 작품 재관람의 이유이기도 했다.
똑똑하고 현명한게 연기하는 젊은 배우를 무대 위에서 본다는 건 확실히 축복이다.
가끔 뮤지컬 <알타보이즈>의 한지상이 떠오를때면 혼자 흐뭇해진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꽤 괜찮은 배우 한지상.
(생각해보니 그래도 이 녀석 작품을 제법 봤다. 
 볼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 점점 기대치가 상승하는 중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다.
이 내용이 단지 "그래, 그럴 수 있겠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너무나 절실하고 현실적인 내 삶이라는 걸.
한 걸음만 걸어가면 바로 벼랑 끝인 막다른 경계면에서
신문의 부고란에 질투를 느끼는 그런 사람들.
견디기 위해 키워낸 것이라고는 고작 환상이 전부인 사람들!
환상은 다 자기방어라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자기방어!
그러나 자기방어라도 해야 그나마 버텨지는 거다.
next to normal
거울 앞에 마주선 나를 보다!

* 다시 봐도 음악과 무대가 참 굉장하다.
  한국어 OST를 판매하던데 오래 고민하다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노래라 극에서 느낀 감정들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OST를 사서 후회한 적이 꽤 많이 있다.
  심지어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지기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이 혹시라도 OST 때문에 어긋날까 싶어서 그냥 왔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 맨 앞자리에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단, 2층 중앙열 한 가운데는 피할 것!
  극장 천장에 있는 구조물(?) 때문에 3층에서 연기하는 게이브의 모습이 대부분 가려진다.
  꼭 팔다리만 허적거리는 괴물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