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2. 11. 08:34


<Kinky Boots>

일시 : 2014.12.02. ~ 2015.02.22.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사, 작곡 : 신디 로퍼 (Cyndi Lauper)

대본 : 하비 피어스타인 (Harvey Fierstein)

연출, 안무 : 제리 미첼 (Jerry Mitchel)

번역 : 김수빈

협력 연출 : 김동연

협력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김무열, 지현우, 윤소호 (찰리) / 오만석, 강홍석 (롤라)

       정선아, 최유하 (로렌) / 고창석, 심재현 (돈)

       이예은 (니콜라), 이우승 (조지), 앤절들 외 

제작 : CJ E&M(주)

 

개인적으로 쇼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선지 <라카지>나 <프리실라>도 재관람으로 이어지진 않더라. 

초연 <프리실라>는 동생때문에 한 번 더 봤고

<라카지>는 초연때는 챙겨봤는데 이번 재연은 아예 챙겨볼 생각조차 않았다.

사실 이 작품 <Kinky Boots>도 넘길 생각이었는데

국내 협력 연출 김동연이 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인팍 50% 할인으로 충무아트홀 3층 한자리를 예매했다.

결론은!

그렇게라도 보길 잘했다는거다.

김무열의 복귀작도, 오만석의 <헤드윅>급 여장도 다 제쳐두고

이 작품을 뉴페이스강홍석의 완벽한 원맨쇼다!

도대체 강홍석이라는 배우는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나 샆다.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배우다.

연기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도, 노래도, 춤도 자신만의 필이 있다.

살짝 흑인의 소올도 느껴지고...

그리고 미 모든게 작품 속 롤라와 아주 제대로 맞아떨어진다.

정말 백만년만에 제대로 터진 잭팟의 탄생이다.

(이 녀석의 차기작이 뭐가 될지 무지 궁금하다.)


정선아 로렌은 비중이 적지만 존재감 하나는 정말 최고였고

김무열도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솔로곡에서 고음이 불안하긴 했지만...)

그리고 여섯명의 아름답고 늘씬한 앤젤 언니들!

당신들이야말로 <킹키부츠>의 진정한 주인공들이다.

나... 앤젤들 때문에 감동했다.

<라카지>를 보면서도, <프리실라>를 보면서도 대단하단 생각은 했지만

<킹키부츠>의 앤젤들만큼 날 감동시킨 언니들은 없었다.

단언컨데,

이 언니들이 업계 최고시다!

이 몸매에... 이 미모에... 이 기럭지에...이 춤사위에... 이 유연성에...

세상... 참... 잔인하다...

^^

그런데,

어메이징한 이 남정네들...

발 과연 멀쩡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6. 08:06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프랑켄슈타인> 마지막 관람을 류빅터, 박앙리로 끝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재공연이야 되겠지만 초연 배우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현실적으로 그러기도 힘드니 아마도 내내 그리워할 작품으로 남겨질것 같다.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만 <스위니토드>보다 더 보내기가 참 힘든 작품이다.

게다가 류은페어의 마지막 공연이라는게 사람을 참 묘하게 만들더라.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도, 객석도 다른 날과 비교해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게다가 웃음 포인트에서 평소보다 객석의 웃음도 훨씬 적었다.

그런데 그게...

재미가 없어서 안웃는게 아니라 아쉬움과 서운함 때문이더라.

공연장 전체에 참 애뜻한 기운이 감돌아 어딘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최고나 레전드라는 표현은 이쯤되면 오히려 무색한 지경이고

이제는 심지어 배우와 배우, 배우와 관객 사이의 단단한 신뢰와 믿음이 보이더라.

드디어 이런 경지까지 왔구나... 이 작품은...

 

류정한 배우는,

앞으로 어떤 배역을 하든 관객을 실망시킬 일은 절대로 없겠다.

류정한 나이에 류정한만큼 연기하고 류정한만큼 노래할 수 있는 남자 뮤지컬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쯤되면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터!

연기도, 고음도, 액팅도 한치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그야말로 "붉은피가 쏟구치"는 느낌이다.

"두 도시 이야기" 이후로 그의 연기는 완벽하게 안정적이 됐고

"프랑켄슈타인" 빅터로 정점을 찍었다.

매일 자신의 레전드를 피도 눈물도 없이 갈이치운다.

도대체 이 엄청난 체력소모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고 있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역에 너무 깊게 빠지는 배우는 경계하는 편이다.

자칫하면 배우가 배역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끌려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류정한은 빅터라는 배역을 자유자재로 끌고다니면서 완벽하게 컨트롤하더라.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끝까지 다 소진시키면서

동시에 놀라운 속도로 다시 꽉꽊 채우는 모습을 보는 건 매번 두려움이었다.

그 모습은 "괴물"  그 이상의 공포였고 그 이상의 매혹이었다.

지친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넘버를 장악해나가는 모습은,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경이였다.

그렇구나...

무대 위에 서있는 류정한의 모습보다 더 매혹적이고, 매섭고, 무서운건 없구나...

인정에 굴복까지 거듭했다.

사실 조금 걱정했었다.

너무 힘겨운 배역이라 작품이 끝난 후

빅터의 기억들이 온 몸 구석구석 퍼져 그를 아프게 하는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젠 걱정하지 않는다.

배역이 그를 삼켜버린게 아니라 그가 배역을 완벽하게 컨트롤했기 때문에!

다만 나는 그가 보여준 세계를 마음껏 탐닉하면 되는 거였다.

불쑥불쑥 게워지는 그리움때문에 아파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오히려 나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하나같이 다 아름다웠다.

빅터와 자크,  배반하는 배역이 보여준 미(美)는 또 얼마나 찬란했던가!

매번 모양을 바꿔가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육박해오던 표정들, 감정들, 넘버들, 티테일한 표현들...

덕분에 나는...

날마다 고통스러웠고 날마다 황홀했다.

 

앙리와 괴물 박은태.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가슴 아린 일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멸종한다.

자신의 창조주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피조물이 된다는 것.

존재의 부정은 결국 스스로를 쓰려뜨리게 만든다.

까뜨린느와 북극을 꿈꾸며 아이처럼 행복해하지나 말지.

괴물을 위해서라면 그 기억이 없는게 훨씬 좋았겠다.

단한번 찾아온 행복이 그렇게 빨리, 그렇게 무참히 짓밝혀버렸으니...

호숫가 장면의 조용한 통곡을 들으면서 알았다.

괴물의 종말을 이미 그때 시작됐음을.

얼마나 아팠을까...

괴물의 상처뿐인 삶이 나는 내내 너무나 아프다.

 

안되겠다!.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할 것 같다.

빠지는 거, 꼽씹는 거.

배우가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걸 걱정해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작품에서 빠져나올 일이 태산같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이 작품이 끝난 후 폭력처럼 나를 후려칠 그리움을 어찌 견뎌야할까?

이걸 견디기 위해선

한동안은 고통이 뒤따를 것 같다.

 

어쩌자고 괴물의 복수는 나를 찾아왔을까!

(혼자가 된다는 슬픔.

빅터처럼 나 또한 날선 비명을 지른다.

차라리 내게 저주를 퍼부어라~~!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1. 12:48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정말 많이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류정한 빅터와 박은태 괴물.

드디어 이 두 사람의 조합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이 작품에 매혹당해버렸다는 건 애초부터 깨끗하게 인정해버렀지만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느끼게 했다.

그걸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남루하고 구차하게 느껴질만큼... 

완벽한 그로기(groggy) 상태.

가차없이 쏟아지는 무차별 폭격앞에 지금 폐허가 되버렸다.

과연 나는 복구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몰고갈 수 있을까?

참 잔인하게 아름답고 처절하게 아프다.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하나뿐.

광기(狂氣)

도대체 주말 첫공연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아버리면 남은 3회 공연은 어찌 하려고...

No day but today!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이 딱 그랬다.

젠장, 너덜거리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게 만드는 작품이로구나.

 

빅터 류정한.

미친 연기고, 미친 노래고, 미친 표현이다.

특히 "나는 왜"에서는 정의와 욕망의 충돌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얼굴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다.

당장 줌인으로 클로즈업시켜 보고 싶을 정도로...

이 매력적인 기괴함을 대체 어찌할까!

"위대한 생명창조..."는 이 곡만으로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라 명명해도 무방할 정도다.

눈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이해라는 게 되지 않았다.

이렇게 다 쏟아내고 어떻게 다음 장면 연기가 가능할까!

무대에 서있는 것 자체도 거의 기적처럼 보이던데...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창조주라 부를 수밖에는 없겠더라.

 

그리고 빅터일 때 살짝살짝 드러나던 자크의 모습과

반대로 자크일 때 살짝씩 드러나던 빅터의 모습은

인간이 갖는 이중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을까?

술집에서 빅터가 앙리에게 살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고백할 때는 자크의 잔인함이,

자크가 괴물에게 실험일지를 읽어줄 때는 확실히 빅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부분은 유준상, 이건명과 확실히 차이가 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또 다시 레벨을 벗어나려는 모양이다.

(나 역시도 또 다시 깨끗하게 인정하자!)

게다가 박은태와의 발란스는 <엘리자벳>때 이미 알아챘지만 이 작품에서 레전드를 찍는다.

"단 하나의 미래'와 "한 잔의 술"은 두 사람의 음색이 너무나 잘 맞아서 정말 황홀하더라.

 

박은태 앙리.

아마도 나는 그의 "너의 꿈 속에서"를  최고의 연가(戀歌)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이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

지금 나는 동성애를 운운하려는게 결코 아니다.

앙리가 빅터에게 보여준 사랑은 인간의 한계와 범위를 벗어나는 사랑이다.

가히 신성(神性)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사랑.

빅터는 "생명창조"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고

앙리는 "신성의 사랑"으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신의 심판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

 

그리고 시종일관 표정없는 얼굴과 속삭이듯 읊조리던 박은태 괴물.

속에 괴물의 모든 히스토리가 다 담겨있는 것 같아 나는 참 슬프고 아프고 저렸다.

울부짖음도, 서러움도, 원망도, 분노도, 희망도,

다 담겨 있더라.

그러다 빅터의 입에서 "앙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돌변하는 표정과 격양되는 목소리.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상처"다.

한지상 괴물은 존재를 부정당한 자의 상처가

박은태 괴물은 관계가 거부된 자의 상처가 보인다.

그런 생각도 들더라.

한지상 괴물이 바랐던 건 복수 혹은 심판이었지만

박은태 괴물이 바랐던 건 구원이었다고...

그래서 한지상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일종의 "살생부"처럼 느껴졌고

박은태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기도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박은태 괴물의 마지막 대사가 나는 오히려 평온하게 들렸다.

"혼자가 된다는 슬픔, 그게 나의 복수야."

그 말을 끝으로 괴물은 "쉼"의 상태로 침잠한다.

그토록 바랐던 구원의 세계로...

(총구를 빅터에게 넘겨준 행위엔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창조주여! 당신이 나를 창조했듯 이제 나를 구원하소서!)

혼자 남은 빅터는.

이제 스스로를 구원해야만 한다.

그게 삶이든, 죽음이든.

 

이 작품은 참 많이 불친절하다.

심지어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수시로 등을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불친절한 "외면"이 품고 있는 간곡한 진실을...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봐야만 하는 것.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 사이에서 나는 그걸 내내 생각했다.

 

문득 공포감이 밀려온다.

이 작품은 과연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까?

 

이건 정말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25. 08:21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신재희 (룽케) 외

제작 : 충무아트홀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두번째 관람.

그래도 첫 관람보다 냉정해지긴 했지만,

이 작품... 여전히 잘 만들었다!

물론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라이센스 작품들에 대한 잔상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노골적인 카피의 수준은 아니라 그다지 거부감은 없다.

<모차르트 오페라 락>,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두 도시 이야기>, <프로듀서스> <잭 더 리퍼>, <드라큘라>기타 등등 기타 등등...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었는데도 꽤 많긴 하네...)

뿐만 아니라 인트로에 나오는 천지창조나 비너스의 탄생, 인체비례도 때문인지 대가들 작품들도 다수 떠오른다.

도입 부분의 전쟁장면은 윌리엄 세들러의 "워털루 전투"와 드라쿠루아의 "전쟁의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물론 등장인물의 수는 턱도 없지만 아무래도 "혁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앙리를 되살려내는 빅터의 모습과 빅터를 보듬어 앉는 엘렌의 모습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까뜨린느의 "산다는 건"은 길게 떨어지는 조명 때문인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가 떠오른다.

그냥... 뭐. 지극히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전체적인 스크린 영상과 무대, 조명에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나 점점 붉게 변하는 눈을 인트로 영상으로 보여준 건 대단히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했다.

 

이 작품은 어떤 캐스팅으로 보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테지만

배우에 따라서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롭고 신비롭다.

이건명 빅터는 군인같은 느낌에 원리원칙주의자 같았는데

류정한 빅터는 내면의 욕망과 바람이 순간순간 악의 형태로 드러내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아니었겠지만 빅터가 앙리의 목을 진짜 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확신이 나도 모르게 생기더라.

시티컬할 정도로 날카로운 고음은 과학자의 예민함이 느껴졌고

음산하고 기괴한 저음은 숨겨진 욕망을 보여줬다.

창조주에 도전하는 인간.

이보다 더한 불경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를 괴물의 고유명사로 인식하게 된 건

어쩌면 그 불경한 욕망에 대한 삼엄한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창조라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건 반드시 무언가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파괴의 뒤엔 그 흔적을 복구하기 위한 또 다른 파괴가 기다린다.

거듭되는 창조의 행위가 이젠 연쇄적인 파괴로 이어지고

그 파괴는 어느새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서서히 깨어난다.

바야흐로 "괴물"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지금껏 그가 해왔던 모든 캐릭터를 총동원해서 아낌없이 보여준다..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초연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알게 만드는 작품이고 역할이고 표현이었다.

줄리아와의 듀엣 "그대 없이는"는 정말 오랫만에 들은 최상의 달달함이고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아마도 세 명의 빅터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유준상 빅터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리고 자크! 

이건명은 자크를 어리숙하고 조금은 우수꽝스럽게 표현했는데

류정한은 상당히 게이스럽게 표현했다.

재미있는 건 그게 와일드한 에바와 대비되면서 결국은 또 다른 공통점을 끌어내더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거세된 자크와 에바의 잔인함은

야수의 그것보다 훨씬 맹렬하고 가차없었다.

"몬스터"의 괴물성을 부추기는 진짜 리얼 "몬스터".

류정한 자크와 서지영 안나가 보여주는 공포는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보다 보다 몇 수는 위더다.

 

앙리와 괴물 역의 한지상.

그의 표현은 "늑대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마음 속에 미처 크지 못한 아이가 숨어 있다는데

한지상이 만들어낸 괴물이 딱 그랬다.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걸 받아보지 못한,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뭔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야수성과 공포가 느껴졌다.

박은태가 표현하는 괴물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품은,

그래서 그걸 다시 찾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박은태 괴물은 너무 아프고 슬프다.

기억을 간직한 자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뼈아픈 고통, 그게 있다!

한지상은 이유도 모른채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그래서 살기 위해선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처절함이 있다.

녹슨 쇠파이프를 긁어내는 듯한 소리와 불규칙한 숨소리가 그가 지나온 행보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지상은 야수성을 품고 있는 동적한 공포고

박은태는 끌어앉고 고뇌하는 정적인 공포다.

그래서 한지상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박은태의 괴물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한지상 괴물에겐 이해와 인정이,

박은태 괴물에겐 위로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괴물"이라는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물어야만 하는 존재.

그 존재가 나는 참 서럽고 아프고 안스러웠다.

아마도 그날의 공연을 끝마치고 나면,

한지상은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와 물에 젖은 솜뭉치같은 상태가 될 것 같고

박은태는 감정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엄청나게 고통스러워 할 것 같다.

괴물도 짠하고

두 배우 너무 많이 짠하다.

너무 독한 캐릭터를 만나 이렇게 온 몸으로 상대하고 있으니...

 

그리고 보석보다 더 빛났던 아역들.

(이날 공연의 아역은 오지환, 김민솔 이었던듯)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너무 잘하더라.

노래도 연기도 너무 잘해서 말그대로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아역도 캐스팅 보드에 올려주면 참 좋겠는데...)

특히 어린 줄리아와 어른 빅터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서 마주하는 장면과

(이 장면에서 류정한의 연기 정말 좋더라.)

괴물과 길잃은 꼬마와의 대면 장면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아역들이...

결단코 아역이 아니다.

이 작품은 어쩌자고 아역들까지 이렇게 "괴물"로 만들어 버렸을까?

모든 배우들이 다 한결같이 무섭고 아름답다.

 

<프랑켄슈타인>

볼 때 마다 너무 아프고

볼 때 마다 너무 슬프고

볼 때 마다 너무 힘겹다.

그래서 더 외면을 할 수가 없다.

단언컨데 한동안 이 작품이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14. 08:17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영, 안유진 (엘렌). 이희정 (슈테판) / 강대종 (룽케) 외

제작 :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을 맞는 충무아트홀이 고맙고 기특한 사고를 쳤다.

창작 뮤지컬을, 그것도 대형 창작 뮤지컬을 만들겠노라 공표를 한거다.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드디어 베일을 벗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원래 예정대로라면 나의 첫 관람은 3월 19일 류정한, 한지상 캐스팅이 시작이다.

그런데 고작 이틀 공연한 작품의 입소문이 그야말로 후덜덜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프리뷰를 관람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작품... 이 작품...

이쯤되면 반칙이라고 해야 하는거 아닌가!

대형 창작 뮤지컬 초연이 이런 퀄리티를 보여줘도 되는건가!

이정도라면 유명 라이선스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것 같다.

입소문 그 이상이고, 기대 그 이상이다.

3시간이라는 공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더라.

정말 오랫만에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몰입하면서 봤다.

잘만들었다.

대본도 탄탄하고, 넘버들도 아주 훌륭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도 전혀 산만하지 않게 구성을 잘했다.

뿐만 아니라 주조연이 모두 1인 2역.

도대체 이런 무모한 생각은 누가 한걸까?

더 황당한건 이 무모한 설정을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는 거다.

이벤트처럼 잠깐 등장하고 마는 그런 배역이 아니라 두 배역 전부 비중이 상당하다.

하나의 배역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울텐데 배우는 자신이 맡은 두 가지 역할을 정말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낸다.

목소리도, 대사톤도 그리고 노래부르는 방식까지도.

전혀 비슷하지 않게 완벽히 다르게 표현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끝장을 내겠노라 작정했음에 분명하다.

단체로 미치지 않고서야 도저히 이럴 수 없다.

마치 사이비 종교 집단의 광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소름이 돋을만큼 섬득했다.

 

앙리역의 박은태!

그는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보다 더 엄청난 괴물의 탄생을 목격하게 했다.

그동안 박은태의 작품을 보면서 노래에서는 완벽하게 감탄했었지만

표정과 발음, 그리고 연기가 뭔가 살짝 부족해서 늘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드디어 잭팟이 터졌다.

단언컨데 박은태만큼 이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거다.

완벽 그 이상을 보여줬다.

대사 하나 하나에 담긴 그 간절한 감정들과 표정들,

이 모든게 무대 위에서 믿어지지 않을만큼 살아있었다.

심지어 고질적인 발음까지도 완벽하게 교정됐다. 

그가 표현한 "괴물"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안스러웠고

그래서 그의 귀환과 복수가 더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이걸 표현하면서 박은태는 또 얼마나 내내 아프고 아팠을까? 그의 건강이 아주 많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난 괴물"을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감히 뭐라 표현조차 못하겠다.

아마도 이 작품 이후로 박은태가 표현해내지 못할 배역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박은태의 엄청난 성장과 발전이

나는 이제 구체적으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다른 차원의 배우가 되버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어디까지 가게 될까?

박은태라는 배우는!

 

올해는 관람을 좀 줄이겠노라 작정했는데

<프랑켄슈타인>이 내 계획에 제동을 걸려나보다.

류정한 빅터는 아직 보지도 못했는데

이러면 어쩌자고...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나의 평화의 시대도 결국 끝장 났다.

아무래도 이 작품이 공연되는 동안은 내내 평화의 시대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게!

 

 

 

프랑켄슈타인 OST

 

01   워터루

02   단 하나의 미래

03   하지만 넌

04   평화의 시대

05   혼잣말

06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07   한 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

08   살인자

09   나는 왜

09a 살인자 reprise

10   너의 꿈 속에서

11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12  또 다시

 

12a 평화의 시대 reprise

13  그대 없이는

13a 행방불명

14  도망자

15  남자의 세계

16  넌 괴물이야

17  그곳에는

18  산다는 거

18a 남자의 세계 reprise

19  난 괴물

19a 행방불명reprise

19b 살인자reprise

20  그 날에 내가

21  절망

22  후회

23  상처

24  오늘 밤엔

24a 워터루 reprise

25  나는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6. 08:29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네번째 관람이자 이번 시즌 마지막 관람.

조승우 돈키호테도 그렇지만 김선영 알돈자와 정상훈 산초를 다시 보고 싶었다.

역시나 참 좋은 작품이고, 참 좋은 넘버들이고, 참 좋은 배우들이다.

매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건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거나 무대가 환상적이라는 개념과는 완전히 별개다.

배경이 감옥이라 더 그렇기도 하지만 무대 자체는 마술과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요즘 작품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너무 변화가 없어서 심심할 정도다.

그런데 참 묵직하고 단단하다.

대사와 넘버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가 다 특별하고 아름답다.

또 다시 꿈을 꿀 힘을 주게 하는 작품.

돈키호테의 황당한 행동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impossible dream이 감히 possible dream처럼 느껴진다.

기꺼이 산초가 되어 돈키호테의 수행원을 자처하고 싶어질 정도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다.

"그냥 좋으니까!"

 

개인적으론 이번 공연에서

조승우 돈키호테, 김선영 알돈자, 정상훈 산초의 조합이 취향에 잘 맞았다.

세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케미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깊어지고 진해진다.

세르반테스의 결말도, 돈키호테의 결말도 전부 다 가슴에 담긴다.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들의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

참 아름답구나!

무대 위에서 정말 세르반테스가 되어 원없이 한판 놀아보는 조승우와

노련한 절제미와 깊이가 느껴지는 김선영 알돈자.

그리고 순발력과 위트가 넘치는 정상훈 산초.

셋이여서 더 아름다웠던 무대였고 작품이었다.

 

아마도 이 작품은,

매번 공연될때마다 한번씩은 꼭 보게 될 것 같다.

좋다. 좋다. 참 좋다.

다만 그것뿐이다. 

 

"무엇이 미친 짓인지 아시오?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30. 08:4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정성화의 <Man of La Mancha>.

마치 세익스피어의 정극을 보는 것처럼 아주 진지해서 놀랐다.

아무래도 내겐 개그맨 정성화의 이미지가 아직 너무 크게 남아있나보다.

<영웅>을 보면서도 <레미제라블>을 보면서도

이상하게 배역의 비극성에 자꾸 그의 과거 이력이 겹쳐지는 걸 보면....

확실히 정성화는 좋은 소리를 가진,좋은 뮤지컬배우이다.

정성화는 자신이 가진 기량의 100%를 보여주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한다.

배우로서 정말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었고 연기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 조승우와 더블캐스팅이 된 것 일종의 불운이라 하겠다.

정성화의 이 작품의 메시지를 성실하게 전달하는 "player"라면

조승우는 게임의 룰을 자시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는 "game maker"다.

심지어 조승우는 자신의 가량을 80% 정도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의 효과를 발휘한다. 

완전히 다른 차원, 다른 세계에 있다.

게다가 자신은 완벽한 평정과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보고 있는 관객과 무대 위 배우 전부를 비현실의 차원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야말로 판을 바꿔버린다.

조승우의 연기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번처럼 무섭다는 생각이 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건 엄청난 공포였고 엄청난 전율이었고 엄청난 경험이었다.

이런 조승우와 더블을 해야하는 정성화는 참 힘들겠다.

이건 완전히 쌍방간의 "impossible dream"이 되버렸다

그래도 정성화니까 잘 버티기는 할거다..

후회가 됐다.

정성화의 돈키호테를 먼저 보고 조승우의 돈키호테를 볼 걸... 

그랬다면 정성화가 이렇게까지 밋밋하게 느껴지진 않았을텐데!

 

이훈진은 산초로 잔뼈가 굵은 배우라 딱히 할 말이 없지만

개인적으론 조승우보단 정성화와 더 잘 맞는 것 같다.

정성화와 정상훈의 만남은 가급적이면 좀 피하고 싶다.

둘이 너무 친한 관계로 혹시라도 과한 애드립이 나올까봐 걱정돼서...

(물론 그럴 일은 전혀 없겠지만!)

이상하게 이번 시즌은 산초의 노래가 전반적으로 좀 낮다.

연기적인 표현은 아주 좋은데

빨래터에서 익살스럽게 치고 올라가는 고음 부분은 아무래도 좀 아쉽다.

정상훈 산초는 몸에 밴 익살스런 표현이

이훈진 산초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이 확실히 압권이다.

확실히 정상훈이라는 뉴페이스 산초의 등장이

이훈진 산초에게도 새로운 면을 찾아내게 만든 것 같다.

(언제나 같을 순 없을테니까.)

덕분에 이번 시즌에서는 산초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졌다.

 

김선영 알돈자.

그녀도 실수를 하는구나...

노새끌이에게 집단강간을 당한 알돈자가 돈키호테에게 원망과 분노를 마구 쏟아붓는 넘버에서

그녀가 가사 실수를 했다.

확실히 노련해서 잘 넘어가긴 했지만 다들 눈치 챈 느낌!

실수는 있었지만 이 넘버 가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참 절절하고 아프다.

이 넘버를 부르는 김선영의 모습도 너무나 아프고...

"꿈꾸게 하지 좀 마!"

간절히 꿈을 꾸고 싶은 사람의 절실함이 이 가사 속에 전부 다 들어있다.

그래설까?

"난 알돈자가 아니라 둘시네야예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더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완전히 무너진 여자가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

그 장면에서 나는 여전사 혹은 여신의 탄생을 목격한다.

이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나 깊고, 너무나 간곡하고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나 진심이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땐

정말 너무 좋은 작품이네...가 전부였는데

보면 볼수록 묵직한 슬픔과 감동이 오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렇게까지 나를 아프게 하고,

이렇게까지 나를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작품은 없다.

어떻게 이 작품은,

나를 매번 all kill하게 만들까?

참 잔인하네. 이 작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5. 11:44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Man of La Mancha>

이 작품을 아마도 2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라 매번 공연될 때마다 찾기도 했지만

"impossible dream" 단 한 곡만으로도 all kill 시키고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이긴 하지만

뮤지컬 역시도 구성과 스토리, 넘버까지도 아주 탄탄하다.

(고전의 힘은 역시나 위대하다.)

감동과 재미, 깊이와 즐거움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이 메인 무대이긴 하지만

극중극의 상황에 맞게 뒷배경이 바뀌는 걸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고

기승정결이 뚜렷한 넘버들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제 그만 졸업해야지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끌어당기고 홀리는 작품.

이 작품은 아마도 나를 항상 give up 하게 만들거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게도 만들거고...)

 

생각해보니 이 작품을 그렇게 많이 봤으면서도 조동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동키도 본 적이 없네...)

6년만에 돌아온 돈키호테라는데 이제서야 첫대면을 한 셈이다.

조승우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 그 이상이었다.

작품을, 무대를, 배역을 완전히 자기 페이스대로 자유자재로 끌고 나간다.

그런데 그게 극중극이라는 작품의 형식과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몇 배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건 아니지만 연기력과 작품 해석 능력이 탁월하다.

표현적인 섬세함은 말 할 필요도 없고

애드립인가 싶을만큼 천연덕스러운 내던지는 멘트들도 극의 상황과 아주 딱딱 맞아떨어졌다.

(아마 애드립 맞을 거다)

조승우는 세르반테스보다 돈키호테적이 표현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

그게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한 감동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은 감정적으로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최고의 표현이었고 최고의 장면이었다.

항상 이 작품을 보면서 "impossible dream"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조동키가 완전히 다른 이면은 내게 보여줬다.

조승우 본인도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을 했던지

세르반테스로 돌아와 무대를 등지고 서있는 장면에서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이더라.

역시나  최고의 작품에 최고의 배우가 만나니 빛을 발하는 구나 생각했다.

극의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할 줄은 사실 몰랐다.

역시 조승우다!

 

김선영 알돈자는 1막에서는 목이 막혀있더니

2막부터는 제대로 치고 올라오면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2막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돈키호테에서 쏟아붓는 부르는 넘버는 정말 최고다.

정상훈 산초!

어느 정도는 이훈진 산초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살짝 김재만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확실히 정상훈의 감초연기는 이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살짝 부족한 노래 실력도 감칠맛나는 연기로 충분히 커버시킨다.

누군가는 산초 입장에서 이 작품을 보게 됐다는 평을 하던데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조승우 돈키호테와의 만담 수준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에서는 한없이 유쾌한 줄만 알았던 산초의 울음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지도 했다.

지금껏 봐왔던 산초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 놀랐다.

(요즘 배우 정상훈이 나를 자꾸만 놀라게 만든다.)

 

남자 앙상블의 합과 군무, 합창은 아주 힘이 넘치고 박력있어서 좋았는데

잠간씩 부르는 짧은 솔로곡들은 오히려 밋밋했다.

닥터 카라스코는 배준성은 첫대면이라 그런지 살짝 이질감이 있었고

(내가 이계창의 카라스코에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조카(정명은)와 가정부(김현숙)도 예전보다는 음이 떠있어서 배우가 바뀐 줄 알았다.

그래선지 맛갈스런 고해장면도 전체적으로 잘 살아나지 못해 아쉬웠다.

 

세르반테스가 진짜 재판을 위해 감옥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극중이지만 모든 배우들이 전부 세르반테스를 보면서,

세르반테르를 향해 노래부르는 걸 보는 느낌은 어떨까?

이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서

세르반테스를 맡은 배우는 자신의 모든 걸 다 보여줄 수밖에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 마음의 깊이가, 그 발걸음의 과정이

이 작품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아름답구나... 이 작품은!

확실히 아름다운 배우구나.... 조승우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3. 08:04

<보니앤클라이드>

일시 : 2013.09.04. ~ 2013.10.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 Ivan Menchell

작사 : Don Black

작곡 : Prank Wildhorn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엄기준, 한지상, 키, 박형식 (클라이드)

        안유진, 리사, 다나 (보니) / 이정열, 김민종 (벅)

        주아 (블렌치) / 김법래, 김형균, 박진우 (테드)

        최민영, 민혁 (어린 클라이드) / 문은수, 배정민 (어린 보니)

        김민수, 이기동, 서경화, 임은영 외

제작 : 엠뮤지컬아트, CJ E & M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로 폭발적인 매니아층를 갖고 있는 작곡가 프랭크와일드혼의 최신작 <보니앤클리아드>

2009년 샌디에고에서 초연,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올려졌지만 호평을 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클라이드 체스트넛 베로우(1909~1934)와 보니 엘리자베스 파커 (1910~1937)는

두 사람은 미국 대공황시기에 실제로 있었던 악명 높은 2인조 갱이다.

워런 비티와 페이 디너웨이 주연의 명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도 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와 뮤지컬은 참 다르구나...)

솔직히 말하면,

작곡가에 대한 기대감도, 제작사에 대한 기대감도 별로 없었다.

단지 BC카드 조기예매 45%와 "한지상"이라는 배우에게 낚여서 예매한 작품.

처음부터 재관람 의사가 없기는 했지만 본 후에도 역시 재관람의 의사는 안 생겼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작품이 엄청 후지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의 취향이 그렇다는 거니까...

실제로 옆에 앉은 사람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보더라.

여기 나오는 사람 전부 다 불쌍하다고...

그건 맞는 말이다.

개인적으론 열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더 불쌍하긴 했지만.

 

뮤지컬이 노래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는면 좀 심각한 문제 아닌가???

광고에는 "프랭크 와일드혼 특유의 흡입력 있는 뮤지컬 넘버"라고 분명히 적혀있는데

그놈의 흡입력이 이상하게 나만 정확히 비켜갔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우리나라에서 과대평가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밋밋한 넘버들을 듣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장르는 다양하다.

그런데 그게 작품 속에서 동화되지 못하고 각자 따로 논다.

다양함을 가장한 평이함.

내가 느낌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의 넘버에 대한 정의다!

더 컨츄리틱하거나 더 흑인영가스럽거나...

이야기도, 넘버도 무지 산만하고 정신없다.

실화인데 전혀 실화처럼 느껴지지 않아 보면서 난감하고 민망했다.

기억에 남는 건 무대활용과 실제 보니와 클라이드의 모습을 담은 영상 정도!

 

엠뮤지컬아트는 이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연기자가 작품을 그나마 살렸다.

보니와 클라이드 아역 최민영, 문은수까지도 연기는 좋더라.

(문은수기 애어른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한지상 클라이드는 자기 옷을 입은 것처럼 배역에 딱 어울렸고 연기도 아주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쥐어짜고 있다고 생각된건 왜였을까?

마초적인 분위기가 스칼렛 팜피넬과 살짝 겹쳐져서 그랬을나? 

연말까지 2작품이나 더 출연할 예정이라는데 너무 소모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좀 휴지기를 두던지, 아니면 180도 연기 변신을 하던지...)

안유진 보니는 연기도, 노래도 괜찮다.

한지상 클리아드와는 비교적 잘 어울리는데

키나 아기병사 박형식 클라이드와는 어떨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연상연하 커플 느낌아닐까? 리사도 물론 그렇고...)

벅 역의 김민종이 욕을 먹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론 그가 나를 제일 많이 놀라게 했다. 

그래도 원조 한류스타이고 한때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쥬얼을 자랑하던 그였는데

멋짐을 완벽히 포기하고 이렇게까지 찌찔한 캐릭터를 선보일 줄은 정말 몰랐다.

말가지 더듬으면서 어쩜 그리 찌질하던지...

노래를 못하긴 했지만 이런 찌질한 캐릭터가 노래를 폼나게 잘부르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았을까?

이게 김민종의 선택인지 연출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자든 후자든 배우로써 김민종에게 박수를 보낸다.

두 경우 모두 김민종이 "찌짤함"에 동의했다는 의미니까.

(황태자 임태경이 김민종 벅을 꼭 좀 봤으면 좋겠다.

  배우란 때때로 "멋짐"을 포기하고 무대 위에서 기꺼이 망가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알 수 있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무대에, 배우에 참 관대하다는...

커튼콜에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충격받았다.

전혀 기립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는데...

다들 조건반사였나???

지금 생각해봐도 그 정도의 기립을 받을 작품은 아니었는데...

이것 참 미스터리다!

 

* 사실 이 시간에 내 상황이 뭔가를 볼 수 있는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버겁고 복잡하고 힘든 상황에 숨이 막혔었다.

   현실에서 벗어나서 달아나고 싶었다.

   어쩌면 보니와 클라이드보다 내가 더 간절했는지도...

   <보니앤클라이드>는 어쩌다보니 내 한숨의 희생물이 되버렸다.

   그래서 조금 미안은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1. 08:34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배우 임태경.

과거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 그가 들려줬던 연주때문일까!

이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나는 왜 여전히 놓치 못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과거의 그 모습을 놓아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안 된다.

나는 그의 첫뮤지컬이었던 <불의 검>도 비교적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의 연기는 형편없이 어색한 초등 연기였다.

그러나 그가 노래를 부르면 민망한 발연기마저도 잊어버릴 정도의 반전이 있었다.

"그대도 살아주어"에서의 청명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음으로 갈수록 깨끗해지는 그의 소리는 확실히 아름다움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콘서트에서 받았던 충격.

그의 연주는 나를 일으켜세우는 힘이었다.

"You raise me up" 이라는 그의 격려를 들으며

비로소 나는 다시 "Nella fantasia"를 조금씩 그려갈 수 있었다.

확실한 위로였고, 다시 없을 믿음의 격려였다.

그때 알았다.

그의 연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이게 내가 아직까지도 그를 놓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은 로딩이 많이 늦은 편이라 중반부까지도 사실 불안해서

<몬테크리스토>는 아예 작정하고 후반부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내 선택은 확실히 옳았다!

물론 그의 연기가 탁월했다거나 환상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인물은

오직 메르세데스와 아버지, 그리고 선원으로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글은 쓸 줄도 모른다.

글을 모르면 고귀할 수 없다리거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적당히 망가질 줄도 아는 조금은 순박한 인물이여야 하는데

임태경의 에드몬드는 여전히 황태자스러운 고귀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박철호 파리스와의 감옥 장면이 잘 살지 못했다.

이미 너무나 우아해서 파리스의 교육 따위는 필요없는 귀공자처럼 보였으니까...

이 장면에서 에드몬드와 파리스와는 약간은 과장된 쫀쫀한 텐션을 보여줬어만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박철호 혼자 용쓰는 느낌이랄까!

루이자의 해적선에서도

한 인물이 두 인물 처럼 표현했어야 했는데 별 차이가 없다.

이 장면은 에드몬드가 본격적으로 다른 인물이 되겠다고 작정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여전히 너무나 우이힌 황태자 포즈다.

과연 언제쯤 나는 배우 임태경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걸 보게 될까?

"황태자"라는 영광스런 호칭은 적어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에겐 하나의 족쇄다.

(제발 과감하게 깨버리길!!!)

윤공주와의 호흡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함께 부르는 것보다 "언제나 그대 곁에" 처럼 앞뒤로 주고 받는게 훨씬 듣기 편했다.

"지옥송"은 여전히 고음에서 터져주지 못해 좀 답답하다.

("지옥송"은 임몬테보다 오히려 조휘 몬데고가 훨씬 좋았다.)

류정한은 이 장면에서 마이오네트를 조정하는 주술사 같았는데

임태경은 그런 카리스마는 확실히 약하다.

조금은 사악하고 비열하면서 섬득한 복수의 칼날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놈의 기품을 끝끝내 놓치 못한다.

그래선지 2막의 복수 장면도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

음밀하고 은산하게 진행되다 결국엔 통쾌하게 마무리 되길 바랬는데...

(갈듯 갈듯하다 결국 못간다. 왜 그럴까?)

걱정했던 액션 장면은 상대 배우들과 합도 잘 맞았고, 몸을 쓰는 건 예전보다 아주 좋아졌다.

단지 그 장면 뒤에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주셔서 그게 좀...

(이해한다! 불혹을 넘겼으니 그도 힘들긴 했을 거다!)

"ㅅ" 발음의 정확도와 "O자 다리"는 이제 눈감아주기로 했으니까 넘어가고

전체적으로 표정과 눈빛은 놀라울만큼 좋아졌다.

이러니 사람 참 애매할 수밖에...

솔직히 모르겠다.

8년이면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배우로서 그에 대한 결론을 못내리겠다!

게다가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의 그의 연주에 대한 희망은 도저히 못버리겠다.

그는 내겐 지독한 현재진행형의 딜레마다!

 

이번 관람에서는 조휘 몬데고에게 가장 많이 놀랐다.

초연과 재연때는 최민철 몬데고가 훨씬 좋았는데 이번에 완전히 역전됐다.

몬데고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사랑은 세상에 다시 없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다.

연민과 안스러움이 느껴지는 몬데고!

조휘의 표현 속에는 악해질 수밖에 없는 몬데고의 이유와

사랑을 위해 어떻게든 진실을 숨겨야만 햤던 지독한 목적이 보인다.

그래서 그의 "지옥송"이 임몬테보다 짧지만 오히려 더 처절하고 강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조휘는 매작품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전하는 배우다.

차기작 <NDP>의 클로팽을 기대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김상아 루이자는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백주희보다 느낌이 좋았고

(그래도 역시 춤은 약하다.)

자코프와 알버트도 예전 캐스팅보다 훨씬 좋았다.

예전 자코프는 대본을 아주 성실히 또박또박 읽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번 자코프는 그래도 연기를 하더라.

알버트는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서은광이라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고

외형은 살짝 개그맨 양상국을 닮았다.

너무 상꼬마 같은 이미지라 "자네같이 잘생긴 청년이..."라는 몬테의 대사에 혼자 팡 터졌다.

(물론 속으로!)

"오, 여자!" 넘버는 확실히 신현묵 알버트보다 좋다.

뮤지컬 첫데뷔라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을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여 참 이쁘더라.

(보면서 살짝 이모 미소 번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관람은 작품 자체보다 배우들의 표현에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아마도 <JCS>와 <두 도시 이야기>의 여파겠지만

예전만큼 이 작품의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확실히 <몬테크리스토>와 <레미제라블>은 원작이 갖는 힘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범접하기 힘든 고전의 위대함!

이건 절대 무시될 수 없을 것 같다.

 

고전(古典)은 언제나 나를 고전(苦战)케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