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2. 9. 28. 08:06

아주 짧게 일본을 다녀오려 한다.

사실은 혼자서 교토로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또 다시 고베다.

짧은 일정이라 어디 다닐만한 여유도 없고

당장 언니네 필요한 것들이 있어 겸사겸사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 저녁에 집에서 짐을 싸면서 좀 막막했다.

홍합, 황태, 김, 고등어 꽁치 통조림에 멸치...

고춧가루, 고추장, 춘장에 이러저러 잡다한 것들도 캐리어는 터질듯 빵빵하다.

오늘 저녁에 출발해서 10월 1일 오후 3시에 돌아오는 짧은 3박 4일.

캐리어는 거의 장기 여행자 수준이다.

엄마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캐리어의 빈 곳을 찾아낸다.

그런 엄마를 보는 게 처음엔 막막했는데 점점 재미있고(?) 귀여우시다.

이것 저것 더 챙겨 넣으려고 안달하는 엄마를 보면서

딸이라는 존재가,

자식이라는 존재가 참 미안했다.

 

그래, 이번 여행은 "전달자"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하는 걸로 행복해하자.

짧은 일정이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찾아갈 언니가 있어 간사이 공항으로 마중도 나와주고,

달콤하고 이쁜 조카도 다시 볼 수 있고.

바라바리 짐을 챙겨주는 엄마도 있고,

나쁘지 않은 여행이다!

아니 오히려 좋은 여행이다!

 

일본에서 실제로 어딜 갈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이틀이라

고베 중심 몇 군데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금각사와 청수사 그리고 아라시야마를 다녀올 예정이다.

 

여행이 길든 짧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좋은 기억을,

눈 속에, 마음 안에, 머리 속에 얼마나 깊이 담을 수 있냐가 중요하다.

편안하게 그 짧은 순간을 온전히 즐기자.

카르페 디엠!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16. 06:35
제목이 참 반어적이라는 생각을 맨 처음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말은,
행복하려면 서로 서로 관계를 잘 만들어가면서 협력하고 도와야 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절대로 "이기적"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10가지 방법까지 자상하게 알려주면서...
선입견은 아니지만 이 책은 마치 여자가 쓴 글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감정과 내면을 아주 섬세하고 부드럽게 터치한다.
"카르페 디엠!"
10개의 항목들 모두 결국은 이 단어로 귀결될 수 있다.
지금 현재를 즐겨라! 그것도 이기적으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앞뒤 두 장까지 해서 전부 12장으로 되어 있다.
쉽고 재미있게 읽히고 특히나 별다른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사실 요즘 내 기분이 영 엉망이라 읽으면서 트끔한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나 본문 중간중간에 나오는 문학작품 구절들이 이 책을 더 아름답고 흥미롭게 한다.
이기주의자, 그것도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그 10계명이 있다.
  
01. 남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
02.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라
03. 자신에게 붙어 있는 꼬리표를 떼라
04. 자책과 걱정은 버려라
05. 미지의 세계를 즐겨라
06. 의무에 끌려다니지 말라
07. 정의의 덫을 피하라
08. 결코 뒤로 미루지 말라
09.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라
10. 화에 휩쓸리지 말라


이 책의 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현재의 순간들을 통제하라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똑똑한 사람고
똑똑함의 참된 척도는 하루하루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제대로 즐겁게 사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이렇듯 모른 척해도 되는 걸까?"
"내 의지대로 살명서 내 인생을 스스로 선택해도 괜찮을까?"
쉽지 않은 결정을 앞에 두고 고민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란다.
"대체 언제까지 죽어 있을 작정인가?"
바람, 희망, 후회는 현재를 기피하기 위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전술이라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못난 불평 두 가지가 있는데.
지쳤다고 투덜거리는 것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푸념하는 게 그것이다.
불평은 자기 신뢰가 없는 사람들의 피난처라는 말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쳐진다.
불평이라는 감정은 단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의지일 뿐이지
주변에 의해 발생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말에 한 방 먹기도 했다.
결국 나를 괴롭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행위가 아니라 
철저하게 그런 행위에 대한 내 반응으로 인해 생기게 된다는 뜻이다. 
"저 사람들 왜 저럴까?"라고 말하는 대신
"저 사람들 행동 때문에 내가 왜 괴로워해야 하지?" 이렇게 질문의 방향을 내면으로 돌리라고 충고한다.



제일 마지막 장에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모습이 나온다.
이렇게 살 수 있다면 힘들 게 없을 것 같긴 하다.
감정을 통제하고 내면으로 원인을 돌린다는 게
그러나 말처럼 그렇게 쉽다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물론 이 변명도 떼넘기려는 감정의 발로라 위험한 발언이긴 하겠지만...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살았는데도
사는 건 아직까지도 참 어렵고 힘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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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살아라.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살아갈 인생이 있는 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생을 가졌거늘 도대체 무엇을 더 '가지려 하는가?' ...... 잃게 되어 있는 것은 잃는 법이다. 이 점을 명심하라. ...... 아직 운이 좋아 인생을 더 살아갈 수 있다면 모든 순간이 기회다. ...... 살아라!  -  헨리 제임스 <사절들>

자책감은 과거 행위와 관련된 감정에 사로잡혀 현재의 순간들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반면 걱정은 미래의 일에 집착하면서 소중한 현재를 잡아먹는다.
자책감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요긴한 방법이다. 자신이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 화풀이를 하기도 좋을뿐더러 자책감의 초점을 자신이 아닌 내 인생에 막각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엑 돌리기도 쉽다.
걱정은 미래에 일어날 일 때문에 지금 어떤 식으로든 활력이 무디어지고 매사에 의욕을 잃는 상태만을 말한다.

의무를 끌어안고 사는 경향을 심리학자 앨버트 앨리스(Albert Ellis)는 이런 말을 만들어 표현했다. '머스터베이션(musterbation :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masterbation에 비유한 말')이다. 하고 싶은 행동은 따로 있지만 의무를 느끼는 데로 행동하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는 뜻이다.

인간은 '진부'라는 맷돌을 하염없이 돌리고 있다. 하지만 맷돌에서 나오는 것은 오로지 그 맷돌에 집어넣은 것뿐. 하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즉흥적 사고를 택하는 순간 시, 위트, 희망, 미덕, 교휸적 일화 등 온갖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나와 인간을 도와준다. - 랠프 월도 에머스 <문학 윤리>
 
"화"라는 것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경험하는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반응을 가리킨다. 화는 격분, 적개심, 폭력 행사, 말없이 노려보기 등의 형태를 띤다. 단순히 골치가 아프다거나 짜증이 나는 것은 화가 아니다. 화의 핵심어는 "통제 불능"이다. 화가 나면 옴짝달싹 못하게 스스로를 옭아매게 된다. 대게 화는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화는 버릇이자 선택이다. 실망을 느낄 때 나타내는 몸에 밴 반응으로, 결국 후회하게 될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사실 심하게 내는 화는 일종의 정신 이상이다.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따라서 화가 나서 통제력을 잃는 것은 일시적인 광란 상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 26. 06:23
제시 김. 그리고 김호경.
대한민국의 작은 도시 익산의 고교생 김호경.
부모의 오래고 깊은 불화와 학교 생활 비적응자였던,
스스로 고교를 자퇴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기로 작정한 17세 소년이
지금은 제시 김이 되어
세계 최고의 병원 존스홉킨스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다.



이 나이에 읽기엔 좀 민망한 책이긴 하지만
(청소년 권장도서 같은 느낌...)
그의 독종 기질엔 박수를 보낸다.
우산을 살 돈을 아끼기 위해 비를 맞고 다녀야 했고
점심을 먹을 돈이 없어 졸졸 굶으며 공부를 해야 했던 청년.
스스로 선택한 두 번째 인생을 위해
그는 오늘 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 처럼 100% 노력을 기울였단다
카르페 디엠!
그 결과 평균 4.0이라는 성적으로 지역전문대학을 졸업해
UCLA에 들어가서는는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아 최우등생(숨마 쿰 라우데)으로 졸업한다.
그리고 뒤이에 UCS 의대로.
그곳에서도 제시 김은
전미 응급의학 임상 국가고시에서 3년 연속 존스홉킨스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아 신화가 된다.



미국 대학 중에서 의대는 공부하기가 가장 어럽기로 유명하단다.
그는 일주일에 6일, 하루 열여섯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고.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교실, 병원, 아니면 도서실에서 보낸다.
학업에 집중하면서도 두 개의 활동을 잊지 않았다.
달리기와 자원봉사였다.
......나에게 고통과 자유는 음과 양처럼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동시에 서로를 포용하는 두 개의 원리다. 어떤 때는 섞이고 어떤 때는 분리되면서 내 삶에서 떠나지 않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고통과 자유의 법칙을 여실히 깨달았다. 자유에 대한 갈망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고 고통을 이겨내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달리는 동안 내가 사용한 MP3에는 "고통에서 자유를"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또한 나는 한쪽에는 "고통", 한쪽에는 "자유"라는 글귀가 새겨진 달리기용 신발을 신고 달린다.....



그는 이 책을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단다.
이미 잘하고 있고 굳건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결국 성공할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도움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최악의 문제아라고 해도 올바른 동기, 적절한 지원, 진심 어린 격려,
그리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는,
상상할 수 없는 잠재력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그는 믿는단다.
그는 자신은 결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을 위해 개인적인 욕구를 희생했고
모든 순간순간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었을 뿐이라고...
책을 통해 서른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렇게 자신감있는 말을 할 수 있는 그가 진심으로 부럽고 존경스럽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책을 덮은 지금 그의 열정이 칼날처럼 나를 향하고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29. 06:30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사람에게는 그 사람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과 고통만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누구든 생각하게 되죠.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냐?”

때론 신조차도 그 공평성에서 살짝 벗어나신 게 아닌가 하며 야속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길 때도 분명 있습니다.

여기 우리가 보기엔 참 힘든 삶을 사는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후 1년 때 앓은 척수성 소아마비로 두 다리의 자유를 잃은 1급 장애인.

2001년 유방암 판정, 방사선 치료로 완치.

그러나 다시 2004년 척추암으로 전이, 2년간의 투병 생활.

1년 만에 다시 간으로의 암 전이....

그렇게 다시 시작된 투병 생활 중에 그녀는 이 책을 씁니다.

결국 책의 출판을 하루 앞 둔 5월 9일 57세의 일기로 타계를 한 문학 전도사.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로 잘 알려진 서강대 영문학 교수 장영희.

<내 생애 단 한번>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그렇게 그녀의 유고작이 되어 이 세상에 출판됐습니다.

그녀는 “천형(天刑)의 삶”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주눅듬 없이 자신의 삶이 “천혜(天惠)의 삶”이었다고 당당하게 고백하며 오히려 그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입니다.

어쩌면 병상에서 이 글을 쓰면서 그녀는 정말로 “살아온 기적”들을 되짚어 보면서 “살아갈 기적”을 간절히 꿈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 매 순간이 당신 삶의 마지막인 것처럼... )

그녀는 계속되는 장애와 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진정으로 카르페 디엠의 삶을 하루하루 실천하며 온 몸으로 느꼈던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세 번째 암 판정 이후 그녀는 말합니다.

"신은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넘어뜨린다. 나 역시 넘어질 때마다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할지를 생각한다."

그녀가 찾아낸 방법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냄으로써 아름다운 기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글 속엔 스스럼없이 장애와 투병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 글들은 모두 하나같이 밝고 심지어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 쪼그리고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던 유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만큼요.

이야기가 끝날까봐 조마조마하며 “그래서~~~”로 되묻던 그 어린 기억...

60을 바라보는 여자가 도대체 이렇게 귀엽고 순수해도 되는가 싶은 만큼 깨끗하고, 밝고 그리고 심지어 장하기까지 합니다.

장영희! 이 여자!

급기야 깰 수 없는 내공으로 집을 짓고 말았네요.

가끔 우리는 저울질을 합니다.

마음의 장애와 신체의 장애 둘 중에 어느 게 더 치명적인가를...

그딴 저울질이나 하고 있는 제게 “날 좀 봐라! 나는 그 두 가지를 완벽하게 다 가지고 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처음 알게 됐을 때의 당혹감이라니...

내 “배부름의 옹졸함”이 드러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얼굴 화끈거리기도 했더랬죠.

문학 전도사, 희망 바이러스, Positive thinking 의 실천가!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 이 단어들이 제게는 문학박사, 교수, 영미문학사의 간판보다 더 애뜻하게 다가옵니다.


그녀가 타계했다고 했을 때,

저는 그녀의 어머니가 걱정됐습니다.

두 다리를 못 쓰는 둘째 딸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매일 업어서 등하교시켰던 어머니. 비가 오면 부서진 우산살이 딸에게 향할까봐 그 우산살의 방향을 매번 자신에게 향하게 해 옴 몸을 적셨던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는 날이면 행여 딸을 학교에 못 데려다주게 될까봐 새벽에 일어나 연탄재를 부숴서 집 앞 골목길에 뿌려놓았던 그 어머니.

역시 그녀도 어머니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임종 직전 노트북 컴퓨터로 어머니 이길자(82) 여사에게 남긴 짧은 편지에 그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이 몇 줄의 글을 그녀는 혼미한 정신과 싸워가며 3일간 아주 힘겹게 썼다고 합니다.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도 “엄마 !...”

이 두 글자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옴 몸의 힘이 빠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딸은 모든 어머니에게 빚을 지며 살고 있다는데......

저 역시도 어머니의 두 손에서 다시 삶을 시작했기에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말한다면 허세일까요?

그녀는 짧지만 참 긴 삶을 성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냈습니다.


“흔적이 남는 사람”

저는 장영희라는 사람을 그렇게 기억하렵니다.

지치고 힘들어 혼자 징징거리고 있을 때 그녀는 어느새 제게 말합니다.

"...... 그렇게 야단법석 떨지 마라. 뼈만 추리면 산다.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대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먼저 간 사람들은 믿음을 가지고 떠난다고 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자신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그래서 나중에 다시 만날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또 서로 도와 가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 세상.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인생을 내내 살금살금 걷듯이 살아간다면 좋은 운명 또한 평생을 살아도 깨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아내라고 평생을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해 살았던 한 여자가 말합니다.

두 발의 자유를 잃고 신체의 구석구석을 원치 않았던 동반자에게 차례차례 내주면서도 매 순간을 세상 누구보다 큰 걸음으로 걸었던 한 사람...

그녀가 “살아온 기적”을 보면서

저 또한 “살아갈 기적”을 부지런히 탐하게 됩니다.

이제 넘어져 또 다시 뼈가 부서진다고 해도 더 이상 징징대지 않으렵니다.

그 시간에 오히려 더 열심히 뼈를 추려야겠죠.

하나라도 더 잘, 더 제대로 추려내야 잘 맞춰질 수 있을 테니까요...


모든 사람의 모든 순간이

전부 온전한 “기적”임을 기억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