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2010. 11. 16. 06:24
어제에 이어 NEX-5 와의 첫 만남 사진.
포커스가 정확이 안 맞는 느낌인데(내 느낌인가?)
뭐가 잘못된거지?
어쩌면 서툴러서 완전 초보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DSLR과는 여러가지도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카메라다.
세로 사진의 느낌은...



서툰 사진이지만 보고 있으니까
북촌의 골목들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궁궐과 한옥은
하늘을 배경으로 처마나 벽이 서로 맛대고 있을 때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특히나 저렇게 청명한 하늘과 함께 할 때는...
그림같은 풍경을 그대로 사진에 담지 못하는 게
참 멋적을 뿐.



옛 사람을은...
돌과 나무에 생명을 담는 법을 확실히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눈은 돌길과 돌담, 처마밑 단청 색을 보느라 바쁘고 황홀하다.
물론 그게 완전한 옛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그 과거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어 다행스럽고 고맙다.
저 돌들과 나무들...
내 손으로 하나하나 쓸어보고 싶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따뜻한 체온이 차가운 손을 녹여줄 것 같아서...
내 맘에 꼭 들었던 수줍은 낮달까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8. 18. 05:59
조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은
늘 행복이고 감동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웃음과
통통 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눈은 덩달아 빛난다.
밝게 웃는 아아의 얼굴만큼 빛나는 게 세상에 또 있을까!
그 웃음에 찰랑찰랑 발 담궈
함께 오래오래 뛰놀고 싶어지는 바람.



웃을 이유를 손 꼽아야 하는 나는
조카들을 웃음 속에 그대로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래, 그래
요, 이쁜 놈들!
울음에도 어쩔 수 없이 웃음이 걸려있는
작고 여린 햇살들!
하루 종일 햇살 따라 뒹글뒹글 집을 짓다.



작은 웃음 한 번에도
턱없이 온 몸 풀어지던 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26. 06:34
친구와 함께 찾아간 배병우 사진전.
멋모르고 따라간 덕수궁 석조전이었는데
참 크고 아름답고 가슴 떨리는 세상을 보고 왔다.
아직도 선명한 코발트 블루의 하늘 빛이며 하나하나 실감나던 나무들의 몸피
그리고 한 폭의 수묵 담채화같던 사진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졌던 몽환적인 사진들.
사진을 보면서 이런 말들을 들을 수 있구나...
깜짝 놀란 경험이었고 경이였다.



12월 6일까지 덕수궁 석조전에서 계속 될 배병우 전시회
(예전 어릴 때는 덕수궁이 참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랫만에 가 보고 놀랐다)
창덕궁 비원의 모습과 스페인 알함브라궁전,
그리고 그의 대명사에 해당하는 소나무들
여수 앞 바다의 수묵화 같은 다도해의 모습들까지...
사진 앞에서 오랫만에 꿈 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빛과 색.
그곳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믿음까지...
사진을 보면서 이런 걸 느낄 수도 있구나 조금 알게 됐다.




두 번째 사진은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인 가수 엘튼 존(Elton John)이 구입했다는 소나무 사진이다.
엘튼 존이 이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지!
"바로 나를 위한 작품"이라고...
그가 1만5000파운드(약 2767만원)를 내고 작품을 구입한 후 
총 5장인 이 작품은 마지막 한 장만 남기고 모두 구매완료됐다고 한다.
덕분에 남은 사진은 4만2000파운드(약 7750만원)로  값이 더 올랐다고 한다.
(마지막 1장 남았다는 사진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작가 배병우는 처음에는 바다 사진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소나무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한다.
그렇게  굳어진 것이 20년의 세월...
동해안의 낙산사에 들렀을 때 소나무를 보고 그는 깨달았다고한다..
"낙산사 앞에 섰을 때 소나무가 가슴에 들어왔다.
그렇다! 소나무가 한국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때부터 그는 전국의 소나무들을 카메라 앵클에 담기 시작했다.
약 2년 동안 지리산, 속리산, 강원도 등 유명하다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거의 다 가보고
그가 멈춘 곳이 바로 경주의 소나무!

그의 소나무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두려움"과 "섬득함"이었다.
오래 바라보면 그대로 접신이 될 것만 같은 신묘한 느낌.
"작두 위에 올라설 것 같아!"
대면하는 사진 앞에서 나는 조용히 고백했다.



이 작품을 보고 사진같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래고 긴 세월이 담긴 좋은 벼루와 먹을 가지고
오래 오래 갈아 진한 먹물을 만든 후에
하나 하나 세밀하게 물과 돌을 일일이 그려낸 듯한 느낌.
그 담백함 속에 똑똑 뛰어 오르는 생기들, 생명들, 온기들...
흐르는 물 속에 손을 뻗어 담으면
그대로 손이 온통 젖어버릴 것 같다.
평온한 아득함.

옆에 앉아 있던 조카놈이 말한다.
"바다 위에 까만 조개가 가득하네"
조카놈도 이 사진들 속에서 꽉 다문 입술의 생명이 보였던걸가?
저 숱한 돌들이 실제로 하나하나 작은 조개가 되어
일제히 입을 벌리고 내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조용한 침묵으로 말을 거는 사진들.



스페인 일함브라 궁전 측에서
배병우에게 제안했다지.
아무 때나 당신이 찍고 싶은 때에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라고...
그는 2년 동안 참 열심히 날아가 일함브라 궁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진들 속에서 만나는 파란색은
늘 내가 꿈꿨던 그런 색이었다.
"울트라 마린"
훔쳐오고 싶었던 그 빛들...
정말 그러고 싶다.
훔쳐내고 싶다. 그것도 강렬하게...



창덕궁과 비원의 비경들.
이 사람은 이런 고요함 속에서
쳐녀지의 눈을 축복처럼 느끼며 작업을 했겠구나...
문득, 부렵다는 시샘도 든다.
그의 사진은...
감히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정당당하고 확실히 이기적이다.
그리고 이 극심한 이기의 벽이 나는 너무나 존경스럽다.



사진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만난 차가운 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분의 시선과 그림자에 
내 눈이 멈추다.
어쩌면 사람이 앵글 속에 담고 싶어 하는 건
짧은 순간 속의 묻혀질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붙잡아 두고 싶었기에...
기억하고 싶었기에...
잊고 싶지 않았기에...

당신은 뭘 기억하고 싶으냐고...
누군가 조용히 묻는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9. 24. 05:49
초특급 한류스타 배용준이 책을 냈단다.
이 책을 만드느라 무려 10kg이나 살이 빠지고
극도의 피곤으로 인한 폐혈증 증세로 입원하는 사건 사고(?)까지 일어났다.
책 가격은...... 좀..... 비싸다. (18,000 원)
9월 22일 초판으로 4판을 찍어냈는데 벌써 바닥이 났다는 소문이다.
각 서점마다 책을 보유하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조만간 베스트셀러 1위를, 그것도 가장 빠른 속도로 갈아엎을 태세다.
1년간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걸 다 멈췄다는 배용준,
"연예인 프리미엄"
그걸 너무 일찍, 거대하게, 본격적으로 느끼게 될까봐 사실 나는 조금 두렵다.



프롤로그


머물다
가정식
김치
한복과 살림살이

떠나다
옻칠
템플스테이

도자기

버리다
황룡사지, 미륵사지

사색하다
한글과 세종대왕
경복궁과 천상열차분야지도
국립중앙박물관

돌아오다
술과 풍류
한옥

다시 떠나다
풍경

추천사
전용복 이와야마칠예미술관장
길상사 정림스님
이효재 한복 디자이너

에필로그

루트
서울특별시
경상북도
경기도, 강원도
전라남도





"한국 여행에세이를 펴내며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한 배용준"
어느 기사에서 봤던 메인 글이다.
한국문화를 체험했다는 표현이 어쩐지 그를 이국(異國)의 사람으로 느껴지게 한다.
연예인은, 아니 배용준처럼 초특급 연예인이라면
분명 우리 눈엔 이국적으로 보이긴 하리라.



훌륭한 우리의 문화를 찾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우 배용준이 아니라 여전히 외롭고 또 그리운 것을 찾고 싶은 한 인간으로서 다시 서고 싶은 심정이었다.
                                                                  -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서문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전국을 찾아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고,
직접 장인들을 만나 전통문화를 공부하고 배우면서 이 책을 만들었단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들을 단백하고 적어놓았다고 말한다. 
아마도 사진에 대해서는 꽤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한다.
카메라 앵글과 빛의 효과에 대해 그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기에...
아직 읽어보지 않아 그의 글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지만
아마도 그는 지난 1년을 자신에게 안식년으로 선물했던 모양이다.
그랬다면 글 속에 그의 절절함이 어느 정도는 묻어나지 않았을가 싶다.
그러나 내가 직접 내 돈을 내고 사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서점에선 비닐 포장이 된 상태로 판매할테고
견본으로 개봉한 책도 아마 지금쯤은 너덜거리고 있지 않을까?
혹 어딘가 이미 찢겨진 부분도 상당히 있으리라...



배우로써 그는 이미 많은 걸 얻은 사람이고
앞으로 더 많은 걸 얻게 될 사람이다.
일본에 사는 친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일본에서 배용준 인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
배용준이랑 커다란 페리호로 여행하는 상품이 있다면 아마 몇 분 안에 그 상품은 다 팔릴거고
그래서 같이 떠난 바다 여행에서 배용준이 "뛰어!"라고 한마디 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페리호 탑승객 전원이 바다를 향해 뛰어내릴거라고...
그때는 웃으면서 들었었는데 생각할 수록 무서운 이야기다.
배용준이라는 한류스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는 이미 "힘(power)"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그냥,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
쉴 곳이 필요했겠구나 하는 생각......
사각의 카메라 앵글로 잠시 달아난 이 사람이 지금은 아프게 측은하다.
그는 정말 "여행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도망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출판 기념회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사각의 앵글 속에서 왠지 위태롭게 느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