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12. 17. 13:42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
자금의 압박을 받으면서 중독처럼 다시 찾게 된 뮤지컬 영웅.
개그맨, TV 연기자를 거쳐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자리에 안착한 정성화.
그와의 첫 인연을 나는 <영웅>으로 맺었다.



그가 말했었다.
계속 개그맨이나 TV 연기자를 했다면 결코 주인공은 해보지 못했을거라고...
그러나 지금 자신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안중근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다행이라고...
그를 TV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희정, 설희의 이상은
조승룡 이토 히로부미와 김선영 설희만을 봤던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느낌은...
이희정의 이토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핏발을 세우는 그의 모습에 혹시 혈압이라도 올라가는 건 아닐지 혼자 걱정했더랬다.
같은 인물을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역시 나는 조승룡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토가 더 좋다.
설희는...
김선영 설희가 더 경국지색(?)이었고 게다가 춤까지 일품(?)이었다고 해두자.
어쩌면 나는 이상은 설희에게서 명성황후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기대치와는 너무나 많이 어긋난 느낌...
김선영 설희의 여성스러움과 노래가 그리웠다.
17세 소녀 링링의 소냐는 여전히 발육상태 남다른 몸매를 과시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절절하다.
표정이 좀 덜 과장스러웠으면 하는 바램.
몸매도 남다른데 표정도 남달라서 간혹 37세 처럼 느껴지기도... ^^


우덕순역의 문성혁과 조도선 역의 조휘
체가구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리랑의 신명과 풍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풍류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7살 유동하 역의 임진웅님의 커튼콜 때 감격스러워하던 모습...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의 민경옥님은 매번 사람을 통곡으로 이끈다.
안중근이 환생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어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의 모습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너의 길을 가라"며 정말 등을 떠밀었을 것만 같아서...



커튼콜 때 배우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격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는 무대 위 그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차고 아득했을까?
<영웅>의 커튼콜을 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기도했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아름답게 자리잡아 달라고...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웠을 안중근역의 정성화.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코 앞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역시나 대단하다 싶다.
노래도 딕션도, 그리고 표정과 연기도 그는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더불어 나는 그의 방향 전환과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이
여러 면에서 win win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의 강약과 어투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그는 시작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니까...)
무대 위에서 여우가 되는 법을 아마도 그는 스스로 찾게 되리라.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정성화만의 모습을
기어이 찾아낼거라 믿는다.


잊혀질 수도 있는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임을 느낀다.
그저 잠시 동안의 벌떡임일지라도
한 번도 심장이 아리지 않은 것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기에...
<영웅>은 내겐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언젠가는 내 거칠고 산발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3. 06:38
1988년 개봉했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킬링필드>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게 아닌
내 돈을 내고 최초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어린 눈에도 엄청나 보였던 기억.
"저 사람 정말 자폐아 아니야!!"
솔직히 감동을 받았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대로 이해나 했을까....)
그 영화의 몇 장면들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아  형 "레이먼드 바비드"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드"
어느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만약, 내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형제가 어느날 나타난다면....
그것도 같은 부모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탈렌트와 영화배우로 유명한 임원희. 이종혁의 뒤를 이어
멋진 연극배우 김명민과
감초역의 코믹 연기의 대가 뮤지컬 배우 김성기.
그 둘이
레이몬드와 찰리를 연기했다. 



씁쓸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이 공연했을 때와
공연료 차이가 달라졌다는 사실 (30000 -> 25000)
대중의 힘이라는 게 가격까지도 조정하는구나 싶어
왠지 연극인들이  설움에 공감하게 된다.



<햄릿>, <에쿠우스>, <나쁜 자석>
그리고 그는 기억하기 싫겠지만 첫 뮤지컬 <카르멘>까지 (그건 좀..... @@::)
내가 아는 김영민은
연극 위에서 그대로 꽃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몰입력은 신비감까지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무대를 오랫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그 설램에 대한 보상을 그는 역시나 해줬다.
그의 눈물...
그 간절함과 미안함과 절실함.
어쩌면 내리는 빗소리보다 내겐 더 큰 빗소리로 남겨졌는지 모른다.



내겐 적격인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1
<사랑은 비를 타고>의 소심쟁이 노총각 형,
<벽을 뚫는 남자>에서 열연했던 일인다역 (그의 알콜중독 의사는 꺄아~~~),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성형외과 의사에 이어, <자살 여행>까지...
그의 코믹연기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데로 올라
마치 실생활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
왠지 빈 듯한 헐렁함 속에 꽉꽉 채워진 치밀함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잇는 매력 포인트!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
역시 대중의 힘은 어디든 강력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곳 공연장까지 이어지길
얼마나 바랬을까.....
(그러나 역시 대중은 대중이다!)



2시간 가량의 연극을 보면서
혹시, 
나도 <레인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자나도 레이몬드는 동생 찰리를 잊지않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매 순간순간을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다.
찰리는 발음이 명확해지기도 전에 그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의 자폐 증세가 동생에게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에 의해...
그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장남 레이몬드는 눈물로 병원에 맡겼다)
찰리의 불명확한 발음은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만들었다.
그 레인맨은 찰리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자신만이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친구.
자신이 만든 <레인맨>
그렇게 알고 있었던 찰리....



형과의 재회로 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까지도 회복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한 가정을 꾸미기까지도...
혹 마음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라!
어쩌면 바로 거기서
당신의 관계 회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연극 사이사이  흐르던 비틀즈의 노래와 빗소리
그리고 소극장에서 처음 만난 회전 무대
무대가 돌아가는 소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레인맨>과 완전한 소통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