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28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손미나
  2. 2009.06.15 달동네 책거리 50 : <탱고>
읽고 끄적 끄적...2010. 7. 28. 06:33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과감하게 전업을 선언한 손미나.
그녀의 세 번째 여행기를 읽다.
스페인, 일본에 이어 이번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으면서는 "의외로 잘 썼네!"라고 생각했었고
<태양의 여행자>에서는 그녀의 과한 욕심에 실망감을 느꼈었다.
아직 여행 작가로서의 손미나의 내공(?)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전공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손미나는 남미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친밀감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손미나의 제 2의 고향이 남미라는 사실.
(그래서 일본 여행기 <태양의 여행자>가 좀 아니라고 생각된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제목부터가 남미스러워 낯설었던 기억이...)
그녀는 세 번째 여행기를 이혼한 이후에 썼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인 아픈 감정들이 책 속에 약간씩 담겨있다.
(다행히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이 여행이 아무래도 그녀를 새롭게 다독이고 일으켜 세워준 것 같다.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누구라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 도시의 뜻은 "좋은 공기"라는 의미란다.
(참 다정하고 쾌활한 이름을 가진 도시구나...)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왕국의 신비로운 수도,
미로의 가장 은밀한 중심, 영원한 유혹의 도시...
생활인으로서의 직업, 그리고 영원을 위한 예술가로서의 직업.
국민 대부분이 두 개의 직업을 가진 곳.
예술과 생활이 언제나 삶의 일부가 되어 공존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진한 탱고 음악에 맞춰 모르는 타인과도 몸을 부딪쳐가며 영혼의 춤 탱고를 출 수 잇는 곳,
타인의 영혼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하는 그 곳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 도시...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 다음으로 내가 가보고 싶어하던 곳.
그곳을 다녀온것 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부럽다.
한 번의 인생은 한 번의 인생과 같다는데...
몇 번의 인생을 살아내는 그녀의 삶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사람때문에 아팠던가?
이 여행기에서는 여행지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고 사람이 먼저 다가온다.
우리처럼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 가는 투쟁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민족.
그래도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동질된 결속력이라도 있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이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러나 삶이란,
늘 언제나 어디서나 치열하고 그리고 황홀하다.
작고 낡았지만 전통이 있는 오래된 찻집과 허름한 골목에서 만난 예술가가 선물한 그림 한 점,
열정적인 탱고 수업과 이국의 초보자가 추는 춤,
빙하기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르헨티나 최남단 파타고니아.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씩씩한 여행객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이 이어준 또 다른 여정들.
여행은,
그래, 그런 우연의 비일상성이 만들어내는 기적의 경험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그녀는 충분히 위로받았구나 싶어 또 다시 가슴이 다독인다.
그랬다면, 이 여행은
그녀에게도 내게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너무나 사랑했던 작가 보르헤스는 그녀를 이 여행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보르헤스의 또 다른 말에 내 맘을 담는다.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물이 없는 세상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 보르헤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15. 06:30
 <탱고> - 구혜선


탱고
 

먼저 “의외다, 놀랐다”는 말부터 하고 싶은 책입니다.

내가 아는 “구혜선”은 인터넷 얼짱으로 한동안 메스컴을 타기도 했던, 무슨 복을 타고 났는지 무명의 설움도 없이 하룻밤 자고 났더니 갑자기 스타가 되어 버린, 노래도 그림도 조금 하는 신세대 연예인 정도였는데....

그리고 한창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캔디 걸!

그런 그녀가 책을 출판했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전 그랬습니다.

“연예인 그거 참 좋은거구나!. 치열하게 살아보지도 않고 책씩이나 낼 수 있어서... 이름값 한다고 그래도 팬들이 기본적은 판매부수는 채워주겠네!”

어쩌면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라는 괴씸죄까지 덤으로 얹었는지도 모르죠.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1984년생, 이제 25살....

휴~~, 피고 싶지 않아도 향기까지 절로 나는 나이. 왠지 명확한 이유 없이도 사람 주눅들게 만들어 버리는 이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나이.

그런 25살의 한 여자가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를 한참 전에 지나온 한 여자가 그 글을 읽습니다.

제게 <탱고>는 그렇게 시작되는 리듬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사랑하는 남자 종운,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를 가진, 젊음을 살 수 있다면 목숨도 버릴 수 있을 것 같이 다가오는 남자 민영, 그리고 어느새 소울메이트로 스며들어 버린 또 한 남자 시후.

그리고 한 여자 “연”

삼각, 사각관계를 넘어 급기야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는 연예소설이 그려지나요?

연예소설이 맞긴 한데, 이게 참 묘한 느낌입니다.

소설을 읽는 두 가지 방식!

줄거리 혹은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방식과 감성을 따라가는 방식.

이 책은 그러니까 후자에 속하는 소설입니다.

분명 줄거리를 가지고 있긴 한데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유치한 부분에 극도의 환상과 신파가 버젓이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유치함을 관통하는 감성으로 무장한 묘한 성장통이 있습니다.

어른아이의 성장일기.

어릴 때 그랬습니다.

담배와 커피가 자유로워지는 때가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게다가 둘 다 중독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나씩 하나씩 중독되는 것들의 가짓수를 늘리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탱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절도마저 느껴지는 춤. 상대방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도 때론 집요하게 들러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시선, 그리고 완벽하게 일치되는 발동작과 호흡.

보는 사람의 심장까지도 설레게 만드는 치명적인 유혹!

그러나 알고 있나요?

설렘은 단지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설렘을 선택한 사람은 그런 이유로 대부분 다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요.

탱고가 시작되기 전, 빨간색 장미가 강렬함으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게 언젠가는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탱고를 멋지게 추기 위해선,

자신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네요, 함께하는 상대를 믿어야 하기에 더더욱 자신을 놓아야 한다고요.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커피에 익숙해지면,

에스프레소의 순수한 정수의 맛은 결코 느낄 수 없다는 사실.

사람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는 쓴맛.

이 첫맛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일상은 더 이상 달달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예기지 않은 일들이 기본적인 간격조차 주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일어날 때 무작정 도망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이라는 달달함 속에 숨겨진 방황과 헤맴의 쓴맛.

그 사실과 현실을 깨닫는 순간.

그토록 믿었던 사실조차도 판타지의 일부였음을 인정하게 될지도 모르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잠시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일 뿐,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돌아가서도 당신은 또 다시 길을 잃을 수 있고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순수하기 때문에 헤매는 거라고 “연”이라는 인물의 입을 빌어 25살의 당돌한 아가씨가 말을 하네요.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헤매는 자신을 질책하지 말고 흔들리는 자신을 아껴주라고...

어떠한 일 앞에서도 자신을 신뢰하라고 25살 그대로 꽃인 청춘이 당부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고...
25살 이 당돌한 아가씨의 당부가 단지 환상 혹은 건방으로 다가올지라도,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 당돌한 아가씨는 하나의 감성을 잃지 않고 한 권의 책에 그대로 담아냈으니까요.
어느날,
류이치 시카모토의 "탱고"를 들었는데 번쩍 눈이 뜨였다. 한마디로 꽂힌 거다. 
구혜선,
그녀에게 소설의 모티베이션이 됐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탱고!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무언가에 꽂혀 있나요?

그렇다면 이제 저도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리듬이 어떻게 시작될지.

또 다른 “탱고‘ 혹은 다른 무언가를 들을 수 있길 기다리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