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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07 바티칸 박물관 - 피나코테카 (Pinacoteca)
  2. 2015.03.23 시간이 멈춘 중세의 도시 톨레도
여행후 끄적끄적2015. 10. 7. 08:19

피나코테카(Pinacoteca)

드디어 고대했던 바티칸 박물관의 회화관에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혼자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지만

단체 투어에서 개별행동은 민폐가 되니 부지런히 쫒아다녔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성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관람이 민망할 정도라는데

우리는 대부분의 작품 앞에서 막힘없이 통째로 서있을 수 있었다.

(복되고 복도도다, 비성수기의 은혜로움이여...)

 

 

벌써 꽤 오래된 일이긴한데

몇 년 전 바티칸의 보물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었다.

그때 한가람미술관을 몇 번씩 돌면서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내가 바티칸에 가서 이 작품들을, 이보다 더 많은 작품들을 실제로 보는 날이 올까....

특히 시스타나 성당은 모형과 비디오 자료뿐이어서 갈증이 더했다.

그런데... 그런 날이 정말 왔다.

파니코테카에 있는 작품들을 둘러 보면서 

그때 생각에 혼자 감회가 깊었다.

여담인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저 아기 천사들은 화가 잔득 났을 때 쳐다보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작품이란다.

좀 찔리는 마음에 사진 속에 담아왔다.

(화가 났을 때 극약처방용을 사용하려고...)

 

 

앞의 작품은 르네상스 최고의 꽃미남 라파엘로 역작 세 편

"폴리뇨의 성모"와 "에수 그리스도의 변모" 그리고 "성모대관"이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변모"는 라파엘로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명성도 전부 라파엘로 사후의 영예고

살아 있을 때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단다.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모방했다며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에수 그리스도의 변모"는 마태복은 17장의 내용을 그린 작품인데

게세마네 동산에 올라 기도를 하던 중 모세와 엘리야 예언자를 만나 고난 뒤의 영광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라파엘로가 죽은 후 발견되 그의 장례식장을 장식했던 그림이다.

고난 후의 영광...

그건 어쩌면 라파엘로 개인의 간절한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키리바조...

그의 그림은 어둡다.

하지만 그의 색채는 너무도 선명하고 엄격하다.

특히 "십자가에서 내리심"이 보여주는 입체감은 경이 그 자체였다.

그림과 현실의 경계가 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가 관람자가 아닌 그림과 같은 공간에 있는, 아직 그려지지 않는 인물같다.

섬세한 근육과 피부, 그리고 그 집요한 시선이 나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

 

 

1시간 30분 가량 주어진 점심시간.

나는 아주 깔끔하고 단호하게 점심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나온 길들을 다시 되집어 혼자 그림 앞에 섰다.

그때 느꼈다.

신은 지금 나와 함께 있노라고.

 

완벽한 기쁨이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3. 23. 08:16

마드리드에 도착한 동생과 조카를 데리고 톨레도로 가기 위해 서둘러 택시를 탔다.

Eliptica 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면 10 유로 정도.

(세 명이 움직일때는 확실히 지하철보다는 택시가 유용하다)

톨레도까지  ALSA 직행버스 왕복요금은 9.77 유로 (5.43 / 4.34)

펠리페 2세에 의해 마드리드로 수도가 옮겨지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 톨레도는

그리스 화가 엘 그레코가 너무나 사랑한 도시이기도 하다.

버스터미널에서 나오면 친절한 핑크색 선이 나오니 그걸 따라 이동하라는 정보를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핑크선이... 참 많더라.

결국 소코도베르 광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찾아가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이어졌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주시긴 하는데

문제는 우리가 에스파냐어를 모른다는 사실.

열심히 설명해주시는데 못알아들으니 그것도 참 죄송스럽더라.

뭐, 어찌어찌 에스컬레이터를 찾긴 했다.

(이게 뭐라고... 무지 반갑더라.)

버스터미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나오는 에스컬레이터를 찾느라

윗길, 아래길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던지...

지도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 여행을 하려면

남들보다 5배 정도는 더 걸어다닐 각오를 해야만 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구글맵이라고 유용할리 만무하다.)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을 걷는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저 골목을 지나면 말 탄 기사나 수도사가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게 현실로 느껴지는 곳이 바로 "톨레도"다.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살게 된다면...

바쁠게 하나도 없을것 같다.

실제로 스페인 사람들의 삶은 참 느긋하고 여유롭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사람에게 스페인의 속도는 복장을 수십번은 터트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톨레도에서 처음 먹은 "메뉴 델 디아"만 해도 그렇다.

일종의 런치세트인데 저렴한 가격대로 점심때만 먹을 수 있는 코스요리다.

혼자 여행할때는 끼니를 잊기가 일수였지만 조카가 있으니 제대로 된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식사 시간만 무려 2시간 정도.

톨레도를 구석구석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그저 야무진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결국 디저트는 포기하고 식당을 나섰다.

스페인 여행 준비를 할 때 항상 점심은 "메뉴 델 디아"로 먹겠다고 다짐했는데

과감하게 포기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도저히 "금강산"이포기가 안되더라.

내가 또 다시 스페인을 올 수 있을까 싶으니 자꾸 절박해져셔...

여행지에서는 나는 그저 여행자일 뿐이다.

도저히 생활인은 될 수 없다.

그걸 알기에 "식후경"이 멀어지고 "금강산"이 먼저 선택되더라.

(꼭 먹겠노라 다짐한 톨레도의 "마자판"도 결국 못먹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톨레도 대성당(4uro)은 원래 이슬람 사원이었는데

카톨릭이 이슬람 세력을 물리치면서 그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성당으로 재탄생됐다.

(스페인에 있는 거의 모든 대성당이 똑같은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1226년 건축을 시작해 1493년에 완성됐다니 건축기간만도 무려 270년.

정면에 3개의 문이 있는데 

중앙는 용서의 문, 오른쪽은 심판의 문, 왼쪽은 지옥의 문이다.

톨레도 대성당은 성가대석에 모셔져 있는 성모상이 유명하다.

전세계에서 유일한 웃고 있는 성모 마리아상.

원래 성모 마리아는 슬픈 표정을 짓거나 거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대부분인데

여기에 모셔져 있는 성모상은 눈꼬리까지 웃음이 가득하다.

한때는 신성모독으로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작가도 알려져있지 않다고...)

지금은 많은 관광객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재미있는건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본 대부분의 성모상과 예수상은 

그동안 익숙하게 봐온 서양인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나라 불상의 느낌이 강했.

자비심이 느껴지는 모습.

그 낯설지 않은 친근감때문에 스페인 성당 안에선 카메라에 많이 비빠진다.



톨레도를 출발할땐 정말이지 원대한 꿈(?)을 가졌었다.

마음 속 루트에는 산토 도메 성당도, 산타 크루스 미술관도, 엘 그레코의 집도, 성모 승천 시나고가도, 알카자르도 다 있었다.

하지말 실제로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던 곳은,

끝없는 헤맴과 Iglesia de S. Marcos와 톨레도 대성당과

겨우겨우 막차로 탔던 소코트렌 탑승이 전부.

그래도 톨레도의 상징인 "대성당"은 놓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분명 저기 저 앞에 대성당이 보였는데 골목을 빠져나오면 대성당이 사라져버렸다.

정말 테세우스도 울고 갈 라비린토스에서 한참을 입구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맸다.

비록 산토 도메 성당에 있는 세게 3대 성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은 못봤지만

끝없는 헤맴끝에 대성당에 찾아

엘 그레코와 티치아노의 그림을 봤으니 그걸로 됐다.

내가 미치게 사랑하는 티치아노의 선명한 붉은 색.

그걸 눈 앞에서 봤으니... 

충분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