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9. 19. 22:38
우여곡절끝에 아침 7시에 눈도 못뜨는 조카들을 깨워 산토리니행 페리를 타고 섬에 도착했다.이곳에서 3박5일을 보낼 예정.호텔에 짐을 풀고 까르푸에 들러 장을 보고 쉬고 있는 중. 조카들을 호텔에 있는 수영장을 차지하고 물놀이 중! 어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강행군이었지만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은 정말 신비롭고 장엄했다. 엄청난 모래바람은 왠지 사람의 접근을 저어하는 신의 뜻처럼 느껴졌다. 어디서든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던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도 인상적이었고...동생과 조카들과의 자유여행!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그런데로 잘 찾아다녔다(?) 길치인 내가 이정도 헤맸으면 아주 양호한 편^^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2. 05:14
오르한 파묵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는 나라 터키!
내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터키에 대한 로망 두 가지.
오르한 파묵이 교수로 있던 이스탄불 대학은 아쉽게도 못 갔지만
(월요일에만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단다)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만은 꼭 타보고 싶었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트램을 타고 에미뇌뉘 선착장에 도착.
왕복 1시간 30분 소요되는 Turyol Cruise 매표소를 찾아 또 헤매다녔다.
왼편 제일 끝에 매표소가 보이길래 표를 끊으려고 했더니
판매원 아저씨가 이곳은 페리 매표소라며 크루즈는 오른쪽으로 가란다.
(사진은 페리 매표소!)
이스탄불은 페리가 일상적인 교통 수단 중의 하나다.
그래서 춮퇴근 시간이면 몰려드는 사람들로 제법 혼잡하고 복잡하다.
다행히 오후 1시 정도라 출퇴근하는 현지인이 많지는 않았지만
크루즈를 타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만으로도 북적북적하다.
생각보다 크루즈 매표소가 작고 허름해서 놀라기도. ^^




마음 같아서는 6시간 걸리는 iDO Cruise를 타고 싶었지만
시간도 그렇고 매멀미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해서 관광객이 많이 타는 Turyol cruise를 탔다.
에미뇌뉘 선착장에 가면 이 두 곳 이외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서설 cruise도 많다.
잘못 선택했다가는 돌무쉬처럼 승객이 찰때까지 기다려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선택은 온전히 본인의 몫!
Turyol curise는 에미뇌뉘 선착장을 출발해서 루멜리 히사르 성채가 있는 보스포러스 제 2 대교(파타흐 대교)까지
왕복 운행되고 요금은 12TL 이다.
갈때는 유럽 쪽으로 가고 올 때는 아시아 쪽으로 오기 때문에 양쪽 지역을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어느 쪽으로 앉는지가 관건!
크루즈를 타서 오른편으로 앉는 게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처음엔 왼쪽에 앉았었는데 반대편을 보니까 훨씬 가깝길래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루멜리 히사르 성채는 직접 찾아가서 본 것 보다는
크루즈를 타면서 전체적인 조망을 본 게 오히려 훨씬 멋있었다.
바다와 하늘 색깔도 정말 숨막히게 에뼜고
그 속에 숨은 그림처럼 보이는 빨간색 터키 국기는 풍경 속의 포인트 같다.
(터키 여행 내내 터키 국기의 선명한 붉은색이 이 나라 풍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천만번 공감했다)
에미뇌뉘 선착장쪽 바다는 투기된 쓰레기들로 좀 지저분했지만
조금만 나와도 맑고 투명한 쪽빛 바다가 눈을 사로잡는다.
해협 주변으로 펼쳐진 유럽식 건물들도 주변과 너무 잘 어울렸고...
터키인들은 신이 주신 자연환경 때문에 색채감이 뛰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무차별 공구리 정신으로 주변풍경을 무시하고 한 길만 파는 우리나라의 꿋꿋한 건축문화가 무지 생각나는 순간이다.)



1865년 건립된 술탄의 여름 별궁 베일레르베이 궁전(Beylerbey Sarayi).
돌마바흐체 궁전과 마찬가지로 유럽식 궁을 본따서 만든 이 궁전의 시계 역시도
아타튀르크 대통령 사망시각인 9시 5분에 멈춰져 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대통령에 대한 터키 국민의 경외심과 그리움이 그저 부럽고 놀라울 뿐이다.
또 놀랐던 건,
이 별궁을 지을 때 일꾼들의 화합을 위해 공사기간 내내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를 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아름다운 발상을 했을까?
터키란 나라는 알아갈수록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신비롭다.
아시아 지역의 중심지 위스퀴다르 앞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건,
일명 처녀의 탑으로 불리는 크즈 클레시(Kiz Kulesi) 탑.  
원래는 12세기 비잔틴 제국의 해양 감시초소였는데
오스만 제국 때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통행세를 밪는 곳으로 사용하기도 했단다.
자세히 보면 탑 위에 사람들이 보이는데
탑 내부에  전망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 탑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위스퀴다르 일대를 다스리던 왕에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16세가 되기 전에 독사에게 물려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왕은 고민끝에 예언으로부터 딸을 구하고자 바다 위의 탑을 만들고 딸을 그곳에 숨겨 놓는다.
시간이 흘러 딸이 16세가 되는 날,
왕은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탑으로 과일바구니를 보냈는데
바구니에 몰래 숨어 있던 뱀이 나와서 결국 예언대로 공주가 그 뱀에 물려 죽어버렸다는 전설. ^^
(이런 전설 어디가나 꼭 있다!)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나는 쨍쨍한 마른 길에 온통 빠져있었다.
두 발로 발도장을 꾹꾹 찍는 곳만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생각에 정말 미친듯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걷는 길이 아닌 "푸른 물길"에 그만 내 발목과 눈이 덜컥 사로잡혔다.
그래, 또 다른 전설이 이제 막 시작됐구나!
푸른 물의 전설 앞에서
풀어지듯 황홀해져 그만 물과 함께 오래오래 흘러버렸다.

터키는...
완벽하게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20. 09:17
"메르하바~~~"
(안녕하세요?)
잠깐이었지만 터키를 다녀왔다.
이 책을 나는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이스탄불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횡단하는 페리를 타고
다시 돌무쉬와 트램을 몇 번씩 갈아타면서
나는 하렘를 들러보면서 터키 황실의 화려한 과거를 그려보리라.
"스타워즈"의 촬영지였다는 카파도키아를 들러
지하 도시를 길을 잃어도 오래오래 깊게깊게 다녀보리라.
조용한 호숫가 마을 에이르디르에서는
떠나고 싶을 때까지 마냥 기다림처럼 앉아 있을 것이고.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절을 하고 기도하도록 알리는 "아잔" 소리에 낯설어 하면서
걸음을 멈춰 볼 것이고,
용기를 내서 "Tree House"에도 올라가보리라.
지중해 고대 도시 올림포스에서는
코발트빛 지중해를 눈이 시리도록 내내 찬란하게 바라보리라.
그리고나면 나는 다시 돌아오고 싶어질까?
어쩌면... 아닐지도...




여행작가 오소희.
1971년생인 그녀는 이제 고작 3살이 된 아들 중빈(JB)과 함께
터키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1.5인의 함께 하는 여행.
그리고 그녀는 분명 아들을 데리고 간 것이 아니라 함께 여행을 했다.
터...키...
내가 늘 꿈꾸는 유토피아의 세계.
언젠가 내가 말없이 훌쩍 사라져버린다면
나는 분명 터키에 있을 것이다.
이스탄불의 블루모나코와 성소피아 성당 앞에서
신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것이고
올림포스의 지중해 태양아래 펼쳐진 푸른 물 속에서
말갛게 나를 행궈내고 있을 것이다.
터키... 터키... 터키...
나를 터뜨릴 것 같은 이 나라가 나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버겁고 그립고
끔찍하게 보고싶다.






이 책은 내게 너무마 치명적으로 절망을 안긴 책이다.
터키... 미치도록 가고 싶은 나라.
아니 미쳐서라도
꼭 가고 싶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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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낯선 이에게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행지에서조차 불필요한 시선이나 말과 미소를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변했던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마움을 배운다"는 것과 동의어다. 그들이 내 아이를 향해 웃었기 때문에 나 또한 그들에게 고마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그들은 어김없이 두 배로 화사한 미소를 다시 내게 돌려준다.
이제는 누가 머저 미소를 짓는지 잘 알 수가 없다. 나는 이곳에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나 인사를 한다. 그리고 오느새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많은 터키인들 사이에서 손짓 발짓 섞어가며 대화를 하고 있다. 아루런 계산도 긴장도 없이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기를 즐기는 것. 아무래도 내가 아이를 데려온 게 아니라, 아이가 날 이곳에 데려온 것만 같다.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 험한 노동에 늙어버린 얼굴을 하고 있거나 나무껍질 같은 손을 지니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죄책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내가 가끔씩 거울 속에서 찾아내는 나이듦의 징후들은 이들의 "진짜" 주름에 비하며, 한없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카파도키아"란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 일대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몇 차례에 걸친 화산 활동으로 이 일대가 잿빛 응회암으로 뒤덮였고, 이중 일부는 풍화 작용을 거쳐 기괴한 모양을 만들었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 장소였다고 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되리라.
그러나 이 자연 비경만으로 관광객들이 들끊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로마 시대에 탄압을 피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의 주거광간이 되기도 했던 지하 도시와 동굴집으로도 유명하여, 역사적 종교적 유적을 확인코자 하는 이들의 발길 또한 끊이지 않는다.

내가 10대였을 때는, 누군가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앞장서 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불과했다. 내가 20대였을 때, 타인에게 봉사하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자신의 삶을 성실히 영위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30대인 내게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위대한" 일이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자신의 삶을 성실히 꾸려나가는 것에도 부단한 노력과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한 노력과 결심이 조용한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까닭이다.

예전에 나는 낯선 사람과 그렇게 "즉각적으로 공통의" 화제를 찾아 환하게 미소를 터뜨려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쉽게 열리고 나눠본 적이 없는 삶이었다.
그럿은 또 내가 어떻게 자랐는가를, 얼마나 많은 미소와 따스한 손길과 보살핌 속에 성장하여 오늘날 이렇게 존재하게 된 것인가를 감사히 반추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전에 내가 반추했던 것들이 상처와 얼룩에 대한 기억이었다면, 이후에 나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면서 내가 받은 사랑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비로소 화해와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관계의 많은 부분은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들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얻을 수 없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무엇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들의 오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그 "무엇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희생하지도 않는 것이다.

아이가 해낼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모의 무지이자 욕심이다. 그러나 아이가 해낼 수 있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부모의 무능력이다.

아들아, 세상에는 유희가 생략된 유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따스함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단다. 네게는 세 살부터 시작된 이런 여행이, 한평생을 다해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사치가 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딴다. 나는 네가 그런 사람들을 부단히 많이 보아서, 끝없는 속도전에서 비롯되는 초조와 이기심으로 차갑게 마음이 식어버렸을 때마다 스스로 발광하는 태양처럼, 스스로 네 마음을 뜨뜻하게 덥힐 수 있기를 바란다. 가진 것을 느끼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부터 나누고, 함께함으로써 더 많이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게 융숭 깊은 사람으로 자라주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