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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5 경복궁 + NEX-5
  2. 2009.11.20 봄날의 기억
찍고 끄적 끄적...2010. 11. 15. 06:31
사진을 자주 찍고 싶었지만 sony ∝ 500 DSLR은 좀 무거워서
자주 들고 다니지 못했었다.
(그래도 이 녀석 역시 꽤나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그야말로 손에 착 감기는 맛이 근사했지...)
sony ∝ NEX-5
미러리스 카메라.
DSLR보다 무게도 훨씬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에는 아무래도 용이할 것 같다.
토요일에 이놈을 가지고 경복궁을 찾았다.
첫 만남이라 서로 길들이느라 바빴다.
확실히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기에는 좋은 것 같다.
게다가 경복궁은 한창 가을이 저물어가는 중이다.
G20과 야간 개방의 여파때문인지 지금까지 경복궁을 방문한 중에 최고로 많은 사람들을 봤다.
근정전 앞은 아예 사람들 머리로 새까맣더라.
사람이 틈해지면 품계석을 찍고 싶었는데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출사나온 사진 동호회도 꽤 많은 듯.
경회루 앞도 북적인다.



sony ∝ NEX-5가 자랑하는 기술 중에 하나인 파노라마 촬영.
한참을 이놈하고 놀았다.
처음이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카메라 기술에 놀라는 중이긴 한데
이게 정말 실물일까 의심스러운 마음도 생긴다.



빽빽한 사람들을 피해서 찍은 사진들.
봄의 경복궁은 화사하고 밝아 아이의 웃음소리처럼 느껴진다면
가을의 경복궁는 침착하고 잔잔해서 신비감이 느껴진다.
눈 쌓인 겨울에 이곳에 오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
내가 그 추위를 감당할 수 있다면...
1시간 30분 가량 머무는 시간동안에도 두 손이 얼음장이 됐다.
경복궁.
참 색감이 이쁜 궁궐.
그리고 그건 그냥 볼 때보다 프레임을 통해서 볼 때 그 색감의 평화와 강렬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아직은 새로운 카메라와 더 익숙해져야겠지만
첫 만남은 서로에게 나쁘지 않았다.
내일은 세로로 찍은 사진들을 살펴봐야겠다.
sony ∝ NEX-5
우리 서로 열심히 친해지자!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11. 20. 06:34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도 않던 봄날 어느날
쨍한 바람 끝을 따라 경복궁을 찾았었지.
조선의 왕이 집무를 보고 살았던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곳 역시 사람이 살던 곳.
살뜰한 숨결들이 느껴져 오소소 몸이 떨렸었지.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다
"다 내게로 와 있지!"
 대답하며 혼자 몰래 웃었던 기억!



재연되고 있던 수문장 교대식
선명하게 붉던 도포 자락,
바람 끝에 날리던 옷 끝에도
품계석을 하나씩 쓸던 내 손 끝에도
그대로 느껴지던 시간의 흔적들...
옛 사람들이 서 있었던 곳.
그들은 오늘 이쯤에 있는 이 나라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켜켜이 앉은 시간의 더개 속에서
근정전 왕의 어좌 위엔
지나온 시간만큼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져 있었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조선의 왕은 고민하고 또 노력했을까?
나라를 위해, 종사을 위해, 백성을 위해...
혹은
잔인한 당파를 위해...



엤 사찰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옛 왕궁의 위엄.
그 자리에서 깊은 책임감과 뜻을 품었던 사람들.
그 마음은 또 어디로 갔을까?
때로는 물이 되고,
때로는 구름이 되고,
때로는 천년 나무 그 뿌리가 되어
내내 어딘가에 새겨져 깊은 나이테 되지 않았을까? 
혹은 꼭꼭 채워진
금서의 공간으로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그래도 모든 시간은 흔적을 남긴다는 걸
빈 해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다시 이해한다.



긴 처마 끝과 긴 담장의 끝
가만가만 들어보면
각인된 흔적의 시간들이 조용조용 내게 말을 건넨다.
너는 무엇을 남길 수 있겠느냐고...

옛 궁궐.
그 헛헛한 공간 속에 칼 끝처럼 매섭고 예리하던 바람 끝
뭉턱뭉턱,
그 끝이 도려내는던 시간의 흔적들.
남겨지지 못하는 역사는
결국 누구도 찾을 수 없게 된다고...
그러니 더 이상 아무것도 잃지 말라며
그 칼 끝이
나를 향해 말을 한다.

날선 칼 끝이 선명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