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11. 08:15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가 끝났다.

<The Devil>은 잘 보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못할 것 같다.

끝이 났는데도... 도저히 못보내겠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 작품을 보내지 않기로...

마지막 공연이 있었던 일요일 혹시나 현매로 볼 수 있을까 싶어 공연장을 찾았는데 예상대로 헛수고였다.

너무 많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는걸 아니까 돌아섰다.

대신 은행잎으로 노랑게 물든 대학로의 골목들을 한참동안 걸으면서

이 작품의 대사들을 떠올리고 또 떠올려다.

그것만으로도 순간순간 따뜻한 위로가 되더라.

내가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사랑하는구나...

다음에 올라오면 절대, 절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원없이 보고 또 보리라... 다짐했다.

(몇 번을 봐도 늘 아쉽겠지만...)

 

마지막 관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1958년의 필립과 올리버가 문 앞에서 마주하는 첫장면부터 참 많이 애뜻하고 뭉클했다.

필립과 올리버, 두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던 미묘한 떨림과 끌림.

점점 더 강하게 다가오는 절실함들이 너무 많이 아팠다. 

올리버가 준 앨범을 꼭 끌어안고 한참을 서있는 필립의 뒷모습에

또 다시 대책없이 무너졌다.

그 앨범을 올리버에게 건네는 필립의 손이,

그걸 다시 남겨놓고 떠나는 올리버의 마음이 그대로 다 느껴졌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와 동질의 영혼을 가졌다 믿어지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가 1958년의 필립같은 상황이라면..

1958년의 올리버처럼 내 전부를 던지겠노라 말할 수 있을까?

2014년의 필립처럼 어떻게 됐뜬 계속 가보자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게 나를 먹먹하게 만든다.

 

모든걸 걸 수 있을때,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리고 이어진다.

 

올리버 : 난 그저 그게 성적인 욕망, 육체적인 일탈, 도착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요.

필   립 : 맞아요, 그저 단순한 성적 호기심입니다.

올리버 :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 아이를 갖는다면 그럼 이런건 멈출 것이다.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면 그렇다면 내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필   립 : 맞아요. 맞아, 올리버

올리버 : 하지만 이제와 당신을 만나고....

필   립 : 올리버. 제발...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올리버 : ...... 그 이상이라는 걸 알았다는 겁니다.

            우리가 만났던 시간, 대화, 당신에겐 필립!

            필립 일부분이 아니예요, 전부. 내 전부를 던질 가치가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필   립 : 다 끝난 일이예요.

올리버 : 아니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필립, 지금 내게는 시작입니다.

            우리 두 사람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이 신성할 수도 있다는 거에요.

            예전에 잠 못 드는 밤에 대해서 물었었죠?

            어렸을때 난 내가 열망하는게 무엇인지,

            내가 누군지를 알아가게 되면서 내 마음 속 한 구석은 어둡고 비밀스러워졌어요.

            두려웠어요, 모든 사람들이 그건 잘못된 거라고 했으니까.

필   립 : 맞아요. 잘못된거 맞아요.

올리버 : 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온 세상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뭐라고...

            하지만 내가 당신을 만났을때, 내가 당신과 사랑에 빠졌을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정직하고 순수하고 선했슴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나라는 걸 알았다는 겁니다. 세상이 틀렸던 거예요.

            필립, 우리는 달랐어요. 당신도 알쟎아요.

                                                                                                          - 1958년의 필립과 올리버

 

올리버 : 변화를 믿어?

필   립 : 변화를 믿냐구?

올리버 : 우린 정말 행운아들인것 가지 않아?

팔   랍 : 행운?

올리버 : 응! 생각해봐, 자유! 우리가 가진 자유!

필   립 : 무슨 자유?

올리버 : 침묵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봐. 수천년동안 가난, 억압, 전통, 위선, 그런 이유로~~

필   립 : 지금도 세상 대부분이 다 그래! 침묵

올리버 : 알아! 나도 웨스트벵크 알아! 나치가 유대인을,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그리고나서는 모든 사람들이 침묵하지.

           차별과 침묵은 늘 한쌍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그래서 모든게 훨씬 소중한거야.

필   립 : 글쎄, 그런가?

올리버 : ......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걸고 소중하게 여길수 있는 건 아무래도 사랑이 있어서인것 같아.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사랑,

           그런 사랑에서부터 나오는 행동과 마음, 존중, 사랑. 그 자체를 주고 서로에게 불어넣어 주는 것 말이야.

           우리가 가진건 그것뿐이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 2014년의 필립과 올리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11. 05:28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감히 말하건데 나는...

이 작품과 완벽히 소통하고, 그리고 완벽히 대화한다.

마치 누군가 내 속으로 들어와 대사 하나하나를 직접 끄집어낸것 같다.

올리버가 고대도시 델포이에서 들었다는 혼자만의 신탁의 소리가,

지금 내게도 선명히 들린다.

먼 과거에 살고 있는 내가 지금의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

대답... 해주고 싶다. 간절히... 

이 작품을 앞으로 내가 몇 번을 더 보게 될까?

많이 힘들어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을 때,

진심으로 다가오는 토닥임과 위로가 필요할 때.

포악스런 욕심과 미움으로 망신창이가 될 때.

작은 온기라도 누군가와 기꺼이 나누고 싶을 때.

이 모든 순간들과 닿을때마다 나는 이 연극을 그리워하고 찾게 될거다.

올리버에게 감사하기 위해,

필립에게 감사하기 위해,

실비아에게 감사하기 위해...

그리하여 내가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도록!

 

<The Pride> 두번째 만남.

박은석 올리버와 김지현 실비아는 그 사이 더 깊어졌다.

김종구의 2막 첫씬 역시도 여전히 처음처럼 좋다.

25년의 역사...

그래, 그건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들.

시간과 시간이 교차되는 상황들을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표현하는지...

도대체 이 역할들을 매번 어떻게 감당할까!

배우란,

참 위대하고 아픈 직업이다.

 

정상윤 필립은,

초반에 박은석 올리버에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의도적이었다는 걸 나중에 이해했다.

그리고 역시나 정상윤의 섬세함과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너무나 간곡하더라.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은,

많이 아팠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광폭한 관계후 올리버를 떠나보낸 필립.

스스로 홀로 남겨진 필립의 눈과 입은,

여전히 단 한 사람만을 부르고 찾는다.

아주 간절히, 그리고 아주 절망적이게...

"올리버..."

 

반복되는 대사와, 상황들, 그리고 장면들.

필립에게 손을 뻗는 올리버의 그 조심스럽고 간절한 떨림까지.

(이 표현 정말 너무나 좋다. 과거의 모습도, 현재의 모습도 모두)

참 아득하고 아프다.

이 사랑...을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

 

"사랑"이라는거.

그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절함의 문제다.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혹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든.

간절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닿을 곳이 결국 있다면,

그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려면 "용기" 또한 꼭 필요하다.

모든 사랑의 실패는,

따라서 "용기"의 걸여다.

사랑을 인정할 용기,

사랑을 고백할 용기,

사랑을 지켜나갈 용기,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다독이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거짓된 사랑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실비아"가 바로 그런 용기였다.

실비아의 마지막 대사.

그걸 알았다면,

내 삶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달랐으리라.

필립의 말은...

정말이지 아주 정확했다.

"실비아는 항상 옳아요!"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