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4. 08:33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10.10. ~ 2014.11.09.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본 : 낙 디어 (Nick Dear)

연출 : 조광화

무대 : 정승호

출연 : 박해수(Creature), 이율(Victor Frankenstein)

        정영주(De Lacey & Madam Frankenstein)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외

제작 : 연극열전, 예술의전당

 

꼭 한 번은 더 보고 싶었다.

아마도 인간의 오만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인간만이 "유일"하다는 생각,

그 유일함에 대한 집착은 인류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나는...

이 유일함이라는 오만함이 광적인 종교의 맹신보다 더 무섭다.

그건 또 다른 광기이자 파멸의 시작이기에...

세기말보다 더 세기말적인 이 시대에

인간답다는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가치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럴수만 있다면,

차라리 인간이 아니고 싶다.

 

 

괴물에 의해 창조된 또 다른 창조물의 들숨과 날숨이 나를 옭아맨다.

계속되는 질문의 시작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인간인가?

나는 살아있는가?

나는 누구에 의해,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나는 만들 자가 있다면,

내의 창조주는 나를 버렸는가? 아니면 보호하고 있는가?

 

태(胎)의 버려짐은 태(態)를 바꾼다.

그리고는 결국,

멸(滅)을 향해 치닫는다.

구원할 길이 없다.

 

파라다이스는,

사라졌다.

영원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6. 08:06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프랑켄슈타인> 마지막 관람을 류빅터, 박앙리로 끝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재공연이야 되겠지만 초연 배우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현실적으로 그러기도 힘드니 아마도 내내 그리워할 작품으로 남겨질것 같다.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만 <스위니토드>보다 더 보내기가 참 힘든 작품이다.

게다가 류은페어의 마지막 공연이라는게 사람을 참 묘하게 만들더라.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도, 객석도 다른 날과 비교해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게다가 웃음 포인트에서 평소보다 객석의 웃음도 훨씬 적었다.

그런데 그게...

재미가 없어서 안웃는게 아니라 아쉬움과 서운함 때문이더라.

공연장 전체에 참 애뜻한 기운이 감돌아 어딘지 뭉클해지기도 했다.

최고나 레전드라는 표현은 이쯤되면 오히려 무색한 지경이고

이제는 심지어 배우와 배우, 배우와 관객 사이의 단단한 신뢰와 믿음이 보이더라.

드디어 이런 경지까지 왔구나... 이 작품은...

 

류정한 배우는,

앞으로 어떤 배역을 하든 관객을 실망시킬 일은 절대로 없겠다.

류정한 나이에 류정한만큼 연기하고 류정한만큼 노래할 수 있는 남자 뮤지컬배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쯤되면 독보적인 존재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터!

연기도, 고음도, 액팅도 한치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그야말로 "붉은피가 쏟구치"는 느낌이다.

"두 도시 이야기" 이후로 그의 연기는 완벽하게 안정적이 됐고

"프랑켄슈타인" 빅터로 정점을 찍었다.

매일 자신의 레전드를 피도 눈물도 없이 갈이치운다.

도대체 이 엄청난 체력소모를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고 있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역에 너무 깊게 빠지는 배우는 경계하는 편이다.

자칫하면 배우가 배역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끌려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류정한은 빅터라는 배역을 자유자재로 끌고다니면서 완벽하게 컨트롤하더라.

무대 위에서 모든 걸 끝까지 다 소진시키면서

동시에 놀라운 속도로 다시 꽉꽊 채우는 모습을 보는 건 매번 두려움이었다.

그 모습은 "괴물"  그 이상의 공포였고 그 이상의 매혹이었다.

지친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넘버를 장악해나가는 모습은, 

온 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경이였다.

그렇구나...

무대 위에 서있는 류정한의 모습보다 더 매혹적이고, 매섭고, 무서운건 없구나...

인정에 굴복까지 거듭했다.

사실 조금 걱정했었다.

너무 힘겨운 배역이라 작품이 끝난 후

빅터의 기억들이 온 몸 구석구석 퍼져 그를 아프게 하는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젠 걱정하지 않는다.

배역이 그를 삼켜버린게 아니라 그가 배역을 완벽하게 컨트롤했기 때문에!

다만 나는 그가 보여준 세계를 마음껏 탐닉하면 되는 거였다.

불쑥불쑥 게워지는 그리움때문에 아파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오히려 나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하나같이 다 아름다웠다.

빅터와 자크,  배반하는 배역이 보여준 미(美)는 또 얼마나 찬란했던가!

매번 모양을 바꿔가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를 육박해오던 표정들, 감정들, 넘버들, 티테일한 표현들...

덕분에 나는...

날마다 고통스러웠고 날마다 황홀했다.

 

앙리와 괴물 박은태.

아프고 아프고 또 아팠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가슴 아린 일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멸종한다.

자신의 창조주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피조물이 된다는 것.

존재의 부정은 결국 스스로를 쓰려뜨리게 만든다.

까뜨린느와 북극을 꿈꾸며 아이처럼 행복해하지나 말지.

괴물을 위해서라면 그 기억이 없는게 훨씬 좋았겠다.

단한번 찾아온 행복이 그렇게 빨리, 그렇게 무참히 짓밝혀버렸으니...

호숫가 장면의 조용한 통곡을 들으면서 알았다.

괴물의 종말을 이미 그때 시작됐음을.

얼마나 아팠을까...

괴물의 상처뿐인 삶이 나는 내내 너무나 아프다.

 

안되겠다!.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할 것 같다.

빠지는 거, 꼽씹는 거.

배우가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걸 걱정해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 작품에서 빠져나올 일이 태산같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이 작품이 끝난 후 폭력처럼 나를 후려칠 그리움을 어찌 견뎌야할까?

이걸 견디기 위해선

한동안은 고통이 뒤따를 것 같다.

 

어쩌자고 괴물의 복수는 나를 찾아왔을까!

(혼자가 된다는 슬픔.

빅터처럼 나 또한 날선 비명을 지른다.

차라리 내게 저주를 퍼부어라~~!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3. 06:52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Thank you, Gracias, Merci, Danke, Спасибо

 

자크의 대사는 이 작품에 대한 헌사다.

원래 올해 계획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세번 이상은 보지 말자였는데

내 야심찬(?) 다짐을 한큐에 말아먹게 만든 문제작 <프랑켄슈타인>

아직 한 번의 관람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나간다는게 마냥 아쉽다.

앞으로 좋은 착장뮤지컬은 많이 나오겠지만

이 작품만큼 내 코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작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물론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뒀기에 재공연이 되겠지만

초연 배우들이 그대로 돌아올거란 보장은 없다.

(개인적으로 초연 이상의 재연 작품이 별로 없더라...)

 

류정한 빅터와 박은태 괴물,

두 배우는 이 작품으로 정점을 찍었고

잔인하게도 매 공연때마다 본인들이 찍은 정점을 무서운 속도로 갈아치운다.

두 배우의 연기와 표현을 보고있으면 이젠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놀라운건,

관람할때마다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의 관계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사실 이 작품을 속속들이 알기란 나를 아는것 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이번에 관람하면서 알았다.

괴물이... 

빅터의 실험일지에 쓰여있는 모든 내용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단지 자크가 읽어준 마지막 구절만 아는게 아니었다.

괴물은 그 속에서 빅터의 꿈을 봤다.

"난 괴물"이라는 넘버 속 고백이 그 증거다.

자신이 그 꿈 속에서 살 수는 없었던거냐고 절규하는 괴물.

괴물은 빅터를 이해했고 사실 용서까지 했다.

그래서 "복수"가 아닌 "구원"을 선택할 수 있었으리라.

빅터에게 총구를 넘겨준 괴물의 마지막 모습은...

괴물이 아니라 확실히 앙리였다.

반면에 빅터는 아직까지 몰랐을거다.

자기 곁에 있는 사람이 앙리였다는 걸.

그러나 결국은 빅터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그의 곁에 앙리가 있었다는 걸.

그것도 늘, 언제나 항상,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

서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견디고 버텨야만 하는 이 둘의 관계가

나는 너무 가엾고 너무 간절해서

아프고 또 아프다.

 

툴툴 털어버리기엔

너무 많이,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헤어나오기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세상에 이런 관계 또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1. 12:48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정말 많이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류정한 빅터와 박은태 괴물.

드디어 이 두 사람의 조합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이 작품에 매혹당해버렸다는 건 애초부터 깨끗하게 인정해버렀지만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느끼게 했다.

그걸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남루하고 구차하게 느껴질만큼... 

완벽한 그로기(groggy) 상태.

가차없이 쏟아지는 무차별 폭격앞에 지금 폐허가 되버렸다.

과연 나는 복구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몰고갈 수 있을까?

참 잔인하게 아름답고 처절하게 아프다.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하나뿐.

광기(狂氣)

도대체 주말 첫공연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아버리면 남은 3회 공연은 어찌 하려고...

No day but today!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이 딱 그랬다.

젠장, 너덜거리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게 만드는 작품이로구나.

 

빅터 류정한.

미친 연기고, 미친 노래고, 미친 표현이다.

특히 "나는 왜"에서는 정의와 욕망의 충돌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얼굴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다.

당장 줌인으로 클로즈업시켜 보고 싶을 정도로...

이 매력적인 기괴함을 대체 어찌할까!

"위대한 생명창조..."는 이 곡만으로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라 명명해도 무방할 정도다.

눈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이해라는 게 되지 않았다.

이렇게 다 쏟아내고 어떻게 다음 장면 연기가 가능할까!

무대에 서있는 것 자체도 거의 기적처럼 보이던데...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창조주라 부를 수밖에는 없겠더라.

 

그리고 빅터일 때 살짝살짝 드러나던 자크의 모습과

반대로 자크일 때 살짝씩 드러나던 빅터의 모습은

인간이 갖는 이중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을까?

술집에서 빅터가 앙리에게 살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고백할 때는 자크의 잔인함이,

자크가 괴물에게 실험일지를 읽어줄 때는 확실히 빅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부분은 유준상, 이건명과 확실히 차이가 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또 다시 레벨을 벗어나려는 모양이다.

(나 역시도 또 다시 깨끗하게 인정하자!)

게다가 박은태와의 발란스는 <엘리자벳>때 이미 알아챘지만 이 작품에서 레전드를 찍는다.

"단 하나의 미래'와 "한 잔의 술"은 두 사람의 음색이 너무나 잘 맞아서 정말 황홀하더라.

 

박은태 앙리.

아마도 나는 그의 "너의 꿈 속에서"를  최고의 연가(戀歌)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이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

지금 나는 동성애를 운운하려는게 결코 아니다.

앙리가 빅터에게 보여준 사랑은 인간의 한계와 범위를 벗어나는 사랑이다.

가히 신성(神性)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사랑.

빅터는 "생명창조"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고

앙리는 "신성의 사랑"으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신의 심판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

 

그리고 시종일관 표정없는 얼굴과 속삭이듯 읊조리던 박은태 괴물.

속에 괴물의 모든 히스토리가 다 담겨있는 것 같아 나는 참 슬프고 아프고 저렸다.

울부짖음도, 서러움도, 원망도, 분노도, 희망도,

다 담겨 있더라.

그러다 빅터의 입에서 "앙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돌변하는 표정과 격양되는 목소리.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상처"다.

한지상 괴물은 존재를 부정당한 자의 상처가

박은태 괴물은 관계가 거부된 자의 상처가 보인다.

그런 생각도 들더라.

한지상 괴물이 바랐던 건 복수 혹은 심판이었지만

박은태 괴물이 바랐던 건 구원이었다고...

그래서 한지상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일종의 "살생부"처럼 느껴졌고

박은태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기도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박은태 괴물의 마지막 대사가 나는 오히려 평온하게 들렸다.

"혼자가 된다는 슬픔, 그게 나의 복수야."

그 말을 끝으로 괴물은 "쉼"의 상태로 침잠한다.

그토록 바랐던 구원의 세계로...

(총구를 빅터에게 넘겨준 행위엔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창조주여! 당신이 나를 창조했듯 이제 나를 구원하소서!)

혼자 남은 빅터는.

이제 스스로를 구원해야만 한다.

그게 삶이든, 죽음이든.

 

이 작품은 참 많이 불친절하다.

심지어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수시로 등을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불친절한 "외면"이 품고 있는 간곡한 진실을...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봐야만 하는 것.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 사이에서 나는 그걸 내내 생각했다.

 

문득 공포감이 밀려온다.

이 작품은 과연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까?

 

이건 정말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13. 06:35
정말 한참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뮤지컬
몇 달 전에 예매를 해놓고 빨리 10월이 오기만을 바랬었는데...
2001년 초연 이후 9년만의 귀환.
정말 많이 기다렸던 Phantom of the Opera



이 뮤지컬의 특징
캐스팅을 공연 당일 공개한다는 사실
굳이 알려고 들면 알 수도 있다고 하는데
뭐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왠지 phantom스러운 전략같아 그 느낌도 나쁘지 않다.
누구의 캐스팅이든 이 뮤지컬에 주요 등장인물이 됐다면
그래도 기본 이상은 될거라는 믿음도 있고...



10월 11일 저녁 공연의 캐스팅
양준모 phantom, 최현주 크리스틴, 홍광호 라울, 윤이나의 칼롯타.
양준모의 phantom이 정말 궁금했는데
이런 모습이었구나......
전체적으로 양준모 phantom은 아직 뭔가를 남겨두고 있다는 인상,
지금껏 내가 봤던 배우 양준모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꽤나 조심하고 있다는 느낌 .
분노와 절규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듯 했다.
action이 유머러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조금 있었고...
이블데드와 프랑켄슈타인을 가끔씩 생각나게 한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건 너무 코믹했다. 미안하지만 왕꿈틀이가 생각났다...
 마지막 크리스틴과의 키스씬에서 심하게 허우적 대던 팔도 그렇고
 애절한 씬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상당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크리스틴과의 듀엣곡 <Phantom of the opera>,
솔로곡 <The Music of the night>는 참 좋았다.
아주 상당히 양준모스러운 Phantom을 볼 수 있었기에...
2막의 <돈 주앙의 승리>라는 극 중 오페라에서의 팬텀의 목소리도 참 좋았다.
몇 부분에서 길을 잘 찾아낸다면
아마도 꽤나 괜찮은 phantom을 공연기간 중에 꼭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크리스틴 "최현주"
일본 사계에서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그녀는 다시 사계로 돌아간다는 조건으로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단다.) 
목소리와 연기, 그리고 춤까지...
그녀의 크리스틴은 훌륭했다.
다시 한 번 꼭 보게 될 수 있기를...
<Think of me>를 듣는 순간 "와~~ 그녀! 아찔하게 멋있다"
확신했고 감탄했고 그래서 기뻤다.
묘지에서 부른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과
2막에서 라울과 팬텀의 대결에서의 그녀 모습과 목소리
오래오래 담길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극 중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에서 보여준 팜프파탈적인 모습까지
꽤나 관능적이고 유혹적이었던 그녀의 시선과 손끝



라울의 "홍광호"
노래를 잘 하기로 유명한 홍광호!
아마도 1년 여의 공연 기간 중에 홍광호 Phantom이 새롭게 등장할테지만
그의 잘 부르는 목소리를 이 곳에서 확인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다.
<홍지킬>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에게 라울은 뭐랄까 그의 옷이 아닌 것 같다.
이상하지?
2001년도의 류정한 라울은 그 존재감이 엄청났었는데
(오히려 팬텀보다 더 인기있었고 유명세를 탔던 류라울)
2009년 라울은 약간 묻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는 여지없이 그의 목소리가 묻혀버린다.
물론 <All I Ask of you>는 훌륭했고.
(이 노래를 부르면서 묘하게도 나는 최현주 크리스틴이 발란스를 잘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살이 오른거지?
난 더 샤프하고 날렵한 라울을 기대했었는데...
그래도 지하 미궁에서 올가미에 묶여있던 그의 자태(?)는
상당히 알흠다웠다 ^^
(살짝 새디즘적이기도 했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정상윤"의 라울은 어떤 모습일지...

피르맹 "김봉환"과 앙드레 "서영주"
그야말로 브라보였다.
영원한 비극적 인물 베르테르 서영주의 극 몰입력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알면 알수록 참 여러가지로 궁금한 배우다.
익살스러웠던 두 사람으로 인해 이 뮤지컬은 감칠맛이 더한다.
(믿어질까? 오페라의 유령에 감칠맛이라는 게... 그런데 진짜 그렇다)
칼롯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르던 <Prima Donna>
재미있었어요. 두분 덕분에 ^^
초반 두분이 만든 집중력을 뒷부분 합창이 좀 무너뜨려주긴 했지만...
2막을 여는 <Masquerade>도 그들이 멋지게 시작해줬다.



9년전 공연에 비해
가사가 조금 낮설게 느껴진다.
그리고 레이에와 르 페브르는 너무 코믹하게 설정이 된 것 같고...
마담 지리의 포즈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인상.
어쨌든 이 뮤지컬 결말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인데...
어쩌면 2001년도 마담 지리가 너무 강하게 각인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팬텀에서 입맞춤 하는 크리스틴.
그녀는 그 입맞춤 하나로 결국 2개의 사랑을 완성시킨 셈이다.
그리고 팬텀은 그녀를 잃었지만
노래의 날개는 계속 그녀에게 남겨졌으니
어쨌든 "끝나버린 노래"는 아닌 셈.

다음주에 다시  관람하게 될 때
내가 어떤 느낌으로 변하게 될지도 사뭇 궁금하다.
은근히 버닝 중인가?

매번 생각하는 건데,
엔드류 로이드 웨버는 천재가 확실하다.
자신과 사라 브라이트만의 관계를 은근히 빗대 만든 뮤지컬
<Phantom of the opera>
그에게 외모가 아무래도 약점이긴 했나 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뮤지컬로 그도 완변하게 변신한 셈이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3개를 만들어낸 사람.
살아있는 뮤지컬계의 신화 앤드루 로이드 웨버!
<Phantom of the opera>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그의 심장은 매번 새롭게 떨리겠다.
거기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테니...
"돌이킬 수 없는 길..."
Phantom of the Opera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