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8. 13. 08:01

메디치 가문의 문화유산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손 안나 마리아 루도비카는  

가문의 종말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결국 그녀는 1737년 메디치가의 궁전을 피렌체시에 기증하면서 메디치가를 불멸의 가문, 영생의 가문으로 만들었다.

만약 피렌체에 메디치가문이 없었다면...

지금의 피렌체도 없었을테다.

성수기에는 15분 간격으로 관람인원을 제한해서 입장시키는데

2월의 우피치는 기다림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어서 비교적 여유있게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여유라고 해도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결국은 수박 겉햩기 식의 감상에 불과했지만...)

우피치 미술관은 ㄷ자 형태로 되어 있는 3층 건물로 1584년 바사리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코시모 1세 시대부터 각지에 분산되어 있던 메디치가가 연고가 있는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했단다.

이곳에 있는 작품에 대해서 말하는건

정말 주제넘는 짓이라 도저히 못하겠고

진품을 직접 내 두 눈으로 본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미 흥분 최고조였다.

프라도와 우피치, 그리고 바티칸 박물관.

그저 늘 꿈의 장소라고만 생각했던 곳이다.

정말이지 내가 보티첼리의 "봄"을,

미켈란젤로의 "성가족"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인쇄된 책이나 모사본이 아닌

실제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 투어는

솔직히 혼자서 조용히 하는걸 선호하는 편이데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아 현지 그룹투어를 신청했다.

(사실은 혼자 녹턴관람을 하고 싶었는데 겨울철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해서...) 

그래도 현지 가이드가 피렌체에서 활동하는 한인화가여서 꽤 알찬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분 설명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수태고지"는

정면에서 보게되면 마리아의 손이 전체 그림과 불균형을 이룬단다.

왜냐하면 작가가 이 작품의 시선을 왼쪽편에서 살짝 비켜 보는 방향으로 그렸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그 각도에서 그림을 봤더니 확실히 비율이 정상적으로 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사진 촬영이 전면불가 였는데

지금은 허용이 돼서 내내 마음에 담아만 두었던 그림들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우피치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 라 트리부나(La Trubuna)"

이 팔각형의 방에 모여있는 그림의 인물들은 우피치 미술관의 주인들이다.

하지만 입구에 출입금지 표지가 되어 있어서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항상 개방을 했었다는데

보수를 한 후에는 특별한 날에만 제한적으로 개방한단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좀 특별하고 싶다는 바람이....

 

 

 

우피치 미술관을 오후 한나절동안 둘러본다는건 턱없는 짓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했던 가장 무모한 짓)

이곳을 일주일을 내내 찾는대도 다 못 보고 말텐데...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중요 작품만 보는 것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미처 들어가보지 못하고 스킵한 방들은 자꾸 뒷통수를 잡아 당기고.

다시 올거란 기약은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부터 우피치로는 발길조차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간 것도 아니고, 안 간 것도 아닌,

한없이 찜찜하고 허전한 마음.

우피치는 나를 참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너무... 잔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9. 08:28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눈 먼 표가 생겨서 예정에도 없던 마이클리의 <NDP> 막공을 봤다.

사실 티켓팅이 시작됐을때 관람여부를 조금 고민했었는데 홍광호 콰지모도라서 과감하게 놔버렸다.

홍광호 콰지모도는 1번의 관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일곱번의 관람 중 그랭그와르는 전부 마이클였고, 프롤로는 전부 민영기였다.

최민철 프롤로를 못 본 건 솔직히 아쉬움이 없는데

박은석 페뷔스를 못 본 건 많이 아쉽다.

특히나 김성민의 목상태가 이 지경이 된 마당에는 더욱 더.

이틀 전보다 목상태가 더 심각해진 김성민을 교체가 되지 않은 건 지금도 의아하다.

관객도 관객이지만 저러다 배우 목이 완전히 상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마이클리의 막공이라서 그랬을까?

배우들이 서로 으샤으샤(?) 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한 작품에서 같이 공연한 누군가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배우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감회를 남기는 모양이다.

이날은 특히나 댄서들의 움직이 아주 가볍고 탄력 넘쳤다.

마치 몸에 최고 성능을 내는 스프링을 장착하고 나온 것 같다.

그들이 보여준 점프와 덤플링, 춤들.

그 속도와 높이과 탄성에 수도없이 감탄을 쏟아냈다.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흥행할 수 있었던 건 밑바탕에는 분명 이들이 있다.

"Dechire"에서  "Bell"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남자 댄서 5명이 보여준 역동적인 춤과 정적인 등장은

정말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날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바다 에스메랄다와 민영기 프롤로.

바다는 그랭그와르의 말처럼 그야말로 "나의 여신, 나의 림프, 나의 뮤지"였다.

"Ave Maria Paiien"는 감동적이었고 "Vivre"은 너무나 고혹적이라 눈이 부실 정도였다.

관극의 횟수가 늘어날때마다 첫인상의 이질감을 하나씩 하나씩 날려줘서

이젠 그녀를 온전히 뮤지컬 배우 "바다"로 보게 만들었다.

홍광호 콰지모도는,

여전히 볼륨조절장치가 컨트롤이 안됐지만

바다 에스메랄다와는 생각보다 음색이 잘 맞아서 윤공주와의 관극때보다 느낌이 훨씬 좋았다.

그래도 홍광호의 일방적인 "Bell"과 "불공평한 이 세상"에는 한번도 만족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Bell"은 김성민의 상태가 절망적이라 아예 기대를 접어서 그했는지 최악까지는 아니었지만

"불공평한 이 세상"은 간절한 절규가 아니니 세상에 대한 불만과 비난만 느껴졌다.

(확실히 홍광호 콰지모도는 윤형렬 콰지모도보다 표현적인 면에서 여러 의미로 미성숙하고 어린 것 같다)

제일 아쉬웠던 곡은 "새장 속의 갇힌 새"

가창력하면 바다도 만만치 않은데 그런 그녀도 홍광호의 볼륨을 따라가느라 정말 온 힘을 다 쓰더라.

이 곡이 정말 좋은 곡인데 본의 아니게 두 가수(?)의 가창력 배틀이 되버리고 말았다.

  

민영기 프롤로.

민영기때문에 난 프롤로의 사랑도 충분히 이해됐고 심지어 동정까지 하게 됐다.

한동안 그가 도돌임표를 찍고 있는 것 같아 좀 답답했었는데

이 작품 덕분에 그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배우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고 무서운거다.)

민영기 프롤로와 마이클리 그랭그와르의 듀엣곡 "피렌체"는

두 배우가 서로의 목소리에 기꺼이 발란스를 맞춰줘서그런지 언제나 듣기가 참 좋다.

(이 사실을 홍광호가 빨리 알아내고 실현했으면 정말 좋겠는데...)

그리고 이날 마이클리는 "Lune"은 정말 압권이었다.

또 다른 콰지모도가 되어 불렀던 "Lune"

무대 앞 뒤에 서있었던 콰지모도와 그랭그와르가 완벽하게 합치되는 느낌이었다.

마이클리 그랭그와르.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그로서는 참 쉽지 않은 작품이고,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잘 해줬다.

처음 관극했을때는 솔직히 이 정도까지 만들어낼 줄은 정말 몰랐었는데...

아마도 당분간 그는 한국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가 한국에 조금 더 머물면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내내 한국에서만 작품하라는 건 결단코 아니고!)

그런 날이 오면 살짝 정체되어 있는 남자 뮤지컬배우의 세계도 꽤 흥미진진한 지각변동이 예상되지 않을까?

마이클리가 "팬텀"을 하고 마이클리가 "지킬"을 한다!

나쁘지 않은 경우의 수다.

아니 솔직히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사심 가득한 마무리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