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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4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공지영
  2. 2009.09.09 뮤지컬 <침묵의 소리 > - 2009.09.08. PM 7:30
읽고 끄적 끄적...2010. 12. 24. 05:50
공지영만큼 불편하고 요상하게 맘에 안 드는 작가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요상하게도
이 여자가 책을 내면 (공지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자라는 수식어를 꼭 넣어야만 할 것 강박감이 있다...)
어찌됐던 항상 손에 들어온다는 거다.
오랫만에 육덕진 고기를 본 나는
미친듯이 덥석 물어 자근자근 씹어주겠다는 탐욕스런 육식공룡이 되어 책장을 펼쳤다.
그러다 이내 에이! 이깟 것에 내가 뭐 턱까지 움직여가며 고생스럽게 씹을 필요나 있나 싶어
또 맘이 슬그머니 주저앉고 만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이 여자가 글을 겁도 안 나게 잘 써서 
내가 밀려오는 엄청난 양의 감동을 먹고 겪는 변화라면 오죽이나 좋겠냐마는,
읽는 중에 신물이 나고 넌덜머리가 나서 이도 저도 다 귀찮아지는,
소위 말하는 귀챠니즘을 위대한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은 그나마 덜한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나마" 다)
에세이는 참 읽고 있으면서도 내가 지금 뭐하냐 싶게 황량하다.
공지영과 나는 왜 궁합이 안 맞을까????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씨그릿 가든>의 까도남 현빈처럼
공지영 역시도 삼신 할머니 랜덤 덕에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그렇게 보이게 자꾸 유도하는 것 같다.
MBC <일요일밤에>에서 "책, 책, 책을 읽읍시다!"란 코너에서 
<봉순이 언니>를 소개해서 열풍처럼 전국민이 읽었을 때도
<고등어>의 어설픈 운동권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사실 엄청 쎄게~~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을 친언니로 두고 있어서 솔직히 그녀 이야기는 미안하게도 하품이 난다.)
<도가니>를 읽었을 때도 참 찜찜하고 뒤가 구린 것이 영 못마땅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주제나 될까마는....)
그전의 에세이 <수도원 기행>에서는 아주 정점을 찍어 주시더라.
어디를 봐도 당췌 수도원은 없고 기행(奇行)만 있어서....

영원히 사춘기에 머무를 여자!
공지영을 보면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리고 그걸 즐기고 있다는 생각까지.
솔직히 피터팬 신드롬보다 이 증상이 더 심각하고 껄끄럽다.
순수로 포장된 가증을 볼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비위가 약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그녀의 글을 (특히나 에세이) 읽으면서 특히나 불편한 것은
여자는 일단 이쁘고 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거다.
나는 왜 공지영이 여자를 비하하고 외모지상주의를 찬양하는 사람처럼 느껴질까?
(그런데 솔직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참 두루두루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이시다.



책의 제목만 보고 지리산에 있는 대안학교에 관한 이야기라고 착각하지는 마시라!
지리산과 섬진강변에 살고 있는 공지영과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뭐 나중에는 문화센터 같은 강좌도 실제 만들어 운영하게 되긴 하지만...
암튼 시작은 그렇다.
소풍처럼 다녀오는 지리산 지인들의 삶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에 대해 맘에 들었던 부분은 딱 하나다.
스스로를 "꽁지 작가" 라고 표현한 부분!
대부분의 글들은 아주 가볍고 심지어는 억지 말장난 같은 부분도 많다.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어전히 억지스럽다고 해야 하나?
왠지 그녀가 이야기하니까
머들치 시인 박남준도, 내비도 최도사도, 낙장불입 시인과 그녀의 아내 고알피엠 여사도
다 코미디 같다. 
스님에게 채식으로 드시라고 고기를 채 썰어서 드렸다는 표현도
종교와 사람 자체를 조금 우습게 만드는 것 같아 좀 불편하다.
특히나 "증불"이라는 가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을 땐
노골적으로 이 여자가 속물 근성에, 몰염치에 기분이 극도로 나빠진다.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이란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불편하면 읽지 말라고 말한다면!
그래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그게 활자 증후군의 서글픈 비애이기도 하다.
일단 손에 들어오면 뭐가 됐든 읽게 된다는 게 병패라면 병패!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건진 게 하나 있기는 하다.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의 사진들!
이것마저 없었다면,
아마도 무지 많이 섭섭해 열폭했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9. 06:17
한.일 문화예술교류를 위한 뮤지컬.
한국과 일본의 뮤지컬 배우들이 한 무대 위에서
각자의 언어로, 혹은 상대방의 언어로 노래하고 대사하는 모습...
낮설다. 그리고 뭐랄까 왠지 촘촘하지 않다는 느낌?



하지만 민.영.기
그가 선택한 작품이었기에
참 많이 궁금했었다.
그리고 기다렸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노인 "동진"을 연기했던 일본 배우 카나오.
눈빛이 정말 과거의 어느 한 때에 멈춰있는 것 같다.
대사 없이도 존재감을 주어야 한다는 거,
배우로선 참 힘겨운 작업이지 않을까?



"미와" 역의 일본배우 하츠네...
글쎄 일본에선 어느정도 입지의 배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인지도가 있는 배우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민영기의 파트너로는 어울리지 않아 속상했다.
두 사람의 듀엣 곡들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보조가 맞춰지고 있지 않다는 느낌.



"동진"의 민영기는....
훌륭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훌륭하다고 말하기엔 작품과 무대가 너무 틈이 많이 보인다..)
배우로썬 참 이뻤다.
조명 아래 흘리는 땀 방울들, 그리고 여전했던 소리의 선명함과 열정.
그러면서도 자꾸 궁금해진다.
뭐였을까?
그가 <침묵의 소리>를 선택한 이유가.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 노래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동요적인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실제로 이 시로 동요를 만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바램을 갖는다.)
동요 <반달>과  <비행기>의 삽입도 그렇고...
특히 동진의 귀환 편지를 받고 히로시마역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와가 서성이고 있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지기전 아이가 불렀던 동요 <비행기>
일본어로 불렀는데도 느낌이 너무 좋다.
(아무래도 나는 피터팬 신드롬인가보다. 크고 싶지 않는 욕망, 아이로 남고 싶은 욕망....)



꼭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던 한 남자
결국 살아는 남았지만 돌아가지 못한, 아니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 남자는 말을 잃는다.
고향같은 가야금 소리에 의지해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며 살아내는 그 사람.
90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담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던 뮤지컬.
줄거리는 있지만 명확한 내용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그래서 아직은 부족함이 더 많은 뮤지컬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부족함이 보완될지는  미지수로 남긴 하지만....
그런데 왜 테라피 뮤지컬이지?
(도대체 무슨 치료들을 하신 건지.....)



배경과 조명이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코믹하기까지 했던 어머니와 미와의 등장.
90분 내내 거의 변화가 없었던 무대(엔딩에 딱 한 번 옆으로 살짝 움직이더라....)
치열하지도 절박하지도, 그리고 간절하지도 않았던 전쟁 장면.
처음 시작 장면에서 초라히 떨어지는 나뭇잎들,
중간쯤 뒷 배경에 날아다니던 한 쌍의 학을 보여주던 무대 스크린.
좀 충격적이다.(왜 그러셨어요~~~~?)
그것보다 더 완벽하게 충격적이었던 건,
엔딩 장면에서 남여 주인공이 "입고"가 아니라 "덮고" 나온 의상 (이걸 의상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짝이 죽어도 남은 한마리는 끝까지 절개를 지킨다는 학.
국경을 넘은 그들의 사랑을 학에 담아 표현하고 싶었던 건 백만배 이해하겠는데.
한지로 붙인 듯한 상당히 푸닥거리스럽던 옷과
심지어 상당히 깡충하기까지한 길이.
"기억해주세요. 우리 사랑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 덮개(?)를 보는 순간 실소를 머금다.
내겐 분명 확실한 반전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영기가 부르는 노래에 두 번 찡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사람은... 
무대에 서면 이쁘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