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5. 31. 08:33

 

<용의자 X의 헌신>

 

일시 : 2018.05.15. ~ 2018.08.12.

장소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원작 : 하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극작, 작사 : 정영

작곡,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정태영

출연 : 최재웅, 조성윤 (이시가미) / 에녹, 신성록, 송원근 (유카와) / 임혜영, 김지유 (야스코)

        장대웅, 조순창 (쿠사나기) / 김찬종, 안소연, 류정훈

제작 : 달 컴퍼니, 대명문화공장 

 

하기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재미있게 봤었고

출연 배우와 스텝들이 좋아서 기대가 많이 됐던 작품이다.

사실은 프리뷰를 예매했었는데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공연장에 늦게 도착해 표를 찾았는데 3시 4분이었다.

2분 전에 공연이 시작돼서 지연관객 입장 시간을 기다렸는데 헐...!

원래는 13분, 25분 두 번의 지연 입장 시간이 가능한데

매진시에는 지연 입장이 안된단다.

나를 비롯해 몇 명의 관객이 황당한 눈으로 극장 관리자를 쳐다봤다.

지각한건 분명 잘못이지만 지연 입장이 안되는건 좀 심했다.

게다가 오면서 찾아본 공연평이 좋아서 그대로 되돌아가려니 더 속이 상했다.

어쩌랴... 다음부터는 지각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일주일 뒤,

드디어 이 작품을 봤다.

그리고 의문이 생겼다.

관객평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싶어서...

배우에 따라 다를 순 있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하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고요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뮤지컬로는 기승전결이 없고 넘버도 약하다.

뮤지컬이 아닌 연극이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됐을텐데 싶었다.

최재웅은 기대만큼 연기, 노래 다 좋았고 역할 자체도 잘 어울렸다.

단지 겉모습이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 오마주 같았다고나 할까...???

신성록은 노래는 좀 불안했지만 목소리톤이 엄청 매력적이더라.

노래도 뭔 임헤영과 조순창에 비하면 훌륭했고...

사실 두 배우는 배역 자체와도 어울리지 않긴 했다.

 

결론은,

적막함이 느껴질 정도로 고요하다.

긴박감도 비밀스러움도 없고,

유카와를 향한 이시가미의 지고지순함도 없다.

하다못해 뭉클한 모성애라도 있었으 좋았을텐데 그마저도 없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

개인적으론 엄청난 할인율이 뜬대도 다시 보긴 힘든 작품이다

미안하지만...

(But! 무대와 조명은 정말 좋더라. 토닥토닥...)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3. 10. 08:30

하가시노 게이고는 글쓰는 기계이거나

아니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걸 미친듯이 좋아하거나 둘 중 하나다.

게다가 요근래 나온 <나미아잡화점의 기적>과 <라플라스의 마녀>는

그의 소설 중에서 꽤 괜찮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론 <나미아 잡화점의 기적>이 더 좋았고!)

근데...

나도 이 사람 책 참 많이 읽긴 했다.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으면서도 내내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라면 좋겠는데... 그랬더랬는데

결국 내가 생각하는 인물이 범인이고 모든게 거짓이고 그러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건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시종일관 흥미롭고 쫀쫀해서였다.

추리물에 이골이 난 하기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재주넘은 여우 버전이라고 하겠다.

이걸 과학이라고 해야 하나,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공포라고 해야 하나????

계획된건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천재와

자발적으로 제조(製造)되는 같은 버전의 천재.

그렇다고 이들이 싸이보그인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보다 더 심각한 존재들.

그런데 이게 공상과학처럼 느껴지지 않은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현실감이다.

그리고 그게 우리나라에서 하가시노 게이고가 인기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정말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

수술로 만들어지는 후천적인 천재들이

실험실에서 극비리에 연구되고 실험되고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건 쫌...

인정하기 싫은 공포긴 하다.

 

인간이 완벽할 이유는 없으니까.

왜냐하면,

인간은 결코 신이 될 수도 없고,

또 신이 되어서도 안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1. 22. 15:03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부러 구입하면서까지 읽는 매니아는 아니지만

손에 잡히면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얼마전에 <질풍론도>라는 새책도 출판됐다는데

참 부지런히 쓰는 작가다.

너무 과하게 부지런히 책을 들고 나오니 간혹 기계적인 작가가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뭐, 그래도 어쨌든 재미는 있으니까...

이 책은 2008년도에 출판됐으니 내가 좀 늦게 읽은 셈이다.

8년전 작품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요근래의 하가시노 게이고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특유의 공학도적인 세밀함과 상식과 지식을 넘나드는 지적 흥미로움은 다른 작품에 비하면 좀 떨어지더라.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의 직업이 작가인 탓도 있겠지만...

 

 

이야기 전반부부터 등장인물들이 너무 쉽게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소설은 그 속이 머무 빤히 보여서 좀 그렇다.

자백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자백을 했다라는 것,

그리고 결국은 밝혀지고 만다는 이 모든 것들이 

추리소설의 뻔한 전개고 뻔한 결말이다.

겉표지의 홍보 문구에 나온 감동과 반전, 충격적인 결말은...

읽는 내내 솔직히 없었다!

히다카를 향한 노노구치의 이유없는 악의(惡意)도 적절하게 표현된 것 같지 않고...

"왜 죽었어?" 라는 물음에

"그냥요!" 라고 대답을 들은 것처럼 황당하고 어의없다.

하긴 묻지마 살인이 수시로 일어나는 시대이다보니 황당하다는 표현도 맞지는 않겠다.

 

책읽기에 살짝 지쳐갈때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종의 일탈이자 쉼표다.

아무 생각 없이 "killing time" 하기엔 딱 적당한 소설.

어찌뙜든 책장 넘어가는 속도 하나는 엄청나게 빠르다.

어쩌면 이야기 전개보다 더 앞서나가는지도...

아마도 그게 내가 추리소설에 깊게 빠지지 못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2. 1. 4. 05:56
내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오타쿠도 아니고
하가시노 게이고의 매니아도 아니면서 어쨌든 그의 책을 계속 읽게 된다.
우리 병원에 이 작가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매번 새 책이 들어올때면 꼭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한 권씩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나도 도서관에 예약을 해놓고 순서가 오면 가볍게 읽게 됐다.
치열하거나 기발한 내용은 아니지만 읽기에 나쁘진 않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 사람의 책을 읽었더니
이제 점점 사건 전개가 어떻게 될지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내 생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결론을 만나게 된다.
항간에는 하기시노 게이고의 약발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뭐, 사람이 늘 충격적인 반전을 계속 만들어 낼 수는 없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스키장이란 곳을 딱 한 번 가봤다.
그것도 남들 열심히 스키탈 때 무서워서 맥도날드에 처량하게 앉아있던 게 전부였다.
가기 전엔 드넓게 펼쳐진 하얀 설원을 보겠구나 싶어 기대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인공의 눈은 어쩐지 현실감이 없어 당혹스럽더라.
오히려 현실감은 그때 눈으로 본 스키장의 눈보다
눈으로 읽은 스키장의 눈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스키장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협박 편지 한 통.
소설의 내용은 지루하게 일반적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도 사실 별로 없다.
읽으면서 유일하게 든 생각은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래도 책보다는 괜찮을 것 같다는 거.
(일본에서 영화화 하기로 했다고는 하더만....)

아직까지는 나도 하얀 설원에 대한 로망이 남아있나 보다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도 그 로망의 이끌림이 아니었을까?)
뭐 그렇더라도 설원의 유혹보다는 매번 추위의 기습에 굴복하고 말지만...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다.
한겨울의  일본 스키장을...
역시나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테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9. 13. 06:27
<용의자 X의 헌신>, <비밀>, <백야행>
이미 영화로 나온 소설들도 부지기수다.
일본에 추리소설의 베스트셀러작가 하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 마니아는 아니지만 손에 잡히면 읽게 되는 작가다.
이 책은,
유쾌한 조롱이 담겨있다.
42살 지방 경찰 본부 수사1과 경감 오가와 반조라는 명목상의 주인공과
사설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라는 실질적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현재가 소설속 상황이라는 상기시킨다.
가령 "이제 소설로 돌아가지!"라는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뭐하는 거지? 싶다가 이런 유머러스한 조롱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명목상의 주인공 오가와 반조는 늘 멍청한 추리와 엉뚱한 수사로
각종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며 쩔쩔맨다.
그때쯤이면 실질적인 주인공 덴카이치가 등장한다.
"생초보 탐정이 나설 사건이 아니야!"
오가와 반조는 비웃음과 함께 이런 대사를 날린다.
그러다 "이번 사건만은 내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군!" 이라는 식상한 핑게를 대면서
은근히 뒤로 빠진다.
그때부터는 덴카이치가  별 어렵지 않게 사건을 해결해서 마무리를 하고
마지막은 항상 오가와 반조의 이런 대사가 나오게 된다.
"대단해. 이번만은 내가 자네에게 졌네..."
이 책에는 추리소설의 각종 트릭들에 대한 해설서같기도 하다.
밀실 살인, 의외의 범인, 사건 장소를 고립시킨다거나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 알리바이 허점 찾기, 토막 살인, 1인 2역 등
추리소설에 나오는 거의 모든 규칙들이 나오고 그리고 그걸 일제히 조롱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하가시노 게이고라는 베스트셀러 추리작가가 쓴 책이라 그래서 더 재미있고 유쾌하다.
내 밥상을 가지고 내가 장난을 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중에는 명목상의 주인공인 오가와 반조마저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등장한다.
추리소설을 이렇게 명랑소설로 읽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하가시노 게이고도 그걸 분명 노렸을거란 생각이 든다.
머리가 무거울 때나, 아무 생각 하기 싫을 때,
그냥 손에 잡고 읽기에는 그만인 책 ^^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추리소설도 색다른 느낌이긴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3. 12. 05:45
또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
역시나 범죄 스릴러,
특이한 구성이라면 이 책은 처음부터 아예 범인을 명확히 드러낸다.
솔직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에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할 끝에
범인이 밝혀져야 하는건데...
누가 범인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 묘하게 점점 의심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 3의 인물"을 추궁하게 되는 나.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당신이 여자고 얼마 후면 꽤 괜찮은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날 남편이 될 사람이 당신에게 말을 한다.
"결혼하고 나서 만약 1년 안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헤어지자!"
보통 일반적인 여자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헤어져! 헤어져! 내가 뭐 아기 낳는 기계냐?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
확실히 이 남자의 결혼의 이유, 조건, 목적은 "아기"다.
이 남자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폐기가능한 대체상품일 뿐이다.
유효기간이 끝났으니 당신은 이제 폐기처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대략 이런 살벌한 상황을 아내될 여자에게
지금 예고하고 있는 중인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고 (당연하지! 여자는 불임이니까...)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다.
독극물을 정수기 필터에 바르고 집을 비운 아내.
그런데 이 일은 아내는 1년 전에 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아내는 남편이 정수기 물을 마시지 못하게
철저하게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아내의 역할을 수행한다.
냉장고엔 생수가 떨어지지 않았고
남자는 한 번도 직접 물을 끓여 스스로 커피조차도 만들어 마시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남편이라면 죽어도 싸지만(^^)
1년의 과정을 되짚어 나가는 설정은 재미있고 그리고 꽤나 구성이 치밀하다.
물론 너무 작위적인 느낌도 들긴 하지만
하가시노 게이고가 소위 먹히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있으니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한 가지는 꼭 기억하자.
범죄 소설에서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결코 재미있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 21. 05:53
일본의 추리소설은...
확실히 재미있고 그리고 독특하다.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으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일본의 추리 작가 하가시노 게이고
무심코 손에 들었다가 단숨에 읽은 책.
평범한 듯 하면서도 의외의 반전과 놀라운 비밀을 담고 있다.



호숫가 별장에서 중학교 입시를 위한 자녀들의 합숙 과외로 모인 네 쌍의 부부.
뒤늦게 합류한 한 남자의 연인(직장 후배)이 이곳을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다른 양상으로 변한다.
그녀는 남자의 부인과 이야기 하다 급기야 죽음에 이른다.
그리고 호숫가에 시체를 던져 그 죽음을 은폐시키기 위해
자신의 일인냥 너무나 적극적으로 일을 진행시키는 사람들...
남자는 이들이 의심스럽다.
왜 자신들의 일도 아닌 일에 이렇게 완벽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는가?
단지 비밀 과외의 발각이 두려워서?



고작 중학생이 되는 아이들을 상대로
명문 사립 중학교에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말이 섬득하다
...... 아이들 진로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부모가 정해줘야 하는 겁니다. 능력의 질과 종류는 아이들마다 다릅니다. 그 아이에게 도대체 무엇이 맞는지는 이런저런 기회를 줘보지 않으면 알 수 없죠. 저는 입시라고 하는 것도 아이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기회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애들이 학교에서처럼 낮은 수준의 수업으로는 충분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하는 것이죠. 더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냥 묻어버리고 만다면 그건 부모가 태만해서 아니겠습니까? ......
아이의 진로를 방치하는 게 부모의 태만이라니.
비밀 과외의 이면에 숨어있는
사립 중학교 교사들과의 커미션, 문제 유출.
계약서 해당하는 아내들의 몸거래.
그리고 그 거래를 무마 혹은 잊기 위한 자유 연애까지...
또 다시 인간의 추잡함의 내면을 읽게 된다.
이 이야기가 꼭 이 땅 어딘가에 벌어지고 있는 일같다.
입시라는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목을 메고 있는지.
최고의 학벌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팩이 되기에...
읽고 난 뒤끝이 무지 씁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