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2. 08:27

호텔 조식을 먹다가 사고를 친 남자조카랑 동생은 숙소에 그냥 두고

여자 조카와 함께 돌마바흐체 궁전을 가기 위해 귈하네 공원역에서 트렘을 탔다.

종점 카바타쉬에서 내려 길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돌마바흐체 궁전.

(이번 여행에서는 2년 전에 구입해서 그대로 가지고 있던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물론 이번에도 환불은 안 했다. 다시 갈테니까!)

이곳은 입구에 서있는 시계탑의 유용도 상당하다.

높이가 27m나 되고 탑 꼭대기의 시계는 프랑스의 시계명장 폴 가르너의 시계란다.

(물론 누군지는 모르지만. ㅠ.ㅠ)

톱카프 궁전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시계 박물관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예전에는 궁전을 짓거나 외국에서 사신이 방문하면 서로 시계선물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론 이곳보다 톱카프 궁전의 시계 박물관이 더 인상적이었다.

(비전문가의 눈에 왠지 더 보물스러워보였다고나 할까!... 써놓고 보니 정말 무식한 소리네...)

"가득찬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돌마바흐체 궁전은 실제로 바다를 메워서 만들었단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따서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을 섞어서 만들었다는데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쭉 늘어선 외형은 장엄하게 정열한 정예부대 군사같은 위용이 느껴진다.

(돌마바흐체의 외형은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타고 꼭 한 번은 봐줘야 한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돼서

대리석으로 장식된 외관과 프랑스식 정원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영락하는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기거했고

터키의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 대통령의 집무실이기도 했던 돌마바흐체 궁전은

남자들의 공간인 "셀람륵"과 여자들의 공간 "하렘"으로 나눠져 있다.

개인관람이 불가라 시간대별로 영어와 터키어를 선택해 단체관람만 할 수 있다.

그래도 한 번 들었다고 2년 전보다는 영어 가이드 듣기가 좀 편해졌다.

(그리고 루트나 멘트도 거의 똑같더만....)

조카가 자꾸 무슨 소리냐고 물어봐서 귓속말 해주느라 무지  바빴던 곳.

 

이곳은 처음엔 목조건물이었다다고 하는데

1843년부터 10년 동안 보수공사를 하면서 지금과 같은 대리석 건물이 됐단다.

저 많은 대리석은 도대체 어디서 가지고 왔을까?

문외한의 눈으로도 고퀄러티의 대리석이라는 게 그대로 느껴지고도 남는다.

외부 대리석의 위용때문인지 오히려 내부가 더 소박해 보일 정도다

솔직히 쇄락의 징후가 노골적으로 보이는 곳도 많았고

이곳도 보수가 한창이라 기다란 장막으로 가려진 곳이 아주 많더라.

(불과 2년 전인데도 참 많은 게 달려져있었다. 이스탄불은...)

이번에도 톰카프 궁전처럼 하렘은 들어가지 않았다.

햇빛이 너무 좋아서 하렘 대신 정원에서 조카녀석 사진을 찍어줬다.

내 조카지만 햇빛 속에서 천진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고 카우보이 모자를 씌워줬더니

관람객들이 귀엽다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한동안 뜬금없는 매니저에 사진사까지 됐다.

조카녀석도 기분이 좋았던지 연신 웃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오랫만에 활짝 웃는 조카의 모습.

솔직히 돌마바흐체 궁전보다 예쁘고 예쁘더라.

비록 안으로 굽는 팔일지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5. 08:32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여행은 walking and walking이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 바로 터키다.

요즘 "꽃보다 누나" 덕분에 9월에 다녀온 turkey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중이다.

내가 머물렀던 곳, 내가 지나왔던 곳이 화면에 보일때마다

깊어지고 깊어지는 향수.

두번이나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화면 속 그들에게 불같은 질투를 할까?

여행이란 마을을 떠나 마을에 이르는 과정이라는데

나는 그곳에 마음까지 다 두고 와버린 모양이다.

마을과 마음이 겁도 없이 만나버려 지금 이렇게 끝없이 그리워하는 중이다.

미적거리다 아직 끝내지 못한 여행 리뷰가 이렇게 다행스러울수가...

 

톱카프 궁전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4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정궁으로 사용돼서인지 규모가 엄청나다.

3개의 문(황제의 문, 경의의 문, 행복의 문)과 4개의 정원 모두 볼거리들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은 4개의 정원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걷는 활홀함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키 큰 사이프러스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길을 걷는 것도

움직이는 햇빛의 명암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보스포러스 해협 위를 지나는 배에게 시선을 던지는 것도

사실은 내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로지 발의 움직임에 따라 그대로 걸기만 해도 행복했던 곳.

 

2년 전 방문 때는 제1문인 "황제의 문" 위에 문구가 쓰여여있다는 걸 몰랐었다.

돌아와서도 한 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됐는데  

적여 있는 글은 "메흐메트 2세가 147년 이 궁전을 완공했다"는 뜻의 이슬람어란다.

이번엔 일부러 찾아봤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방인의 눈에는 글자인지 그림인지조차도 구분이 안된다.

(러시아어와 이슬람어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다!)

 

 

제 1문을 지나면 이레네 성당이 조금은 고적한 모습으로 햇빛 속에 서있다.

소피아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이곳이 정교외 역할을 담당했다는데

지금은 잊혀진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고요히 서있다.

그런데 무심한듯 웅크린 모습이 그렇게 거룩하고 웅장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귈히네 공원에서 박물관을 지나서 톰카프 궁전으로 가게 되면 

제2문으로 연결되버려 제1문과 아레네 성당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나오면서 봐도 되긴 한데 생각없이 다시 궐히네로 나가버리면 그냥 못보게 되니 

아예 처음부터 조금 내려와서 제1문을 시작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그리고 다시 제1문으로 나오면서 대면하게 되는 아야소피아도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술탄아흐멧 광장과 반대방향이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

솔직히 고백하면 다른 건물인줄 착각했었다.

단지 바라보는 방향만 바뀐 것 뿐인데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신비한 터키의 일면을 또 하나 목격했다.

 

하렘엔 일부러 조카와 동생만 들여보내고 혼자 남아 정원을 걸어다녔다.

2년 전 하렘의 기억을 떠올리면...

막혀있는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여인들의 갑갑함과 막막함이 내 눈까지도 시리게 했었다.

walking and walking.

눈 대신 발에 길을 물어선지 2년 전에 못봤던 곳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황금지붕의 아프탈리에와 보스포러스 해협에 눈이 멀어

제 4 정원에 sofa camii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고

(게다가 남자들이 아잔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절을 하더라.)

외진 구석에 elephant park란 곳도 이제서야 봤다.

물론 지금 그곳에 꼬끼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스만 제국때는 황실에서 꼬끼리를 길렀던 모양이다.

관상용이든, 이동수단이었든.

혼자 이곳을 발견하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톱카프 궁전에서 하렘이나 도자기방, 보석방은 줄을 서서라도 들어가지만

자미와 코끼리 정원을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제 4 정원은 술탄과 그의 가족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는데

역시나 구석구석 보물같은 장소들이 많이 숨어있었다.

그 흔적을 야금야금 쫒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이곳에서 나는 잠시 앨리스가 된 것 같았다.

톱카프 궁전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톱카프의 앨리스는 그곳이 너무나 좋아서 

   결코 떠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말이 이랬다면 더 좋았을텐데...

시름시름..

그리움이 점점 커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7. 05:23

아침을 먹고 톱카프 궁전을 찾았다.3개의 문(황제의 문, 경의의 문, 행복의 문)과 4개의 정원이 있는 오스만 제국의 정궁 톱카프 궁전. 일단 엄청난 규모라 제대로 둘러보려면 꼬박 하루도 모자랄 정도다.각각의 건물들이 주는 느낌도 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론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아주 좋다. 햇빛과 바람의 방향이 정말 피부로 그대로 느껴진다. 보석방, 알현실, 하렘. 왕자들의 도서관과 여름별궁들도 이 빛과 바람의 숨결을 도저히 이기지는 못할거다.동생과 조카들을 하렘으로 들여보내고 혼자 제4정원을 거니니 부자가 되는 느낌이었다.

2시경에 궁전에서 나와 트램을 타고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고등어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옆 정류장에서 37E 버스를 타고 에디르네가프에서 내려 코라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예전에도 이곳을 찾아갈 때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할머님 한 분과 건장한 청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아야소피아의 모자이크화는 훼손이 않이 되어 있지만 이곳은 이슬람제국 당시에도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덕에 그래도 온전하게 유지된 모자이크화가 많다.줌랜즈로 모자이크 하나하나를 최대한 당겨서 찍어봤더니 그 세밀함이 무시무시할 정도다. 특히 황금빛모자이크는 햇빛을 받으면 그대로 보석이 된다. 이건 정말 눈으로 직접 봐야만 하는데... 구시가지에서 외곽에 위치한 탓에 관광객도 다른곳보다는 한산한 편이라 시야도 충분히 확보돼 머무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조카들을 데려갈까 말까 고민하다 간 곳이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다. 동생은 영문도록까지 샀다. 한국에 돌아가서 찬찬히 보겠다고.가이드의 탁월한 선택이 빛을 발한 순간!

돌아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이야기하느라 버스정류장을 놓쳤다. 부랴부랴 내려서 한정거장을 걸어 카라쿄이역에서 트램을 타고 술탄아흐멧에 내려 석양에 깊게 물든 블루모스크를 다시 둘러봤다.개인적으로 이 시간대의 블루모스크가 제일 신비롭고 웅장하고 장엄한 것 같다. 블루모스크가 레드모스크로 변하는 이 모습을 다른 여행객들도 놓치지말고 꼭 봤으면 좋겠다. 나오는 길에 히포드럼 광장에서 오벨리스크들을 보고 수소로 돌아왔다. 빌헬름 2세의 샘은 보수중이라 가림막으로 막혀 있어  아쉬웠다. 예전에는 콘스탄틴 기둥이 보수중이더니..지금 이스탄불은 보수공사의 천국이 된 것 같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아쉬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예전과 비교를 하면 택도 없는 일정인데 아무래도 조카들과 함께다보니 하루에 큰 곳 2 개 이상을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이스탄불 일정이 5일이라 너무 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상태로라면 일정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조카들이 묻는다."이모! 어디가!" 요즘 내 일상이 완전 예능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9. 00:45

오스만 제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권력을 지녔을 때 술탄이 거주했다는 본궁.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서 있는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단다.
이곳은 아야소피아, 돌마바흐체 궁전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관람객이 줄을 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9시 개관 시간에 맞춰 서둘러 궁전을 찾았다.
처음에는 '새로운 궁전' 이라 불렸다는데 정문 앞에 거대한 대포가 설치되면서
문에 대포가 있는 궁전이라는 의미의 톱카프 궁전이 됐다고 한다.
톱카프 = 토프(대포) + 카프(문)
톱카프 궁전은 1856년 돌마바흐체 궁전이 세워지기전까지 제국의 본궁으로써
위엄과 품위를 유지했다.




톱카프 궁전은 각각 용도가 다른 4개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출입문에 해당하는 '제국의 문(or 황제의 문)' 바로 뒤의 제1 정원은 개방 공간으로
사이프러스같은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왼쪽편에는 성소피아 성당이 세워지기 전까지 총주교좌 성당이었던 성 이레네 교회가 서있다.
제 1정원 끝에 궁전의 본문인 '예절의 문'이 있고 매표소가 나온다.
시내를 감시했었다는 정의의 탑도 제 2 정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제 2 정원은 국가행사를 치르던 공간이라는데
한켠에 톱카프 궁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궁전 모형이 있다.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하렘(Harem)의 입구도 제 2 정원에 있다.
하렘은 '금지된 장소'라는 뜻으로 술탄과 관련된 여자들이 거주하던 금남의 장소다.
밖에서 건물의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고
한번 하렘의 여인이 되면 죽기 전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단다.
아름다움과 화려함보다 실제로 보면 무척 소박하고 차분하다.
개인적으로 창문에 있는 굵은 쇠창살을 보면서 처연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곳이다.
한때는 개인적인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고
가이드 안내에 따라 그룹 관람만, 그것도 일정 인원 이상은 받지 않아 특히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하렘에서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카메라와 안내 책자를 보는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행복의 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제 3 정원은 술탄의 알현실(Arz Odasi)이 있는 곳으로
주로 외교 사절을 만나거나 국가 행사가 치뤄졌던 곳이다.
술탄의 도서관과 톱카프 궁전의 자랑인 보물 전시실도 제 3 정원에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엄청난 보물들이 보관된 곳이라는데
보석에 문외한이라서 86캐럿 다이아몬드를 봐도 그렇게 감동적이거나 황홀하지 않았다.
전시된 보물들은 모두 진품이라던데...



제 4 정원은 다른 정원과 다르게 특별한 문이 없이 제 3 정원 뒤에 바로 이어진다.
규모도 다른 곳에 비하면 아주 작은데 술탄과 가족의 개인 공간으로 일종의 휴식공간이었단다
실제로도 제 4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금색 지붕을 지닌 이프탈리에라는 건물에서 바라보는 해협 풍경은 그대로 그림같다.
파란 하늘과 멀리 보이는 파란 바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보이는 신시가지 모습은
관람객의 발길을 그대로 묶어둔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좋은 풍경을 향해 쉴새없이 카메러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훔쳐오고 싶은 하늘색과 바다색이었다.



톱카프 궁전을 나오면 잊지 말고 귈하네 공원까지 들어가보길 권한다.
여유를 가지고 공원끝까지 천천히 걷다보면 제 4 정원에서 본 그림같은 풍경을
조금 더 가까이어서 볼 수 있다.
길 끝에 있는 노천 찻집에서 아이란을 시켜 놓고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을 내려다봤다.
덕분에 주황색 화물 기차가 낚시하는 강태공들 뒤로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말할 수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여행 내내 터키의 하늘과 바다색에 완전히 중독됐다.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색이고 느낌이고 감동이었다.
달(月)과 색(色)!
이번 터키 여행 내내 나를 쥐고 흔들었던 두 단어.
그 느낌을 10%라도 이곳에 기록할 수 있을까?
단언컨데 그건 불가능하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여전히 그 둘에 미쳐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방법이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20. 09:17
"메르하바~~~"
(안녕하세요?)
잠깐이었지만 터키를 다녀왔다.
이 책을 나는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이스탄불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횡단하는 페리를 타고
다시 돌무쉬와 트램을 몇 번씩 갈아타면서
나는 하렘를 들러보면서 터키 황실의 화려한 과거를 그려보리라.
"스타워즈"의 촬영지였다는 카파도키아를 들러
지하 도시를 길을 잃어도 오래오래 깊게깊게 다녀보리라.
조용한 호숫가 마을 에이르디르에서는
떠나고 싶을 때까지 마냥 기다림처럼 앉아 있을 것이고.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절을 하고 기도하도록 알리는 "아잔" 소리에 낯설어 하면서
걸음을 멈춰 볼 것이고,
용기를 내서 "Tree House"에도 올라가보리라.
지중해 고대 도시 올림포스에서는
코발트빛 지중해를 눈이 시리도록 내내 찬란하게 바라보리라.
그리고나면 나는 다시 돌아오고 싶어질까?
어쩌면... 아닐지도...




여행작가 오소희.
1971년생인 그녀는 이제 고작 3살이 된 아들 중빈(JB)과 함께
터키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1.5인의 함께 하는 여행.
그리고 그녀는 분명 아들을 데리고 간 것이 아니라 함께 여행을 했다.
터...키...
내가 늘 꿈꾸는 유토피아의 세계.
언젠가 내가 말없이 훌쩍 사라져버린다면
나는 분명 터키에 있을 것이다.
이스탄불의 블루모나코와 성소피아 성당 앞에서
신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것이고
올림포스의 지중해 태양아래 펼쳐진 푸른 물 속에서
말갛게 나를 행궈내고 있을 것이다.
터키... 터키... 터키...
나를 터뜨릴 것 같은 이 나라가 나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버겁고 그립고
끔찍하게 보고싶다.






이 책은 내게 너무마 치명적으로 절망을 안긴 책이다.
터키... 미치도록 가고 싶은 나라.
아니 미쳐서라도
꼭 가고 싶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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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낯선 이에게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행지에서조차 불필요한 시선이나 말과 미소를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변했던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마움을 배운다"는 것과 동의어다. 그들이 내 아이를 향해 웃었기 때문에 나 또한 그들에게 고마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그들은 어김없이 두 배로 화사한 미소를 다시 내게 돌려준다.
이제는 누가 머저 미소를 짓는지 잘 알 수가 없다. 나는 이곳에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누구에게나 인사를 한다. 그리고 오느새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많은 터키인들 사이에서 손짓 발짓 섞어가며 대화를 하고 있다. 아루런 계산도 긴장도 없이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기를 즐기는 것. 아무래도 내가 아이를 데려온 게 아니라, 아이가 날 이곳에 데려온 것만 같다.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 험한 노동에 늙어버린 얼굴을 하고 있거나 나무껍질 같은 손을 지니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죄책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내가 가끔씩 거울 속에서 찾아내는 나이듦의 징후들은 이들의 "진짜" 주름에 비하며, 한없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카파도키아"란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 일대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몇 차례에 걸친 화산 활동으로 이 일대가 잿빛 응회암으로 뒤덮였고, 이중 일부는 풍화 작용을 거쳐 기괴한 모양을 만들었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 장소였다고 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되리라.
그러나 이 자연 비경만으로 관광객들이 들끊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로마 시대에 탄압을 피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의 주거광간이 되기도 했던 지하 도시와 동굴집으로도 유명하여, 역사적 종교적 유적을 확인코자 하는 이들의 발길 또한 끊이지 않는다.

내가 10대였을 때는, 누군가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앞장서 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불과했다. 내가 20대였을 때, 타인에게 봉사하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자신의 삶을 성실히 영위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30대인 내게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위대한" 일이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자신의 삶을 성실히 꾸려나가는 것에도 부단한 노력과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한 노력과 결심이 조용한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까닭이다.

예전에 나는 낯선 사람과 그렇게 "즉각적으로 공통의" 화제를 찾아 환하게 미소를 터뜨려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쉽게 열리고 나눠본 적이 없는 삶이었다.
그럿은 또 내가 어떻게 자랐는가를, 얼마나 많은 미소와 따스한 손길과 보살핌 속에 성장하여 오늘날 이렇게 존재하게 된 것인가를 감사히 반추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전에 내가 반추했던 것들이 상처와 얼룩에 대한 기억이었다면, 이후에 나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면서 내가 받은 사랑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비로소 화해와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관계의 많은 부분은 희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들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얻을 수 없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무엇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들의 오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달리, 그 "무엇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희생하지도 않는 것이다.

아이가 해낼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모의 무지이자 욕심이다. 그러나 아이가 해낼 수 있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부모의 무능력이다.

아들아, 세상에는 유희가 생략된 유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따스함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단다. 네게는 세 살부터 시작된 이런 여행이, 한평생을 다해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사치가 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딴다. 나는 네가 그런 사람들을 부단히 많이 보아서, 끝없는 속도전에서 비롯되는 초조와 이기심으로 차갑게 마음이 식어버렸을 때마다 스스로 발광하는 태양처럼, 스스로 네 마음을 뜨뜻하게 덥힐 수 있기를 바란다. 가진 것을 느끼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부터 나누고, 함께함으로써 더 많이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게 융숭 깊은 사람으로 자라주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