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6. 16. 05:55
이정열, 서범석, 박건형, 박은태, 박정환, 윤형렬, 배해선, 차지연
쟁쟁한 뮤지컬 배우 8인이 특별한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었다.
<Intermission>
제목이 주는 의미가 남다른 가요 명반.
흔히 공연 1막과 2막 사이의 10~20분 정도 쉴 수 있는 시간을 intermission이라고 한다.
아마도 뮤지컬이라는 무대에 익숙한 이들 8명에게
이번 앨범을 만드는 작업이 intermission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바쁜 무대 공연 중에서
(정말 이들만큼 바쁜 뮤지컬 배우들도 없을 것이다)
앨범을 만들고 이렇게 3일간의 콘서트 무대까지 만들었다.
정말 몸이 많이 아팠는데도 너무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수록곡>

01. 같은 하늘 아래 - 이정열

02. 그 사람 - 배해선 & 이정열
03. 소원 - 윤형렬
04. 바람이 분다 - 배해선
05. 서커스 - 박건형
06. 편지 - 박은태
07. 그대 내 품에 - 차지연
08.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박정환

09. 너에게 - 서범석


담겨있는 곡들은 개인적으로 한결같이 내가 과거에 참 많이 좋아했던 곡들이다.
항상 무대 위를 에너자이저하게 뛰어다니던 배우들의 감성 가득한 노래를 듣는 건... 그래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퍽이나 다정하기까지 하다.


연극 <풀 포 러브> 때문에 박건형이, 그리고 열심히 훈련병 생활중인 윤형렬을 제외한 6명이
김광석의 "나의 노래"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워낙 화음과 발란스를 잘 맞추는 뮤지컬 배우들이다보니
조화롭게 경쾌하고 아름다웠다.
확실히 김광석의 목소리로 들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1부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2부는 뮤지컬 넘버나 다른 가요들을 부르는 무대로 꾸며졌다.
앨범을 듣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콘서트에서는 차지연, 박은태, 박정환, 배해선아 부른 노래들이 기억에 담긴다.
특히나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현재까지도 내가 애뜻하게 좋아하는 곡이다.
박정환이 부른 노래...
노래를 아주 썩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람의 노래 부르는느낌이 나는 참 좋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를 때 확연히 달라지는 표정과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평온한 만족감은
보는 사람까지도 부럽고 질투나게 한다.
물었다.
"기타 칠 때 많이 행복하신가봐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가 대답한다.
"네, 정말 행복합니다"



박은태가 부른 김광진의 "편지"는 살짝 눈물이 베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차지연이 부른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는 그녀의 목소리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다.
약간 끈적거리면서 짙은 여운이 남는 목소리.
배해선의 "그사람"은 정말 오래된 노래인데
(30년이 더 된 곡이란다. 근데 난 이 노랠 끝까지 다 안다. ㅋㅋㅋ)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없던 첫사랑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그녀의 매력 ^^
참 아름다운 배우다. 배해선은.
2부에서 부른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참 멋졌고... 
차지연은 그날 <몬테크리스토> 낮공연을 마치고
오토바이로 배달(?)되어 콘서트에 참가했단다.
2부에서 관객을 뒤흔들며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들을 열창한 후
<몬테크리스토> 막공 인사를 위해 다시 바람처럼 왔던 곳으로 배달됐다.
(후문에 그녀는 몬테크리스토 막공 무대인사에서 옥주연과 함께 엄청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트롯트를 열창한 범사마 서범석과 박은태의 모습도 새로웠고...
나름데로 뽕짝 Feel를 연출했는데 어설프면서도 서툰 모습이 오히려 귀염성 있었다.
(서범석의 2:8 가르마와 박은태의 주황색(?) 남방은... 어쩔거야~~~)
서범석이 부른 라만차의 넘버 "impossible dream"은 잠시 그의 돈키호테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까지...)



<inermission> 앨범은 가수 출신 배우인 이정렬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더 클래식" 벰버 박용준이 편곡에 참여해서 만들어졌다.
익숙한 노래를 무대 배우들의 감성으로 다시 듣는 것,
그것도 현장에서 직접 듣는 즐거움은
참 특별하고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몸이 조금만 덜 아팠더라면 아마 나도 힘껏 그들과 함께 열광했으리라...
개인적인 아쉬움이...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앓고 있다.
오뉴월에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 심하게 골골거리는 중.


                                                    박정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녹음 모습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3. 25. 08:31
플레이 디비에 이벤트 당첨이 됐다.
이벤트가 아니었어도 이번엔 꼭 보리라 생각했던 작품이다.
매번 공연기간도 너무 짧았지만(이번에도 3월 24~28일까지 사흘간 공연이다)
이상하게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던 공연이었다.
주변에서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었는데...



1930년대 대중음악 장르 하나였던 만요(漫謠)를 가지고 만든 공연이다.
<오빠는 풍각쟁이>, <엉터리 대학생>, <신접살이 풍경>, <왕서방 연서>, <노들강변> 같은
재미있고 풍자적인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뮤지컬 배우 박준면이야 연기와 노래로 익히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건 하림의 모습이었다.
그의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가?
"출국", "난치병"(1집), "여기보다 어딘가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2집)
감상적면서도 어딘지 시니컬한 그의 노래는 고급스럽기까지 했었다.
2004년 2집이 나온 후 그의 침묵은 참 길어서 궁금했었는데...
<천변살롱>에서 본 그는 외형적으론 홍석천을 떠오르게 한다.
어쩐지 약간 코믹하고 오래된 만평같은 느낌이랄까?



<천변살롱>의 마담 박모단.
"모단"이란 이름은 그녀의 애인 "진일파"가 지어주었단다.
모던한 여성이 되라고...
모던한 여성을 희망하는 박모단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노래들.
향수를 자아내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어리지만(?)
왠지 콧소리 가득한 만요(漫謠)가 정감있고 다정하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확실히 박준면의 콧소리는 매력적이다.



안타까운 건,
이 극이 신세대를 아우르기에도 그렇다고 해서 어른신들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기에도
확실히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코믹의 요소로만 전락할 가능성도 다분히 보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까지는 어쨌든 박준면과 하림이라는 축에 의해 잘 이어가긴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 앞전의 공연들을 보지 못했기에 한 번의 관람으로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분명 처음과는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
어디까지나 우려일 수 있겠지만...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걱정거리 또 하나,
두 사람(박준면과 하림)이 빠져도 공연이 지금과 같은 매니아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장기공연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오랜 공연으로 이 극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거란 우려 때문은 아닐까?



노래에 맞추기 위해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냄으로써
(가령, 모단의 연인으로 추정되는 진일파와 그의 약혼녀의 죽음이라든가, 기생집 명월관의 등장같은 것들)
어쩌지 극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차라리 <천변살롱> 마담이 살롱의 손님들의  에피소들 이야기하는 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식상했을라나???)
대본을 쓴 사람이 누군가 열심히 찾아봤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다.
결국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공연이 아니라
요즘 세대엔 쉽게 들을 수 없는 만요(漫謠)에 촛점이 맞춰진 공연이라는 의미다.
유랑극단을 떠올리게 하는 살롱밴드들과
옛스런 소리를 내는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이 주는 느낌은
아무래도 젊은 시각에서는 독특하고 신선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나만 해도 이런 만요를 실제로 듣어본 건 처음이었으니까...



공연에 나오는 만요(漫謠)의 가사들은 정말 재미있고 독특하다.
하림의 부르는  "왕서방 연서"나 "개고기 주사"는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쓰디 쓴 막걸리나마 권하여 보았건디
 이래뵈도 종로에서는 개고기 주사
 나 몰라? 개고기 주사를?"
모단걸 박준면이 부르는 "이태리의 정원"이나  "외로운 가로등"은
그녀의 풍부한 감성과 가득한 울림을 듣기에 좋은 곳.
적당히 감상적이기도 하고...



가끔은 나도 살롱문화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건 실제로 경험한 자가 갖는 향수가 아니라
미처 경험하지 못한 자의 동경이리라.
"하늘가 찻집"
정말 그런 곳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나 역시나 기꺼이 모단걸이 되어 질편한 만요를 부르고 싶어지지 않을까?
내게도 오래 품은 이야기가,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