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13. 08:11

요즘 극장가는 한국영화의 싹쓸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군도>에 이어 <명량> 그리고 <해적>까지.

집 앞에 CGV 덕분에 나 역시도 이 세 편의 영화를 전부 봤다.

제일 힘들게(?) 본 작품은 <명량>

다른 두 편은 현장구매로, 심지어 아주 여유있게 조조로 봤는데

<명량>은 조조가 전부 매진이라 헛걸음을 했다.

(꼭 영화를 조조로만 본다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결국 하루 차이긴 하지만 <해적>보다  <명량>을 늦게 보게 됐다.

내가 영화에 조예가 깊은 것도, 밤톨만큼의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 편의 영화에 대해 짧게라도 뭔가 끄적거리고 싶었다.

정말 아주 짧게... 

 

먼저 하정우, 강동원 주연의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BGM도 그렇고, 먼지 풀풀 날리는 것도 그렇고 한국판 아니 조선판 "황야의 무법자"다.

불에도 타고,삭발도 하고, 몰매도 맞으며 무지하게 고생한 하정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군계일학같은 강동원으로 인해 한순간 에술영화로 탈바꿈 됐다.

남자에게 이런 표현 참 뭣하지만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은 비주얼이다.

연기파 배우 하정우, 이성민, 이경영, 마동석의 연기도, 군도도, 민란도 다 안 보이고

심지어 내용의 임펙트도 별로 없지만

강동원의 우아한 칼질 몇 번으로 모든게 다 용서된다.

아쉬운건 강동원이 죽는 장면이 누가봐도 참 볼품없는 자태였다는거!

끝까지 알흠다운 비주얼과 영상미를 유지했다면 좋았겠다는 개인적인 아쉬움 ^^

그래도 괜찮다.

강동원으로 이 모든게 다 용서된다.

 

<해적>은...

참 말을 잃게 하는 영화였다.

몇년전부터 화려함에 극도의 피곤을 느끼는 탓도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심신이 쾡해졌다.

누가 그러더라.

160분짜리 유해진 코미디라고...

100% 인정한다.

지금도 기억나는 사람은 유해진과 이경영, 김원해 정도.

제작비는 엄청 났을 것 같은데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CG도 참 어설퍼서 깜짝깜짝 놀랐다.

어린이용 에니메이션인가??? 수없이 의심하면서 어쨌든 끝까지는 봤다.

코미디물이지만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깃털보다 가벼운 무게감이 나는 감당이 안되더라.

하하하... 하하하...

 

그리고 <명량>

하루하루 엄청난 기록을 갈아엎고 있는 이 영화는,

일단 세 편의 영화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대기업의 개봉관 싹쓸이는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차게 만들지만

어찌됐든 주조연을 망라하고 배우들의 힘 하나는 확실히 엄청나더라.

이정연과 진구의 비중이 적어서 놀라기도 했는데

작품을 보고나니 배우의 출연분량 유무를 따지는 건 참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안위를 연기한 배우 이승준이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각인됐다.

(일본에 사는 조카도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더라.)

너무 잘만들었다. 대단하다. 감동적이다...

이런 느낌보다는 내 안의 뭔가를 제대로 건드렸던 모양이다.

그래선지 영화를 보면서 의외의 장면에서 참 많이 울었다.

최민식이란 배우.

역시나 엄청나게 대단한 배우구나 감탄하면서...

 

개인적으로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가 두 편 더 있는데

<해무>와 <두근두근 내인생>이다.

<해무>는 배우진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연극을 워낙 인상깊게 봐서 영화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고

<두근두근 내인생> 역시나 김애란의 원작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을 읽었던 소설이라 기대 중이다.

게다가 강동원과 송혜교라니... 

참 비인간적이고 사람 기죽이는 바주얼 조합이긴한데

이 이쁘고 선한 두 사람이 어떤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지 참 궁금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

조연급 배우들이 너무 많이 겹친다.

지금 상영중인 이 세편만 봐도 중복되는 배우들이 많다.

이 정도면 조연급의 new face가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러다간 영화들이 마구 뒤섞여 기억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신선한 피...가

이곳 역시도 절실히 필요한 듯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4. 7. 10. 08:03

센조지키와 함께 시라하마의 명승지로 알려진 삼단벽동굴(三段壁洞窟).

지하 36미터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가면

커다란 해식동굴이 있는데 이곳이 천황시대 해적단의 본거지였단다.

동굴의 정체를 몰랐던 당시의 사람들은

배가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는 걸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고...

동굴은 요즘의 눈으로 보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과거의 왜선이라는 두서너척은 너끈히 들어갔을 공간이다.

사실은 동굴의 크기보다는 동굴끝을 부딪쳐서 울리는 물살의 소리가 거대해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마치 성능 좋은 스피커를 최대 출력으로 맞춰놓은 것 같다.

공간에 비해 소리가 너무 크다보니 오히려 공갈빵 같은 느낌이 들더라.

 

동굴 안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거대란 십상암(十狀岩)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기암이라고.

10가지 형상이 열심히 찾는 사람들도 있던데

알뜰하게 찾아볼 의욕따위 없어서 그냥 쉬엄쉬엄 보기만 했다.

단지 이름이든, 형상이든 기억하고 싶은걸 바위에 담드는 소박한 소망이 더 크게 보였다.

쉼없는 물살에 이 또한 흘러갈테지만...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되새겼다.

빛만이 명암(明暗)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물살도, 소리도 하나의 완벽한 명암을 만들기에 충분하더라.

거친 물살이 바위에 새긴 명암은 빛으로는 도저히 만들어지지 못하고

벽을 치며 공명하는 소리가 새긴 명암 역시도 빛이 어쩌지 못한다.

그리고 그 깊이감은 물살과 소리쪽이 빛보다 더 크다.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다.

the other side

 

그런데 사실,

삼단벽동굴보다 내 눈에 담겼던건 "삼단벽"이었다.

제주도의 주상절리보다 신비감과 고적한 위용은 훨씬 덜하지만

병풍처럼 늘어서있는 절벽은 예리하고 단단했다.

어딘지 물색을 닮은 듯한 절벽.

그대로 물 속으로 풀어질 기세다.

바위라고 녹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굳게 입을 다물고 바다를 향해 침묵하는 거대절벽 앞에서

나는 오래 함께 침묵했다.

 

참...

고.요.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2. 13. 00:21
애플은 스티브 잡스이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다.
세상에는 성공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단다.
"창조자"가 되어 성공 법칙을 만들어내든가
아니면 창조자를 철저히 벤치마킹해서 기존 제품의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모방자"가 되던가.
그렇다면 금세기 최고의 혁명적 기업 애플은 어디에 속할까?
애플은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고 오직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애플은 누군가를 이겨서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 스스로 위대한 일을 해서 번성하는 회사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쫒겨나지만
다시 복귀해 화려한 애플의 부활을 만든 전설같은 인물.
어느새 스티브 잡스는 세대를 구분하는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그를 두고 경영의 구루 짐 콜린스는 "경영의 베토벤"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누군가는 애플과 MS를 피겨스케이팅과 미식축구로 비교했다.
상대방과 치열하게 부딪치면서 더 높은 점수를 위해 몸싸움을 하는 미식축구와
완벽한 집중으로 우아한 연기를  펼치는 피겨스케이팅!
어쩌면 이렇게 적절하고 완벽하게 비유할 수 있을까?
애플은 확실히 I-시리즈를 통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무결점 clean 경기를 펼치고 있다.
김연아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고 완벽하게...
애플은 이젠 세계적인 명품이 부럽지 않은 프리미엄 기업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명품 회사에서 아이폰만을 위한 케이스를 만들기도 했다)
명품회사가 부러워하는 프리미엄 명품 회사!



애플에 관련된 책을 그래도 나름대로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 최고의 책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마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내게도 스티브 잡스의 "현실왜곡의 장"이 작동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기 전에는 솔직히 또 애플이야? 했다.
그리고 낯선 이름의 작가였다
IT 전문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정남의 글은 명쾌한 비교 분석으로 블로거들 사이에선 이미 꽤 유명하단다.
(나만 몰랐다.. 끌끌...하긴 나는 자칭 폐쇄적인 블로거니까...)
그의 블로거는 2009년 파워블로거 top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는데
한마디로 나처럼 허접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배기 전문가다.
애플에 대해 아주 꼼꼼하고 세세하게 자료를 찾아서 글을 썼다.
사진 한장 한장에도 그게 다 느껴진다.
덕분에 몰랐던 사실들과 일화들도 많이 알게 됐다.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이라 책을 손에 잡는 순간부터 빠져들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생태계를 바꾸는 회사 애플.
Think defferent!
애플은 예술가들처럼 스스로 창조한다.
그리고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제품만을 만든다.
애플이 만든 I-Life의 세계는 탁월한 휴먼 인터페이스로 컨버전스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애플만의 고유한 폐쇄성을 유지함으로써 그 우아한 품격을 유지한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는 악평이 가득하지만
출시되고 나면 어느덧 악평은 찬사로 일변한다.
그 이유로 저자는 애플의 "와해성 기술" 를 꼽았다.
존속성 기술과 와해성 기술.
존속성 기술은 기존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발전되는 기술이고,
와해성 기술은 존속성 기술을 파괴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술을 말한단다.
애플의 I-시리즈는 사실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고 한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걸 통합한 게 바로 애플의 해적같은 재창조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로 세상을 바꾼다.
음악 산업 자체를 송두리째 바꾼 아이튠스,
이동통신 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 같은 인터넷 업체들의 모바일 서비스,
대기업, 언론, 출판, 금융, 유통업체까지도 바꾸고 있는 아이폰,
세대 전체를 아우리는 아이패드.
그리고 세계적인 관광지 코스가 된 애플스토어까지...
뉴욕 5번가에 있는 애플스토어는 여행객들의 주요 방문 코스가 된지 오래다.
(누군가는 성지순례라는 말까지 하더라)
전 세계 관광지 28위, 그리고 뉴욕에서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 5위인 애플스토어.
생각해보라!
누가 삼성디지탈 프라자를 굳이 찾아가서 또 굳이 기념사진을 찍겠는가 말이다.
최대 온라인 콘텐츠 상점인 앱스토어는 또 어떤가!
저자는 앱스토어의 위대함은 연약한 포유류도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연약한 포유류가 억대의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이 앱스토어이고
실제로 앱스토어를 통해 공룡이 된 포유류도 상당하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
둘아지 하나인 동일체.
신비감과 경외감 그 이상의 존재!
애플은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진화된 미스터리 기업이다.



게임의 방식을 바꾸는 진정한 창조자이자
최고의 game changer 스티브 잡스!
...... 스티브 잡스가 성공한 이유들을 나열한다면 참 많은 것들이 있다. 창의적인 생각, 미래를 보는 눈, 인재 발굴, 현실 왜곡의 장을 만들어내는 화려한 언변,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협상력, 다빈치와 같은 다양한 지식, 디자인에 대한 탁월한 감각, 시장조사가 필요 없는 직관력, 직원들의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용인술, 성공을 향한 끝없는 야망, 실패를 극복하는 낙관주의, 만족을 모르는 완벽주의 등, 하지만 이 수많은 것들은 결국 하나로압축할 수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어떻게 이런 찬사가 한 사람에게 가능할까?
어건 아무래도 엄청난 독주임이 분명한데 어쩌나... 반론의 여지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타임지 기자의 말에 공감했다.
...... 나는 잡스가 정말 세상을 바꾼 혁신가이자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흥행사, 완벽주의자, 선지자, 열성자, 기회주의자의 사이에 있다. 디자인, 디테일, 완성도, 품질, 사용자 편의성, 신뢰에 대한 그의 고집은 애플 성공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개인적인 매력은 정말 치명적이다 ......



스티브 잡스가 창조하는 생태계의 법칙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은 나로서는
사실 요즘 그의 건강이 좀 걱정스럽긴 하다.
(참 오지랍도 넓다. 내가 뭐라고...)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라...
애플은 스티브 잡스 없이도 과연 game changer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그가 있다.
그러니까 현실 왜곡의 장은,
현재까지는 확실히 유효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