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2. 29. 12:33

<햄릿>

일시 : 2013.12.04. ~ 2013.12.29.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W. 세익스피어

윤색 : 이양구

연출 : 오경택

무대 : 정승호

출연 : 정보석, 남명렬, 서주희, 김학철, 박완규, 이지수 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정보석이 배우로서 가장 하고 간절하고 하고 싶었던 역이 "햄릿"이란다.

하지만 도저히 함부로 도전할 수 없는 역이라 매번 망설였단다.

그런 그가 드디어 "햄릿"을 도전했다.

그런데 연습하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여러번 하차를 생각했단다.

이해된다.

역시 세익스피어의 "햄릿"은 어렵고 난해한 텍스트임에 분명하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연극으로 제대로 본 게 이번이 두번째다.

(내 첫번재 "햄릿"은 김영민이었다. 좋았다.)

"To be or not to be!"

아마도 이 대사는 지구가 명망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을 유일한 명제가 아닐까!

사실 나는 이 대사를 햄릿의 입으로 듣게 될 줄 알았는데

(누군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제대로 허를 찔렸다.

 

젊은 연출가 오경택의 <햄릿>은 놀랄만큼 파격적이었다.

양철 합판(?)을 이용한 무대는

결코 발설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내야하는 울부짖음처럼 들렀다.

빛과 소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고...

그런데... 이 작품...

정말 난해하다.

텍스트 보다 훨씬 더.

솔직히 첫 장면에서 락음악에 맞춰 해드뱅잉을 하는 클로디어스를 보는 순간 당황했다.

현대의 옷을 입은 <햄릿>.

그런데 대사는 자주 신파조였고 

참 미안한 말이지만 배우들은 너무 올드했다.

현대적인 해석을 보여줄거였다면

무대도, 시대도, 분위기도 더 완벽하게 현대적이었으면 좋았을것 같다. 

배우 정보석의 열연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공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는 건 안타깝더라.

정말로 정보석은 이 작품에 모든 걸 다 걸었던가!

혤쑥해진 몸피가 <햄릿>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정보석의 고뇌와 집념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 끝이 뭉클해왔다.

 

사실 이 작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기대보다 느낌이 덜 했던 건

아마도 내가  정통 고전극 <햄릿>을 그리워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관람하면서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가 많이 떠올랐다.

새로운 해석과 파격적인 표현.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욕심이 너무 컸던 것 같다.

배우들 간의 연기의 갭도 너무나 컸고

전체적으로 어딘가 균형감이 자꾸 어긋나는 느낌.

게다가 객석 바로 앞에서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무대는 참 거슬렸다.

 

그냥 좀 모르겠다.

현대적인 해석이라고 해도  진중하고 묵직한 <햄릿>을 느끼고 싶었는데 

내겐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게 다가왔다.

아쉽다.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20. 08:25

<칼집 속의 아버지>

일시 : 2013.04.26. ~ 2013.05.12.

장소 : 국립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대본 : 고연옥

연출 : 강량원

출연 : 김영민, 김정호, 윤상화, 박완규, 박윤정 외.

주최 : (재)국립극단

 

쉽지 않은 작품일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 작품을 꼭 보겠다 작정한 이유는 국립극단에 대한 믿음과 출연배우에 대한 믿음이 막강했다.

김영민, 김정호, 윤상화, 박완규.

이들을 한 무대 위에서  만날수 있다는 건 거의 전율에 가까운 기쁨이다.

이해력을 총동원해서 몇날 며칠을 소처럼 꾸역꾸역 되새기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다 결국 두 손을 들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꼭 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작품은 훨씬 어려웠지만

다행히 이해불가까지는 아니었다.

신화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꿈과 현실을 오가는 전개로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유머 또한 잃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김영민"을 갈매를 탁월한 선택이다.

배우 김염민은 내겐 "에쿠우스"의 알렌 이미지가 늘 선명하다.

알렌을 할 당시의 그의 나이를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내 눈엔 보여진 그는 확실히 소년의 모습, 알렌의 그것이었다.

김영민의 스펙트럼이란!

참 넓다.

게다가 깊기까지 한다.

소년도 중년도 혹은 노년까지 다 아우르면서 거기에 깊이까지도 품고 있다.

때로는 이지적이고 고집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어리숙하면서 뭔가 의뭉스런 느낌도 갖게 한다.

솔직히 정체를 잘 모르겠다.

40을 훌쩍 넘긴 사람이 무사의 몸이 되기 위해 저렇게 멋진 몸을 만들었다는 것도 실로 놀랍다.,

확실히 그는 누가 뭐래도 천상 배우다.

이 작품을 쓴 작가 고연옥은

길 떠나는 무사 갈매 역을 애초부터 김영민을 생각하면서 썼단다.

배우와 캐릭터가 자석처럼 서로 끌어 당겼다고.

(배우로서 이런 말을 한 번이라도 듣게 된다면 정말 황홀하지 않을까!) 

 

김영민의 갈매는 역시 좋았다.

꿈 속의 꿈, 현실 위의 현실.

아비를 죽인 원수를 찾아 7년 간 길을 헤매는 지상의 마지막 무사 갈매.

그러나 칼이 무섭고, 사람을 죽여야 하는 게 너무나 싫은 갈매.

세상의 모든 아들은 늘 자신의 아비를 뛰어넘아야만 한다.

갈매에게도 이 원형의 화두가 던져진다.

신화의 세계는, 아비의 세계는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한 세계이며 동시에 신이 신이길 포기한 세계다.

그 세계 속에서 갈매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

"눈앞의 적을 치는 것으로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스스로의 질문 앞에 갈매는 답을 선택한다.

자신을 죽임으로서 그 꿈에서, 그 아비에게서, 그 인간들에게서 벗어난다.

멋진 선택이다.

갈매의 선택을 보면서 어쩌면 정말 그가 예언된 지상의 마지막 무사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길에 대한 고민과 질문, 그리고 선택의 이야기.

나는 이 작품을 그렇게 이해했다.

인트로처럼 보여줬던 무대 위 새의 날개짓,

점점 넓어지던 그 원의 흐름을 떠올리며 그 새가 갈매라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또 다시 멋지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들.

 

배우들의 연기는 표현이 불가할만큼 엄청났다.

딕션과 연기, 동작들을 보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검은등과 아비의 역할을 했던 배우 김정호의 연기는 신내림의 그것과 흡사했다.

그 많은 대사들을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딕션과 호흡과 타이밍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그건 일종의 전율이었고 신비였다.

독특한 필모그라피를 가진 참 대단한 배우.

지금껏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다섯편 정도 본 것 같은데

매번 감탄하게 된다.

특유의 톤과 말투를 작품 속에 매번 다르게 잘 녹여낸다.

이 작품 속에서도 한 인물을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표정과 말투로 연기해서

마치 여러 명의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윤상화의 능청스런 연기도,

박완규의 허풍스런 액팅과 연기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작품의 힘보다 배우들의 힘과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던 작품이다.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이 작품을 지금만큼 이해하진 도저히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진심으로 이 배우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나의 해설자들이여!

그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1. 12. 06:01
남자들은 홍콩 영화에 어느정도 로망이 있는 것 같다.
이소룡, 성룡의 액션에 이어
<영웅본색>의 바바리맨 주윤발,
<천녀유혼>의 원조 꽃미남 장국영,
오토바이에 청자켓을 입고 맨날 쌈질(?)하던 <천장지구>의 유덕화.
그리고 왠지 시니컬하고 은근히 퇴폐적인 인상마저 풍기는 <화양연화>와 <색,계>의 양조위까지...
뭐 물론 엽기적인 코메디의 대명사 주성치를 빼놓고 홍콩 영화를 이야기하면 또 서운할거다.
책장을 넘기면서,
과거에 내가 봤던 영화들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라 재미있었다.
따지고 보면 제법 나도 홍콩 영화에 관련된 추억들이 많구나 새삼 신기해하면서...
성룡의 영화는 추석때면 단골로 TV 에서 해줬었고
(마지막에 항상 NG 장면이 있어서 엔딩 크레딧까지 꼭 기다렸던 기억도 난다)
<영웅본색>은 비디오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마 없을 때 동생이란 빌려봤던 영화였고
(솔직히 저 아저씨는 왜 저러고 다니냐... 했던것 같다)
<천녀유혼>은 중간고사를 끝내고 친구네 집에 단체로 가서 옹기종기 봤던 영화다.
<천장지구>는 혼자 봤던 것 같고...
그때 유덕화를 보면서 머리 좀 자르면 멋있겠구만... 옷이 단벌이야... 젓가락으로 밥 참 잘 먹는다...
뭐 대략 이런 생각들을 했던것 같다.
홍콩 영화들을 보면서 내가 감동 받았던가???
지금 떠올려봐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때 홍콩 영화는 확실히 엄청난 붐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들이 줄줄이 들어와 대한민국의 CF계를 장악했을까!
To you 초코렛을 씹으며 밀키스를 마셨던 인간들 아마도 꽤 있으리라... 



홍콩을 가고 싶은 여행지에 한 번이라도 꼽았던 적이 있던가?
쇼핑의 목적이 아니라면 왠지 마닐라로 도박을 하러 가야만 할 것 같은 도시.
그 도시를 영화와 함께 찾아다닌 주성철은
영화 잡지 <키노>, <필름 2.0>을 거쳐 현재는 <씨네 21>의 기자다.
이 사람...
홍콩을, 영화를... 그리고 그 영화 속 사람들을
너무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옮겼던 그 루트 그대로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한번도...
홍콩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던 난데...



홍콩 영화들이 무차별 난사에 가까운 충질을 하면서
엽기적으로 다량의 피를 튀기는 영화만은 아니었다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조금은 이해했었다.
이 책의 저자...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섬세한 배려도 맘에 들었고
영화 속 장면과 자신이 찍은 사진을 함께 보여주는 시선도 다정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는 오래 묵은 정이 담겨있다.
직업탓이겠지만 어쩌면 그렇게 영화의 장면들을 잘 기억하고 있을까 신비로웠고
현지인들조차도 알지 못한 장소를 찾아내 최대한 영화 속 장면처럼 찍어낸 사진도 신비로웠다.
이런 여행이라면...
꼭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만든다. 이 사람.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센트럴 파크 같은 명소들.
<천장지구>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성 마가렛 성당,
<색, 계>와 <성월동화>, <유리의 성>의 촬영지였던 홍콩대학.
(늘어진 나뭇가지 아래 있던 예쁜 둥근 연못은 내 기억에도 아직 선명하다)
<아비정전>에서 유덕화가 장만옥에게 전화하던 캐슬 로드의 공중 전화 박스,
<영웅본색>에서 죽은 아버지의 묘소로 나왔던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
이소룡과 장국영의 생가와 쇠락한 시골 마을까지...
눈으로만 쫒아도 가보고 싶은 간절함이 구름처럼 피어났다.
내가 홍콩을 이렇게 간절하게 생각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이 책은 "홍콩"이라는 이물감 느껴지는 도시를 다르게 생각하게 만든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홍콩을 수차례 방문한 저자는 일부러 이런 제목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새롭게 찾아보라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당신들이 아는 홍콩은 단지 첫번째 홍콩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홍콩을 가게 된다면 이 책 덕분에
적어도 다른 시선을 챙겨갈 수 있을테니까...
너무나 몰랐던 도시 홍콩,
내가 가진 홍콩의 선입견을 완전히 부서뜨린 꽤 괜찮은 여행서를 만났다.
비록 눈으로 따라 읽은 여행이었지만
참 괜찮았다. 아주 괜찮았다. 꽤 괜찮았다.



유덕화와 양조위는 1980년대 이후 마치 돈키호테와 햄릿처럼 홍콩영화 남자 캐릭터의 서로 다른 두 유형으로 존재해왔다. 유덕화는 겁이 없고 양조위는 겁이 많다. 유덕화는 비밀이 없고 양조위는 비밀이 많다. 유덕화에게는 의리가 어울리고 양조위에게는 실연이 어울린다. 유덕화는 기회를 만들고 양조위는 기회를 놓친다. 유덕화는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고 양조위는 운명으로부터 선택 당한다. 유덕화는 죽어야 멋있고 양조위는 살아야 멋있다. 이렇게 유덕화와 양조위를 곱씹에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홍콩영화의 80~90년대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들은 바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홍콩영화가 보여주었던 과잉과 절제의 두 얼굴이다.                                                         --- 본문 중에서 (정말 깊이 공감했던 부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24. 06:27
처음엔 임태경의 모차르트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점점 박은태 그의 모차르트가 궁금해졌다.
티켓 가격의 압박에서 불구하고 정말 다행스럽게 그의 모차르트를 만났다.
여전히 EMK의 티켓 가격 장난질을 계속됐고
불쾌하고 황당해서 안 보리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보게 되더라(^^)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인공 4명(임태경, 박은태, 박건영, 김준수) 중에
유난히 그의 노력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했던가?
<노트담 드 파리>의 한국어 버전 그랭그와르로 무대에 섰던 박은태는
모차르트라는 역할이 너무나 탐이 났고 그리고 너무나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디션에 탈락한 박은태는 그러나  결국 모차르트가 됐고
이런 역할을 10년 안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단다.
뮤지컬 <모차르트>
썩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극 속에서 모차르트의 비중은 상당하다.
<햄릿>과 <지킬앤하이드>보다 더 많은 분량.
그리고 위의 두 작품보다 더 클라이막스가 적어
배우 스스로도 표현하기가  난해하지 않았을까?
평이함 속에서 천재성과 소위 말하는 "또라이"적인 기질까지 함께 그려내야 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
아버지의 죽음으로 감정선에서 너무 극명하게 달라지는 작품.
어찌보면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도하고 작위적인 냄새까지도 난다.
그래도 뭔가 한 방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의 발로랄까?



배우의 의도였든(근데 과연?), 역량의 부족이었든
임태경의 모차르트가 찌질함의 전형이었다면,
박은태의 모차르트는 그래도 자아의 확립은 좀 되어 있는 것 같다.
늘 아버지의 등 뒤에 숨어 말을 하던 임태경 모차르트가
나는 못마땅하고 답답했는데 
박은태의 모차르트는
과장을 조금 많이 한다면
"이거 너무 아버지한테 막가는 거 아냐?"는 생각이 들만큼 쌈닭스럽다.
아버지(서범석)에게도 그리고 대주교(민영기)에게도...
그리고 다분히 "또라이" 스러운 기질도 보여준다.
박은태라는 배우가
적어도 배역에 대해 겁을 먹고 있지 않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
그가 의도한 오버스러움과 과장된 웃음소리도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되고 이해가 된다.
임태경이 캐릭터를 만들어 가면서 충돌을 했다면
박은태는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충돌이 생기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그의 충돌은 노래와 연기 사이의 간극으로 낌새를 남긴다.



뮤지컬 <모차르트>,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매력보다 뮤지컬 넘버의 매력이 더 큰 공연이라고 생각된다.
무대는 때로 풍성하기도 하지만 자주 여기 저기 빈 공간을 드러낸다.
마치 동굴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공연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동굴안에 메아리성 에코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공연 외적으로 몹시 테러블하고 시끄러운 모차르트를 보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내가 박은태만큼이나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민영기.
결혼 발표로 기쁨이 충만한 상태라는 게 작품에 보여진다.
(억지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그가 기교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 겁이 났다.
모차르트와의 논쟁에서 그는 권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민영기의 대주교는 유머러스하고 그리고 전체하는 모습이었다.
대주교가 모차르트에게 품어야 했던
탐욕에 가까운 질투가 그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100% 그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은 민영기가
솔직히 나는 좀 밉다.



개인적으로 이경미의 베버 부인 역할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배역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상관하지 않고
경박스럽고 수다스럽고고 속물스러운 베버 부인을 너무 잘 표현해
오히려 나는 정말이지 베버 부인이 몹시 사랑스러웠다.
이 뮤지컬의 액센트 같은 존재.
베버 가족의 신들도 재미있고 그리고 경쾌하다.
5명 모두의 표정과 동작이 너무 재미있어
나도 슬쩍 그 안으로 들어가 가족인 척 하고 싶어졌다.



이제 지방 공연으로 이어질 뮤지컬 <모차르트>
그곳에서도 아마 잡음이 끊이지 않을테지만
이미 티켓은 손익 분기점을 넘은 상태란다.
조만간 또 EMK의 티켓 장난이 시작될 것 같아 좀 걱정스럽긴 하다.
더불어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걱정스럽다.
티켓 판매 장난만 하든, 좌석 장난만 하든 둘 중 하나만 해준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3. 06:38
1988년 개봉했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킬링필드>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게 아닌
내 돈을 내고 최초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어린 눈에도 엄청나 보였던 기억.
"저 사람 정말 자폐아 아니야!!"
솔직히 감동을 받았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대로 이해나 했을까....)
그 영화의 몇 장면들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아  형 "레이먼드 바비드"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드"
어느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만약, 내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형제가 어느날 나타난다면....
그것도 같은 부모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탈렌트와 영화배우로 유명한 임원희. 이종혁의 뒤를 이어
멋진 연극배우 김명민과
감초역의 코믹 연기의 대가 뮤지컬 배우 김성기.
그 둘이
레이몬드와 찰리를 연기했다. 



씁쓸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이 공연했을 때와
공연료 차이가 달라졌다는 사실 (30000 -> 25000)
대중의 힘이라는 게 가격까지도 조정하는구나 싶어
왠지 연극인들이  설움에 공감하게 된다.



<햄릿>, <에쿠우스>, <나쁜 자석>
그리고 그는 기억하기 싫겠지만 첫 뮤지컬 <카르멘>까지 (그건 좀..... @@::)
내가 아는 김영민은
연극 위에서 그대로 꽃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몰입력은 신비감까지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무대를 오랫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그 설램에 대한 보상을 그는 역시나 해줬다.
그의 눈물...
그 간절함과 미안함과 절실함.
어쩌면 내리는 빗소리보다 내겐 더 큰 빗소리로 남겨졌는지 모른다.



내겐 적격인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1
<사랑은 비를 타고>의 소심쟁이 노총각 형,
<벽을 뚫는 남자>에서 열연했던 일인다역 (그의 알콜중독 의사는 꺄아~~~),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성형외과 의사에 이어, <자살 여행>까지...
그의 코믹연기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데로 올라
마치 실생활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
왠지 빈 듯한 헐렁함 속에 꽉꽉 채워진 치밀함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잇는 매력 포인트!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
역시 대중의 힘은 어디든 강력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곳 공연장까지 이어지길
얼마나 바랬을까.....
(그러나 역시 대중은 대중이다!)



2시간 가량의 연극을 보면서
혹시, 
나도 <레인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자나도 레이몬드는 동생 찰리를 잊지않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매 순간순간을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다.
찰리는 발음이 명확해지기도 전에 그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의 자폐 증세가 동생에게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에 의해...
그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장남 레이몬드는 눈물로 병원에 맡겼다)
찰리의 불명확한 발음은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만들었다.
그 레인맨은 찰리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자신만이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친구.
자신이 만든 <레인맨>
그렇게 알고 있었던 찰리....



형과의 재회로 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까지도 회복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한 가정을 꾸미기까지도...
혹 마음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라!
어쩌면 바로 거기서
당신의 관계 회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연극 사이사이  흐르던 비틀즈의 노래와 빗소리
그리고 소극장에서 처음 만난 회전 무대
무대가 돌아가는 소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레인맨>과 완전한 소통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