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15. 07:57

<Hedwig>

일시 : 2014.05.13. ~ 2014.09.28.

장소 : 백암아트홀

연출 : 이지나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사,작곡 : 스지븐 드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출연 : 조승우,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 (헤드윅)

        이영미, 전혜선, 최우리, 서문탁 (이즈학)    

제작 : 쇼노트

 

<헤드윅>이 한국 공연 10년이 됐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역대 헤드윅과 이츠학들을 했던 배우들이 차례로 출연하는 기념 공연이 됐다.

조승우도 <맨 오브 라만차> 막공에서 예고한것 처럼 흥신소 운영을 끝내고 다시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워낙에 티켓예매도 어렵고해서 이번 시즌은 넘기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조승우 공연을, 그것도 첫공을 관람하게 됐다.

(진짜 운이 좋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처음으로 2층에서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론 1층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껏 몰랐었는데 조명이 참 좋더라.

헤드윅과 이츠학이 노래할 때 무대 양쪽에서 생기는 그림자는

"Tear me down"가사처럼 두 개로 분리된 자아의 느낌이라 은근히 의미심장해 보이더라.

다른 헤드윅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아나운서 멘트가 아니라 이츠학이 헤드윅이 옷갑아입으려고 들어갈 때 부른 노래로 시작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주승우의 목상태가 좋아보이지진 않았지만

무대과 관객 장악력을 역시나 대단하다.

살짤살짝 타이밍도 흔들렸고 대사나 상황도 놓쳐서

초반엔 이영미 이츠학이 발란스을 맞추기 힘겨워할 정도였는데

"sugar daddy" 이후로는 자기페이스로 완전히 만들어 잘 놀더라.

역시나 큰 틀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형식과 소품들 제약없이 아주 자유롭게 진행된 헤드윅이었다.

여권 운운하면 소란피우는 장면과 모피장면을 안해서 좋았다.

그리고 "exquisle corpse"에서 바닥을 뒹그는 장면을

조승우 헤드윅은 극도의 침묵과 고요로 표현하는건 확실히 좋더라.

개인적으로 기존의 방식보다 이게 훨씬 더 임펙트가 강했다.

편곡을 달리하니 헤드윅의 익숙한 곡들을 완전히 새롭게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헤드윅>의 넘버는 정말 좋다.

그래서 나 역시도 <헤드윅>이 올라올 때마다 한 번쯤은 꼭 보게 되는 것 같다.

스탠딩 커튼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번엔 2층에서 관람해서

1층만큼의 광기는 경험하지 않아서 좋았다. ^^

그래서 <헤드윅> 관람은 이제부터 2층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백암아트홀은 시야장애도 없고 특히 가운데열은 뷰가 정말 좋았다.

조승우의 목상태가와 전체적인 음향만 좋았다면

이번 관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이 됐을텐데 살짝 아쉽다.

그래도 결론은 <헤드윅>은 역시 <헤드윅>이라는 거다.

확실히 사람을 중독시키는 힘이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조승우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승승장구할거다.

수많은 앞으로의 헤드윅과 이츠학을 위하여~~~

그리고 앵그리 인치 밴드를 위하여~~~

건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27. 08:00

<On stage>

일시 : 2014.02.21. ~ 2014.02.23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출연 : 최재웅, 김재범

주최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자주 보게 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소극장 토크쇼를 참 좋아한다.

그냥 두런두런 둘러앉아서 소소한 이야기를 과장없이 들려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하는 그런 자리.

게릴라성 무대이긴 하지만 오랫만에 그런 공연(?)을 봤다.

총 4팀이 4일간 이어간 릴레이(?) 토크쇼 on stage.

솔직히 4팀 전부 다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마지막팀 공연만 봤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절친이라는 김재범과 최재웅.

몰랐었다.

두 사람이 동기라는 것도, 절친이라는 것도.

(뭐 꼭 알아야 되는건 아니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분위가가 많이 비슷하긴 하다.

둘 다 <쓰릴미>의 "네이슨"스러운 것이!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첫곡도 네이슨 아니랄까봐 "Nothing like a fire"더라.

4인조 라이브밴드의 연주도 수준급이었고

무대 조명도 화려하지 않고 깔끔해서 좋았다.

특히 기타소리가 유난히 귀에 들어와 연주자가 누굴인지 궁금했었는데

<JCS>의 기타리스트였단다.

작년 <JCS>는 정말 여운이 깊다.

오랫동안 두루두루.

 

 

Nothing like a fire - 쓰릴미 (최재웅, 김재범)

작은 씨앗 - 나쁜 자석 - 김재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 김재범

서른 즈음에 - 김광석 - 최재웅

태양에 눈이 멀어서 - Trace U (최재웅)

둥지 - 김재범

갈무리 - 최재웅

너에게 - 서태지와 아이들 (최재웅, 김재범)

포스트잇 Q&A Talk  (깔창, 학창시절, 장단점, 작품,

부르지 못한 노래 - 풍월주 (김재범)

The origine of love - Hedwig (최재웅)

그땐 그랬지 - 카니발 (최재웅, 김재범)

 

본인들은 가요무대라는 표현을 했지만 선곡 정말 좋더라.

약간 old한 가요를 부르는 것도

자신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것도 좋았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이 부른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와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는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혼자 부른 곡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김재범은 "작은 씨앗"이었고 최재웅은 역시나 <헤드윅>의 "The origin of love"

두 사람의 작품 속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리속에서 지나가기도 하고...

관객들이 미리 적어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질문들은

짧긴 하지만 전부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성의있었고

깔창이야기, 서로의 장단점, 학창시절 에피소드, 구렛나루 헤어스타일, 개그코드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주 편안하고 꾸밈없고 평범한 모습들.

보는 내내 저 둘은 친구라서 정말 행복하겠다 싶어 부럽더라.

별 말을 않해도 눈빛 하나로, 표정 하나로 서로의 기분상태를 다 알 수 있는 그런 관계,

그래서 어떤 반응도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 관계.

진짜 친구. 

솔직히 너무 보기 좋아서 감히 질투조차 못하겠더라.

좋겠다. 두 사람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1. 07:4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엘리자벳> 샤토드 OP석 한가운데와 바꾼 세번째줄 통로석 조승우 <헤드윅>

솔직히 오래 고민하지도 않았지만

탁월한 선택이었고 현명한 결정이었다.

세번째줄 통로석에서 정면으로 대면한 헤드윅은.

표정과 감정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됐다.

그러니까 조승우는

정말 "헤드윅"을 표현하고 싶었던거다.

조승우가 만든 헤드윅이 아니라 진짜 "헤드윅"를...

헤드윅!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단 한 사람.

사랑때문에 외롭지만 사랑때문에 당당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반쪽여자 "헤드윅"이 나는 질투나게 부러웠다.

반쪽으로도 완전할 수 있다는 걸 헤드윅이 내게 보여줬다.

비록 그것뿐일지라도...

 

텍스트를 통해 인물을 창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텍스트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파고들어 인물을 창조하는 정공법적인 방법과

텍스트에서 자유로워짐으로써(그렇다고 텍스틀를 무시한다는 뜻은 절대 아님!)

인물을 새롭게 창조하는 위험하면서도 독보적인 방법.

이번 시즌 <헤드윅>에서 조승우는 두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방법이고,

<헤드윅>이기에 가능한 방법.

객석의 작은 움직임과 반응을 즉각적으로 캐치해내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어내는 조승우의 모습은

촉수를 세운 동물의 감각, 그것과 일치한다.

그래서 매공연을 같지만 완전히 다른 공연으로 만들어버린다.

(무섭다! 조승우란 배우!)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표현한 장면들도 볼때마다 절로 감탄하게 만든다.

특히 토미와 헤드윅이 교차되는 토마토장면을

경련에 가까운 과격한 액션이 아니라 침묵처럼 고요하게 표현한 건 이번 시즌 best of best다

(정말 무시무시한 표현이라 숨소리조차 못내겠더라)

토미와 헤드윅의 완벽히 합치되는 모습.

하나됨. 완벽한 완성...

내가 <해드윅>을 보는 이유는

이걸 목격하기 위해서다!

 

보석같이 반짝이는 <헤드윅>의 넘버들!

그야말로 한 곡 한 곡 전부 cheer up!

"The origin of love"와 "wicked little town" 두 곡은 그 자체가 완벽한 철학이다.

특히 "The origin of love"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뮤지컬 넘버 3위 안에 들어간다.

이 노래는 전주만 들어도 조건반사처럼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한 곡 속에는...

<헤드윅>이 하고 싶어한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내 모든 이야기도...

끝없이 서린 슬픔.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게 나의, 당신의, 우리의 사랑이다.

그러니 부디 모두들 잘 견디시길!

cheer up!

 

 

 

<The Origin Of Love>

 

아주 오랜 옛날, 구름은 불을 품고

하늘 너머 높이 솟은 산

오랜 옛날

두쌍의 팔과 두씽의 다리를 가진 사람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 개의 얼굴 가진 사람

한 번에 세상 보고 한 번에 읽고 말하고

한없이 큰 이 세상 굴러다니며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사랑 그 이전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그 옛날 세 종류 사랑 중 등이 붙어 하나된 두 소년

그래서 해님의 아이

같은듯 다른 모습 중 돌돌 말려 하나된 두 소녀

그들은 땅님의 아이

마지막 달님의 아이들,

소년과 소녀 하나된

그들은 해님, 달님, 땅님의 아이

The origin of love 

이제 불안해진 신들은 아이들의 저항이 두려워 말하길

너희들을 망치로 쳐죽이리라, 거인족처럼

그때 제우스는

됐어! 내게 맡겨!

그들을 번개 가위로 자르리라

저항하다 다리 잘린 고래들처럼

그리곤 벼락 꼭 잡고 크게 웃어대며 말하길

너희 모두 반쪽으로 갈려 못만나리, 영원토록

검은 먹구름 몰려들어 거대한 불꽃 되고

타오른 불꽃 벼락 되어 내리치며 번뜩이는 칼날 되어

함께 붙은 몸 가운데를 잘라내버렸지

해님, 달님, 땅님의 아이들

 

어떤 인디언신, 조각난 몸을 꿰매고

매듭을 배꼽 만들어 우리 죄 다시 생각케해

오, 사이러스 그 나일의 여신,

폭풍 일으켜 세워

거대한 허리케인

갈라지는 하늘

검게 쏟아지는 폭우

거침없는 파도에 흩어져버린 우리

끝없는 절망 속 마지막 애절한 소원

한쪽 다리와 눈만은 제발 남겨 주시길...

 

나는 기억해,

두 개로 갈라진 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 것 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 수 없을까

피묻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율까

하지만 난 알아, 네 영혼

끝없이 서린 그 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몸이 되기 위해 서로 사랑해

그건 making love, making love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The origin of love,

That's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The origin of lov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12. 08:1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6월 이후 두번째 <헤드윅> 관람.

첫번째 관람 때는 조승우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었다.

"와! 정말 작정하고 제대로 노는구나!"

그동안 그가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구구절절 마디마디 느껴졌다.

 

티켓오픈과 동시에 몇 초 만에 좌석을 all clean하게 만들어버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조승우!

그런 조승우의 떨림을 목격하는 건 아주 엄청난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현장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애드립을 구사하는 배우의 저력과

그러면서 스토리 자체는 절대 흔들어 놓지 않는 배역에 대한 충실함의 조화는

묘한 융합이자 색다른 일체감이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신명나게 벌어진 굿판을 보는 느낌, 그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승우 <헤드윅>.

이럴 수가!

이건 완전히 다른 작품이고,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헤드윅>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다.

이 작품이 이정도까지 아프고 아련하고 슬픈 작품이었구나!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쩌면 나는 사실 울음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는지도...)

나는 지금까지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 로빈슨 하사와 토미, 심지어 이츠학에게까지.

그 원망의 마음이 폭발하는 음악으로 쏟아져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헤드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완전한 사랑"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는 걸!

"The origin of love"의 가사 그대로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느닷없이 내리치는 폭력같은 "그리움"이 그대로 내 가슴에 꼱혔다.

무자비했고 잔인했고 거침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메시지다.

내 생각과 내 마음과 내 모습에 대한 메세지.

지금의 나의 모든 것에 댐한 메세지.

어쩌면 나는 스스로 "해드윅"이 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wicked little town"으로 가기 위해서...

 

용서와 사랑은.

완전히 다른 거다.

용서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이 정답인가!

피흘리지 않는 또 다른 나의 반쪽이 정답일까?

피흘리지 않는다고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

 

<헤드윅>

이 작품이, 이 녀석이,

깊게깊게 숨겨놓은 내 일기장을 활짝 펼쳐놨다.

 

어쩌면 나는...

매번 피를 흘리는 쪽만 선택하면서 살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나의 "헤드윅"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5. 08:2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2005년 초연 이후에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된 뮤지컬 <헤드윅>이 벌써 올 해 공연이 여덟 번째 시즌란다.

8번 공연 중 2005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3년의 <헤드윅>을 봤다.

심지어는 초연을 기다리면서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까지도 찾아봤었다.

첫인상은 엄청나게 그로테스크하다는 것!

그런데 그 기묘하고 기괴한 분장의 <헤드윅>에 묘한 연민의 정이 생기면서

점점 깊은 일체감 비슷한 동류의식까지 느껴게 된다.

(뭐 내 성적취향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이젠 취향 따위도 없는 단계에 이르러서...)

 

지난번 시즌과 이번 시즌의 텀은 유난히 짧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조승우의 파워가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헤드윅>을 할 예정이었는데 드라마 "마의" 때문에 엎어지게 된 게 결정적 계기!

조승우가 <헤드윅>을 하고 싶어한다는데 어느 제작자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텀이 길든 짧든 일단 추진하고 볼 일이다.

조승우가 출연한다기에 사실 티켓팅을 완전히 포기했었다.

그러다 이 녀석의 인터뷰를 보게됐는데,

그걸 읽고 나니까 이게 또 막 궁금해지기 시작하는거다.

“무대 위에서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정말 놀아보고 싶어서 <헤드윅>을 선택했다. 나를 불사를 수 있는 힘이 있는 작품으로, 본질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걸 항상 유념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 메시지 모두를 관객들에게 맡기는 프리스타일 공연을 하고 있다. 대본 수정 후 한번도 대본을 보지 않았을 정도로 일부러 외우려고 하지 않고, 헤드윅이라는 사람이 펼치는 쇼, 그 공연 안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좀 놀아보겠단다!

그것도 본질은 놓치지 않고서!

도대체 뭘 어떻게 놀겠다는건지 궁금해서 예매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의외로 아주 쉽게 괜찮은 자리를 한 번에 예매했다.

(스탠딩 압박이 없는 구석 자리 하나 잡겠다 생각하고 예매처에 들어갔던건데....)

 

조승우 헤드윅!

결론만 말하자.

정말 미치게 잘 논다.

자유자재로 대사를 치고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애드리브을 연출하는데 가히 물만난 고기같다.

텍스트(대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헤드윅!

물론 기본 구성과 스토리를 파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헤드윅>이라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 그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뭐랄까!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one man band를 보는 느낌!

끝나고 나서 알았다.

완전히 그에 의해서 놀아났다는 걸.

누가? ......... 내가!

나, 스탠딩 정말 싫어한다.

근데 저절로 일어나게 되더라.

이 녀석 정말 그동안 무대가 이렇게까지 그리웠구나 싶어 주책없이 연민의 정도 생겼다.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참아냈던 걸까?)

목소리도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여자처럼 감정에 빠질 때는 한없이 깊게

그러면서도 치고 나올 곳에서는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뛰쳐 나온다.

솔직히 무림고수의 현란한 칼솜씨를 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헤드윅은

(송창의와 손승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츠학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

Sugar Daddy도 그렇고 청혼 장면도 그렇게 헤드윅에 의한 1인극처럼 진행된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바뀐 구성이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츠학이란 인물은 공연 내내 존재감이 없이 소품과 다름없이 있다가 

헤드윅에게 가발을 건네받는 장면에서부터 존재감이 커졌으면 하고 바랬었다.

핸드폰 운운 하던 장면이 없어진 것도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이렇게 바뀐게 이지나의 생각인지, 조승우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런 발언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겠지만

2005년에 비하면 조승우도 확실히 나이를 먹었다.

그때는 펄떡펄떡 튀어오르는 날 것의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산전수전을 겪은 헤드윅의 완숙미가 느껴진다.

그래선가?

이 작품을 조승우가 마흔이 넘어서 하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기획도 괜찮지 않나!

20대, 30대, 40대 헤드윅을 한 시즌에서 만나보는 그런 기획!

 

이덕화의 "하이모" 카피나

첫공연에만 하고 안 할 예정이었다는

JCS의 "I only want to say"는 일종의 팬서비였던 것 같은데 재미와 놀라움, 두가지 전부에 성공했다.

"Origin of love"에서는 본인 말처럼 주책없이 눈물을 보였지만

그 느낌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 노래 사실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아름답다.

OST로만 들고있어도 울컥해지기 일수다.

wicked little town은 헤드윅과 토미 버전 둘 다 너무 좋았다.

특히 토미의 버전은,

그야말로 속죄, 참회의 투어 딱 그 느낌이었다.

중반부에 바뀐 바바리 의상과 썬글라스는 정말 헐리웃 여배우의 포스를 풍겼고

(진심으로 너무 예뻐서...)

끝부분 헤드윅이 옷을 벗어던지며 토마토를 짓이기는 장면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그동안 바닥을 나뒹구는 퍼포먼스에 익숙했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무대 위에 우뚝 서서 이 모든 감정과 상황들을 오로지 표정의 변화로만 표현했다.

고통스런 기존의 퍼포먼스보다 나는 이 모습이 훨씬 더 강렬했다.

(이건 또 이지나, 조승우 중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사실 이럴 줄 몰랐다.

조승우라는 배우가

본인에게도 관객에게도 익숙한 <헤드윅>에 다른 표정을 입혔다.

몰랐다. 이런 느낌일 줄...

이번 시즌 헤드윅은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하려고 했었는데

이 녀석 또 다시 나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졌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이 녀석의 헤드윅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19. 08:43

<Jesus Christ Superstat>

일시 : 2013.04. 26. ~ 2013.06.08.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이제는 각인을 위한 기록의 차원이다.

마치 옛오스만 왕조의 궁중 세밀화가의 그것처럼.

가능하다면 표정과 손끝, 발끝의 움직임과 미세한 작은 숨소리까지도 고스란히 기록하고 싶다.

꼭 기억하고 싶었다.

마이클리의 마지막 "지저스" 모습을...

그리고 참 다행이다.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작품,

그리고 이런 배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제 개인의 역사로 이 작품을 기억하련다.

 

어렵게 마이클리의 막공 티켓을 구했다.

홍대 미친 성대라는 몽니 보컬 김신의 유다와 마이클리 예수 조합의 두번째 관람이었다.

다른 말 필요없다.

(미친 OO 참 많다...)

두 사람 다 정말 좋았다.

감동적이었고 뭉클했고 가슴아팠다.

작품 자체의 아우라도 특별했지만

마지막이라는 현실감이 더 큰 감동과 슬픔을 안겼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기교의 무대에 지쳐있었는지도...

장은아 마리아를 처음 봤는데 뮤지컬 첫무대라서겠지만

정선아보다 넘버를 가요처럼 부른다.

정선아는 과거를 뉘우치고 교화된 마라이의 느낌이었다면

오히려 장은아 마리아는 퇴폐적인 거리의 여자 같다.

그리고 그녀의 숨소리는 내내 신경에 쓰였다.

배우가 노래를 아무리 잘해도,

미친듯이 고음을 쭉쭉 뽑아내도

숨소리가 크게 들리면 나는 왠지 좀 꺼려진다.

호흠조절.

개인적으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의 역량!

그런면에서 마이클리와 김신의는 최고점에 해당한다.

(어쩌나... 편애 모드 발동하려고 한다.)

김신의 유다의 막공 이벤트는 참 귀여웠다.

마이클리 덕분에 행복했던 사람 여기도 한 명 더 있는데...

5월 11일 관람때보다 김신의의 연기도 정말 놀라울만큼 늘었다.

문득 이 녀석이 <헤드윅>을 하면 잘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케이블에서 "밴드시대"라는 프로를 봤는데

(아마도 재방송이었던듯)

글써 이 녀석이 <헤드윅> 퍼포먼스로 노래를 하더라.

소름 돋았다.

(이 녀석이 내 생각을 읽은건가?????)

이 녀석!

꼭 <헤드윅>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스탠딩 커튼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꼭 보러가리라!

 

마이클리의 커틑콜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관객과 객석을 향해 활짝 벌린 손과 깊은 손키스.

그릐고 그 깨끗하고 밝은 미소.

또 다시 이 배우가 날 사로잡았다.

마지막 모습까지!

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7. 08:38

<Hedwig>

 

일시 : 2012.08.11 ~ 2012.10.21.

장소 : KT&G 상상아트홀

출연 : 오만석, 박건형 (헤드윅) / 이영미, 안유진 (이츠학)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이준

제작 : CJE & M, 쇼노트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또 <헤드윅>을 봤다.

(그것도 평일 저녁 공연을... 쩝!)

정말 원래 계획은 오만석 헤드윅만 보고 깨끗하게 접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또 박건형 헤드윅이 자꾸 궁금해지는거다.

후기도 나쁘지 않고, 박건형의 첫 소극장 뮤지컬 도전기도 한 번 목격하고 싶어 결국 의지를 꺾고 말았다.

(그놈의 결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의지!)

확실히 <헤드윅>은 참 망할 놈의 작품이다!

박건형 헤드윅!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껏 본 헤드윅 중에서 가장 남성적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오만석 헤드윅보다 외모는 더 그로테스크해보였다.

노래는 지금까지 본 헤드윅 중에서 제일 약했던 것 같고...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게 지루하거나 뻔했던 게 아니라 좀 다르게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가는 건 또 오만석 헤드윅보다 훨씬 더 빨라서 이게 또 묘한 아쉬움을 남기는 거다.

쭉 뻗은 다리이긴 하지만 살잘 "O"자형 다리를 가닌 박건형 헤드윅.

성큼성큼하던 그 남성적인 걸음걸이하며 선 굵은 외모가 참 불쌍해보였다.

'아! 너 참 여자가 되려고 애썼는데 잘 안 됐구나... 그래, 너 정말 힘들겠다...'

뭐 대략 이런 측은지심 비슷한 것도 막 생겼다.

거기다가 박건형 헤드윅과 나란히 서니까 이영미 이츠학이 얼마나 여성스럽게 아담하던지... 

 

전체적으로 박건형 헤드윅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서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후반부가 더 매력적이다.

전반부는 약간 초짜의 아슬아슬함이 보였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의 흐름을 잘 이끌고 간다.

덕분에 "The origine of love"는 참 막막하고 모호한 노래가 되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박건형은 빠른 템포 노래보다는 약간 미디움 템포 노래를 부를 때 더 매력적이다.

"Tear me down"과 "Angry inch"를 부를 때는 좀 부담스러웠는데 

"wig in a box", "wicked little town", "midnight radio"는 정말 좋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넘버들가 쉬운 곡이 단 한 곡도 없음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헤드윅>이란 작품은 배우로서 참 많은 걸 요구하고 끌어내는 작품인 것 같다.

확실히 의욕만 가지고 도전해서는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는 작품이고 인물이다.

(박건형이 그렇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박건형의 헤드윅은 또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나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나는 헤드윅 박건형보다 토미 노시스 박건형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극의 중간중간 보이스로만 나왔을 때도 목소리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건 지금껏 다른 헤드윅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낯선 경험이라 사실 좀 놀랐다.

헤드윅의 토마토 광란이 끝난 후 등장하는 토미의 모습을 보면서

와! 박건형 이 작품 하기 정말 잘했다 혼자 감탄했었다.

(헤드윅을 보면서 헤드윅이 아닌 토미에 감탄한 사람도 흔치 않을거다)

 

이영미 이츠학은 지난번 오만석 헤드윅때보다 노래와 느낌이 훨씬 더 좋았다.

살짝 신비한 느낌도 들었다.

이츠학이라는 극중 인물 때문이 아니라

이영미라는 한 배우가 헤드윅으로 무대에 서는 박건형이라는 또 다른 배우를 서포팅하는 모습이

너무 세심하고 포근해서...

이츠학의 존재가 이런 거였구나 다시 생각했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그런 인물.

그렇다면 이영미는 이츠학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이 날 공연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을 보는 건 역시 힘겹다.

아마도 이제 정말 <헤드윅>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지.

나중에 정성화가 뱃살 두둑한 <헤드윅>으로 분한다면 그때 옛생각하면서 다시 보게 될지도...

참 여러모로 육중하게 앵그리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참...

그림은 영 안 나온다.

그런데 이게 또 그런게...

그림이 안 나오니까 또 그렇게 꼭 됐으면 싶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27. 08:28

<Hedwig>

 

일시 : 2012.08.11 ~ 2012.10.21.

장소 : KT&G 상상아트홀

출연 : 오만석, 박건형 (헤드윅) / 이영미, 안유진 (이츠학)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이준

제작 : CJE & M, 쇼노트

 

내가 다시 <헤드윅>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게 다 순전히 오만석 때문이다.

아무리 <헤드윅>이 내가 열렬히 좋아라하고 미친듯이 사랑하는 넘버로 가득하다지만 마지막 커튼콜 광란의 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느 때부터인지 점점 예매가 망설여지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커튼콜에 광란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두 발로 서있을 뿐인데도 힘겹다.

(이렇게 쓰려니 참 민망하면서 살짝 나이듬의 비애까지 느껴지려고 한다.)

 

7년 전 오만석, 송용진, 김다현, 조승우 캐스팅으로 초연됐을 때

전캐스팅을 한 번씩 다 봤었다.

(그때는 나도 참 팔팔했었는데... 쩝!)

네 명의 헤드윅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오만석 헤드윅.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뭐랄까.

오만석 헤드윅은 테스트를 오래 분석하고 고민한 사람의 흔적이 느껴졌다.

배우로서의 오만석!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연출가들이 좋아하면서도 꺼려하는 1호 배우가 아닐까 싶다.

연출가적인 분석과 시선을 가진 오만석,

게다가 텍스트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실천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참 요리하고 어려운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혼자서도 스스로 요리할 줄 아는 배우이기도 하고...)

 

 

7년 만에 돌아온 오만석 헤드윅!

그로테스크하고 그리고 참 절절하다.

본인은 커튼콜때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라서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더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헤드윅>이란 작품에 대해, "헤드윅"이란 인물에 대해 오만석이 갖는 깊이와 고민이 느껴졌다.

좀 쓸쓸했고 그리고 간절했다.

그렇다면 배우 오만석이 원하는 건 "헤드윅"의 완성이었을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헤드윅>은 만 37세의 한 남자에게 다시 성장소설을 쓰게 한다.

<헤드윅>이란 작품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참 멋지고 당당하다!

<헤드윅>이란 작품도,

오만석이란 배우도.

그가 부르는 "origin of love"는 듣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커튼콜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기꺼이 공연장에 앉아있을 수 있겠노라고.

일종의 신화이자 철학인 "origin of love"

그로테스크한 화장과 몸짓의 헤드윅과 함께

애니메이션 내용이 주는 섬득함의 중첩이 나는 언제나 황홀하게 좋다.

일부러 표정과 행동을 과장되게 움직이는 것도

일종의 메세지임을 오만석의 헤드윅은 잘 표현해준다.

참 묘하다.

혐오스러울만큼 외면하고 싶은 거부감과 함께

몰래 숨겨놓고 혼자서만 독점하고 싶은 깊은 연정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이 여자도 아닌고 남자도 아닌 한 사람이

나를 참 처연하게 한다.

 

오만석 헤드윅은 무디면서도 참 굵직하다.

굵직함으로 섬세함을 표현한다는 말이 모순처럼 느껴지겠지만

그의 헤드윅을 보고 있으면 잔기교로 사람의 혼을 빼놓는 게 아니라

연기력과 감정, 집중력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는 걸 절감한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꽃미남과도 아닌 오만석 헤드윅.

때론 참 투박하고 멋대가리 없어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게 참 오래 간다.

오만석이란 배우는 내게 <헤드윅>을 수묵화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표현이 도대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내가 써놓고도 참 어이없는 비유다.)

오만석이 표현하는 "tommy"는 또 어떻고...

토마토 장면은 본인이 의도만큼 충분히 표현하진 못했지만

그런 부족함이 개인적으론 참 좋게 보였다.

정말 속죄의 투어 같았다고나 할까?

아, 이 사람은 이걸 이겨내기 위해 또 고민하겠구나...

어쩌면 한 편의 성장소설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오만석!

이 사람은 <Hedwig>을 통해

만개(萬開)함으로 만석(萬奭)하려나보다.

이번 시즌을 통해 오만석만의 "Wicked Little town"이 서서히 완성될지도 모르겠다.

참 영리하고 wicked한 배우다.

 

이영미 이츠학!

<헤드윅>의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무방할 배우.

항상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이츠학은 가능하면 이영미로 보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의 이츠학이 제일 좋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드나보다.

예전만큼 성량이 풍부하고 생동감 있진 않지만 그래도 역시 이영미는 이영미다.

그녀가 <헤드윅>에 뿌린 땀방울은 그녀만의 이츠학을 노련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이영미 이츠학에게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헤드윅의 진짜 주인공은 이츠학일지도 모르겠다.

 

헤드윅!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9월 7일 오만석 헤드윅을 처음 만나는 거였다.

그런데 계획보다 좀 일찍 만났다.

그래서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늘 그랬든 고민의 내용은 이렇다.

go냐! stop이냐!

 

* 솔직히 말하면 "헤드윅"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오만석을 보고 싶긴하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9. 23:36
또 다시 헤드윅을 보게 될지 몰랐다.
이제 점점 저질 체력을 넘어서 체력이랄 것도 없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내게
공연 후 스탠딩은 참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2시간동안 앉아 있는 것도 허리가 죽겠다고 통곡하는 마당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봤다.
왜? 표가 생겨서... ^^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송용진, 최재웅에 이은 나의 다섯번째 헤드윅 김재욱.
이츠학은 최우리.
일단 지금까지 헤드윅을 한 배우들은 다들 쟁쟁한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배우 김재욱이 자신의 첫 뮤지컬로 선택한,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헤드윅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긴 했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에서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는 와플을 만들던 김재욱은
오랫동안 밴드를 해왔고 현재도 하고 있는 가수다.
(졸지에 "너는 가수다!" ... 뭐 대략 이런 소개가 되고 말았다)
비쥬얼상으로는 역대 최강의 미모와 기럭지를 소유한 헤드윅 되시겠다.
앵그리 인치 밴드도 예전보다 좀 젊어진 느낌이다.
아마도 김재욱과 함께 음악을 하는 밴드 멤버들이 함께 연주를 하는 모양이다.
앵그리 인치 밴드에게서 홍대스러운 인디밴드의 모습을이 살짝 엿보인다.
(이게 득인지 해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쨌든 어쩐지 낯설다.





조정석, 최재웅, 김동완, 김재욱.
이 멀쩡하게 생긴 그리고 말근육을 자랑하는 남정네들의 befor - after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두발 자율화가 헤드윅에도 강타를 했는지 내내 익숙하게 봐왔던 특유의 헤드윅 가발이 사라졌다.
스타일리시 하다고 표현하기엔 어쩐지 좀 서운하다.
(솔직히 많이 서운하다.)
예전 그 당치도 않던 과장된 가발과 그로테스크한 화장이 주는 의미도 상당했었는데... 
머리 모양과 바뀐 옷을 입은 그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노라니 묻고 싶어진다.
"저... 죄송하지만 우리 헤드윅은 언제쯤에 와요?" 라고...
불법이긴 하지만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된 헤드윅!
그러나 여자라고 하기엔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남성적이었던 몸과 얼굴이 주는 극명한 반전과 불일치가
아마도 나는 더 비극적이고 불쌍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 헤드윅은 너무 세련됐다.
다른 헤드윅은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김재욱 헤드윅은 그 세련됨과 아름다움에 정점을 찍어 주신다.
(그 기다랗고 가늘던 몸매는 숱한 여자들의 감탄과 질타의 원흉 되시겠다!)
아무리 불법 성전환수술로 앵그리 인치가 남은 여자가 됐다 하더라도
트레일러 따위에 결코 버려질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다.
(내 말에 동감하는 사람 많지 않을까?)
암튼, 이쁜 것들은...
언제나 문제다! (^^;;)

 

 

얼마 후면 군대에 입대한다는 김재욱은 첫 뮤지컬 데뷔임에도 불구하고 참 겁없이 잘 하더라.
헤드윅이라는 작품의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대담성에 솔직히 놀랐다.
익숙함과 낯섬의 공존이었다고나 할까?
애드립적인 요소도 과하지 않게 잘 이끌어가고
연기, 딕션, 표정, 액션도 상당히 괜찮았다.
김재욱만의 시니컬하고 도도한 표정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본 헤드윅과는 확실히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헤드윅이었다. 
다만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감정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헤드윅이 아니라 김재욱의 느낌이 강해서...
그런데 몸은 어쩜 그렇게 종이장 몸매일 수가 있고 
다리는 어쩜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길수가 있지?
아무리 모델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기적이어도 너무 매몰차게 이기적이다.
슈가 대디 루터가 아닌 누구라도 김재욱 헤드윅에게 반하고 말겠다.
이쁘고 완벽한 몸매의 김재욱 헤드윅에 대해 굳이 흠을 잡자면,
토미 노시스일 때가 너무 묻힌다는 거!
초연 때 본 4명의 헤드윅은 토미의 모습도 헤드윅의 모습만큼이나 강렬했는데
(최재웅의 토미도 괜찮았고)
이상하게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점 토미라는 존재가 희미해진다.
퍼포먼스적인 것만 눈에 부각되는 것 같아서...


무대에서 처음 본 최우리 이츠학은 미안하지만 좀 많이 어색했다.
(이츠학을 꽤 오랫동안 해온 걸로 알고 있는데 그날만 컨디션이 나빴던 걸까?)
지금까지본 이츠학 중에서 노래도 연기도 제일 약했던 것 같다.
헤드윅에 그 존재감이 완전히 묻혀버렸다고나 할까?
이츠학이 주는 비애와 슬픔, 좌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단지 무대 위에 놓여있는 소품같은 인상마저 들었다.
이츠학의 반전 역시 헤드윅의 반전만큼이나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부분인데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뭐 스토리 자체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 달라진 부분들도 종종 눈에 띈다.
뉴스장면과 불법체류자 장면, 모피 코트 장면 등 몇몇 장면들이 예전보다 훨씬 밋밋해졌다.
뭐 그래도 헤드윅은 헤드윅이다.
좋은 뮤지컬 넘버가 가지는 힘은 역시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게 한다.
공연 후 앵콜송 스탠딩은 힘겨움을 넘어 급기야 공포로 다가오지만
보고 나면 비록 몸치에 박치일지라도 
아직 일어서서 손 올리고 발굴릴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조정석 헤드윅이 무지 궁금하기도 하고...
참, 문제다! 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7. 06:29


지난 달에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페어를 보고
박은태 몰리나와 김승대 발렌틴이 궁금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박은태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기도 했고...
일단 외형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비쥬얼과 싱크로율이 나오겠다 싶었다.
정성화 몰리나는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와 체격때문에
어쩐지 측은하고 안스럽긴 했지만
군데군데 코믹하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었다.
최재웅의 발렌틴은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 사람 다시 <헤드윅>을 한단다. 또 다시 말근육을 드러내는 쫄바지를 입고서...^^)
늘 생각하고 느끼는 거지만 최재웅은 정말 좋은 톤을 가진 배우다.


박은태의 몰리나...
어쩜 그렇게 여자일 수 있을까?
여성적인 게 아니라 박은태는 그대로 여자의 모습이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앉아 있던 모습이며
그 가려린 손끝의 움직임과
새초롬한 얼굴 표정과 말투에 담기는 여성 특유의 뉘앙스...
그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심각하게 그가 게이가 아닐까를 의심했다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에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솔직히 왠만한 여자보다 그의 몸이 드러내는 선은 확실히 곱다.
무대를 채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을 위해 박은태라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져 찡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였는데
이제 정말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몰리나가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승대 발렌틴.
최재웅을 먼저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발렌틴을 완벽히 소화하기엔 그는 여러가지로 어려보인다.
외모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혼자 자꾸 비장해지려 하는게 관객들으리 충분히 끌고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언젠가 배우 김승대에게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면
그의 무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무대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김승대와 박은태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딱히 과장되거나 함부러 하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 속의 주인공을 한 무대 위에서 우연히 보는 것 같은 난감함!
이 정체불명의 난감함때문에 많이 고민되더라.
박은태의 아우라 때문이었나?
무대에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은 계속 박은태 몰리나에게만 고정된다.
발렌틴이 교도소장처럼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발렌틴의 독백으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어쩐지 느슨하게 느껴졌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의 느닷없는 등장이 주는 당혹감이랄까?
암튼 난... 그랬다.



개인적으로 최재웅 발렌틴, 박은태 몰리나 페어가 꽤 궁금하다.
왠지 그림만으로도 싱크로율이 100% 일 것 같아서...
아! 한 가지만 더!
박은태가 몰리나를 조금 더 도도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
고민끝에 일부러 설정한 것 같긴 한데
대사 마지막을 묘하게 올렸다 내리는 톤은 좀 마음에 안든다.
진짜 여자는 그렇게 안한다.
정말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