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0.20 <카시오페아 공주> - 이재익
  2. 2009.06.08 달동네 책거리 49 : <위저드 베이커리>
읽고 끄적 끄적...2010. 10. 20. 05:51
SBS 인기 라디오 "두시 탈출 컬투쇼"의 연출자란다.
소설을 쓴 이재익.
그리고 이 책이 벌써 그의 다섯번째 소설책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고 "질주", "목포는 항구다"의 시나리오 작업도 했단다.
고교시절에는 록 그룹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이기도 했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장르에 대한 벽이 허물어졌어요. 소설가들은 본인이 쓰고 싶은 걸 정해서 쓰잖아요. 시나리오는 일단 계약을 하고 나면 원래 장르가 무엇이었든지와 상관없이 멜로, 호러, 논픽션, 자유자재로 각색이 돼요. 소설을 쓰며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벽들이 허물어지고 나니까 장르에 대한 두려움이나 선호도 사라지더라고요. 이번 소설집에도 판타지, 호러, 멜로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습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에요."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의 글은?
역시나 전방위적이고(?) 우주적이고(??) 다채롭다.




모두 다섯편의 소설을 담았다.
<카시오페아 공주>, <섬집 아기>, <레몬>, <중독자의 키스>, <좋은 사람>
판타지에 호러, 맬로도 있고 적당한 로맨스도 나온다.
금방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내게는 일종의 killing time 소설이었다.
작가 자신도 본인은 문학적인 평가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쓰고 싶은 걸을 쓸 뿐이라고...
어쩌면 꽤나 거창해야만 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전 체하는 마음에 한마디를 해준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소설은 아니다.
단지 손에 잡혀서 읽기 시작했고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은 소설이다.
첵의 뒷표지의 말처럼 몽환적이거나 환상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내겐 오르한 파묵이나 주제 사라마구의 글들이 환상적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익이라는 작가의 전방위적인 상상력은 인정하고 싶다.



일종의 영화 시놉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 시나리오도 다수 썼다니까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감각적인 소재들을 식상하기 않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긴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장면 어디 영화에서 본 것 같다는 데자뷰를 자주 겪게 된다.
어쩌면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소일삼아 설렁설렁 두어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
그렇지만 이 사람의 다른 책은 미안하지만 다시 찾아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만원의 책으로 10만원의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는데
솔직히 나는 본전치기도 못한 것 같아서...
돈주고 산 책으면 좀 억울했을 같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8. 06:00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오늘은 질문으로 시작해볼까요?

당신에겐 세상 모든 아니 특정한 몇 명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완벽한 혹은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데로 쓸만한 은신처가 있나요?

없다면, 이런 상황이 온다면 당신은 어디로 뛰어가 숨어야 할까요?

또 다른 질문 하나!

다음과 같은 빵을 판매하는 제과점이 있습니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 : 반드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세요. 평균 2시간 동안 뇌신경세포를 교란시켜 그가 무슨 일을 해도 실수를 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포만 상태라면 괄약근을 조절하지 못하고 옷에 실례를 할 수도 있답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구역질을 일으킬 것입니다.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세요. 100% 화해합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마음보다 어쩔 수 없이 사과한다는 마음이 앞서면 효력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도플갱어 피낭씨에 : 주문에 따라 이걸 먹고 잠들면 다음 날 내가 가기 싫었던 학교나 회사에 또 하나의 내가 대신 가줍니다. 맘 편히 집에 있거나 땡땡이를 치세요. 단 정말로 도플갱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보면 절대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둘을 동시에 발견하거나 둘의 눈이 마주치면 둘 중 하나가 영원히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겠어요?

체인 월넛 프레첼 :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먹이세요. 체질에 따라 유효 시간이 다르지만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끌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사용함으로써 맺어진 인연은 함부로 끊을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하시고, 상대가 정말로 자기에게 맞는 사람인지 진지하게 고민한 다음 선택해주세요. 한번 묶인 사슬을 억지로 끊으려 하다가는 그것이 자신의 목을 감아 죄어버린다는 걸 잊지 마세요.

노 땡큐 샤브레 쇼꼴라 : 정말로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 받았다면? 이걸 대답으로 주세요. 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

마지팬 부두인형 : 싫어하는 사람에게 저주를 부릴 수 있는 인형. (단, 그 사람의 신체 일부를 확보해서 부두인형 안에 넣어야 함)


이것 말고도 많은 제품(?)이 있지만 혹시 구미가 당기는 게 있나요?

더 정직하게 말하면 이 제품 중 하나를 꼭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전 개인적으로 ③번 “도플갱어 피낭씨에”가 상당히 탐이 납니다...)


혹시 작년에 출판됐던 우리의 완소남 <완득이>를 기억하십니까?

제1회 창비소년문학상 수상작이었죠.

오늘 소개하는 <위저드 베이커리>란 이 수상한 제과점이 제2회 창비소년문학상 수상작 되시겠습니다.

제 정신수준이 딱 청소년 수준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두 책 모두 다 재미있습니다.

그렇지만 재미 하나만으로 이야기하기엔 무지 많이 섭섭한 책이죠.

작가 구병모(여자랍니다... 그것도 정유경이라는 상당히 여성스런 이름을 가진...)는 이 책을 보고 “나쁜 성장소설”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 뜻을 그런데로 공감합니다.

이 책은....

<헤리포터 시리즈>와 <헨델과 그레텔>, 그리고 <파랑새>가 잘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뭐 짜깁기 그런 건 아니구요, 독창적이면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죠. 그래서 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16살 소년이 있습니다.

6살 때 친어머니로부터 청량리역에 버려진 기억이 있는 소년은 새어머니(배선생)가 데려온 여동생 무희에게 지목을 당합니다.

자신을 성추행한 사람이 오빠라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 몰린 소년이 쫒아오는 배선생을 피해 도망친 곳이 이 수상한 제과점 “위저드 베이커리”의 깊고 큰 오븐 안입니다.

그런데 이 베이커리, 어쩐지 좀 수상하네요.

24시간 영업을 하는 “똘기” 충만한 주인 제빵사는 소년에게 빵에 넣은 이상한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급기야 낮에는 종업원이었다가 밤이 되면 파랑새로 돌아오는 정체불명의 소녀까지...

한마디로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의 세계죠.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 황당해지는 건,

이걸 그대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심지어 읽을수록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게 현실이라는 걸 정말 아니까요, 현실 속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분명하니까요.


오븐 속에 숨어 있던 소년은 자신의 시간을 통과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는 오븐 속을 나와 집으로 향하죠.

배선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자신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부두인형과 점장이 준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들고서요.

늘 그렇듯 아무도 반겨주지 않은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목격하게 됩니다.

동생 무희를 성추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말 부분은 예전에 개그맨 이휘재가 나와서 “그래 결정했어!”를 외치며 두 가지 다른 선택의 결과를 보여줬던 <인생극장> 같아 맘에 살짝 안 들긴 하지만 그 결말 또한 작가의 의도였다고 하네요.

“타임 리와인더”를 먹었을 경우와, 안 먹었을 경우.


“타임 리와인더!”

그 과자를 먹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갔을 때,

어쩌면 똑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다시 똑같은 결정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억이 함께 리와인더 되는 것은 아니기에...)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처음인 것 같은데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면,

그런 데자뷰 현상을 지금 느끼고 있다면,

어쩌면 당신도 “타임 리와인더”의 복용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작가는 현실은 결코 판타지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런 미스터리 코믹 호러 판타지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는 게 힘들어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다 해도 지금을 살아내야 하는 게 삶이라고요.

“단절”을 꿈꾼다면 자신의 삶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 역시 힘들어 질 수 있기에 피하고 싶은 순간조차도 최선을 대해 살라는 뜻이겠죠.

자신의 현실을 “판타지”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요.

혹 모르죠.

자신만의 확실한 오븐이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지도요.

그런데 좀 걱정스러운 건,

그 안에 너무 오래 있으면 정상적인 삶 또한 불가능하겠죠?

그리고 너무 노릇노릇 구워질지도요.... ^^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으면서 옛날에 읽었던 책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청춘을 완벽히 소유하기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흘러야 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