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28. 08:17

<The Woman in Black>

일시 : 2013.06.26. ~ 2013.09.22.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수전 힐(Susan Hill)

각색 : 스티븐 말라트렛 (Stephen Mallatratt)

윤색, 연출 : 이현규

출연 : 김의성, 홍성덕 (아서 킵스) / 김경민, 김보강 (배우)

제작 : 파파프로덕션

 

파파프로덕션의 여름 레파토리 <우먼인블랙>

2007년 초연 이후 5번째 재공연이다.

2011년 홍성덕 아서 킵스, 박호산 배우 캐스팅으로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봤었으니까 개인적으론 2년 만의 재관람이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개봉됐느데 헤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아서 킵스로 나왔었고 흥행엔 실패했던 걸로 기억한다.

(헤리포터가 평생의 족쇄가 되버린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배우로선 참 안타깝다.)

이 작품의 특징은,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고조되는 묘한 뉘앙스(?)에 있다.

그건 공포일수도, 급작스런 소리와 움직임이 주는 놀람일수도 있다.

자신의 고통스런 과거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 아서 킵스.

그리고 아서 킵스의 의뢰로 젊은 시절의 그가 되어 무대 위에서 아서 킵스의 과거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한 명의 배우.

트라우마를 벗어나고픈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공포가 필요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2011년 홍성덕과 박호산의 연기가 각인되버렸나보다.

첫인상이란 건,

이렇게 무섭도록 집요하고 확고하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선별한 캐스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람은 사실 좀 피로했다.

뉘앙스가 아니라 노골적인 들이댐이 느껴져서...

2012년에 이어 두번째로 배우역을 한 김경민의 고성방가에 가까운 소리는 귀를 자극적으로 아프게 했다.

(맨 앞 줄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까?)

이해시키고 몰입하게 도와주는 게 아니라 시종일관 아서 킵스와 관객을 다그친다.

이해하라고, 잘하라고...

앉아있는 나까지지도 왠지 주눅이 든다.

게다가 김경민의 열의에 가득찬 소리때문에

작품에서 실제로 드러나고 부각되어야 할 소리들이 오히려 기를 못 편다.

(의자가 삐걱이는 소리, 커다란 상자가 닫히는 소리, 바람 소리, 문소리, 휫바람 소리...) 

이 작품에서 소리는 효과음이 아니라 하나의 배역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데 다 소멸시킬 기세다.

아무래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은 아서 킵스가 아닌 김경민인 것 같다.

오히려 아서 킵스 김의성은 아주 고요하고 노멀하다.

때때로 방관자의 시선이 감지될만큼...

그래도 김의성은 표현은 나쁘지 않았다.

대충 꼽아보니 김의성 아서 킵스가 표현한 인물이 대략 6명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상황이 변할때마다 순간적으로 변하는 눈빛이나 절박한 표정들은 참 좋았다.

김의성이라는 배우의 내공이 충분히 느껴질만큼.

배우 역의 김경민은 액팅도 너무 과하게 표현해서 긴장감과 공포감이 들어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김경민을 보면서 2011년 박호산의 연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새삼 감탄하게 됐다.

(박호산의 대사톤과 분위기, 작품을 이끄는 뉘앙스들... 정말 좋았다.)

아이의 방에 걸려 있는 초상화가 달라진 건 정말  많이 아쉽다.

처음 봤을 때 마치 사람이 앉아있는 것 같아서 섬득했었는데

지금은 작은 액자에 얼굴만 그려져 있어 왠지 밋밋한 느낌이다.

초상화 전체 톤도 너무 밝고...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의외의 공포성을 남겨줘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공연에서는 그게 많이 부족했다.

아서 킵스를 연기한 배우가 극 속에서 제닛 험프리를 봤으니

그의 아내와 딸도 죽게 될거라는 공포를 관객이 알아채야 했는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관객을 향한 암묵적인 질문도 던져주지 못했다.

"왜이래? 당신들 모두도 제닛 험프리를 봤쟎아?"

이게 모두 공감돼야 마지막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제대로 살 수 있는 거였는데...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관람이었다.

어쩌면 내가 이 작품은 두 번째 봐서 그런 건지도...

이미 알고 있는 건 더 이상 공포가 될 수 없을테니까.

그래도 워낙에 연극적인 요소가 탄탄한 작품이라

처음 보는 관객들은 아마도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을거다.

내가 처음에 그랬던것 처럼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8. 24. 06:06

 


연극 <우먼 인 블랙>
원  작: 수잔 힐
연  출: 이현규
기  간: 2011.07.09 ~ 2011.09.10
장  소: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출  연: 홍성덕, 이동수, 박정환(박호산)


요즘은 연극을 좀 챙겨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닥 보고싶은 뮤지컬이 없기도 하지만 연극을 보는 재미는 확실히 뮤지컬의 그것과는 다른다.
그리고 솔직히 요즘 공연되는 뮤지컬들이 점점 가벼운 쪽으로 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안타깝다.
초연 이후에 다시 공연되는 작품도 조금씩 코믹한 부분들을 부각시키는 것 같고......
그게 붐이고 그래야 소위 장사가 되기 때문이겠지만 첫기억이 좋아 다시 찾았는데 의아스러울만큼 코믹해져서 놀란 경험이 많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뮤지컬 가격은 솔직히 정말 무섭다.
준비 안 된 아이돌이 질려대는 정체불명의 딕션과 괴성은 거의 불쾌한 공해 수준이고...

연극의 매력은...
배우의 몰입, 그리고 관객과 배우의 몰입이 일치할 때 생기는 집중력에 있는 것 같다.
그게 딱 맞아 떨어졌을 땐 정말 극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연극이 그랬다.
<우먼 인 블랙>
198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 입성한 후
현제까지 22년째 쉬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이란다.
게다가 얼마전엔 해리포터 "다니엘 레드클리브" 주연으로 영화도 촬영됐다.
우리나라엔 2012년 개봉예정이란다. 
궁금하긴 하다.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이 공포물로 벗어버리고 성인연기자가 될 수 있을지...
 



박호산으로 이름을 개명한(아직 공식적인 건 아니라지만...) 박정환과 이동수가 배우 역으로
2004년 초연때부터 변호사 '아서 킵스' 역을 맡았던 홍성덕 배우와 함께 출연한다.
이 날 캐스팅은 박정환과 홍성덕.
두 사람의 호흡은 완벽하고 절묘했다.
개인적으로 배우 홍성덕의 무대를 처음 봤는데 대단하다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멋졌다.
손가락으로 꼽아보니 스파이더라는 강아지까지 혼자서 8가지 배역을 하더라.
게다가 그 배역들은 하나같이 다 명확한 특징과 성격을 가진다.
극중극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더라도,
배우 홍성덕의 모습은 대단했다.

무대 위에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서 있는 아서 킵스.
그는 평온을 얻고 싶었다.
자신이 겪었던, 차마 말로 할 수 없던 끔찍한 경험에서 이제 자유롭고 싶어서...
그는 한 명의 배우를 고용한다.
자신의 과거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 앞에서
그는 당시 만났던 사람들, 상황들을 상대편 입장에서 연기하면서 과거의 시간 속으로 걸어간다.
어색해하는 아서 킵스를 향해 배우는 말한다.

"믿어야 보이고 보여야 느낄 수 있다"


배우 역의 박정환(박호산)!
늘 느끼는거지만 참 묘한 배우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기를 아주 미칠 듯이 잘하는 것도 아닌데
확실히 사람을 집중시키는 포커싱이 있다.
아마도 그건 그 배우가 보여주는 시선과 손끝, 발끝의 섬세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짧은 단(短)의 순간에서 느껴지는 단(亶)은
보는 사람이 모든 것들을 등지고 오로지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일부러 제일 앞자리를 선택한다.
그가 보는 시선의 끝을, 그가 가리키는 방향의 끝을 굳이 꼭 목격하고 싶어서...
비음이 약간 있는 그의 목소리는,
답답한듯 아득하기도 하지만 뭔가 은밀한 비밀을 곧 말해줄 것 같은 폭로의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장난스럽기도 하고, 때론 과도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의 단발마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특징은 정확히 이 작품과 맞아떨어졌다.
이 날도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그의 모습을 보면서
셈이 날 만큼 질투가 났다.
잘 하는 것과, 잘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그는 잘 하는 배우다.
그리고 잘 한다는 의미는 매 작품마다 다른 느낌으로 나타난다.
친근함과 신비감을 묘하게 뒤섞어서 함께 쥐고 있는 배우인 것 같다.
(솔직히 그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겟다.)

작품은,
스토리가 무섭다기 보다는
극의 흐름, 분위기, 그리고 소리가 주는 공포가 더 크다.
이인극이 주는 집중력과 배우들의 연극적 재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90여 분의 시간은 아주 순식간에 지나간다.
무대 셋트와 효과음도 괜찮고 조명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봐도 후회되지 않을 작품 ^^

* 사족이긴 한데...
  홍보 사진은 공포스릴러라기 보다는 코믹에 가까워 놀랐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이게 내겐 또 하나의 공포였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