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6. 8. 08:27

 

<Rocky Horror Show>

 

일시 : 2017.05.26. ~ 2017.08.06.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작사, 작곡 : 리차드 오브라이언 (Richard O'Brien)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김성수

출연 : 마이클리, 송용진,  조형균 (프랑큰 피터 Dr) / 박영수, 백형훈, 고은성 (브래드 메이저스)

        최수진, 김다혜, 이지수 (자넷 와이즈) / 김영주, 서문탁, 리사 (마젠타) / 김찬호, 고훈정 (리프라프)

        전예지(콜롬비아), 지혜근(에디/스캇), 조남희(나레이터), 최관희(로키 호러) 외

제작 : R&Dworks 

 

솔직히 말하면,

나는 SF 판타지도, 섹슈얼한 B급 정서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이 작품도 마이클리를 비롯한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굳이 챙겨보지 않았을것 같다.

 

보고 난 느낌은,

재미있다.

배우들 연기 누구 한 사람 나무랄데 없이 다 좋다.

특히 자넷역의 최수진은 그야말로 재발견이다.

그저 소녀시대 수영이 동생이라 그 후광효과에 얹혀가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나 참 못됐다..)

너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

노래도 동생 수영보다 훨씬 잘하고...

브래드 고은성과의 오버 쩌는 연기도 너무 재미있더라.

오버가 과하면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 둘의 합은 시종일관 즐거웠다. 

표정 연기도 good!

 

마이클리는 표정과 연기는 다 좋은데

아무래도 한국어 발음이...

특히 1막 첫곡은 가사가 거의 안들려서 도대체 저게 뭔소린가 했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서 당췌....)

<프리실라> 때도 느낀건데

한국어 특유의 뉘앙스와 단어로 재미를 살려야 하는 작품은 아직까진 무리인 것 같다.

본인도 그걸 너무 잘 아니까 더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애쓰는데

그게 어떤 면에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작품 속 인물에 재미있어 하는게 아니라 작품 속 배우가 발음때문에 우수워지는 느낌이랄까!

"마이클리 활용의 옳지 않은 예"라 하겠다. 

갑자기 <나폴레옹>도 은근히 걱정된다.

 

배우들 연기도 너무 좋고,

음악은 아주 좋고,

김성수 음악감독의 오케 역시 너무나 좋은데

취향이라는걸 무시 할 수 없는지 또 보게 되진 않을것 같다.

(실제로 마이클리로 예약한 회차가 하나 있었는데 취소했다.)

혹시라도 다시 보게되면 Dr 피터는 다른 캐스팅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9. 07:55


<아가사>

일시 : 2015.02.11. ~ 2015.05.10.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작가 : 한지안

작곡 : 허수현

안무, 예술감독 : 우현영

연출 : 김지호

출연 : 최정원, 이혜경 (아가사) / 강필석, 김재범, 윤형렬 (로이)

       박한근, 정원영, 주종혁, 려욱 (레이몬드) 

       김형균, 황성현 (아치발드) / 박준후, 안두호 (폴)

       이선근, 박종원 (뉴먼) / 주정화, 한세라 (베스)

       소정화, 박서하 (낸시) / 윤경호, 정승준 (에릭 헤리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캔들미디어

 

소극장 초연때 나쁘지 않게 봤던 작품이라 작품의 규모가 커지면 엉성했던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작품을 대폭 수정하면서까지 대극장용으로 만들걸 보면 

이 작품에 무한한 애정과 믿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 일단은 그걸 믿어보기로 했다.

게다가 캐스팅의 귀재인 김수로가 이번에도 역시나 환상의 캐스팅을 공개했다.

작품이 잘 나왔다면 세 명의 로이를 다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일단 첫 관람은 가장 궁금했고, 가장 잘 어울릴거라 생각된 강필석으로 선택했다.

다른 캐스팅은 크게 문제되는게 없긴 했는데

개인적으론 아가사를 선택하는게 가장 난관이었다.

이혜경, 최정원 두 배우 전부 내 취향의 배우가 아니라 고민이 오래 됐는데

처음 선택을 뒤집고 최정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결론은...

작품 자체도, 배우들이 전부 괜찮았다.

(심지어 나랑 정말 안맞는 최정원 배우까지도...)

개인적으론 초연때보다 훨씬 더 빠져들어서 봤던것 같다.

초연땐 좀 늘어지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야기가 많이 정리됐고

개연성과 흐름도 더 긴밀해졌다.

로이의 미스터리함이 초연보다 약해지긴 했지만

로이가 좀 더 현실쪽으로 나와주니 "로이=아가사"의 등식은 훨씬 자연스럽더라.

초연때는 로이의 의상이 붉은색이었는데

이번에는 아가사의 의상이 붉은색으로 바뀌었고 

전체적으로 초연에 비해 "로이"에 변화가 많아졌다.

비중은 초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임펙트는 훨씬 강렬해졌다.

그리고 그걸 강필석이라는 배우가 너무 잘 표현했다.

대사톤과 타이밍, 표정도 정말 절묘하더라.
이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배우가 강필석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쓰릴미>에 이어 강필석 배우의 포텐과 매력이 "로이"라는 역할에서 또 다시 터져줬다.

늘 본인의 능력과 역량보다 덜 평가받는 배우라고 생각돼서 안스러웠는데

이제 그만 안심해도 되겠다.

강필석 배우의 "라비린토스" 비밀이 풀려 이제 제대로 전성기가 시작될 것 같다.

정말, 정말, 정말 매력적인 "로이"였고,

그보다 더 매력적이고 강렬한 강필석이었다.

아리아드네의 붉은 실로 라비린토스를 빠져나온 영웅 테세우스.

배우 강필석이 바로 그 테세우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2. 08:51

<인당수 사랑가>

일시 : 2013.09.07. ~ 2013.11.03.

장소 :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작사 : 박새봄

작곡 : 김아람, 김준범

음악감독 : 신은경

연출 : 최성신

출연 : 임강희, 유리아 (춘향) / 박정표, 이창용, 전성우 (몽룡)

        이석준, 고영빈 (변학도) / 안치욱, 이상은 (심봉사)

        서정금, 정상희 (도창) / 이동재 (방자), 박경옥 (뺑덕)

        최명경, 김광만, 김하나, 이종원

 

예전에 이 작품이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두 번 정도 관람을 했었다.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에 여러 형태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그것도 썩 성공적으로 시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다.

<춘향전>과 <심청전>을 섞는다?

코믹한 마당놀이를 보게 될거라고 생각했더랬는데...

자그마한 극장에서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사랑가"와 "쑥대머리"가 나오니 눈과 귀가 동시에 번쩍했었다.

이야기 구성도 너무나 참신했고

젊은 배우들의 패기와 정성 가득한 연기도 인상깊었고

상식을 뒤짚는 변학도의 캐릭터 반전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방자 이동재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도창 정상희의 구수한 소리도 신선하고 흥겨웠다.

이런 멋진 파격과 도전이라면 우리 고전도 경쟁력이 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재미와 감동, 친근함과 새로움을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질 배치시켜 만든 작품이었다.

내 기억에 이 작품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출신이 주축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

졸업작품이었다는 말도 있고...

"한예종" 출신들이 이렇게 사고를 칠 때마다(?) 나는 아주 흐뭇하고 반갑다.

(그런데 요즘 "한예종"이 너무 조용하다.... 크게 사고 한 번 쳐줬으면 싶은데...) 

 

6년이 훌쩍 지나 다시 보게 된 <인당수 사랑가>는

역시나 참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품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해서

그 좋은 작품이 오히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리리 예전처럼 소박하지만 내실있는 작품으로 남아

소극장에서 롱런하는 작품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좋은 작품이 너무 큰 공연장을 만나 객석의 일부도 온전히 채우고 못하는 걸 목격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무대도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너무 휑하니 텅 비어 불필요한 공명만 더 생겼다.

오케스트까지 추가돼서 음악이 확실히 풍성해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극장에서 도창과 고수 한 명으로 공연됐을 때가 훨씬 좋았다.

그래도 초연때부터 <인당수 사랑가>를 지켜온 방자 이동재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득템이다.

이동재처럼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가진 배우의 무대를 보는 건 언제가 큰 기쁨이다.

 

관람하면서 눈에 담겼던 배우는 춘향역의 유리아와 변학도의 이석준.

<두 도시 이야기> 초연때 눈여겨 봤던 유리아가 재연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이 작품을 준비하느라 그랬나보다.

임강희가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를 하느라 유리아의 회차가 많아졌는데

자기관리를 성실히 했다는 게 무대 위에서 그대로 보여졌다.

아마도 이 작품을 끝내고나면 뮤지컬 배우로서 유리아의 입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노래도 연기도 목소리 톤도 참 좋았다.

그리고 변학도 이석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꽉꽉 채워지는 이석준은 항상 묘한 "끌림"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배역 속에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석준만은 예외다.

그가 만들어 내는 배역은 확실히 "이석준"만의 느낌이 있다.

이 작품 속에서도 휑한 공연장이 민망할 만큼 그의 연기는 좋았다.

독보적이만 결코 함부로 튀지 않으면서 작품 속에 풀어지는 이석준의 연기가 나는 참 좋다.

이석준은 분명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멋진 배우가 될 것 같다.

꽉꽉 차 있으면서 느긋한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배우.

그래서 나는 지금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중년을 훌쩍 넘긴 이석준의 모습이 아주 궁금하다.

무대 배우의 복지와 향후에 대해 그만큼 고민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책임감이라는게 무대 위에 있을 때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석준이 항상 상기시킨다.

나는 그의 확신이 공연계의 화두가 될 날이 꼭 올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배우 이석준이 지금처럼 굳세고 곧은 청춘이길 바라고 또 바란다!)

 

영화배우 조성하를 닮은 멀티맨 최명경의 연기도 아주 맛깔스러웠고

심봉사 이상은의 감쪽같은 연기도 감탄스러웠다.

도창 정상희는 이 작품을 워낙 오래해서 그런지 제대로 한판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몽룡 전성우가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는데

문제는 공연장이 너무 컸다는 거!

일요일 저녁 텅 빈 객석을 보면서 참 쓸쓸했다.

이 작품, 정말 정말 좋은 작품인데...

혹시 다시 예전처럼 소극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아니면 최소한 동숭아트홀이나 연강홀 정도의 규모라도.) 

굳이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공간을 채우는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정말 좋겠고!

이 좋은 작품이, 이 좋은 배우들이 텅 빈 객석때문에

찬서리를 맞고 있는 것 같아 자꾸 걱정된다.

정말 좋은 작품인데...

정말 좋은 배우들인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