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3. 09:10

 

<남자충동>

 

일시 : 2017.02.16. ~ 2017.03.26.

장소 : 대학로 TOM 1관

극작, 연출 : 조광화 

무대 : 손호성

출연 : 류승범, 박해수 (장정) / 손병호, 김뢰하 (아버지) / 황정민, 황영희 (어머니) / 송상은, 박도연 (달래)

        전역산(유정), 문장원(단단), 이현균, 백승광, 정승준, 박광선, 류영욱, 고유안

제작 : 프로스랩

 

조광화 연출이 연출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연극을 올린대서 살짝 기대했다.

혹시라도 <됴화만발>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와는 다르지만 <남자충도.과 <미친키스>도 나쁘지 않다.

세 작품 다 내가 못 본 연극이니까...

개인적으로 조광화는 뮤지컬보다 연극을 연출할 때 그 진가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게다가 뮤즈(?) 박해수와 만나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그래서 이 연극도 류승범이 아닌 박해수를 선택하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역시나 옳았다.

무대에서 펄펄 나는 박해수를 보는건 언제나 즐겁다.

박햬수의 장점은,

펄펄 날지만 절대로 과장하지 않는다는거다.

게다가 진중함과 버텨내면서 평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작품에서도,

조직폭력배에 불과한 장정에게 끝없이 동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어느 면에서는 인과응보가 아닌 처절한 비극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처절한 비극이긴 하다)

 

박해수, 김뢰하, 황영희.

이 연기의 신들 때문에 2시간이라는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울랄라시스터즈"의 막내 박광선의 연기에도 깜짝 놀랐고

전역산, 문장원의 연기에도 찬사를 보낸다.

사실 이런 말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게,

무대 위 열 두 명 배우 모두가 다 그 역할의 연기신이더라.

관객 입장에선 정말 오랫만에 볼 맛 제대로 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류승범 장정은 박해수 장정과 얼마나 다를지 슬슬 궁금해온다.

지금보다 더 커지면 직접 확인해보는 걸로! ^^

일단은 자중~~!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2. 28. 20:06
요즘 경기도 예술을 총괄하느라 한창 바쁜 조재현이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열전 <민들레 바람되어>로...
이러다 제 2의 유인촌이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바쁜 그의 일정 속에서 무대 위로 복귀가 나는 너무나 반갑고 즐거웠다.
(어찌됐든 배우 조재현의 연기도 뛰어나지만 기획자 조재현의 모습도 확실히 탁월하다.
 연극열전을 이렇게 자리잡아 놓은 것 보면 대단하단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꽤 오래전에 예매했었고
그리고 기대를 많이 했던 연극열전 작품.
조재현에게 "연극열전"이란 몸의 일부같은 존재가 아닐까?
영영 떠나버렸나 생각했는데 반가웠고 그리고 대학로 무대에서 연출가나 기획자가 아닌
배우로서 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노라 고백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죽은 아내의 무덤에 찾아가 그녀가 살아있을 때처럼 대화를 나눈다는 거...
왜냐하면 나도 가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니까.
마음 안에 오래 담겨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해 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이 이미 세상에 있는 사람이든, 혹은 없는 사람이든
아직 이야기할 수 있다면 상대편은 기꺼이 살아 있는 존재다 될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애뜻한 마음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연극...
그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아내에게 비밀이 있듯 내게도 밀봉된 비밀이 있는지도...
"이 세상 모든 부부들에게 바치는 가슴 뜨거운 러브 스토리"
개인적으로 이 문구는 참 맘에 안 든다.
이 연극이 러브스토리었던가?
오히려 이 연극은 비밀과 밝혀짐, 파헤침의 연극이 아닐까?


        남편 : 조재현           아내 : 김성미                  노부부 : 이한위, 황영희

아내는 그대로인데.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 이야기를 하는 남편은 시나브로 나이를 먹는다.
30대, 40대, 50대, 그리고 초라하고 누추한 노년이 되어버린 남편.
살아서는 한 번도 꽃을 사오지 않았던 남편은
아내의 무덤에 꽃을 들고 찾아와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떼를 쓰고 어거지를 부리고,
때로는 불평과 부당함에 대해 하소연을 하고
때로는 분노와 화를 폭발한다.
아내는 묵묵했던가?
아니면 열심히 자기방어를 하듯 그에게 이야기했던가?
둘의 대화는 때로는 앞 뒤가 맞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 꼭 민들레 같다.
꽃이기도 하고, 나풀거리는 홀씨이기도 한 그런 민들레.
바람이 불면 홀씨는 흩어진다.
처음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꽃이었던 모습이 지워진 것도 이미 오래다.
부부는, 아니 사람은...
자꾸 가벼워져야 하는 걸까?
그래서 아내의 무덤이 민들레가 지랄맞게 지천인 곳이여야 했는지도...


  
“오늘 우리 결혼사진을 봤다.
 당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나는 없더라.
 나는 없고 나였던 사람만 있더라.
 나는 이렇게 늙었는데… 당신이 과연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꼭 누군가를 먼저 보내지 않았더라도
살면서 이런 느낌 참 많이 받는다.
그럴 땐 세상 누구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
이 연극을 보면서 뜬금없이 나는 나 자신을 봤고 느꼈다.
배우 조재현은,
참 잘 어울리더라.
아마도 그를 위한 연극이 아니었을지...
아내 역이 좀 어색하고 인위적이긴 했지만
조재현 덕분이 붕 뜨지 않고 그나마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성미의 변사스러운 대사톤은 신파를 떠올리게 한다. 
"여보! 나 예뻤어~~~"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저 여자 지금 미쳤나 싶기도 했다.
내 생각엔 귀신이 오히려 더 차분하고 평온할 것 같은데
김성미가 표현한 아내는 코믹함마저 느껴져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였나?
남편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대사가 별로 충격적이지 않더라...



노부부 역의 이한위, 황영희는 정말 좋았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임산부로 나왔던 황영희를...)
두 사람의 타이밍과 대사의 호흡은 맛깔스럽고 일품이다.
왜 이한위를 명품조연이라고 표현하는지 연극 무대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하긴 내가 별로 TV는 보지 않아서 TV를 통해 느끼기는 어렵긴 했겠다 ^^)
요즘 TV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배우 정보석이
남편 안중기역에 더블 캐스팅되어 조재현과 함께 공연중이다.
덕분에 아주머니들의 폭발적인 관람이 이어지고 있단다.
(내가 본 날도 게모임에서 단체로 나오신 듯한 분들 많더라...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 아주 보기 좋다.)
3월부터는 이광기까지 가세해 공연장을 옮겨 오픈런으로 공연될 예정이란다.
솔직히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은 이 연극을 올리기에는 좀 넓긴 하다.
조금 작은 곳에서 더 애뜻하고 차분하게 공연되길 기도해본다.
연극열전의 좋은 레퍼토리니까...
"이지아" 가 부인으로 컴백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다.
한번 기다려볼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