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0. 18. 05:46
오랫만에 경영 관련 책을 읽다.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미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와 함게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교세라, 다이니덴덴을 설립해서 10여 년 만에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발전시켰고
지금은 JAL 회장으로 취임해 또 다시 놀라운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아나모리 가즈오는 회계를 모르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회계관련 업무를 경리부나 회계사에게 맞기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 스스로 완벽하게 회계를 알고 있어야
투명 경영, 공정 경영이 가증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말하는 경영을 위한 회계학의 일곱 가지 원칙은 이렇다.
1. 현금 베이스 경영의 원칙
2. 일대일 대응의 원칙
3. 근육질 경영의 원칙
4. 완벽주의의 원칙
5. 이중 체크의 원칙
6. 채산성 향상의 원칙
7. 투명경영의 원칙
이 경영 원칙이 그가 하는 사업마다 성공을 이끌었다고 한다.
거기에 이나모리 가즈오의 12개 경영 항목도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사업 목적과 의의를 명확히 한다.
2.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
3. 큰 소원을 가슴에 품는다.
4.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근면정신
5. 매출은 최대한으로 늘리고 경비는 최소한으로 줄인다,33
6.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다.
7. 경영은 강한 의지로 결정된다.
8. 경영은 불타는 투혼이다.
9. 어떠한 일에도 두려움 없이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임한다.
10. 모든 일에 창조적인 생각으로 일한다.
11. 상대를 비려하는 마음
12. 항상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꿈을 간직하고 희망을 갈구하는 솔직한 마음.



따지고 보면 크게 어렵지도 않은 일이고 기초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왜 그렇게 어려운지...
개인적으로는 "일대일 대응의 원칙"이 가장 눈에 띈다.
투명 경영이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공개하는 기업이 많긴 하지만
자산과 비용을 명확하게 일대일로 매칭해서 공개한댜는 게 과연 가능할까 늘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대부분의 일반 직원들이 회사의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알기에는 불가능하다.
마치 불문율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여 주제넘는 관심이라고 매도될 수도 있기에...
또 빚이 얼마가 있는지 완벽하게 공개하는 것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도한 설비투자나,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묻혀 있는 재고 부분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지출이나 채무 부분까지도 주먹구구식으로 자산 처리를 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우리 회사는 이렇게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들어가면 그 모든 성장이 비용 지출이나 빚, 재고로 가득한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경영, 경제라는 게 어렵도 난해해져버리게 되고
점점 일반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성역처럼 되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 자체는 투명한 회계로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이룬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쓰여져 있다.
그러나 쉽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 현실에서는 바라보는 기업의 회계는 막막하고 어렵다.
경영, 경제는 언제나 그렇듯 어쩔 수 없이 어렵다.
거기에 회계까지 이해해야 한다니...
(그런데 반드시 회계를 이해해야만 한다)
가끔은 정말 잘 알고 싶은데 알아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막막하다.
이 책도 내게 그런 스무고개를 넘는 느낌이다.
어쩔 수 없다.
이해가 부족한 건 순전히 내 개인적은 무능 탓이다.
그래서 지금 살짝 좌절 모드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12. 05:47
내가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정도는?
보통 - 조금 - 많이 - 무지 많이 ^^
이 독톡한 글쓰기 작가를 몰랐다면 무척이나 서운하지 않았을까 싶다.
"알랭 드 보통-정영목"의 조합은 묘한 흥분감과 짜릿함을 안긴다.
알앵 드 보통의 글들을 정영목이 아닌 다른 번역가에 의한 책으로 읽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그를 좋아하게 됐을까?
극도록 지적이며 탐미주의적인 완벽한 조합



현대 사회의 일에 대한 에세이.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그가 쓴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독특함이 너무 신선해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가 쓴 에세이들은 소설보다 그 풍미가 훨씬 더 놀랍다.
<행복의 건축> <여행의 기술>, <동물원에 가기>에 이어
이 책 <일의 기쁨과 슬픔>까지...
처음엔 그가 무지 나이 많은 작가일거라 생각했었는데
고작 1969년 생이란다.
그의 재능과 박학다식함이 부럽다.
훔치고 싶은 재능.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불가능한 범죄를 꿈꾸게 된다.
지독하게 매력적인 나쁜 사람... ^^



이런 제목을 가지고 글을 쓸 엄두를 누가 낼까?
전문적으로 쓰면 독자를 외면하고 지식 자량만 했다고 비난받을 테고
소개하듯 대강의 것들을 쓰면 새롭지 않다고 비난받기에 딱 좋은 재료들.
도저히 대중화된 소재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의 향연.
10개의 글들 전부의 맛과 향이 독특하고 유별나다.
사랑에만 기쁨과 슬픔이 있는 게 아니라
일에도 분명 기쁨과 슬픔이 있다는 거...
찬찬히 오래 돌아보며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다.
나는 내 일에 대해 어떤 의미와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내 일에 대한 고백서 같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바람도.
어렵겠지만...



읽고 난 후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는 내게
번역가 정영목의 글의 눈에 들어온다.

알랭 드 보통은 타의에 의해 관찰자가 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관찰자의 자리에 서게 된 경우다. 그가 스스로 그런 자리를 택하고 또 그 자리의 이점을 충실히 살려나가는 점도 훌륭하지만, 그의 장점은 일을 원경으로 포착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자재로 줌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도 초점을 놓치지 않는 것처럼, 원경, 중경, 근경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입체감을 살려가면서 일을 명상한다는 것이 그의 진짜 장점인 듯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 마음의 미세한 떨림에 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그 떨림이 놓인 크고 웅대한 맥락까지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딱 이거다.
내가 지금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이유...
그의 zoom in, zoom out에 완전히 내가 놀아난 상태.
어떻게 글 하나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를 할 수 있는 거지?
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
"알았다구요! 이번에도 내가 완벽히 졌다구요!'
결국 또 인정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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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 관찰하기 :
나는 이 책의 부두에서 신전에 이르기까지, 의회에서 회계 사무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18세기의 도시 풍경화와 비슷한 기능을 하기를 바란다..... 이 포괄적인 장면은 일이 인간의 벌집 안에서 우리 각자에게 부여하는 자리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비스킷 공장 :
정신이 고결하고 도덕적인 야심이 있는 구성원들은 사회의 방종에 경악했다. 그들은 소비주의를 매도하면서 대신 아름다움과 자연, 예술과 우애를 찬양했다. 그러나 비스킷 회사는 초콜릿 비스킷의 효율적인 생산을 무시하고, 사회의 가장 유능한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마케팅 프로모션 기법을 기밸하면서 인생을 보내는 것을 엄하게 막는 나라들이 너무 버거워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늘 직면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는 점ㅇ서 의미 있는 곳이다. 그런 나라들은 가난하다. 너무 가난해서 정치적 안정을 보장할 수도 없고,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는 국민을 돌보지도 못한다. 그 결과 이런 나라의 국민은 기근이나 전염병에 목숨을 빼앗긴다. 고상한 나라들은 국민이 굶주리게 놔두는 반면,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한 나라들은 도넛과 6천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 덕분에 산과 병동과 두개골 스캐닝 기계에 투자할 자원을 갖추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건포도와 꽃의 판매를 기반으로 건설도이ㅓㅆ다. 베네치아의 궁들은 양탄자와 향료 교역에서 생긴 이윤으로 지었다. 설탕은 브리스틀을 건설했다. 상업적인 사회는 종종 비도덕적인 정책을 펼치고, 이상을 무시하고, 이기적인 자유주의에 빠져들지만, 그럼에도 물건이 많은 상점과 돈이 그득한 금고를 갖추어 신전이나 고아원을 건설할 자금을 댈 수 있다.

직업 상담 :
인문적 기술을 이미자신의 찬가를 부를 만큼 불렀으니, 이제 기계적 기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기계적 기술은 편견 때문에 너무 오래 격하되어왔는데, 인문적 기술은 기계적 기술을 그런 상태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항공산업 :
할 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금기라기보다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일은 그 본성상 그 자신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 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일은 우리의 원근감을 파괴해버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