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0. 23. 08:43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Capella Sistina)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곳이지만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 장소이기도 하다.

"Conclave"는 라틴어로 "열쇠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방"을 뜻하는 단어로

마지막 콘클라베는 84세의 베네틱토 교황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2013년 개최됐다.

2013년 3월 13일 오후 7시 6분,

1차, 2차, 3차, 4차 투표 내내 검은 연기가 올라온 굴뚝에서 드디어 흰연기가 피어올랐고

제 266대 교황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음을 선포했다.

바티칸을 일정에 넣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곳이 바로 여기 시스티나 성당이었다.

성당으로 들어가기 직전 가이드는 몇 번씩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곳의 프레스코화는 소음과 진동에 민감해서

사진 촬영도 할 수 없고 내부에서는 절대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고.

만약 떠들면 관계자가 다가와서 주의를 주고 심할 경우 끌려나올 수도 있단다.

그런데...

가이드의 당부는 기우였다.

천장까지 빼곡하게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보는 순간 아찔했다.

실제로 다리가 휘청거려 사람들 속에서 여러번 허둥댔다.

한순간에 숨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모든 소리가 일시에 멈춰버린 진공 상태.

미켈란젤로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이럴 순 없다.

 

시스티나 성당 안에는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만 있는건 아니다.

좌우로 가를란디요, 페루지노, 보티첼리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들도 가득한데

미켈란젤로때문에 이들의 프레스코화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는다.

사실 이곳의 천장화는 미켈란젤로가 아닌 브라만테에게 의뢰됐었다.

미켈란젤로는 회화보다는 조각으로 명성을 얻었던 인물인데

브라만테가 제자 라파엘로에게 공이 돌아가게 만들려고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일부러 미켈젤로를 추천했단다.

(그 당시 미켈란젤로의 나이는 고작 33살이었다)

브라만테의 시나리오는 이랬다.

미켈란젤로가 나가 떨어질게 분명하니 그때 라파엘로를 다시 추천해서 부와 명성을 불려주겠노라는 계산.

미켈란젤로는 교황에게 두 가지 요구사항을 조건으로 걸었다.

첫째,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어떤 누구도, 심지어 교황조차도 시스타니 성당 출입을 금한다.

둘째, 매달 월급을 꼬박꼬박 준다.

괴씸했는지 교황도 미켈란젤로에게 요구사항을 전한다.

시스티나 성당에서 매일 진행되는 미사에 방해가 돼서는 안되며 작업은 혼자서만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야말로 박빙의 요구사항이 아닐 수 없다.

그날로 미켈란젤로는 모든 작업을 그만두고 시스티나 성당 청장화에만 전념한다.

밑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앙쪽 창을 연결해서 작업다리를 만든 후 하루에 15시간씩 천장화 작업에 매달린다.

중간에 교황과의 불화로 잠시 피렌체로 떠나 있기도 했지만

교황의 사과함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다시 작업에 들어가 4년 6개월 후 천장화를 완성시킨다.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로 떠나고 교황이 몰래 그림 일부를 보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는 말도 있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프레스고화 구성

창세기
1. 어둠과 빛을 구별하다
2. 해와 달을 창조하다
3. 바다와 육지를 분리하다
4. 아담을 창조하다
5. 이브를 창조하다
6. 원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다
7. 노아의 제사
8. 홍수와 노아의 방주
9. 술 취한 노아

구약성서에 나오는 구원의 장면
10. 하만을 벌하다
11. 모세와 뱀
12. 다윗과 골리앗
13.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예언자
14. 요나
15. 예레미야
18. 다니엘
19. 에스겔
22. 이사야
23. 요엘
25. 스가랴

여자 예언자
16. 리비아 예언자
17. 페르시아 예언자
20. 쿠마엔 예언자
21. 엘리트레아 예언자
24. 델피 예언자

그리스도의 조상
26. 솔로몬과 어머니
27. 이세의 부모
28. 르호보암과 어머니
29. 아사와 부모
30. 웃시야와 부모
31. 히스기야와 부모
32. 스룹바벨과 부모
33. 요시야와 부모 
 

 

천장 프레스코화 작업 이후 미켈란젤로의 건강상태는 급격히 나빠져서

시력과 어깨에 심각한 장애를 얻게까지 된다.

이런 상태라면 억만금의 돈을 준대도 프레스코화라면 이가 갈릴텐데

미켈란젤로는 60세가 넘는 나이에 또 다시 시스티나 성당 제단 뒷벽의 프레스코화 의뢰를 수락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작품이 걸작 "최후의 심판"이다.

이 프레스코화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처음 공개됐을때는 "신성모독"이라며 엄청난 비난이 받아야만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까지 전부 벌거숭이로 그렸던게 문제가 됐다.

교황은 계속해서 그림 수정을 요구했고 미켈란젤로는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미켈란젤로의 제자에 의해 중요 부위를 가리는 작업이 이뤄지긴 했는데

스승의 그림에 손을 댔다는 자책감으로 제자는 결국 자살을 하고 만다.

그리고 나는 이 제자의 마음이 가슴 속에 깊이 깊이 맺힌다.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으면 자살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결국 스승의 그림이 제자에게 진정한 "최후의 심판"이 되버리고 말았다.

천재성이 낳은 비극.

천국과 지옥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 버겁고 많이 아프다.

또 다시 휘청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