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0. 30. 08:06

높은 곳을 보면 오르고 싶어진다.

그것도 아주 성실하게 두 발로 꾹꾹 눌려가면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

세비아의 대성당 종탑도,

피렌체 두오모 구폴라와 조토의 종탑도 그래서 올라갔고

여기 산 피에트로 대성당 쿠폴라로 일말의 망설임없이 올라갔다.

많은 살마들이 중간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지만

난 일부러 551개의 계단을 성실히 걸어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엘리베이터 7유로, 계단 5유로)

처음엔 넓고 낮았던 계단이 위로 올라갈수록 좁고 높아져

급기야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변해버린다.

올라가면서 나는 내게 폐소공포증이 없음을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만약 그랬다면 이곳은 지상에서 올려다봐야만 하는 불모의 공간이었을거다.

누군가 그랬다.

맘 속에서 길을 잃었을때 높은 곳에 올라가라고.

높은 곳에서 지상의 길들을 내려다보면 거짓말처럼 맘 속의 길이 보이게 될거라고.

(고백컨데, 이건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 준 말이다)

길은... 그렇더라.

내 맘이 열려야만 비로소 보여주더라.

 

 

피에트로 대성당을 처음 설계한 사람은 브라만테였다.

브라만테는 만신전(萬神殿)인 판테온의 쿠폴라보다 더 크게 만들고 싶어했지만

건축가들의 반대와 거대한 돔을 지탱해야만 하는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쳐 결국 포기하고 만다.

브라만테의 뒤를 이은 사람은 우리 모두의 Hero인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는 1547년 그의 나이 72세에 베드로성당의 쿠폴라 공사를 맡게 된다.

하지만 노구의 몸은 결국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하고

미켈란젤로가 수정한 설게에 따라 공사가 마무리된다..

쿠폴라를 오르다보면 중간쯤에서 내부를 내려다보는 코스가 나오는데

철망 사이로 보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한참을 서성였다.

아래에서 올려다볼때는 작아 보였던 라틴어 글자들이

가까이서보니 사람 키쯤은 우습게 넘기는 크기라 깜짝 놀랐다.

베르니니의 천개는 아득했고,

베드로의 옥좌 위 황금구는 태양처럼 빛을 발했다.

황금구 안의 비둘기는 아래에서는 잘 안 보이더니 여기에 오르니 선명하게 잘 보인다.

저렇게 날개를 펼친 모습이었구나... 처음 알았다.

외부에서 쿠폴라로 올라가는 마지막 여정.

맘이 먼저 설렌다.

 

 

쿠폴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페에트로 광장,

오벨리스크를 따라 일직선으로 난 길은 신탄첼로성과 연결된다.

점점 기울어가는 빛 속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준 천국의 열쇠가 선명하게 모습을 보인다.

마치고대로부터 내려온 묵시록같아

나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땅 위의 새겨진 저 십자가를 따라 길의 끝에 서면

우리는 무언가를 결국 만나게 되리라. 

이제는 알겠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맡긴 천국의 열쇠는

바로 "인간"이었음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