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11. 2. 09:19

토요일에 연극 한편, 뮤지컬 한 편을 보고

어제는 병원 직원의 결혼식이 있어 당진을 다녀왔다.

짧은 거리지만 오랫만에 대절버스를 타고 가는 기분은 단체 여행이라도 떠나는 느낌이었라.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았고

추수가 끝난 논밭은 비어있어 오히려 평화로웠다.

뭔가를 다 내려놓고 편하게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

땅도, 사람도 숨을 쉬어야 삶이고 생이다.

돌아오는 길.

영등포역 지하상가에서 하늘빛이 도는 배낭 하나를 샀다.

이 배낭에 짐을 꾸려 어딘가 떠날 생각을 하니 잠깐 설랬다.

갈 수 있고 없고의 여부를 떠나서

만 원 한 장이 주는 행복감이 풍요롭고 활기찼다.

 

 

집에 돌아와서는 토요일부터 내내 들었던 막심 므라비차(Marsim Mrvica)의 연주에 다시 빠져들었다..

그의 피아노 연주는 격정적이면서도 묘하게 아련하고 아프다.

무수한 내전으로 파괴된 크로아티아의 아픈 역사와 슬픔.

그의 연주 안에는 이 모든게 담겨있다..

복구에 박차를 가하는 지금의 크로아티아의 모습까지도...

11월 14일,

막심 므라비차의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너무 늦게 알아버려 왠만한 좌석은 이미 다 주인을 찾아갔다. 

아쉬운 마음에 어찌어찌 꼭대기 말석이라도 예매할까 지금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공연장도 집에서 가깝고

무엇보다 공개된 레파토리가가 환상적이다.

아무래도 이번주 내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겠다.

밴드와 함께 하는 서울 공연이 아니라면

고양아람누리에서의 피아노 솔로라도 갈까 생각중이다.

"신이 내린 손가락" 막심 므라비차!

 

 

그리고 12월에는 또 한 명의 뮤지션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가 다시 온다.

2013년 7월 첫내한때도 공연장이 너무 작긴 했지만 

몇날 며칠 예매싸이트를 기웃거리다가 

공연 하루를 남겨놓고 겨우 겨우 표를 구했었다.

이번 내한은 이화여대 삼성홀보다 규모가 큰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이다.

<레미제라블> 장기공연을 마친 그가

어떤 레파토리로 돌아올지 정말 궁금하다.

그때 그 밴드들이 다 함께 오는지도 궁금하고...

라민이 부르는 "Music of the night"과 "Bring him home" 은 꼭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라민 버전의 "I dreamed at dream"도 물론이고! 

 

 

그런데...

왜 두 사람이 한 달 사이로 내한하느냔 말이다.

마음은 좋은 좌석에서 두 뮤지션의 공연을 다 보고만 싶은데

현실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등을 떠민다.

오른 손은 막심, 왼 손은 라민.

요근래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뭐 어차피 장렬하게 전사할 사람은 나 혼자 뿐이지만...

 

막심과 라민.

막심과 라민.

막심과 라민.

~~~~~~~~~~~~!

 

* 결국...

  라민의 내한공연을 오후 6시에 결재했다.

  좌석이 너무 좋아서 도저히 외면이 안되더라.

  그래서 지금 막심 므라비차가 맹렬하게 울고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