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12. 12. 08:43

빈 중앙묘지 Tor2 입구를 따라 이어지는 큰 길 끝에는 하얀색 성당이 서있다.

Friedhof Kirche 성당.

1880년대 이 묘지를 조성할 당시 빈 시장이었던 칼  뤼거(Karl Lueger)를 기념하기 위한 성당이다.

하지만 그의 사망당시에 이 성당이 완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식 장례를 치루지 않고 기다렸다가 성당이 완공된 후 성당 아래로 그의 시신을 옮겨왔단다.

본인의 바람인지, 가족들의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을 이룬 셈이다.

성당 입구에 둥근 공간이 있어 당연히 분수대 일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을 빙 둘러싼 대리석에 검은 색으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가운데 돌로 만든 커다란 널에도 Karl Renner라고 씌여있었다.

무심코 밝고 들어갔는데 이곳이 역대 대통령들의 무덤이란다.

Karl Renner는 오스트리아 공화국 당시 정부를 이끌던 인물로 오스트리아 제2공화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주변에 씌여진 이름들 모두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이름들.

그 위를 생각없이 지나다녔다는게 뒤늦게 죄송스러웠다.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안에 들어서는 순간 환하고 밝은게 꼭 천국의 일부같았다.

내부 전체가 하얀빛이라 마치 구름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국적인 문양의 파란색 돔은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를 떠올리게 하는데

입구쪽 창 문의  진한 파란빛 스탠드클라스와, 바닥의 연한 파란빛과의 조화가 평화롭다.

추위로 곱았던 손에도 조금씩 온기가 감돈다.

소성당을 하나씩 돌아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곳은... 죽음이 참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구나.

비통하고 절망적인 죽음이 아닌 평화롭고 온화한 그런 죽음.

"good"이 아닌 "well"을 생각했다.

 

 

노란 나뭇잎이 카펫처럼 깔린 빈 중앙묘지.

이른 아침 찾아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

저 길따라 들고 나는 이들이게 이곳은 어떤 의미이고 기억일까?

더이상 보살핌을 받지 못해 폐허처럼 버려진 죽음도

앞으로도 여전히 기억될 죽음도

나는 다 두렵다.

 

Memento Mori...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