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5. 17. 06:39
별 생각 없이 손에 잡았던 책이다.
이런 제목...
어째 좀 고민스럽지 않는가?
무지 교과서적이고 입바른 소리 따박따박 할 것 같은 제목이다.
지은이를 살펴봤다.
강상중이란다.
일본에서 경계인, 자이니치로 불리는 제일 교포 2세 한국인이다
이 사람 이력이 좀 특이하다.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단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한국 방문이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단다.
그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永野鐵男)"를 버리고
본명인 "강상중(姜尙中)"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게 됐단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서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현재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목  차
서장.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
1장 나는 누구인가?
2장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3장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
5장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6장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7장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8장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9장 늙어서 '최강'이 되라



고민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진지하게 고민으로 삶을 성찰하길 당부하는 그의 글은,
담백하고 그리고 단정하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호모 페이션스(Homo patience, 고민하는 인간).
강상중은 이 책에서 일본 근대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984)와 함께 동행한다.
이 두 동시대인은 
"개인"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와 마주했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막스 베버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을 통해
"근대"라는 것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설명한다.

청빈에서 태어난 자본주의
부의 밑바닥엔 금욕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새로웠고,
"청춘"과 "젊음"에 대한 단상에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최고의 지식인으로 대변되는 서울대생들이
아직 20대이면서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성장과 관련한 "원숙함"을 이야기하는 그의 말끝이 절절함이란...
강상중은 조국의 젊은이들이  '청춘적으로 원숙할 것'을 당부한다.
"모른다"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수치스럽게 반응하는 조국의 젊음을 보면서
"지성"은 "박식한 사람"이나 "정보통"과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알고 있다(know)"와 "사고하다(think)"는 다르고,
"정보(information)"와 "지성(intelligence)" 또한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두렵지 않은" 상태가 되기 위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더 다양하고 더 진지한 고민하기를 당부한다. 
"천재는 뻔뻔한 사람이지만 수재는 뻔뻔함이 없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고민을 계속해서 결국 뚫고 나가 뻔뻔해지기를,
만약 그런 새로운 뻔뻔한 파괴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민을 피한다면,
결국은 끝없는 두려움에 떨게 될 뿐이라면서...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느낌이다.
고리타분하고 뻔한 내용이 아니라 은근한 공감과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차별을 겪으면서 그가 젋은 시절부터 했던 진지하고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이
결국은 한국 국적자로서 최초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진지한 고민의 힘"
당분간 내 화두(話頭)가 되어 날 고민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