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11. 17. 08:50

 

<빈센트 반 고흐>

 

일시 : 2017.11.04. ~ 2019.01.28.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극본 : 최유선

작곡, 음악감독 : 선우정아

연출 : 김규정

영상디자인 : 고주원 / 영상감독 : 정혜정

출연 : 박한근, 이준혁, 김경수, 조상웅 (빈센트 반 고흐) / 김태훈, 임강성, 박유덕, 유승현 (테호 반 고흐)

제작 : HJ 컬쳐

 

내가 유럽 여행시 네덜란드 항공(KLM)을 타는 이유는 딱 하나다.

혹시나 경유시간에 고흐 박물관을 다녀올 수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까지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암스테르담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릴 줄 알았다면 빗 속을 뚫고서라도 다녀왔을텐데...)

그 헛헛함을 달래려고 이 뮤지컬을 보러 갔다.

(이유도 참...)

초연부터 호평을 받았고

재연에 이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단다.

이번이 세번째 공연.

그런데 이 작품...

정말 잘 만들었다.

무대도, 음악도, 음향도, 영상도, 조명도, 연출력도,  스토리도, 배우들 연기까지도 모든게 다.

고흐의 마지막 대사 딱 그대로다.

"좋아. 완벽해!"

그림을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린 화가 고흐.

 

 

고흐는...

행복했겠다.

그리고 그만큼 아프고 힘들었겠다.

그 마음이 느껴져 고흐의 그림 앞에선 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황금빛 밀밭의 색에, 반짝이는 밤하늘 별빛에, 휘몰아치는 초록의 나무에,

그 모든 감정들이 다 담겨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더 크게 다가왔던 작품.

 

배우들의 연기는 아름다웠다.

스킬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작품과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이 간곡했다.

이런 배우들을 보면...

사랑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한 발의 총성, 바람 가득한 황금빛 밀밭 위로 날아오르는 검은 까마귀.

그리고 마지막까지 무대를 가득 채운 고흐의 그림들.

가슴이 사정없이 무너졌다.

쿵.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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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끄적 끄적...2017. 11. 16. 08:46

포항에 발생한 5.4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조치.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포항으로 직접 사람을 보내 상황을 파악한 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단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탄핵이 되지 않았다면,

박근혜는 아직까지 대통령을 하고 있을거고,

정확한 상황파악은 물론 하지 못했을거고,

수능은 그냥 치뤄졌을거고.

또 다시 엄청난 비극이 발생했을지도 모르는거고...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수험생의 불안, 학부모의 탄식, 수능 일정의 불가피한 변동.

걱정스러운 일들이 태산같이 많다는건 안다.

하지만 여진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지금,

국민의 안전이 최후선이다.

천재가 인재로 변하는 비극 따위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1주일의 유예기간 동안,

수험생은 마무리 정리를 잘 했으면 좋겠고,

부모님들은 걱정보다는 편온함으로 보듬어줬음 좋겠고

정부는 신속하고 정확한 안전점검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이제 더이상 지진안전 국가일 수 없다는 현실.

판의 변동.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고 무력할 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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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15. 08:38

쉰부른 궁전과 글로리에테,

그 중간에 멋지게 자리한 넵튠 분수.

분수덕후인 관계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조각품 하나하나 스캔하듯 혼자 탐사에 들어갔다.

넵튠 = 포세이돈 or 넵튠 ≠ 포세이돈.

맞든 틀리든 둘 다 바다의 신이라는 확실하다.

그리고 당연히 분수 한가운데 우뚝하니 위용을 자랑하는 조각상이 그 주인공 되시겠다.

글로리에테에 눈이 멀어 멀리서 잠깐 보지 말고 가까이에서 보는걸 권한다.

조각상마다 포즈도 다 다르지만 표정도 전부 다르다.

몸은 굳었지만 살아있는 돌의 표정.

그걸 볼 수 있다.

 

 

분수 뒷편에서 바라본 쉰부른 궁전.

저 노란색이 테레지아 엘로우라고 했던가!

마리아 테레지아가 쉰부른 궁전을 완성했을때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무한한 번영을 믿어 의심치 않았겠지만  

물의 커튼 넘어 보이는 테레지아 엘로우는

절대권력이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꽃도, 나무도, 사람도, 절대권력까지도.

 

 

다시 파노라마 열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본 풍경들

작은 쉰부른이라 불리는 건물을 지나고

이집트 어디 쯤에서 뺏어왔을 오벨리스크도 지난다.

유럽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이집트는 참 슬프겠다 싶다.

자신들의 유물들의 유럽 각처에 흩어져있고 그 유물들로 명성을 얻고 있으니 말이다.

세계 3대 박물관들이 이집트시대 유물을 다 반환한다면 지금의 명성을  유지할 수나 있을까?

파괴하고, 파헤치고, 뺏어오고...

이걸 뺀 제국의 권력이라는건 불가능한건가?

 

돌아오는 발걸음 뒤로

숱한 물음표만 남고 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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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14. 09:16

쉰부른 궁전 그랜드 투어 다음 목적지는

작은 영광이라는 뜻을 가진 언덕 꼭대기 글로리에테(Gloriette).

처음엔 걸아갈 생각이었는데 마음을 바꿨다.

파노라마 열차를 타고 궁전 주변을 한 바퀴 크게 돌아보기로 했다.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one day ticket이 7uro인데 정류장은 총 9곳이고

원하는 곳에서 Drop on, off가 가능하다.

배차 간격은 30분.

티켓이 따로 있는건 아니고 열차에 타면 손등에 작은 도장을 찍어주는데

탈 때마다 그 도장을 보여주면 된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6번 정류장인 글로리에테가 목적지다.

궁전에서 글로리에테까지 걸어도 충분한 거리긴한데

열차를 타면서 중간중간 들은 영어 가이드가 솔솔한 도움이 됐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걸어갈 엄두가 안나긴 했지만!

자리 여유가 없어서 우리 세 명도 각각 따로따로 앉았다.

4번 정류장이 식물원과 동물원인데

이곳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꽤 내려서 세 명이 겨우 같이 앉을 수 있었다.

 

 

글로리에테 전경(前景).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징인 독수리가 있는 곳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데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우린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family ticket을 미리 구입해서 바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티켓 사는 곳이 애매해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더라.

아! 이건 tip인데

입장료를 살 때 패밀리티켓으로 구입하면 금액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심지어 50% 이상을 싸게 구입한 경우도 있으니 꼭 확인하자.

매표소에서 한마디만 하면 된다.

"Do you have Familly ticket?"

^^

 

 

글로리에테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용을 자랑하는 독수리는 뒷모습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밋밋했다.

(피자칼을 들고 있는 주방장 느낌 ^^)

그래도 그곳에서 내려다 본 궁전의 모습은 상쾌하고 시원했다.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하는 하늘은 구름들의 기싸움이 제법 치열했고

덕분에 이제 그만 내려갸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까지도 외적 갈등이 치열했다.

이곳에서 제일 좋았던 건,

궁전을 등지고 바라본 풍경.

궁전쪽 정원은 사람으로 가득한데 뒷편은 출입이 불가한지 아무도 없고

오로지 초록으로 둘러쌓인 호수 뿐이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그.림.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13. 09:47

숙소 체크인 시간이 오후 2시라 짐만 맡기고 나와

인터넷으로 예약한 쉰부른 궁전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초행 아닌 길이 없어 헤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합스부르크가의 궁답고 이른 시간에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라.

오전 10시 30분 그랜드 투어.

미리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와 궁전 내부 조감도를 미리 다운받아놔서 두루두루 편했다.

날씨가 흐렸던게 유일한 옥의 티.

40여 개의 방을 둘러보는 그랜드 투어는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마리아 테리지아와 씨씨의 초상화를 두 눈으로 직접 봤다는게 지금 떠올려도 신기하고 묘하다.

(씨씨의 미모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었다. 여러 사람을 줄줄이 1패를 만드는 탁월한 미모)

하얀 세라믹 벽난로는 소유욕을 불러 일으켰고

화려한 장식의 식기류를 보면서는 하인들이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중국 도자기로 장식한 방도 신기했는데

사실 처음엔 장식처럼 올려진 도자기들을 못봤었다.

다행히 조카녀석이 알려줘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일종의 의도치 않은 매직아이 ^^

 

 

쉰부른 궁전 입구에서 올려다본 천정 모습.

위를 올려다보는 슴관을 가진게 이런땐 두루두루 유용하다.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쉰부른 궁전 자체도 멋지지만 멀리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그림같다.

저 멀리 슈테판성당도 그림이고 하늘의 구름도 그림이다.

물과 건물과 정원의 삼위일체.

어쩌면 합스부르크 황가는 신권 위에 왕권이 있다는걸

이곳 쉰부른 궁전을 통해 표명하고 싶었나보다.

그러나,

혈통을 중시한 오스트리아 제국은

겹겹의 친족 결혼으로 기형아의 출산이라는 비극을 낳는다.

나는 제국의 몰락에 이 부분도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신(身)과 심(心)의 균형.

합스부르크 왕가는 그걸 간과했다.

 

하여,

사람은 없고 궁전만  남아

불멸의 왕가를 전승하고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10. 09:08

저녁 9시 4분에 출발하는 비엔나행 OBB 열차를 타기 전 저녁을 먹었다.

호텔 조식을 빼고 베네치아에서 먹은 제대로 된 첫번째 식사.

산타루치아역 바로 옆 식당에서 먹물 파스타와 마르게리타 피자, 홍합찜을 시켰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먹물파스타는 비릿한 냄새때문에 불호였고,

피자는 역시나 호였다.

개인적으로 토핑이 많은 피자보다는 치즈와 도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심플한 피자를 좋아해서...

따끈한 홍합찜은 조카녀석이 맛있다며 열심히 먹더라.

식(食)에 별로 의욕적이지 않는 나는

피자 한 조각에 먹물파스타 몇 줄기를 끄적거렸다.

 

산타루치아역에서 OBB 야간열차를 기다리는 중.

전광판에 열차번호와 출발시간은 보이는데 플랫폼 번호가 없다.

난간해하는 중인데 앞에 있던 홈리스들이 싸움끝에 누군가 병을 던졌다 .

바로 앞에서 벌어진 상황이라 절로 움찔하게 되더라.

다행히 역무원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서 무사히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처음 타는 야간 열차.

처음엔 6인실로 갈 생각이었는데 

여러가지 걱정스럽고 불안해서 3인실을 예약했다.

복도가 있는 열차는 처음 타는거라 좀 신기했다.

객실은 20인치 캐리어 3개를 넣기에도 버거운 넓이였다.

(도대체 6인실은 가방을 어떻게 보관할까??? 20인치도 이렇게 버거운데...)

3개가 나란히 놓인 침대를 보니 아찔해왔다.

1층은 조카가, 2층은 동생이, 꼭대기층은 나.

아무렇지 않은척 올라갔는데 사실은 다리가 떨렸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겠는데 싶어서...

와인 3명, 물 3병, 주스 3개, 여행용 비누 3개, 프래즐 3개, 볼팬 3개, 수건과 슬리퍼 3개씩.

어매니티라고 해야 하나?

비싼 가격만큼 뭘 많이 주긴 하더라.

특히 슬리퍼는 이번 여행 중에 정말 요긴하게 썼다.

(와인 세 병은 프라하 공항 검색대에서 보기 좋게 버려지긴 했지만...) 

야간열차는 조식도 6개까지 신청할 수 있어 알뜰히 체크해 역무원에게 전달했다.

 

 

나는...

잠에 무지 많이 예민해서 예상은 했지만

3층 저 꼭대기에서 자는둥 마는둥 밤을 보냈다.

정류장에 들어섰다 멈추고 다시 출발하는 열차의 기척을 느끼고,

간간히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가로등 불빛이 객실을 훔치듯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혼자인듯 고요한 그 시간을 나는 누워서 오래오래 즐겼다.

역무원이 가져다준 조식.

사실 먹은 것보다는 챙긴게 훨씬 더 많았다.

 (뭘 이렇게 많이 주던지... 유럽의 1인분이 절대로 1인분이 아니다....)

 

10월 7일 아침 8시, 빈 중앙역.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로의 입성에 맘이 설렌다.

낯섬 반, 기대감 반의 첫인사..

Guten Morgen, Wien!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9. 08:50

이탈리아에 국민 스포츠가 있단다.

바로 디에트롤로지아.

운동종목의 하나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에트롤로지아는 모든 일의 배후를 찾아내려는 성향을 뜻하는 이태리어다.

그러니까...어떤 일이 발생했다면 그 전에 빌미가 될 만한 일이 먼저 있었을테니 그걸 찾아내겠다는 건데...

일종의 면피(免被)의 변(變)이다.

내 탓이 아니라는 책임회피의 비겁함도 담겨져 있고...

또 누군가는 그러더러.

이탈리아 특히 베네치아에서는 맛집이라는게 없다고.

어차피 대부분이 여행객인데 맛 따윈 상관없다고.

건물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맛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내가 비싸게 산 만큼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가게를 팔고 다른 곳에 다시 열면 된다고.

철저한 "관광"의 도시인 베네치아.

여행객에게 맛이 유일한 목적이 아닌건 참 다행인 일이지만

맛을 이기는 풍경을 가졌다는건 신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베네치아가 요즘 심심찮게 시위를 벌인다.

관광객들에 의해 삶터가 망가지는걸 반대한다는 피켓팅.

심지어 올 여름엔 리알토다리에 커다란 현수막까지 붙었었다.

VENEXODUS

아마도 베니스와 엑소더스를 합친 말인것 같은데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참 너무하네 싶다가도

매일을 이렇게 엄청난 관광객의 폭풍 속에 살면 사는게 사는게 아닐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해결방법은 어쩌면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

오직 그것 뿐.

 

 

빠듯한 시간,

하지만 그 속에도 설렁설렁 걸어다닐 짬은 분명히 있다.

산마르코 광장을 향해 걸어가면서

골목골목을 기웃거리고,

성당을 들여다보고,

종탑을 올려다보고,

콜로나를 살펴보고,

건물의 외벽 장식에 감탄하고...

조용조용 사부작 사부작,

물처럼 흘러다녔다.

 

 

 

베네치아에 가면 곤돌라는 꼭 타라고 했던가!

하지만 곤돌라 앞에 서면 타고 싶다는 마음은 쏙 사라진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지긋지긋함에 쩔어 있는 곤돌리에의 표정을 보는게 너무 당혹스럽다.

탈래? 말래?

관심없어? 우리도 없어. 너 아니어도 탈 사람은 많아!

탄식의 다리 밑을 지나는 곤돌라들을 오래오래 지켜봤다.

곤돌리에의 무표정과 관광객의 무표정이 한 배 위에서 섞인다.

낭만도... 로망도... 사라진 무료함의 동승.

 

베네치아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필요한건 "거리감"이다..

물리적인 거리감, 심리적인 거리감, 그리고 정서적인 거리감.

너무 깊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감.

그걸 유지한다면 기대 이상의 것들을 볼 수 있다.

베네치아의 나머지를

혹은 전부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8. 10:24

장대하다는 말.

이곳에 붙여도 될까... 싶다가도

풍경에 대한 장대함이 아닌 내가 받은 느낌에 대한 장대함이라 틀린 표현은 아니다.

산타루치아역에서 1번 바포레토를 타고 대운하를 따라가는 길.

 

산타루치아 맞은편에 웅장하게 서잇는 산 시메온 피콜로 성당

대운하를 가로지르는  스칼차 다리,

황금 궁전 카도로,

대운하의 가장 좁은 곳을 가로지르는 리알토 다리,

목조로 만든 유일한 다리 아카데미아 다리,

직접 못봐 너무 아쉬운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 있는 페기 구겐하임 전시관,

(시간...시간... 항상 시간이 문제다)

유럽을 휩쓴 흑사병의 종식을 감사하기 위해 세운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산마르코 광장,

틴토레토의 벽화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그런데,

이런 것들을 알아보는게 무슨 의미일까?

물 길 따라 말없이 흐르는 일.

그것만이 전부일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7. 08:20

종탑의 용도는 세계 어디를 가든 비슷하다.

등대 아니면 적의 공격을 빨리 알아내기 위한 전망대,

혹은 이쪽 저쪽을 주의깊게 살핀겠다는 명목에 감춰진 민중의 감시대.

그러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한다.

산마르코 종탑도 이 루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붕괴와 재건축의 이력도 가지고 있다.

100여 미터의 종탑은

8유로만 내면 엘리베이터로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

기술의 위대함이라니!

 

 

하지만!

자고로 종탑이라 함은,

내 두 발로 꾹꾹 눌러가며 계단 하나 하나를 올라가

꼭대기에 도착해서 종아리의 튼실함에 뿌듯해하며 아래를 내려다봐야 제 맛인데...

이럴때 보면,

기술의 힘이라는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회전율을 극대화시켜 수입 증대에 지대한 공헌을 하겠다는 상업적인 마인드가 노골적으로 느껴져서... 

라고 말하기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오르기엔 이 높이도 황망하겠구나 싶다.

이기적이었다, 이성적이었다를 반복하며 도착한 정상.

이 모든 갈팡질팡을 일순간 잊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졌다.

버티고 버텨 고박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

있을리 만무하지만 숨을만한 곳이 어디 없을까 저절로 찾게 되는 풍경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호쾌한 파노라마.

메네치아는 아름답다.

단, 돈만 있다면...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6. 09:47

곤돌라, 바포레토를 비롯한 배들이 다니는 운하.

하지만 이곳에도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은 있다.

보트는 오른쪽으로 곤돌라는 왼쪽으로.

물 위로 삐죽이 나온 저 말뚝들도 그냥 서있는게 아니다.

말뚝이 두 개뿐이면 "늪"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뜻.

게다가 말뚝 아래 이끼는 수심(水深)을 확인하는 지표가 된단다.

그러니까...

물 위에도, 물 속에도 다 길이 있고 뜻이 있다.

길 아닌 곳으로 흘러가면,

길을 잃을 수 있다.

어쩌면 생각보다 훨신 더 돌아오는게 힘들어 질수도...

 

풍경으로만 보면 불은 분명 아름답지만

현실로 닥치면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저 물 위에 말뚝이 말해준다.

그러니 부디 조심하라고... 

 

 

산마르코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

산마르코 성당과 산마르코 종탑, 두칼레 궁전, 구행정관.

이 건물 모두에 베네치아의 상징인 "사자"의 조각이 선명하다.

설렁설렁 찾은 것만도 여섯 개.

두칼레 궁전의 기둥 중 색이 다른 두 기둥은 과거 사형이 집행된 곳이란다.

정당하든, 억울하든 모든 죽음엔 사연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은 붉은 기둥에 이야기로 스며든다.

수호성인 성 마르코의 유해가 안치된 산마르코 성당의 황금빛 모자이크까지

베네치아는 상징으로 가득찬 도시다.

 

 

산마르코 성당은 

천장 높은 곳부터 바닥 아래까지 아름답지 않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믿음이라는거, 신앙이라는거...

참 위대하다.

그래서 그 위대함만큼 무섭다.

믿음이 흉기로 화하면 가차없는 괴멸을 부르기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