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12. 14. 16:51

빈에서 가장 오래된 성페터성당.

오스트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이 성당을 찍은 사진을 봤었다.

골목 끝을 막아서듯 당당하고 완강하게 서있는 성당.

그래서 빈에 가면 꼭 이 성당만큼은 꼭 찾아가야겠다 생각했다.

사진 한 장에 환상을 가지는건 지극히 위험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곳은 사진으로 본 느낌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리고 길을 가로막고 서있는게 아니라 길을 보둠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성당 앞에 서면,

그래서 따뜻하고 포근했다.

 

 

이곳에선 오후 3시와 8시에 무료 오르간 연주를 한단다.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혹시나 싶어 들어가봤다.

오르간 연주는 아니지만 성가대 연습이 한창이었다.

지휘자와 피아노 연주자, 그리고 성가대원들.

높은 돔을 통과한 소리는 깊고 웅장했고

성가대원들의 표정은 밝고 행복해보였다.

금빛 재단보다 더 찬란하게 빛이 나던 사람들.

믿음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순수한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높이 올라가는 소리를 쫒아 머리 위를 올려다본다.

돔 한 가운데에는 성령의 비둘기가,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싼 화려한 프레스코화.

신의 은총처럼 쏟아지던 눈과 귀의 축복.

잊고 있었던 신께 오래오래 감사했다.

 

 

성당에서 나와 그라벤 거리로 들어선다.

고대 로마 시대에 만든 개천을 12세기에 메워 지금의 도로를 만들었다.

"그라벤"이 "개천"이라는 뜻 ^^

유럽 어디를 가든 "페스트"와 관련된 건물 혹은 상징물은 꼭 있다.

그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이 희생됐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그라벤 거리도 페스트가 사라진 것 감사하기 위해 세운 탑이 있는데 "성삼위일체상"이다.

흐린 날씨 때문이었을까?

어딘지 흉물스럽고 괴기스럽게 보였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믿었을까?

믿음이, 신앙이 질병을 거둬갔노라고...

정말 그렇게 믿었다면,

그 믿음 또한 페스트 못지않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는걸 알았을까?

어쩌면 알면서 모른척 했을지도...

그게 최선이었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7. 12. 13. 09:40

빈의 상징 성슈테판 성당.

원래 이곳은 이교도의 성지였다는데 성당으로 바뀌게 된거란다.

(유럽에 흔하고 흔한 성당 스토리...)

북쪽과 남쪽에 두 개의 탑이 있긴 한데

춥기도 하고 계단 바닥 중간중간이 뚫려있어 아찔하다길래 포기했다.

(크로아티아 스프리트 종탑의 기억이... 그때 너무 무서워서 욕하면서 내려왔었다.)

개인적으로 고딕 성당은 밖에서 보는게 진리지 싶다.

카메라 앵클에 한 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엄청난 위용은

하나님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인간의 의지를 대변한다.

마치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닮았다.

 

 

성당 내부는 미사 중이라 잠시 뒤에서 기다렸다.

미사 드리는 분들은 우리가 참 싫겠다 싶더라.

안에는 못들어가지만 뒤에서 관광객들이 계속 사진을 찍어대니 말이다.

나도 뭣모르고 한 장 찍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 미사가 끝날때까지 뒤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카톨릭이든, 기독교든, 불교든, 이스람교든

예배시간의 경건함은 지켜주는게 맞는 것 같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강렬한 색유리를 사용해 성서의 내용을 모자이크하는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주재단을 제외하곤 대부분 직사각형의 색유리를 사용했다.

그래서 들어오는 빛도 신비감과 엄숙함보다는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주재단이 말씀같다면, 이곳은 기도같다고 할까?

이곳이 "기도 드리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불리는 이유를,

나는 이 은은한 색유리에서 찾았다.

 

 

그리고 성슈태판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안톤 필그람의 설교단.

설교단 아래에는 선(善)을 상징하는 4명의 성직자가,

설교단으로 올라가는 계단 손잡이에는 악(惡)을 상징하는 도마뱀과 두꺼비가 조각되어 있다.

처음엔 선과 악이 같은 쪽에만 찾았는데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도마뱀도 두꺼비는 전혀 안보였다.

내 눈에만 안보이나 싶어 살짝 소심해하는데 설교단 계단 손잡이에 저렇게 버젓이 있는거다.

한두개도 아닌 단체 등반 모드로. 

게다가 악(惡)의 상징물이라면서 어쩌자고 저렇게들 귀염귀염한지...

화가들이 그림 속에 자신의 초상화를 숨겨놓듯이

안톤 필그람도 이곳에 자신의 모습을 숨겨놨다.

설교단 뒷편 그늘진 곳.

콤파스를 든 손으로 반쯤 열린 창문밖을 내다보고 있는 안톤 필그람의 모습.

워낙 그늘진 곳이고 높이고 무릎께라 지나치기 딱 좋은 위치.

아... 당신이 이 설교단을 만드신 분이시군요,

반갑고 눈인사 한 번 하고. ^^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기에 딱 좋은,

빈의 혼 성슈테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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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7. 12. 12. 08:43

빈 중앙묘지 Tor2 입구를 따라 이어지는 큰 길 끝에는 하얀색 성당이 서있다.

Friedhof Kirche 성당.

1880년대 이 묘지를 조성할 당시 빈 시장이었던 칼  뤼거(Karl Lueger)를 기념하기 위한 성당이다.

하지만 그의 사망당시에 이 성당이 완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식 장례를 치루지 않고 기다렸다가 성당이 완공된 후 성당 아래로 그의 시신을 옮겨왔단다.

본인의 바람인지, 가족들의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을 이룬 셈이다.

성당 입구에 둥근 공간이 있어 당연히 분수대 일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을 빙 둘러싼 대리석에 검은 색으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가운데 돌로 만든 커다란 널에도 Karl Renner라고 씌여있었다.

무심코 밝고 들어갔는데 이곳이 역대 대통령들의 무덤이란다.

Karl Renner는 오스트리아 공화국 당시 정부를 이끌던 인물로 오스트리아 제2공화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그러니까 주변에 씌여진 이름들 모두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이름들.

그 위를 생각없이 지나다녔다는게 뒤늦게 죄송스러웠다.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안에 들어서는 순간 환하고 밝은게 꼭 천국의 일부같았다.

내부 전체가 하얀빛이라 마치 구름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국적인 문양의 파란색 돔은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를 떠올리게 하는데

입구쪽 창 문의  진한 파란빛 스탠드클라스와, 바닥의 연한 파란빛과의 조화가 평화롭다.

추위로 곱았던 손에도 조금씩 온기가 감돈다.

소성당을 하나씩 돌아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곳은... 죽음이 참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구나.

비통하고 절망적인 죽음이 아닌 평화롭고 온화한 그런 죽음.

"good"이 아닌 "well"을 생각했다.

 

 

노란 나뭇잎이 카펫처럼 깔린 빈 중앙묘지.

이른 아침 찾아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

저 길따라 들고 나는 이들이게 이곳은 어떤 의미이고 기억일까?

더이상 보살핌을 받지 못해 폐허처럼 버려진 죽음도

앞으로도 여전히 기억될 죽음도

나는 다 두렵다.

 

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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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7. 12. 11. 08:44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가고 싶으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Zentiralfriedhof.

"거대한 평온의 뜰"이라는 뜻의 빈 중앙묘지.

아침 일찍 지하철 U3를 타고 종점 simmering에서 내려 트램을 기다렸다.

6번과 71번 중 6번이 먼저 왔다.

빈 사람들은 그런단다. 

"그 사람 어제 71번 트램을 탔어..."라고 말하면 "그 사람 어제 사망했어..."나는 의미라고.

슬픔을 가리는 다정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죽음이라는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곳으로의 시작이나 여행처럼 느껴져서...

 

 

중앙묘지는 거대한 뜰 답게 입구가 무려 4개나 된다.

그 중 음악가의 묘역과 가장 가까운 곳은 Zentralfriedhof 2 Tor.

두 개의 거대한 오벨리스크 기둥 사이로 출입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좌우로 펼치는 죽은 자들의 도시를 거닌다.

이른 아침이었고,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날씨도 잔뜩 흐렸고, 심지어 춥기까지해서

마치 이곳과 저곳 경계 어디쯤에 있는 느낌이었다.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아니었다면 현실감을 잃었을지도...

 

죽은 자들의 도시는 늘 나를 사로잡는다.

저기 어디쯤에 몰래 숨어있다 나란히 눕고 싶다는 간절함.

이뤄질 수 없는 열망으로 늘 몸이 단다.

 

 

32-A "Musiker"로 들어서면

초록 잔디 위 맨 앞에 길게 Liechtenstein이 누워있고

뒷편으로 Veethoben, Mozart, Schubert의 묘가 삼각형 형태로 모여있다.

음악의 신동 Mozart는 가매장이 되는 바람에 유골을 찾지 못해 비어있는 상태지만

클래식의 대가 세 분이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외롭지 않고 참 좋겠다.

어쩌면 도란도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헌화된 꽃들도 예쁘고

묘소 주위에 소담스럽게 모여있는 노란 가을잎들도 탐스럽다.

존경과 사랑으로 보살펴지고 있다는게 느껴져 부럽고 다행스러었다.

고요하고 장중한 레퀴엠 같은 곳.

 

 

요한 스트라우스와 브람스를 비롯한 음악가들조차도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앞에선 빛을 잃는다.

유명(有名)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이름 끝자리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내가 할 걱정은 감히 아니겠지만

안스러워 몇 번씩 눈길이 갔다.

오래 기억됐고,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죽음.

그 죽음 자리가...

머릿속에서, 눈 속에서 내내 서걱거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2. 8. 08:39

<빌리 엘리어트>

 

일시 : 2017.11.28. ~ 2018.05.07.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극본 : 리 홀 (Lee Hall)

작곡 : 엘튼 존 (Elton John)

연출 : 스테판 달드리 (Stephen Daldry)

출연 : 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 (빌리) / 유호열, 한우종, 곽이안, 강희준 (마이클)

        김갑수, 최명경 (아버지) / 최정원, 김영주 (미세스 윌킨슨) / 박정자, 홍윤희 (할머니) / 구준모 (토니)

        석주현, 김요나, 박시연 (데비) / 백두산, 서재민, 강대규 (성인 빌리) 외

제작 : 신시컴퍼니

 

2010년 초연 이후 무려 7년이나 기다렸다.

아직은 낯설지만,

특히 대사와 가사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대면대면하지만,

빌리 엘리어트는 역시 진리다.

2년 동안 트레이닝을 했다는 5명의 빌리와 네 명의 마이클은 환상적이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들.

이 아이들.

심지어 떨지도 않고, 오버액팅도, 어색함도 없다.

성인 배우들의 긴장감은 느껴져도 아이들이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더라.

춤, 노래, 연기.

3시간을 끌고가는 이 아이들의 힘이라는건 정말 엄청나다.

ql록 7년의 세월이 느껴지긴 했지만

초연의 브레이스웨이트 정원령을 다시 본 것도 정말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1막의 Grandma's song의 미묘한 감성은 초연과는 차이가 좀 많이 났다.

확실히 이주실이라는 노배우의 아우라를 무시할 순 없겠구나 싶었다.

(그런 이유로 대배우 박정자 캐스팅에 기대를...)

아버지 김갑수는 아직 무대 적응이 완벽하진 않은 것 같고

2막의 노래는...

노래에 집중한 탓에 감정 전달이 충분히 되지 못해 좀 아쉬웠다.

(초연땐 조원일 배우는... 정말 가슴끝을 먹먹하게 만들었는데...)

프리뷰 기간이라 angry dance는 충분히 angry 하지 안고

electricity의 전류도 아직은 불꽃이 튀지 않지만

이렇게 빌리를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좋다.

 

어쩌면...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2. 7. 08:30

 

<빈센트 반 고흐>

 

일시 : 2017.11.04. ~ 2019.01.28.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극본 : 최유선

작곡, 음악감독 : 선우정아

연출 : 김규정

영상디자인 : 고주원 / 영상감독 : 정혜정

출연 : 박한근, 이준혁, 김경수, 조상웅 (빈센트 반 고흐) / 김태훈, 임강성, 박유덕, 유승현 (테호 반 고흐)

제작 : HJ 컬쳐

 

후후, 또 봤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을 보러간게 아니라 고흐의 그림을 보러 갔다는게 정확한 표현일거다.

11월 초에 이 작품을 보고 프랑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묘하다.

단 한 번도 프랑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 안해봤는데

이 작품이 날 프랑스라는 나라를 꿈꾸게 했다.

Gogh Road.

헤이그 - 파리 - 아를- 생레미 정신병원 -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작과 끝은 네덜란드 고흐 박물관이면 딱일거고.

다른 곳은 몰라도 고흐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오베르란 곳엔 꼭 가고 싶다.

오베르의 시청과 교회를 둘러보고,

밀밭 주변을 오랫동안 천천히 걸은 뒤

빈센트와 테호의 무덤에 노란 해바라기 한 무더기 올리고 싶다.

 

고흐는...

자신의 삶에 어떠한 확신도 갖지 않았단다.

하지만 별들의 풍경이 자신을 꿈꾸게 했다고...

그 힘으로 삶을 버텼고,

그 힘으로 그림을 그렸던 고흐.

어쩌면 정말로 아를의 뜨거운 태양이 고흐의 광증을 증폭시켰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고갱이 떠난 후 자신의 귀를 잘라냈는지도 모른다.

광증과 발작 그리고 환청.

정신병원에 가겠노라 결정한건,

그렇게해서라도 발작과 환청에 저항하고 싶었던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었으리라.

가슴에 총을 맞고 집으로 돌아와 이틀을 보내면서 고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의 죽음에 자살이네 타살이네 아직까지 말이 많지만

뭐가됐든 자살같은 죽음임에는 틀림없다.

"울지마! 이게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야.

 슬픔은 영원히 남는거야. 난 이제 집에 가는 거라고,

 이제 모든게 끝났으면 좋겠어.... "

 

빈센트와 테호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마치 내가 빈센트인듯.

그리고 또 테호인듯.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2. 6. 08:32

 

<햄릿 얼라이브>

 

일시 : 2017.11.23. ~ 2018.01.28.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윌리엄 세익스피어 <햄릿>

작사, 각색 : 성종완, 강봉훈

작곡 : 김경욱

각색,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홍광호, 고은성 (햄릿) / 양준모, 임현수 (클로디어스) / 김선영, 문혜원 (거투루트) / 정재은(오필리어)

        황범식, 최용민 (호레이쇼) / 김보강 (레어티스), 최석준(폴로니어스) 외

제작 : CJ E&M(주)

 

세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이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게다가 홍광호, 양준모, 김선영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누구라도 다 알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는 고전(古典).

혹시라도 그렇게 되는건 아닌가 걱정스럽긴했다.

개인적으로 고전의 재해석 혹은 현대물로 탈바꿈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무래도 클래식은 클래식할 때 가장 좋은것 같다.

 

각설하고,

양준모와 김선영은 기대 그 이상으로 좋았다.

정극연기도 좋았고 넘버도 과함이나 부족함 없이 정확하고 정적했다.

홍광호 햄릿과 선왕으로 분한 양준모가 함께 부르는 "복수를 해다오"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한데

살인, 음모, 북수를 외치는 장면은 마치 "쇼미더머니" 능가한다. 

개인적으론 홍광호보다 양준모의 포텐에 감탄했던 넘버이자 장면.

"날 용서하소서"에서의 연기와 눈빛도 엄지 척!

오필리어를 향해 도와달라며 부탁하는 장면에서 김선영 거투루트의 절절한 모성애는 너무 좋더라.

다 쏟아내지않고 꾹꾹 눌르면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에 역시 김선영이구나 감탄했다.

홍광호 햄릿은 노래... 두 말할 필요 없이 잘한다.

연기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미스터마우스>때도 느꼈던건데 바보연기는... 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햄릿은 왜 바보가 된거지? 단지 미친척 했던건 뿐인데...

로젠크랜츠와 길든스턴은 완전히 반푼이였고

레어티스의 친구들이 오필리어에게 남자를 조심하라는 장면은 고~~~대로 통째로 드러내고 싶다.
코믹도 아니고, 위트도 아니고, 난잡할 뿐이다.

이 작품이 어딘지 워크샾 공연같다는 평가가 있는데

마아도 이런 너저분하 장면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전적이던지, 현대적이던지...

스토리에 비해 너무  비장한 넘버도 어딘지 균형감을 흔든다.

아무래도 나는...

모던한 햄릿보다는 고전극의 햇릿을 더 사랑하는 모양이다.

 

고전적이거나, 현대적이거나.... 그것이 문제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2. 5. 08:43

 

<타이타닉>

 

일시 : 2017.11.08. ~ 2018.02.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작곡 : 모리 예스톤 (Maury Yeston)

대본 : 피터 스톤 (Peter Stone)

안무 : 메튜 가디너 (Matthew Gardiner) / 무대디자인 : 폴 드푸 (Paul Depoo)

연출 : 에릭 셰퍼 (Eric Schaeffer)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김용수, 왕시명, 이상욱, 조성윤, 정동화, 이준호, 권용국, 박준형, 이희정, 문종원, 김봉환, 임선애, 윤공주,

        전재홍, 임혜영, 서승원, 송원근, 이지수, 김리, 방글아, 김태문, 김가희, 노태빈, 남궁혜윤, 강동우

제작 : 오디컴퍼니 주식회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

괜찮다. 잘 만들었다.

음악도, 무대도, 배우도, 연기도, 연출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결코 두 번 다시 보고 싶진 않다.

"안녕! 내 사랑, 2주 후에 만나"

이 대사부터 뭉클했는데

2막으로 갈수록 세월호 사건과 중첩되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도저히 거리감이라는 생기지 않아 객관화에 실패하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괴로웠다.

(실제로 두 눈을 질근 감아버리기까지 했다.)

모든 참사와 재난은 진정 인재일 수밖에 없다는게 참혹하다.

역사적인 첫출항에 기록적인 전설을 만든 거대한 타이타닉의 생애는 고작 5일에 불과했다.

1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은 그대로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됐고

배는 거짓말처럼 침몰됐다.

다를게... 하나도 없다.

다른게 있다면,

작품 속에서 선장은 힘없고 가난한 3등실 승객들을 버렸지만

다른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거.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선장과 14살 승무원의 대화가 가슴에 너무 오래 남는다.

- 자네 두렵지 않나?

- 두렵습니다. 하지만 전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이 순간 배를 책임지는 사람은 선장이 아니라 14살 승무원이었다.

침몰하는 배를 최후까지 버티게 한 건,

선주와 선장과 설계자의 으르렁거리는 책임전가가 아니라 힘없는 승무원의 책임감이었다.

그게 위대했던거고, 그게 전설인거다.

배가 가라앉고 시작되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독백을 듣는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 이제 남은 생애동안 그 비명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겠죠.

지금 우리가 딱 그런 모습라는게 적막하다.

신이여.

우리를 지켜주소서.

 

Posted by Book끄-Book끄
soso해도 괜찮아2017. 12. 1. 15:39

나 이제 그만 노력할래.

노력하는거 지겹다.

최선을 다하는 것도 지겨워.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