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1. 6. 16:28

새벽 5시쯤에 일어났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살펴보니

하늘은 잔득 흐렸고 바람 심상치 않다.

금방이라도 장대비가 퍼부을것 같은 날씨라

아침산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라지만 이곳까지 와서 방에만 있는건 아닌것 같다.

비를 만나든, 바람을 만나든, 둘을 다 만나든,

일단 나가기로 결정했다.

 

 

사람이 거의 없는 길은.

아직 깨지 않은 꿈같다.

아주 작은 꿈.

조그마한 소리에도 소스라치며 눈을 뜰 것만 같은 그런...

그렇게 깨어질 얋고 선한 적막이

나는 참 좋다.

 

바람이 불어도,

하늘이 잔득 흐려도,

이곳은,

이곳에 있는 나는 거짓말처럼 고요하다.

믿겨지지 않을 만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1. 5. 10:45

개와 늑대의 시간.

아마 그쯤이었을것 같다.

어둠이 찾아오기 바로 전의 하늘.

파란빛도, 푸른빛도, 청록빛도 아닌

전후좌우 위와 아래,

모든 방향의 색이 조금씩 달라지는게

다 보이는 그 찰나의 순간.

이 순간만큼은

공간도 시간속에 먹힌다.

그것도 아주 완벽히!

 

 

이 날의 기억 하나 ...

오래 걸어 갈증이 심했다.

물이 간절했다.

주변엔 마켓도, 슈퍼도 없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가야 한다는게 망설여졌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뭔가를 먹거나 마시고 있었고

나는 완벽하게 혼자였다.

혼자 고립된 느낌.

외로움은 아니었고 무서움의 일종이었다.

여기서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하는.

 

 

어두워진 타르티니 광장에 

한참동안 머물렀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고 점점 비어가는 광장,

비로소 이곳이 광장이라는게 실감됐다.

사람이 모이는 광장과

사람이 없어야 비로소 전부가 보이는 광장.

그러나 그 둘은 결코 다르지 않다.

그 둘의 간극에 내가 있다는게...

나는 참 좋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1. 2. 15:36

두번째로 옮겨간 sun set point.

타르티니 광장을 지나

해지는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해는,

그대로 생명이고 숨이다.

 

 

바다빛이...

찬란한 금빛이다.

어쩌면 저기 물 속 깊은 곳에 엄청난 규모의 금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 착각, 망상...

부족할 것 없는 여행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든 한 장면.

물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고,

물 위에 떠있는 사람이 있고,

그걸 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사실은...

좀 무서웠었다.

혼자 돌아가야 한다는게.

숙소이든, 여행이든, 삶이든, 일생이든.

그 무서움증을 잊을 수 있었던건,

저 노래 때문이었다.

밴드의 연주와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가수의 노래.

난생 처음 듣는, 모르는 노래였는데 그래서  

흥겨웠다.

 

피란은 내게 많은 기억을 남긴 도시였다.

풍경과 날씨, 그리고 노래로.

좋은거 옆에 좋은거, 그 옆에 더 좋은거.

피란이...

내겐 딱 그랬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1. 1. 09:15

숙소에서 나와 젤라토를 먹으며

석양을 기다렸다.

솔직히 말하면...

피란의 Sun Set Point는 따로 없다.

날이 흐리지만 않는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다 sun set point.

 

 

석양을 보기 위해 처음 자리 잡은 곳은,

등대가 한 눈에 보이는 피란의 초입.

피란 초입에서 석양의 초입을 기다린다.

시작되는 석양.

조금만 더 그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빛 속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