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0. 31. 08:35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6.10.11. ~ 2017.01.01.

장소 : 대학로 TOM 1관

대본, 작사, 작곡, 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편곡 : 김은영

안무 : 안영준

출연 : 이경수, 에녹, 김도빈 (한스) / 전성우, 강영석 (헤르만) / 송상은, 안은진, 이지수 (안나)

        이승원, 박정원 (요나스) / 김경화, 전혜선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집단 최면을 통한 조직적이고 확고한 인간 기억의 조작.

그리고 그 조작을 통해 이루고자했던 인간의 무의식 지배와 통제.
세계대전 당시 실제 독일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신만이 순수하고 우수한 혈통이라는 믿었던 그들의 오만은

인류사의 씻을 수 없는 오명과 비극을 남겼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서도 저항은 여전히 살아있다.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과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 진실을 찾겠노라는 사람.

봉인던 기억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블랙메리포핀스>는

같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달라져있었다.

2012년 초연부터 2014년 공연까지는 변호사 한스가 이야기를 끌고갔는데

이번에는 화가 헤르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상에나, 시점을 확 바꿔버리다니...

도대체 이 획기적인 전개는 누구의 머릿속에서 처음 시작됐을까?

만약 이 모든게 초연때부터 이미 기획된거였라면...

대단하다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론 한스의 시점에 더 좋긴 하지만 헤르만의 시점 역시도  그 나름의 매력을 갖는다.

처음 장면에서 헤르만이 너무 다크해서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터뷰를 차용한 "독백"이었다는걸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그런데 헤르만을 인터뷰 하던 여자의 목소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너무 섹시하고 끼를 부리는 느낌이라...)

 

헤르만 전성우, 안나 송상은은 초연때부터 계속 참여한 배우들이라

연기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아주 정적이고 탄탄했다.

한스역의 에녹은 넘버은 훌륭했는데 대사할때 ㅈ, ㅊ 발음이 자꾸 귀에 거슬린다.

긴 대사에서는 뒤로 갈수록 감정이 빠져나가 마치 성실한 낭독자처럼 느껴졌다.

요나스 이승원은 막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보여 억지스런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보는 내내 최성원의 요나스를 그리워했다.

(급작스런 발병과 싸우고 있는 최성원 배우의 완쾌를 빌며...) 

메리 김정화는 처음 본 배우였는데

지금껏 본 메리 중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모성애가 강해서

메리의 아픔과 절망, 후회의 감정 전달이 잘됐다.

 

기본이 탄탄한 작품은

시점이 바뀌어도, 배우들이 달라져도 여전히 좋은 작품이다.

다른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버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점의 변환은 확실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도해볼만한 도전이었다.

(개인적으론 메리의 시점도 궁금하다... 안나나 요나스 버전까지는 안나올 것 같고...)

한국창작뮤지컬의 힘.

이 작품이 그 가능성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지 않을까 확신한다.

멋졌고, 멋지고, 앞으로도 계속 멋질 블랙메리포핀스.

 

* 문득 메리의 대사가 떠오른다.

  "권력이라는게 얼마나 치밀해야 유지될 수 있는지 너도 잘 알지 않니?"

  망할 놈의 권력,

  그게 항상 문제다.

  세계대전 당시 독일도, 지금의 대한민국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