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0. 23. 07:59

<뿌리 깊은 나무>

 

일시 : 2014.10.09. ~ 2014.10.18.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원작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오경택

예술감독, 총안무 : 정혜진

출연 : 서범석(세종) / 임철수, 김도빈 (강채윤) / 최정수, 박영수 (무휼)

        이시후 (성삼문), 김백현 (가리온) 외 서울예술단원

제작 : (주)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새로운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10월 9일 한글날 기념적인 첫공연을 올렸다.

한아름, 오상준 콤비에 서범석과 임철수가 객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must see!"를 다짐했던 작품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공연 기간은 너무나 짧았고,

그래서 입소문이 제대로 나기도 전에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사람은 다 본다.)

끝난 공연을 포스팅하는게 좀 뒷북같긴 하지만 그래도 짧게라도 코멘트를 남기련다.

 

작품은,

역시나 서울예술단이기에 가능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서울예술단 작품을 할 때가 가장 그들답고 아름답다.

그들이 함께 무대에 서면

주조연을 구별하는 것도, 출연분량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도 참 부질없다.

내 앞에 펼쳐진건 그들 모두가 정성을 다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심지어 그 그림 속에는 아련하고 그윽한 향(香)까지 느껴진다.

최고는 아니지만 자기 자리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그리고 나는 서울예술단의 그런 모습이 언제나, 너무나 좋을 뿐이다.

 

 

얼마전에 예술단 단원이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연습하면서 서범석 선배에게서 후광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단지 후배가 선배에게 느끼는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속에서 세종으로 분한 서범석의 아우라를 실제로 보니 그 말의 의미가 충분히 이해되더라.

연기도, 노래도, 전체적인 위엄과 분위기도 진심으로 왕다웠다.

배우 서범석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군주의 모습이더라.

이 작품 보면서 서범석이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를 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 머릿속에서 정조는 only 민영기뿐이었는데...)

 

역시나 서울예술단 작품답게 타악기의 활용도, 배우들의 군무도 탁월했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영상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도 참신하면서 흥미로웠다.

<소서노>에 이어 무대 바닥까지 꼼꼼하게 활용한 영상효효과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나비처럼 날아다니게 만든 연출은 베스트였다. 

그리고 2막 채윤과 성삼문의 격구장면 연출,

아주 멋졌다!

어린 채윤과 세종이 어른이 되는 모습을 오버랩시킨 것도 좋았고

무휼의 누나가 공녀로 끌려가는 장면에서 하얀 상여를 등장시킨 장면은 뭉클했다.

너무나 간곡하고 절실한 은유라서 많이 아프더라.

때로는 시같고 때로는 그림같던 무대였고 작품이었고 장면이라 여운이 깊다.

배우들 모두의 정성이 깊이 담긴 작품이더라.

심지어 어린 채윤역의 아역까지도 어쩜 그리 잔망지게 잘하던지...

공연기간만 충분히 확보되고 계속 피트백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짧은 공연기간이 내내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런 아쉬움이 서울예술단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고!

작품의 완성도도 그렇고, 공연기간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고

자꾸 뭔가 부족함의 여지를 남겨 아쉬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묘한 힘.

그 빈 여백의 가능성이 나는 너무나 좋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매번 자리에서 저절로 일어서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함에 감동한 기립이 아니라

내가 본 가능성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는 기립.

 

분명한건,

서울예술단 작품은 뭐가 됐든 끊임없이 발전할거란 사실이다.

그걸 믿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에 매번 기쁘게 박수쳐줄 준비!

 나는 언제나 되어 있다.

 

커튼콜때 두 손을 곱게 모은 박영수 무휼이 서범석 세종을 바라보던 눈빛...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숱한 의미가 담겨 있던 그 눈빛.

   뭉클함이 느껴질만큼 참 아름다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