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4. 25. 08:34

메트로 C를 타고 비셰흐라드 (Vyšeehrad)로 향했다.

체코어로 "Vyše"는 "위"를, "Hrad"는 "성"을 뜻한단다.

즉 "위쪽에 자리잡은 성"이란 의미.

이곳에서 프라하 탄생신화가 시작된다.

비셰흐라드는 전설 속 리부셰 공주가 평범한 농사꾼인 프르제미슬에게 마법의 말을 보낸 장소다.

후에 두 사람은 결혼해서 프라하의 시조인 프르제미슬리트 왕조를 창시한다.

리부셰 공주는 숲이 우거진 비셰흐라드에서 블타바강 너머 바라보며

영광이 하늘에까지 미칠 위대한 도시의 탄생을 예견했단다.

그 위대한 도시가 바로 프라하!

하늘님의 아들이 내려오고, 알에서 깨어나고... 등등의 신화에 익숙한 나에게

이런 소박하고 무던한 신화는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프라하처럼.

 

 

지하철에서 내려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면 정문인 "레오폴드문"이 나온다.

발트슈테인 궁전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곳은 그보다 더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시가지쪽에만 있는 모양이다.

관광객보다 동네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좋은 쉼터를 곁에 두고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원형의 건축물은

성 마르틴 교회의 로툰다(St. Martin’s Rotunda)다.

12세기에 완공된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 성당이라는데

문은 굳게 잠겨있다.

1841년 도로건설 계획때 이 성당이 사라질뻔 했는데

당시 시의원이었던 카를 호텍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단다.

예전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봤던 베라 크루즈가 생각난다.

규모면에서는 마르틴 로툰다 성당이 훨씬 작지만

두 성당 모두 작아서 아름다운 성당이다.

종교의 힘보다는 종교의 본질인 믿음 먼저 느껴지는 성당.

 

 

비셰흐라드는 1140년까지 왕궁과 요새로 쓰이다가

흐라드차니에 프라하성이 완성면서 뒷방 늙은이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계절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저 멀리 프라하성을 묵묵히 바라보며

빈벤치에 앉아 사과 한 알을 오래 씹어 삼켰다.

마치 현지인이라도 된 듯이.

'좋다'라는 말로

이 모든 감정을 표현하기엔 터없이 부족하지만

다른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되기에 또 다시 되뇌인다.

 

좋...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