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과 상처
무릎이 성할 날이 없다.
또 제대로 넘어졌다.
그것도 최고로 추운 어제 합정동 대로변에서...
좀 심하게 넘어지기도 했지만 바지까지 뚫렸다.
(기모가 들어있는 제법 두꺼운 바지였는데...)
신기한건,
늘 넘어지기 직전에 알게 된다.
넘어지는 정도와 상처의 정도를!
이번에도 그랬다.
아, 제법 큰 상처가 생기겠구나...
온 몸을 부리듯 그대로 콰당 넘어졌다.
옷 위로 피가 맺혔다.
며칠전 부딪쳐서 생긴 시퍼런 멍도 가실 기미가 없던데...
그래선가?
소소한 상처들과 아픔들...
그런 것들에 대해 잠깐 생각해봤다.
소노그라퍼(sonographer)의 고질병인 어깨통증과 손목 통증은 15년 이상을 달고 살았고,
(특히나 손목통증은 이제 꽤 심각한 상태다.)
시력도 문제다.
오른쪽 왼쪽의 시력 차이가 크기도 하지만 요즘들어 아침마다 왼쪽 눈에 간헐적인 통증이 자주 느껴진다.
안과를 가봐야 하는데 혹시라도 안좋은 소리를 들을까봐 최대한 미루고 있다.
라섹수술을 하고 10여년 이상을 잘 썼는데...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을 빨강>을 읽으면서 그랬더랬다.
아... 나도 나중에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시력을 잃게되면 좋겠다...고.
그렇게... 되는건가!!!
책 속의 세밀화가처럼 스스로의 눈을 찔러 실명을 선택하는 일은 없겠지만
시력이 더 안좋아지기 전에 더 많이 눈에 담야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래 기억하자고...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을 안다.
현재가 아닌 기억에 의지해 사는 날이 올거라고...
희망사항이 독거(獨居)고 최종목표가 고독사(孤獨死)라고 주변사람들에게 우스개 소리를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공포감이 느껴져야 정상인데 제법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래도 하나만 바라고 살아야겠다.
깨끗하게 사는거.
남들 눈에도, 내 눈에도 추하거나 흉해보이지 않게...
깨끗하고 단정하게 살자.
그게 나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