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르의 석양
바다오르간에 앉아 내내 지켜본 자다르의 석양.
구름에 가려 해는 선명하지 않았지만
붉게 물드는 하늘빛과 물빛을 보는 것만으로 석양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언제나 나를 뜨겁게 만드는 석양.
언젠가 내가 찍은 석양 사진들만 쭉 모야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지는 속도와 비례해서 기온은 내려갔고
짐을 줄인다고 얇은 옷만 가져간 나는 턱을 덜덜 떨면서 몸을 한웅큼 웅크렸다..
일어나서 가버리면 그만일인데 그걸 못하고 그대로 앉아버렸다.
추위... 뭐 그까짓거!
내일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호기롭게 무시해 버리기로 했다.
이 좋은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역시 아이들은 대단하다.
차가운 바다 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은 용감했고
물 밖으로 나와 부르르 몸을 떠는 모습은 유쾌했다..
입은 옷을 벗어던진채 그대로 바다로 뛰어드는 어린 무모함이 마냥 부럽다.
나는 왜 수영이 끝끝내 배워지지 않았을까... .
예전에 큰 맘 먹고 3개월 과정을 등록하긴 했었다.
하지만 2주가 지날때까지 물 속에서 수경을 끼고도 눈을 못뜨는 내게 수영코치가 그러더라.
"태어날때부터 온 몸에 납을 감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긴 하다..."고.
첫 수업시간에 그 코치는 분명히 말했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어요!"
그때 알았다.
내가 수영코치에게 있어서는 안되는 단 사람이 되버렸다는걸.
2개월치 강습료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 돌아나오며 생각했다.
'수영이랑 운전, 이 두 가지는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못하겠구나!"
수영코치는 내가 안보여 속이 후련했을까?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문득문득 그때 생각이 난다.
나도 날 포기하고,
수영코치도 날 포기한 그때가.
한 사람이라도 포기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물을 무서워하지 않았을텐데...
결국 물은 나에겐 닿을 수 없는 먼 풍경이 되버렸다.
그래서 더 애닯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