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6. 18. 08:46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8.06.12. ~ 2018.08.2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티모스 맥카비 (Timothy Mackabee)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민정

출연 : 강필석, 이지훈 (인우) / 임강희, 김지현 (태희) / 이휘종, 최우혁 (현빈) / 이지민(혜주)  

        최호중(대근),  진상현(기석) 외

제작 : 세종문화회관, 달컴퍼니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이 올라온대서

정말 기뻤다.

2012년 초연과 2013년 재연 이후

무려 5년만의 공연.

솔직히 말하면 여러가지 문제로 다시는 못 볼수도 있겠구나 반쯤 포기했더랬다..

그래서 더 반갑고, 더 기대됐는지도...

태희장인으로 불리는 전미도가 빠졌다는게 치명적이긴 하지만

강필석 인우는 여전하니 다행이다.

강필석이 말했던가.

내가 작품을 선택한게 아니라 작품이 나를 선택했다고.

그 말에 100% 공감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보고 난 솔직한 느낌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축소판을 본 듯한 느낌.

강필석 인우는 여전히 좋았고

김지현 태희도 재연때보다 감정도 연기도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일단 무대부터 허전했다.

실루엣으로 보여지돈 것도 사라졌고

버스정류장도, 교실도, 강의실도, 여관방도 다 휑하다.

거울효과를 낸 바닥은 나쁘지 않았지만

초연, 재연의 감성돋는 여신동의 무대가 보는 내내 많이 아른거렸다.

학생 라인이 너무 많이 약했고,

최호중 대근도 생각보다 약해서 임기홍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혜주와 현빈은 많이 심각한 상태.

과도한 발랄함만 있고 감성이라는건 희미하다.

(최우혁 현빈이라고 뭐 많이 다를 것 같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느닷없다는 느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 작품이 맞긴 한데 보면 볼수록 다른 작품인것 같은  

이 알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니.

너무 오래 기다려 그리움만 더 깊어졌나보다..

만약....

다시 보게된다면 이 낯설음이 달라질까?

모르겠다.

마냥 전미도 태희가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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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6. 27. 17:23

<인터뷰>

 

일시 : 2017.06.01. ~ 2017.08.20.

장소 : 대학로 TOM 1관

극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이건명, 민영기, 박건형, 강필석, 임병근 (유진킴) / 이지훈, 김재범, 김경수, 이용규, 고은성 (싱클레어)

        민경아, 김다혜, 김주연, 임소윤 (조안)

피아니스트 : 강수영

제작 : (주)더블케이 필름앤씨어터

 

작년 11월에 이 작품을 처음 봤었다.

캐스팅은 이건명, 김경수, 문진아.

그때 아주 인상 깊게 봤었고 김경수란 배우를 재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올라온다는 이야기에 반갑기도하고.

박건형의 제안으로 결말을 바꿨대서 궁금하기도 했서 예매를 했다.

강필석과 김재범 페어로.

 

결론부터 말하면,

결말이 확 바뀐건 아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예전이 훨씬 좋았다.

강필석과 김재범 페어는

강필석은 괜찮았고 김재범은 의외더라.

둘 사람의 나이차이가 별로 안나는게 확실히 몰입에 방해가 됐다.

차라리 김재범이 멧 시니어가 아닌 유진킴을 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정말 나만 했을까???)

김재범의 앤과 우디는... 좀... 많이... 무리수었다.

지미일때도 과격함이 느껴질 정도로 더 강하게, 거칠게 표현했으면 좋았겠는데 생각보다 너무 약했고

노네임은 어딘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강필석 유진킴도 초반부터 싱클레어에게 말을 좋는게 좋지 않을까?

(결국 놓을거면서...)

너무 조심하는것 같아서 주도권 자체가 밀리는 느낌.

민경아 조안은 노래부를때 조금 clam down 했으면 좋겠다.

(특히 첫 곡에서.)

민경아와 김재범의 누나, 동생 장면은...

모르겟다. 더 이상 말 안할란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 연기만 따로 때어 놓고 보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재관람을 한다면,

유진킴과 멧 시니어의 나이 차이가 필히 나게 선택하는 걸로!

그럼 지금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 사족같은 생각 하나.

  결말이 달라졌다고해서 살짝 기대했었다.

  멧 시니어의 사건을 추적하다 유진킴까지도 자신 안의 괴물을 만나는 걸로...

  뻘쭘하게 혼자 너무 멀리 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5. 17. 14:59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 (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이번 시즌 세 번째 <쓰릴미>

사실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첫번째로 본 최재웅, 김무열 페어가 워낙에 강렬해서

정상윤, 에녹 페어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려

세번째도 그러면 어쩌지 싶었다.

 

하지만!

역시 <쓰릴미>는 <쓰릴미>고

초연 배우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는 중학생들 같았다던데 나는 Never!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강필석의 비밀스러운 섬세은 지극히 네이슨스러웠고,

이율의 센 척하는 불안감도 리처드스러워  아주 좋았다.

 

이 작품,

참 볼 때마다 보여지는게 다르고, 느껴지는게 다르다.

일반적으론 네이슨에 많이 이입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전적으로 리처드에게 이입이 되더라.

그리고 석방된 네이슨이 어떻게 살았을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 리처드의 과거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혼자 열심히 상상한 "쓰릴미" pre version과 post version)

 

"난 너의 동반자, 절대 배신 안 해!"

딱 내 마음.

뭐가 어찌됐든!

쓰릴미는 항상 옳다. 늘 옳다. 무조건 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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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6. 11. 24. 08:58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시 : 2016.11.05. ~ 2017.01.22.

장소 :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극작 : 박햬림

가사 : 백석, 박해림, 채한울

작곡 : 채한울

연출 : 오세혁

출연 :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 (백석) / 정인지, 최연우 (자야) / 안재영, 유승현 (남자)

제작 : (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백석의 시들을 뮤지컬로 만나게 될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너무 잘 만든 작품이라 보는 내내 놀랐다.

백석과 정지용.

월북했다는 이유로 남한에서 그들의 시를 읽는건 범죄행위에 속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선명하다.

정지용의 "향수"와 백석의 "바다"를 읽고 멍해졌던게.

그런 백석의 시이기에 혹시라도 누가 되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작품은 내 우려를 말끔하게 씻겨줄만큼 넉넉했다.

유학파에 함흥여고 영어선생이었던 잘생긴 모던보이 백석과 기생 자야(子夜)은

백석이 교사로 제직하던 학교의 회식자리에서였단다.

기생 김영한을 보고 첫 눈에 반한 백석이 그녀의 손을 잡고

"오늘부터 당신은 영원한 내 여자야, 주음이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 우리에게 이별은 없어"

자야(子夜)라는 이름도 백석이 지어진 이름이었다고.

이들의 사랑은...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백석은 자신이 만주로 떠나면 자야가 자신을 찾아 올거라 확신하고 만주로 홀로 떠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방과 6.25 전쟁.

결국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채

1966년 백석이 북에서 사망하고

평생 백석을 그리워한 자야는 1999년 폐암으로 사망한다.

사망하기전 지야는 당시 시가 1,000억원 상당의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해서 세간을 놀라게 만들었다.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1,000억 재산이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해"

꿈꿔보지 못할 사랑이고

결코 꿈꿔지지 않는 사랑이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그리워하며 산다는게

형벌이었을까, 축복이었을까...

이 역시 가늠할 수 없다.

 

강필석의 백석은 기대 이상이었다.

강필석의 목소리는 슬픔과 아련함이 있어 이런류의 역할에 적합하다.

능청스러움부터 애잔한 그리움까지 연기도 깊었다. 

정인지 지야는 슬픔보다는 유쾌함과 발랄함이 강했고

기생보다는 시골 촌부의 느낌이 강했다.

젊은여자가 노인을 흉내내는 것 같아 표정도 명확하지 않고 뭉했다.

감정을 끌고 가는건 좋았는데

관객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는 힘은 조금 부족해보였다.

(전미도, 김지현, 이지숙이 자야를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대나무로 둘러싼 무대는 정말 좋았고

피아노 연주로 음악 전체를 끌고간건 더없이 탁월했다.

요즘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창작뮤지컬 덕분에 귀가 호사한다.

어쩜 이렇게 느낌들이 다 다른지...

 

이 작품,

푹푹 나리는 흰 눈을

조곤조곤 밟는 느낌이다.

어쩐지 쓸쓸만 하다.

섦기만 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지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서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힌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놓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바다

 

바닷가에 왔어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 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늘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섦기만 하구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4. 19. 08:21

 

<지구를 지켜라>

 

일시 : 2016.04.09. ~ 2016.05.29.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장준환 영화 "지구를 지켜라"

극본 : 조용신 

각색,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율, 정원영, 키 (병구) / 지현준, 강필석, 김도빈 (강만식) / 함연지, 김윤지 (순이) / 육현욱 (멀티맨)

제작 : PAGE 1

 

이지나 연출이 2년여 동안 준비해서 선보인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 신하균, 백윤식이 주연으로 나왔던 장준환 감독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무려 13년 전에 개봉한 영화...)

본영화는 아직까지 못뫘지만

그당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많이 나와서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블랙코메디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서...

사실 이 연극도 관람을 망설였는데 이지나 연출과 강필석에 끌려서 관람을 결정했다.

누군가 그러더라.

병맛 저격 코메디라고...

재미는 있다.

무대도 독특했고, 영상효과도 작품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가 신의 한 수였다.

앞부분은 이율이, 뒷부분은 강필석이 주로 끌고 가는데 이 둘의 균형감이 절묘하더라.

두 배우 모두 캐릭터 하나는 제대로 잡았다.

진지하고 젠틀한 역할에 어울리는 강필석은 의외의 발견이었고

특히 후반부에 긴 호흡으로 대사를 치는 장면에서는 배우 강필석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몸쓰는 장면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정말 잘 살리더라.

그래도 역시 최고의 액팅을 선사한건 멀티맨 육현욱!

육현욱 배우가 이 작품의 이 역할을 안했다면 진심으로 어쩔뻔 했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 최고의 히어로는 육현욱 배우다.

(순이역의 김윤지 배우도 타이밍 기가 막혔고!)

 

그런데...

내가 좀 old 한 성향이라 두 번 볼 생각은 아무래도 안들더라.

그러니까 결론은...

결국 지구를 지키는건 외계인이라는건데...

희망이 없는 지구를 버리고 자신의 별로 돌아갔으니

지구는 말짱히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갈테고

뭐, 달라진건 하나도 없네.

여전히 병구와 순이만 불쌍한거고...

블랙코메디가 아니라 완전 비극이네, 이 작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2. 08:31

 

<아랑가>

 

일시 : 2016.02.14. ~ 2.16.01.10.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근본 : 김가람

작곡, 음악감독 : 이한밀

작창 : 박인혜

연출 : 변정주

출연 : 강필석, 윤형렬 (개로) / 이율, 고상호 (도미) / 최주리, 김다혜 (아랑) / 이정열, 김태한 (도림)

        최석진, 현진 (사한) / 박인혜, 정지혜 (도창)

주최 : 충무아트홀, 이데일리(주)

 

창작뮤지컬 <아랑가>는 <삼국사기> 열전에 실려있는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긴 한데

2002년 에이콤에서 유호진 대표가 "도미설화"를 가지고 "몽유도원도"라는 뮤지컬을 만들었다.

(물론 원작은 최인호의 소설이지만 어쨌든 도미설화가 그 시작이다.)

김희갑이 곡을 쓰고 양인자가 작사를 했었는데 한때 이 부부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었다.

극의 구성과 넘버도 아주 훌륭했고

무대와 의상에도 엄청난 공을 들었던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그 당시 서영주가 도미, 이혜경과 김선경이 아랑, 김성기(김도형)와 김법래가 개로왕(여경)을 했었고

조승룡이 개로왕의 충신 향실 역을 맡았었다.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은 작품인데

좀처럼 올려지지 않아 그대로 사장되는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때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이 "Musical ARANG"이었다.

 

그래서 <아랑가>를 보는 내내

<몽유도원가>와 비교 아닌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2002년<뭉유도원도>의 압승이었다

무대는 이중 삼중으로 늘어진 국수자락(?) 하나뿐이라 황량했고

(몰락하는 백제를 표현한거라는건 알겠는데 몰락해도 너무 몰락했다.)

그 덕에 연주자의 음악이 상하좌우 종횡무진으로 무대를 휘저어

배우들의 대사와 노랫가사를 수시로 덜컥덜컥 잡아먹혔다.

특히 도창이 나오는 장면은,

국악과 양악 둘 다 쓰나미급으로 퍼부어대니 귀가 남아나질 않더라.

도창의 마이크 볼륨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너무 과했고...

전체적인 음악도 <삼천>처럼 국악기 위주로 편곡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것 같다.

그래로 배우들 연기만큼은 확실히 좋더라.

아랑 최주리는 <삼천>때보다 춤사위가 많이 늘었고

솔로곡에서 음이 불안한 곳이 몇 군데 있긴 했지만 감정은 전체적으로 좋았다.

개로왕 강필석과 도미 이율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었고

도림 김태한도 제 몫을 충분히 했다.

(개인적으론 도림이 더 강렬한 케릭터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의상은 요근래 본 작품 중 가장 최고였고!

 

재관람 할 정도는 아니고,

한 번쯤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

딱 그 정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 26. 08:36

 

<The story of my life>

 

일시 : 2015.12.01. ~ 2016.02.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 Brain Hill

작사, 작곡 : Neil Bartram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신춘수

출연 :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 (토마스) / 이석준, 김종구, 홍우진 (앨빈)

제작 : LG아트센터

 

기다렸던 강필석, 김종구의 SOM을 봤다.

음...

솔직히 말하면,

내가 두 사람에게 기대했던 것과 느낌이 달라서 좀 당황은 했다.

뭐랄까, 강필석은 토마스는 작가보다는 정치가 같은 느낌이 강했고

김종구는 아주 많이 아이같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더라.

아이보다는 눈감으면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에 가까웠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그래서 좋았다.

감기에 걸린것 같던데 컨디션만 좋았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진지하면서도 아이같이 순수한 김종구의 연기를 좋아하는데

앨빈이 딱 그런 역할이라 그냥 쓱 몰입이 됐다.

이 작품을 보면서 토마스의 넘버에 코끝이 찡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앨빈의 넘버에 꼬끝이 찡해졌다.

관람을 하기 전에는 강필석 토마스가 너무 많이 서정적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놀랐다.

지적인 것도 아니고, 냉정한 것도 아닌 뭔가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초연의 잔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아직까지 나에게 이 작품 최고의 페어는

류정한 토마스와 이창용 앨빈인 모양이다.

 

앨빈의 노래 구절처럼 나도 딱 그렇다.

"예전 그때가 그리워..."

다시 볼 수 없다는게 아쉽다.

 

그래도 역시 SOM은 SOM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18. 08:34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가 다시 시작했다.

작년 여름과 가을,

이 연극은 나를 위로하고 감싸안아 버티게 해줬다.

1958년의 올리버와 필립 두 사람이 문 앞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본것 처럼 나도 이 작품을 알아봤고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은,

실비아의 공기 중에 일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걸 아주 기묘한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사람만이 감지하고,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의 시간을 지속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

<프라이드>의 첫번째 장은 그런 홀림이었다.

 

혼자 참 많이 기다렸었다.

기다리는 내내 가능하면 초연의 캐스팅 그대로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꿈꿨는데

아쉽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몇 명 정도는 돌아와주지....)

다시 돌아온 <프라이드>

내겐 너무 익숙한 작품이 낯설다. 아직은...

특히 1958년의 뉘앙스가 초연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필립과 올리버의 조심성과 친밀함이 베어있던 경어체도 현대적인 어감으로 변했다.

게다가 1958년의 올리버(정동화)가 필립(강필석)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끼를 부린다.

마치 나 지금 당신에게 반했어요, 좀 알아주세요... 그러는 것 같다.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아직 공연 시작 초반이라 분명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그 날 무대 위의 정동화는 확실히 올리버는 아니었다.

올리버를 열심히 연기하는 정동화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건 살짝 위험한 발언인데,

정동화에게서 한지상이 보인다.

(미묘한 과장과 억지스런 심각함, 그리고 치기 어린 유아기적인 허세...)

 

1958년 강필석 필립은 생각보다 더 유(柔)했다.

그 유(柔)함 속에 필립의 망설임이 느껴져 개인적으론 좋았는데

그래도 두 어 번쯤은 확 터트려주길 바랬는데 그러진 않더라.

그게 강필석의 필립이라는걸 이해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강필석 필립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실비아는...

김지현이 참 많이 생각났다.

초연때 실비아 때문에 참 많이 울었었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내 마음이 온전히 실비아에게 닿지 못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초연의 기억이 강력할 줄은 몰랐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초연 배우들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초연의 <Pride>와 나 사이에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역사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 엔딩에"The Map"이 흐르니 가슴 한 켠이 쌰해지더라.

그때 알았다.

뭐가 어찌 됐든 이 작품을 외면하긴 힘들겠다고.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6. 22. 08:34

 

<Speaking in Tongues>

 

부제: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일시 : 2015.05.01. ~ 2015.07.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본 : 앤드류 보벨 (Andrew Bovell)

번역 : 반능기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승준, 강필석 (레온&닐) / 김종구, 정문성 (피트&닐&존)

        전익령, 강지원 (쏘냐&발레리) / 김지현, 정운선 (제인&사라)

주최 : (주)수현재컴퍼니

 

또 다시 봤다.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스핑킹인텅스.

이 작품...

아주 의도적인 배신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잊어버림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지나침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회피였다는걸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 배신이, 그 회피가... 다 이해가 되더라.

이 작품을 본 후,

관계의 회복이라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피트와 제인은...

아마도 관계를 회복에 실패하고 이별을 선택하게 됐을거다.

괜찮아지려면 간단명료한 믿음.

그게 있어야 한다는데

간단명료한 믿음을 가지고 사는 부부가, 연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이상 사랑이 남아있지 않으면서 관계를 끝내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이어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샐 수 없을만큼 많다.

하지만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이다.

정직하게 헤어지려면 사랑이 끝났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정직과 믿음,

어쩌면 이 둘은 심장이든, 배든, 머리든 함께 공유하고 태어난 샴쌍둥이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왜곡없이 기억한다는게 가능할까?

머릿속 저장소에 한 번 머물렸던 과거라는 놈은 

크든 작든 반드시 왜곡이라는 편집과정을 거친다.

기억의 왜곡, 그리고 진실의 왜곡.

이 작품은 그 굴절된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끄집에 냈다.

하지만 난 그 굴절을 비난하거나 흉보지 않는다.

때론 낯선 냄새에서 생의 위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걸.

우리 모두는 안다.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그 낯선 냄새가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유혹은 그렇게 달콤한거다.

 

임 안의 혀.

나는 배신하는건,

언제나 나였다.

 

* 커튼콜에서 전익령 배우가 객석의 큰 환호를 받았다.

  그 반응에 아빠미소를 띄우던 강필석의 모습,

  참 이쁘더라.

  (전익령 배우를 김동연 연출의 <Pride>에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마지막 장에서 김종구의 존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강필석과 김동연 연출때문에 예매했던 작품이었는데

  전익령과 김종구 배우의 연기에 감탄했다.

  김종구 배우는 재발견, 전인령 배우는 새로운 발견.

  좋은 배우와 연출이 만든 참 정직한 작품 Speaking in Tongu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20. 09:31

 

<Speaking in Tongues>

 

부제: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일시 : 2015.05.01. ~ 2015.07.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본 : 앤드류 보벨 (Andrew Bovell)

번역 : 반능기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승준, 강필석 (레온&닐) / 김종구, 정문성 (피트&닐&존)

        전익령, 강지원 (쏘냐&발레리) / 김지현, 정운선 (제인&사라)

주최 : (주)수현재컴퍼니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또 다시 "나"인 연극을 만났다.

무의식이나 종교적 황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는 뜻을 알 수 없는 말

Speaking in Tongues 

의식과 이성은 사라지고 직관과 느낌만 남은 상태.

그리고 명확한 대답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만 계속되는 세계.

김동연 연출은 <프라이드> 이후 또 다시 인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귀기울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강렬한 사랑도, 강렬한 증오도 이 작품 속에 다 담겨있다.

그리고 남녀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아주 직관적이고 과감하게 표현했다.

너무 솔적히고 정확하다보니 반론의 여지가 없다. 

레온, 쏘냐, 피트, 제인 바레리, 사라, 닉, 닐, 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 아홉 명의 등장인물 모두는 내 모습의 일부분이다..

특히 사라.

나는 이 여자의 마음이 완벽히 이해된다.

누군가 날 필요 이상으로 사랑하게 되면 난 달아나야먄 해요... 전 절 필요로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알까?

누군가에게 그렇게 잔인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함께 오래 살아온 부부들조차 말한다.

사랑이 기반인 결혼생활은 이미 오래전에 끝이났다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분명히 알 수 있듯이 그 사랑이 끝난것 역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계산된 배신이 시작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그게 배신이라는걸 양쪽 모두 알고 있다는 거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무너질 용기가 없기 때문에!

모든게 다시 되풀이 된다면?

확실히 공포다.

공포를 느끼느니 낯선 사람이 주는 강렬한 자극에 탐닉하는게 차라리 낫겠다.

이 모든게 배신을 합리화 하는 구차한 변명으로 보일지라도...

 

낯선 손길, 낯선 냄새가 주는 강렬한 느낌.

낯섬이주는 평온함.

그게 이해된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좀 멀리해야 할 것 같다.

깊게 빠지면 많이 위험해지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