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9. 2. 12. 08:58

 

<레드>

 

시 : 2019.01.06. ~ 2019.02.10.

장소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정보석 (마크 로스코) / 김도빈, 박정복 (캔)

제작 : (주)신시컴퍼니

 

2011년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초연.

2013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2015년,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2016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그리고 2019년 또 다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그 다섯번의 시즌 공연을 다 봤다.

그 결과 여전히 "마스 로스코=강신일"이라는 공식은 유효하고 강력하다.

이번이 어쩌면 강신일 배우의 마지막 마크 로스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비난 나뿐만이 아니었다.

강신일 스스로도 두 달 동안 이 작품을 못하겠노라 고사했단다.

하면 할수록 감당해야 하는 무게감이 엄청난 작품이고 인물이기에...(이건 내 생각)

강필석 캔을 제외하고는 매번 캔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아주 오랫만에 김도빈 캔이 그 갈증을 해소해줬다.

먀크 로스코로 인해 변화되는 캔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잘 보여줬고

특히 표정과 눈빛이 참 좋았다.

 

이 작품이 2인극이 아닌 1인극이다.

"캔"이라는 가상의 존재는 다름 아닌 "마크 로스코" 자신이다.

현실의 마크 로스코와 예술가로서의 마크 로스코 자아와의 대면과 충돌.
그리고 결말.

극 속에서 씨그램 빌딩 벽화 작업을 취소하는 전화를 건 후

마크 로스코는 캔을 가차없이 해고한다.

화해모드에서 또 다시 격렬해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

해고의 이유를 묻는 캔에게 돼도 않는 이유를 들먹이던 마크 로스코가 결국 진심을 이야기한다.

"네 세상은 제 밖에 있으니까!"

해방감이 느껴질 정도로 후련했던 대사였지만

그 해방감만큼의 고통도 함께 느껴야하는 대사였다.

"너 자신의 삶을 살아!

 사람들을 향해 네 주먹을 휘두르고, 네 주장을 펼치고, 사람들이 널 보게 해야 해!"

그렇게 마크 로스코는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해방시켰다.

그리고 현실 속 로스코는...

스스로 손목을 그어 육체에서 조차도 벗어난다.

그야말로 완벽하고 완전한 침묵의 구현이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Black"의 세계로 가장 강렬하게(Red) 들어가버린 마크 로스코.

이건 환의일까? 비극일까?

 

그는 자신이 선택한 죽음으로 이런 말을 하고싶었던건 아니었을까?

다 이루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4. 5. 08:27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7.03.21. ~ 2017.04.0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극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 온주완 (윤동주) / 하선진, 송문선 (이선화) /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제작 : (재)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는...

말을 잃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목만 들어도 이미 가슴이 무너지고,

울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매번 눈물을 줄줄 흘리게 만든다.

이 작품엔 9편의 윤동주 시가 나오지만

단 한 편도 넘버의 가사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작곡자 오상준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동주의 시 안에 음악적 선율이 내포돼 있어 시는 독백과 낭독으로 표현하고 음악은 시의 감성과 비슷하게 표현했다"라고.

그의 말에 100%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이 내가 아는 지금까지 서정적이라고 생각한 윤동주의 시가

얼마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시인지 처음 알게 됐다.

이 작품은...

감상을 말하는것 조차 부끄럽게 한다.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박영수가 서울예술단을 떠나면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세 배우의 조합은,

역시나 아름다웠고 든든했다.

배우들도 나도 인물에 동화돼

순간순간 치고 올라오는 감정들로 아팠고, 슬펐고, 힘들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 좋았다.

 

올 해로 네 번째 무대가 오른 박영수는 대체불가 윤동주였고

이 엄청난 작품에 뛰어든 온주완 역시 진심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적이었다.

쉽게 할 수 없는 작품이고,

쉽게 할 수 없는 인물인데

두 배우 모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이라고는 고작 <뉴시스> 한 작품을 했을 뿐인데

온주완이라는 TV 배우가 이 어려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그런데 디테일까지 깨알같이 적어논 그의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고

실제 그의 무대를 보고 그의 진심을 단정하게 인정했다.

욕심으로 나선 작품은 아니라는걸... 알았다.

이 작품을 수락하고, 연습을 하면서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감정들과 마주했을 온주완을 생각하니 뭉클하다.

서울예술단을 나가는 박영수도,

객원배우로 처음 참여한 온주완도 이 작품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도 이 두 배우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꼭 그래주면 좋겠다.

 

<윤동주 달을 쏘다>

잊혀지지도,

보내지지도 않는 작품.

꼭 견텨야 한다.

제발 견뎌 주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1. 25. 08:36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6.10.11. ~ 2017.01.01.

장소 : 대학로 TOM 1관

대본, 작사, 작곡, 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편곡 : 김은영

안무 : 안영준

출연 : 이경수, 에녹, 김도빈 (한스) / 전성우, 강영석 (헤르만) / 송상은, 안은진, 이지수 (안나)

        이승원, 박정원 (요나스) / 김경화, 전혜선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정확히 한 달 만의 재관람.

원래는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에녹 한스가 예상보다 부진해서 김도빈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박정원도 요나스도 궁금했다.

(이승원이 너무 노숙한 요나스였어서...)

사실 김도빈은 과거에 이 작품에 요나스로 출연했었는데

그때 겁에 잔뜩 질려있는 공황장애 요나스를 잘 표현했었다.

그래서 요나스가 아닌 한스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결론은,

첫번째 관람보다 전체적으로 좋았다.

에녹 한스가 냉철하고 까칠한 느낌이라면

깁도빈 한스는 좀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이었다.

두려움이 감지되는 한스라고나 할까?

(이런 사람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무너진다.)

딕션도 정확했고, 감정표현도 확실했고

전성우 헤르만과의 균형감도 좋았다.

그리고 한스가 무대 뒤쪽으로 밀려났을 때도 끝까지 감정을 놓지 않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박정원 요나스도 이승원보다는 좋았지만

누가됐든 송상은 안나때문에 막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건 어쩔 수 없겠다.

누군가는 요나스가 이 작품에서 제일 비중이 없노라 말하는데

나는 결정적인 Key men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나스의 행동, 특히 눈빛을 주목해서 보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박정원은 오래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전성우와 송상은은 말이 필요 없고!

 

이 작품은 참 아픈 손가락이다.

그래서 외면도 안되고

불 때마다 마음이 아리다.

행복해지기 위해 기꺼이 불행과 동행하겠다는 마지막 대사.

그게 늘 날 잡아 흔든다.

행복, 불행, 동행...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24. 08:33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6.03.20. ~ 2016.03.27.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극작,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윤동주),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 하선진, 송문선(이선화)

제작 : (재)서울예술단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레파토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바람의 나라>)

2012년 초연은 몰라서 못봤고

2013년 재연으로 올라왔을때는 뒤늦게 박영수 막공을 봤었다.

그때 이 작품을 고작 한 번 보고 끝내야 한다는게 얼마나 아쉽고 후회되던지...

그래서 서울예술단 레파토리가 공개될때마다 이 작품을 기다렸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삼연이 올라왔다.

게다가 이번 윤동주는 객원배우 없이 박영수 혼자 원캐로 채운단다.

원래 계획은 막공 하루 전인 토요일 낮공을 조카녀석들과 같이 보는거였는데

한 번으로 끝내면 분명히 후회될 것 같아서 뒤늦게 첫공을 예매했다.

공연기간은 짧고, 이번이 지나면 언제 또 다시 올라올지 기약도 없고...

2016년 들어서 왠만하면 재관람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이 작품이 백만년만에 재관람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

 

결론은,

첫공을 봐서 참 다행이다.

첫공이라 다소 어수선하고 무대잡음도 많았지만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동갑내기 세 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무대도 2013년보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고

영상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커튼콜에 무대 뒷편에 커다랗게 투사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은 사람을 숙연해지게 하더라.

박영수는 연기는 확실히 더 깊어졌고,

영화의 영향이 컸겠지만 송몽규가 초연, 재연때는 안썼던 안경을 썼고

전체적인 느낌도 훨신 더 단단하고 견고했다.

이시후의 뒤를 이은 강처중 조풍래는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막 북간도로 떠나는 장면에서 "정말 듣고 싶다, 네 시~~~!"라고 외치는데

그 울림이 너무 크고 깊어서 뭉클했다.

 

윤동주의 시와 산문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생각,

제일 먼저 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시와 산문을 이렇게 적절한 곳에 배치한 미학을 넘어 존경심까지 생길 정도다.

게다가 한아름, 오상준 콤비가 만들어낸 넘버는 하나 하나  너무 아름답고

이 넘버를 배우들은 또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답고 간절하게 부른다.

비중의 크고 작음을 게의치 않고 한 장면 한 장면 미친듯이 춤추고 노래하는 단원들도 미치게 아름답고!

(심지어 객원 아역까지도)

이 작품은 어쩌자고 이렇게 시작과 끝이 다 감동이냔 말이다.

개인적으로 워낙 애정하는 작품이라

이젠 왠만한 티는 티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적어도 이 작품에 관해서는,

냐는 앞으로도 쭉 객관적이지 않을 생각이다.

 

아름답고 뭉클하고 간절한 작품.

<윤동주, 달을 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0. 21. 08:12

 

<뿌리 깊은 나무>

 

일시 : 2015.10.09. ~ 2014.10.18.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원작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오경택

안무 : 김영미, 한효림

출연 : 김도빈, 송용진 (강채윤) / 서범석(세종), 최정수(무휼), 박영수(성삼문), 박혜정(소이)

        김건혜(강덕금), 김백현(가리온), 금승훈(최만리) 외 서울예술단원

제작 : (주)서울예술단

 

2015년 서울예술단의 마지막 가무극<뿌리 깊은 나무>까지 챙겨봤다.

지난번 <신과 함께>에서 김도빈 차홍이 인상적이여서 송용진을 버리고(?) 김도빈 채윤을 선택했다.

이시후 배우가 성삼문으로 돌아와주길 바랬는데 예상대로 예술단을 나왔더라.

근황이 궁금했는데 <레베카>에 출연한대서 반가웠다.

솔직히 <레베카>는 내 취향작이 전혀 아닌데

류정한과 이시후 배우때문에 두어번은 보게 될 것 같다.

어쨌든!

이시후의 부재로 초연때 무휼이었던 박영수가 성상문으로 자리이동(?)한 관계로

이번 재연의 무휼은 최정수 배우 혼자었다.

초연때 최정수 무휼을 못봐서 궁금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보고 난 느낌은...

초연때도 그랬지만 서울예술단의 색깔이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은 아니었지만

서울예술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넘버가 약하고 춤도 기존의 예술단 작품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그 단점들도 함께 동거동락한 단원들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만회가 된다.

(넘버는 채윤의 첫 곡과 세종의 노래 두 곡 정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론 무휼이 박영수, 성삼문아 최정수였던게 더 좋았겠다 싶었다.

박영수가 소년 혹은 무사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성삼문에는 좀 안 어울리더라.

서범석 세종은 역시나 대체불가의 존재감이었고

연기도, 목소리톤도, 넘버소화력은 물론이고 등장할 때마다 쏟아내는 아우라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이 작품의 8할은 서범석 아우라의 힘이 아닌가 싶다.

1막은 초연과 비교할 때 정리를 좀 했고 2막은 큰 변화는 없었다.

격구장 장면이 더 역동적이었던 같기도 하고...

이날 객석에 외국인들도 꽤 있던데

나오면서 살짝 엿들으니 음악과 의상, 무대가 인상적이라는 말을 하더라.

그들의 말에 나 역시 격하게 곰감했다.

이걸 서울예술단이 계속 지켜가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

공연장을 나오면서 그 바람이 또 다시 간절해졌다.

그리고 더불어

2016년 서울예술단 레파토리가 격하게 궁금해졌다.

<바람의 나라>와 <윤동주, 별을 쏘다>가 포함된다면 참 좋겠는데...

바나는 가능성이 희박할테고 윤동주는 꼭 올려주면 좋겠다.

이 작품 정말 좋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1. 08: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확실히 두 사람의 호흡은 정말이지 너무나 치열하고 거침없었다.

김성일 헤르만이 불처럼 타올랐다면

김재범 한스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불과 얼음의 만남!

결국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은 물이 되어 섞인다.

그렇게 되기까지 두 사람이 상대를 향해 보이는 치열함이 나는 또 너무나 좋다.

그건 반목과 대항을 위한 치열함이 아닌

무의식 깊은 곳에 같은 상처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보여줄 수 있는 날선 대립이었다.

그래서 그 대립의 밑바당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가득하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못하든!

이 작품...

너무 오래 하면 배우들에게 못할짓이란 생각을 했다.

안나의 실험장면은 나조차 말리고 싶을만큼 너무 많이 처절했기에...

요나스여야 했던 김도빈은 참 힘들었겠다.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얼핏 보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배역처럼 느껴지지만

시종일관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

몸으로 그 모든 걸 표현해야했던 그는,

아마도 매번 공연이 끝나고나면 온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을 것 같다.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배역!

배우에게 참 못할 짓이다.

김성일 헤르만.

이 끔찍한 고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거라며 오열하던 장면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

(김성일은 시종일관 정말 헤르만이었다. 그 표정과 눈빛이라니...)

안나 이하나도 김성일 헤르만과의 합이 훨씬 더 좋다.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

아무래도 김성일 때문이었나보다.

배우로서 김성일은 김재범, 이하나, 김도빈을 완벽하게 서포트했고

헤르만으로서 김성일은 한스와 안나, 요나스 모두에게 집중했다.

네 사람이 함께 하는 몸동작도 발란스가 정말 좋았고!

신예 최정화가 메리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최정화 메리의 머리 모양을 보면서 <헤드윅>을 떠올린 건 나 뿐이었을까?)

이젠 커튼콜의 표정과 비장함(?)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커튼콜에서 연주자들을 실루엣으로라도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내 코드에 잘 맞는 작품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기꺼이 불행과 동행하겠다는 이들의 선택.

문득 네 사람의 그 다음이 궁금해졌다.

한스와 헤르만, 안나와 요나스는,

바람처럼 정말 행복해졌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4. 09:37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프리뷰 이후에 다시 본 <블랙메리포핀스>

일부러 김재범 한스와 홍륜희 메리를 빼고 전부 다른 캐스팅으로 선택했다.

김재범과 김성일이 합이 워낙에 좋아서 다시 볼까 했었데 윤소호와의 느낌도 어떨지 궁금해서 선회했다.

지난 두 번의 관람은 시야장애석이어서 디테일한 모습들을 몰 수 없었는데

이번 관람은 1열 가운데여서 무대와 배우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일단 뒤에서 관람했을 때보다 무대가 훨씬 깊이감 있었고

조명의 색감과 다양한 조도도 훨씬 풍부하게 보여서 놀랐다.

(이건 완전히 원근법을 무시하는 관점인데...)

가장 좋았던 건 배우들의 손동작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

김재범과 윤소호, 김도빈은 키가 서로 비슷해서 마주보는 장면의 시선도 훨씬 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두번째 관람했을 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던건 왜였을까?

프리뷰 공연이 중반기 공연보다 더 노련하고 완숙하게 느껴졌다면???

 

일단 김재범 한스는 더 깊어졌다.

트라우마에 대한 강박감도 아주 잘 느껴졌고,

그 강박을 버티내기위해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도 여실히 보여졌다.

연기도 표정도, 디테일과 타이밍도 모두 정말 좋았다.

그러나 헤르만과의 합은 윤소호보다 김성일과 더 격렬하고 치열하고 따뜻하다.

김재범때문이 아니라 윤소호가 어딘지 좀 이상하다.

이 작품에서 깊게 개입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

대사가 종종 꼬이고 표정도 가끔 애매했다.

(헤르만과 윤소호는 확실히 잘 안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안나역의 이하나.

<완득이>에서 참 인상깊게 봤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체적으로 빠르다.

대사와 감정 모두.

그래도 몸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문진아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좋았다.

김도빈 요나스는.

일단 막내처럼 보이지는 않아서...ㅠ.ㅠ

멀리서 봤을 때는 요나스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이 안 보여서 몰랐었는데

혼자서 아주 할 일이 많은 어려운 역할이라는 걸 실감했다.

확 드러나지 않지만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성실한 표현이었고 무던한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능숙함과 완벽함과는 별개의 문제긴 하지만..)

홍륜희는 메리는 너무 깊어졌다.

어머니를 뛰어 넘는 힘겨운 모성애.

이 악몽에서 제일 먼저 구원해야 할 사람이 메리여야만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이번 관람은 좀 애매하고 이상했다

김재범을 제외한 모든 배우에게서 위태함과 다급함이 느껴져서...

나쁘진 않았는데...

어딘지 낯설다.

 

* 김재범이 연극 <연예시대>를 한단다.

  "동진"도 나쁘진 않지만

   개인적으론 그가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를 해주길 은근히 바랬었는데...

   그랬다면 깊은 감정의 끝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김재범 덕분에 <연애시대>를 다시 보게 생겼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블메포>의 커튼콜 참 엄숙하다.

배우들의 표정도 그렇고....

조금만 덜 엄숙했으면 좋겠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