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9. 2. 11. 14:04

 

<지킬 앤 하이드>

 

시 : 2018.11.13. ~ 2019.05.19.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지킬 앤 하이드>

극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지킬&하이드) / 윤공주, 아이비, 해나 (루시) / 이정화, 경아 (엠마)

        김도형, 이희정 (어터슨) / 김봉환(댄버스 경), 강상범, 홍금단, 이창완, 이상훈, 이용진, 김이삭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터테인먼트

 

인간의 이중성.

요즘 심리적으로 내 상태는 지킬이 아니라 하이드에 가깝다.

그런 생각이 든다.

지킬이 선(善)이고 하이드가 악(惡)이라는게 정말 맞는건가....하는 생각.

지킬은 고전적인 지식인의 전형이다.

무슨 이유였을까?

지킬이 첫넘버 "I Need to Know"의 가사가 유난히 송곳처럼 가슴에 박혔다.

" ......... 알길 원해,

 왜 인간은 본능 속에 악한 것에 유혹당해.

 끝내 스스로 영혼을 태우는가.

 알아야 해, 그 진실을.

 신이시여. 내 길 이끄소서, 내 눈 밝혀주소서 

 나는 가리라 당신의 뜻과 함께

 가야만 해. 그 숨겨진 빛을 향해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오직 나만이 가야 할 험난한 길

 나는 가리, 알아야 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저지른 오류와 똑같은 오류를 범하는 지킬.

도덕적으로 자신과 다수의 위선가들과는 다르다 그의 확신은

그 자체가 아주 위험한 자만이고 오만이다.

인간은 그냥 인간일 뿐.

악한 것도 인간이고, 선한 것도 인간이다.

정직함으로 따진다면 달의 뒷면인 하이드가 더 진실된다.

왜냐하면 그의 악은 어느정도는 단죄의 의미가 담겨있으니까.

그게 살인의 방법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확실히 드라마틱한 전개는 불가능했겠지만!

요즘은 가끔씩 하이드를 꿈꾼다.

어렸을때 투명인간을 꿈꾸듯 그렇게 하이드를 꿈꾼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정신상태다.

 

조승우는,

이 작품에 관한 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작품과 인물 모두를 자유자재로 주무르고 있다는 느낌.

연기자가 왜 연기를 잘해야 하는지를 백과서전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다.

계산됨직한 강약과 악센트는 듣고, 보고, 느끼는 완벽한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봐도 너무 봤다 싶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때문에 또 다시 리셋이 된다.

지킬보다 다 고집스럽고,

하이드보다 더 무시무시한 배우.

아이비는 이쯤되면 가수보다는 뮤지컬배우라는 해야 맞을것 같다.

게다가 아주 질힌디.

연기도, 노래도 다.

실력만큼이나 역대 최고의 미모를 발산하는 루시 ^^

민경아 엠마는 기복이 좀 있는것 같고

루시와의 듀엣곡 " In HIs Eyes"에서는 소리가 뚫고 나오지 못해 좀 아쉬웠다.

어터슨은 개인적으론 김도형이 더 좋더라.

이희정 어터슨은 살짝 too much 해서...

 

사실 요즘 모든게 심드렁이다.

이것도 한 달 전에 본 걸 지금에서야 쓰는 중이다.

아마도 무미건조한 심드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26. 08:27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되버렸다.

변명을 하자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다.

류정한, 최현주, 카이, 김도형, 신영숙.

내가 그토록 바랐던 초연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날.

김도형과 카이의 듀엣, 류정한과 카이의 듀엣, 카이와 최현주의 듀엣.

그리고 류정한, 카이, 신영숙, 최현주의 솔로곡.

어들이 부르는 넘버 한 곡 한 곡은 전부 다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다.

그 이야기 속의 숨겨진 단어 찾기!

오늘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련다.

나는 이제부터 "단어"를 추적하려고 한다.

내 머릿속에만 봉인되어 있던 단어들에 대한 추적.

그걸 기록하려고 한다.

 

류정한이 표현하는 찰스 다네이는 "절제"다.

결코 전소(全燒)되어질 수 없는 슬픔의 끝을 그는 품고 품고 또 품는다.

염세와 숭고함 사이의 그 교차되지 않는 막막한 폐허의 땅에 직접 발자국을 꾹꾹 새기며 길을 낸다.

길을 만드는 사람.

아! 이 작품을 류정한이란 배우는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그의 여정 속에서 나는 그걸  절실히 느꼈다.

게다가 그가 보여준 "절제" 속엔 "미(美)"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몇 번의 순간들, 순간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끝이 턱턱 무너졌다.

 

최현주 루시를 보고 있으면 루시의 "견고"함에 매번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견고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온기가 실감될 정도로 따뜻하고 다정하다.

류정한 시드니의 결핍이 "삐딱함"으로 표현된다면

최현주 루시의 결핍은 모든 걸 인정하고 이해하는 포용의 형태다.

둘은 reflection의 가사처럼 정말 다른 세계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인데...

납득되어질 수 없는 다른 세계 사람을 최현주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류정한과 최현주.

두 사람의 표현방식은 묘하게도 상호보완적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시드나와 루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 두 사람이(배우 말고) 샴쌍둥이처럼 느껴진다.

온전한 삶을 위해서 한 사람의 희생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샴쌍둥이...

나는 과연 그 둘 중 누구를 선택할 수 있을까???

 

카이의 찰스는 "선함"의 다른 이름이다.

찰스의 모든 선택은 강직함에 가까운 "선함"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거란걸 아는 절박함에도

선함을 위한 찰스의 선택은 너무나 단호하다.

그래서 도저히 막을 수 없다.

그게 루시일지라도...

그건 세상에 자신의 선함을 기필코 보여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의 표현이다.

타인이 받을 상처과 아픔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아픈 게 찰스다.

찰스의 선택은 그래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향해서다.

부드러운 선함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

카이의 찰스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영숙의 마담 드파르지는 쌓이고 쌓인 "한(恨)"이다.

백민정의 마담 드파르지가 살의에 가까운 독기를 보여줬다면

신영숙은 자의든, 타의든 오래 참고 견딘 사람이 갖는

감히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이다.

그녀의 버텨온 이유는 결코"복수"뿐만은 아닐거다.

그래선가!

그녀의 최후는 오히려 편안했다.

오래고 긴 한의 굴레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 같아서. 

(그런데 신영숙, 몸이 안 좋아 보인다. 혹시 어디가 아픈건가???)

그리고 나를 너무나 많이 감동시켰던 <두 도시 이야기>의 앙상블들.

확실히 이들이 이 작품의 진정하고 주인공이다.

이들은 마치 지구상에 이 작품 하나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같다.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집중과 몰입은 일종의 광기였다.

"미쳐야 미친다!"

그래, 아무래도 이 말은 진실인 모양이다.

 

어쩌면 마지막 관람이라는 현실감이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작품 때문에 나는 잠시 꿈을 꿀 수 있었다.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다.

비록 잠깐뿐일지라도

나는 오랫만에 평온했다.

그거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 08:48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돌아온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

소위 말하는 위대한 고전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만들어지면 꼭 원작을 찾아서 읽어본다. 

그래서 이 작품도 작년에 초연이 됐을때 일부러 원작을 읽었다.

그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은,

원작보다 훨신 더 풍성하고 깊이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거였다.

(대문호 찰스 디킨스에겐 참 죄송스런 발언이지만...)

<몬테크리스토>도 <레미제라블>도 원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니었다.

똑같이 생긴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튼을 도대체 어떻게 설정할지도 궁금했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초연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는 평들도 많았지만

skill의 화려함이 주는 감탄보다 feel에 녹아들면서 육화되는 감동때문이었는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게다가 2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는 왠만한 클래식 연주회를 능가할만큼 깊이감있고 웅장했었다.

(김문정의 욕심이 얼마나 고맙던지...)

다시 돌아온 <두 도시 이야기>

궁금했다.

초연때의 받았던 그 감동이 얼마만큼 다시 찾아와줄지가...

 

류정한 시드니, 최현주 루시, 카이 찰스.

예상은 했지만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지고 간곡해졌다.

배역에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아니면 정말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할까!

그냥 그대로 시드니였고, 루시였고, 찰스였다.

이 세 배우의 조합은 정말 황홀할만큼 싱크로율도 좋고 서로 만들어내는 케미도 더없이 좋다.

남녀 듀엣도, 남남 듀엣도, 솔로곡도 어쩜 그렇게 다들 황홀함을 선사하던지!

배역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음이 그대로 눈 앞에 보여진다.

 

류정한 시드니!

시드니의 첫장면 동선이 초연과 달라서 말들이 있는 것 같던데

류정한 시드니는 초연때와 똑같은 동선으로 등장했다.

(배우에게 선택권을 줬던걸까? 아니면 류정한의 고집이었을까?

 서범석과 윤형렬의 동선이 어떤지 몰라서 비교는 못하겠다.)

염세주의자이긴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알콜의존증 환자(?) 시드니.

류정한의 시드니는...

말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또 다시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한다.

어딘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믿고 계속 물 속만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나르시시즘.

(참 삐딱한 나르시시즘이다.)

초연 때는 "I Can't Recall"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곡에 다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넘버의 느낌이 다 달라서 시드니의 넘버로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특히 루시의 결혼식 장면에서 "If dreams Come True"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빛은...

도저히 설명 못하겠다.

가질 수 없는 여자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과, 그 눈빛보다 더 간절한 그 마음..

아! 시드니는 결코 루시를 떠날 수 없겠구나... 확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시드니 스스로 다진 의지도, 신념도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는 도저히 없다는 거다.

선별과 선택을 할수조차 없는 그런 것.

류정한이 보여주는 시드니가 그랬다.

"Let Her Be a Child"

이 노래가 그렇게 간절하고 애뜻하고 슬펐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리고 이 넘버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에 고였던 눈물은,

시드니의 눈물,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보는 것 뿐인데도 내 가슴이 쿵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다... 괜찮다... 오래 나를 다독여야만 했다.

 

최현주 루시는 초연때보다 더 강건하고 아름다워졌다.

(지금 난 외형을 보고 말하는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랑스런 눈빛이라니...

누구라고 그녀를 보면 사랑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상대역들은 몰입하기가 참 쉬웠을 것 같다.

찰스도 시드니도 그리고 마네트 박사와 프로스 아줌마까지도!

"Whthout a Word"에 감정을 다 쏟아내는 최현주 루시의 모습을 보면 늘 경이롭다.

루시도, 최현주도 무대에 서있는 것조차 힘겨울것 같다.

시드니 말대로 루시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여자다.

(그리고 최현주는 더더욱 더!)

루시를 최현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초연때부터 최현주가 내겐 루시의 진리다.

그리고 카이의 찰스도.

최수형의 찰스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래도 첫관람은 꼭 카이여야만 했다.

초연때 카이와 류정한이 남긴 듀엣의 활홀함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끝없이 끌어 당긴다.

팽팽하기도하고 서로를 연민하기도 하고...

묘하다.

남자의 듀엣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게 좀 믿겨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랬다.

게다가 카이는 뮤지컬 첫데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솔직히 연기적인 면에서는 큰 기대fmf 안했었는데 깜짝 놀랐었다.

귀족적이면서도 순수하고 다정한 카이의 찰스.

제발이지 카이를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는 신영숙보다는 아무래도 약하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신영숙 탓이다!)

"ㅅ" 발음은 너무 쎄고,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좀 거슬린다..

그래도 이 작품에선 이런 단점들이 역할과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다행이자만

호흡은 내내 아쉬웠다. 

초연때 정상훈 바사드가 너무 갑칠맛나는 쫀득쫀득한 연기를 선보여서인지

김대종 바사드는 좀 밋밋했다.

로리 아저씨도 좀 아쉽고...

(어디선가 <아이다>가 막 튀어 나올 것만 같아 ㅠ.ㅠ)

박용수 로리는 루시에게 부모가 갖는 깊은 애정이 느껴졌는데

김덕환 로리는 사무적이고 직업적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대리인 딱 그 느낌!)

그래선지 박송권 제라가 "이제 시드니씨는 못 돌아오는 건가요"라고 물을 때도

아무 감정없이 느껴진다.

뭐 너는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투로.

(나만 그랬나?)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음악.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졌버렸다

게다가 브라스는 좀 경박한 수준이다.

제임스 바버가 스피디하게 연출했다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대사의 타이밍과 오케의 연주만 과하게 성급해진것 같다.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삭제한 건 아주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호흡과 간격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딘지 배우도,오케도 뭔가에 쫒기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1막에서는 더.

다행히 류정한 시드니가 등장하고부터는 속도가 좀 진정된다.

(성급한 속도를 컨트롤한 사람이 과연 누굴까? 혹시 류정한? 어쩌면 그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 작품은 여전히 참 좋은 작품이고 그리운 작품이다.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마냥 그리운 그런 작품! 

다시 보게 된다면,

(당연히 다시 보겠지만!)

이번엔 신영숙까지 포함힌 초연멤버 그대로 관람하련다.

신영숙의 "Our of Sight, Out of Mild"가 무지 그립다.

 

* 다음 관람 땐 꼭 오페라글라스를 가지고 가야겠다.

  류정한의 표정을 아주 세세히 읽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1. 07:50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그래, 내가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스토리.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에게까지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집중과 이완, 완급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게다가 음악은 장엄하면서 기품있어 마치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한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A Tale of Two Cities>는

조금씩 무뎌지는 내 오감을 깨우는 일종의 반란같은 작품이었다.

황홀하고 그리고 매혹적이다.

보는 내내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끈질기게 매혹적인 작품.

처음엔 분명히 천천히 끌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급격히 쏠리고, 결국에는 어쩔 도리없이 일방적으로 완벽하게 홀리고 만다.

매혹은 위험하다.

매혹당하는 자 뿐만 아니라 매혹하는 자까지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지독하다.

이런 매혹은.

정말이지 견뎌내기가 참 힘겹다.

슬픔이든, 절망이든, 사랑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그래서 말하련다. 

견딤을 위해...

 

유혹 중 가장 강한 유혹은 닿을 수 없는, 결코 닿아서는 안 될 것에 사로잡혀버리는 경우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혹과 싸운다.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도 이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유혹과 싸우기를 스스로 포기한다.

아주 당당하고 고결하게...
눈으로 봐야만, 손으로만 만져야만 믿을 수 있는 사랑은 단수가 낮은 사랑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고 만지는 마음보다 훨씨 깊고 곡진하다.

오직 그 순간, 단 한 번만 들을 수 있는 생의 연주를 남기고 시드니 칼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게 정말 가능한 사랑인가?

결국 사랑은 어찌됐든 환영(illusionism)이다.

환영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할 때에 생겨날 수 있다.

환영을 보는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까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세하고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환영을 보는 사람은 환영만이 유일한 현실이고 삶이다.

나는 결코 환영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늘 저건 단지 극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이런 현실이 제발 어딘가에 있어주기를 꿈꾼다.

제기랄!

다시 사랑을 꿈꾸기 시작했다.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광활하고 처연한 비가(悲歌)였다.

놀랐다.

이 사람이 이렇게 섬세하게,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는 배우였던가!

그에게 일종의 변화가 왔음을 나는 눈으로, 귀로 확인했다.

(나, 류정한이란 배우를 안지 그래도 나름 꽤 오래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무대 배우로서 이런 변화가 온 계기가 도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던 그 선택이 이유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표정이 훨씬 풍부해졌고 그리고 자유로워졌다.

지금껏 나는 배우 류정한을

섬세함조차도 크게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큰 표현 속에 섬세함을 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배우 류정한의 표현은

너무나 섬세했고 또 섬세했다.

무대 위 그가 보여준 시드니 칼튼의 감정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성큼성큼 내 눈 앞으로 현실로 느끼게 했다.

얼마나 놀랍던지...

1막이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시간의 흐름 따윈 의식되지도 않을만큼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reflection, I can't recall,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 칼튼의 부르는 1막 넘버들은 한결같이 오래 그리고 깊게 기억에 담긴다.

특히 If dreams came true는 눈물이 저절로 흐를만큼 처연하고 슬펐다.

자신에게 온 가장 큰 행운이었던 한 여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처연함이라니...

찰스 다네이의 행복에 겨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칼튼의 목소리는

단 한 곡의 노래로 한 남자의 일생 전부를 다 토해내는 것 같았다.

아, 참...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아파온다.

결코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참 힘겹고 힘겹다.

이런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은 이 작품으로 자신이 힐링(heeling)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22인조 오케트라라는 웅장했고

뮤지컬 넘버들은 아름답고 격동적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하모니(김도형-전동석. 류정한-전동석)가 주는 울림이 크다.

배우들은 앙상블까지도 너무나 환상적이고 훌륭했다.

솔직히 이들을 조연이라고, 앙상블이라고 칭하는 건 참 미안한 일이다.

그 순간들 만큼은 누가 뭐래도 완벽한 주연이었고 완벽한 무대 장악이었다.

배우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최대한 정확히게 셋트를 이동시키는 무대크루들 모습도 감동적이다.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무대 크루를 보면서 나는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아! 그리고 푸른색(런던)과 붉은색(파리)의 조명도 압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이 작품의 첫인상에서 한 발도 빠져나오 못한 상태다.

다시 보게 되면 객관적인 시각을 조금은 갖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웅장하고 거대한 작품을 만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좀 걱정스럽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원칙을 정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 공연장을 나오는데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귀절이 계속 떠올랐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만 오는 거요"

 

 

 

 

Posted by Book끄-Book끄